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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어가는 말
1. 욕망_감미로움 식물_사과 2. 욕망_아름다움 식물_튤립 3. 욕망_도취 식물_마리화나 4. 욕망_지배 식물_감자 - 글을 맺으며 - 참고문헌 |
Michael Poll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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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마음 속에 한 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특정한 감자를 심기로 한 결정은 내 스스로의 선택이었을까, 아니면 그런 선택을 하도록 감자가 나를 조정했을까? 사실 두 가지 모두 옳다. 나는 여러 종자를 소개하는 책자에서, 감자가 울퉁불퉁한 매력을 자랑하며 날 유혹하던 순간을 기억한다. 버터를 바른 듯 노르스름한 감자는 정말 참기 힘든 유혹이었다. 이는 사소하고도 어느 정도 무의식적으로 일어난 일이었고, 그 책자에 나온 감자들이 진화의 결과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진화는 사소하고 무의식적인 수많은 사건으로 이루어지며, 감자의 진화에서 보면 내가 1월 어느 날 저녁 책자에 소개된 특정한 종자를 보았던 사건이 그 중 하나가 된다.
그 날, 그러니까 5월 어느 날 오후, 정원은 돌연 내 앞에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펼쳐졌고, 정원이 나의 두 눈과 코와 혀끝에 전달하는 갖가지 희열은 더 이상 순수하다거나 수동적이라고 할 수 없었다. 내가 늘 내 욕망의 객체로 여겼던 모든 식물이 주체로서 다가왔고, 그러한 식물들은 스스로는 할 수 없는 일을 내게 떠맡긴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바로 그 때 한 가지 영감이 떠올랐다. 정원 밖의 세상도 이런 식으로 바라본다면, 그리고 자연 속에서 우리의 위치를 완전히 거꾸로 생각한다면 어떻게 될까? 바로 그러한 시도를 해보고자 이 책을 쓰게 되었고, 이를 위해 네 가지 친숙한 식물들, 그러니까 사과, 튤립, 대마초, 감자에 관해, 그리고 그러한 식물의 운명을 우리 자신의 운명과 연결하려는 인간의 욕망에 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이 책의 주제는 넓은 의미에서 인간과 자연과의 복잡한 상호작용이라 하겠고, 나는 어느 정도 새로운 각도에서 이에 다가가고자 한다. 식물의 관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면서 말이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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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학 관련 도서로는 이례적으로 뉴욕타임스, 아마존 등의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장기간 랭크되어온 책. 인간과 식물의 관계를 인간 중심적 관점이 아니라 식물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이례적이고 도발적인 저자의 관점은 '거꾸로 읽기'의 의미와 묘미를 극대화로 실현한다. 기존의 교양과학서들에서 찾아보기 힘든 톡톡 튀는 문체와 제 학문분야를 아우르는 해박한 지식과 통찰력이 녹아든 문장들 또한 이 책을 빛나게 하는 보석들이다.
■ 식물들과 인간 間 관계의 새판 짜기 벌들이 윙윙대는 관상용 사과나무들이 줄지어 선 정원에서 감자를 파종하던 저자의 머릿속에 문득 떠오른 의문, '이 정원에서 인간의 역할과 뒤영벌의 역할 사이에는 어떤 실존적 차이가 있을까?' 바로 그 질문으로부터 이 책은 출발한다. 정원 구석구석을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꽃수술대를 집적거리는 뒤영벌은 분명 스스로를 정원의 주체로, 꿀을 얻기 위해 자신이 파헤쳐 놓은 꽃을 객체로 여길 터이다. 그러나 또 다른 관점, 꽃의 관점으로 보면, 그러한 뒤영벌의 생각은 착각에 지나지 않는다. 꽃의 입장에서 보면 그것은, 자기 대신 자신의 꽃가루를 다른 꽃들에게 옮겨주도록 벌을 교묘히 조정한 결과이다. 움직일 수 있는 벌을 상대로 구사한 움직이지 못하는 꽃의 교묘한 생존 전략이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우리가 특별한 식물을 '선택', '재배', 또는 '개량'해낸 주체라고, "내가 식물을 고르고, 내가 잡초를 뽑고, 내가 열매를 수확한다"고, "정원의 주인은 나"라고 자부한다. 인간은 주체요 그것들은 다만 '길들여지는' 객체라는 기본문법으로 세계를 파악한다. 이 책은 그러한 인간 중심적 사고에 대해, 식물들을 무시하는 발상에 대해 딴지를 건다. 한 술 더 떠, 우리 인간도 알고 보면 사실 뒤영벌의 신세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식물들이 구사한 생존전략에 넘어간 인간 뒤영벌과 같다고 말하며 슬며시 오만의 꼬리를 내린다. 그러나, 식물들에 대한 이러한 저자의 겸손은 결코 '자기비하'나, 혹은 자연에서 인간이 차지하는 '위상 격하'로 곤두박질치지 않는다. 이 책의 저자가 그리는 인간 뒤영벌이라는 인간 초상은 오히려 세계를 보는 공정한 시각, 다름 아닌 '공진화(供進化)적 거래'로 이해될 수 있다. 그것은 우리들이 생물시간에 배웠던 벌과 꽃의 공진화적 관계와 같다. 벌과 꽃의 경우, 공진화적 거래에 참여함으로써 서로 상대에게 이익을 가져다주면서 동시에 자신에게 이로운 결과를 얻어낸다. 다시 말해, 벌은 꽃을 통해 양식을 얻고 꽃은 벌을 통해 자신의 유전자를 전파한다. 그리고 그러한 거래에서는 누가 주체고 누가 객체라는 전통적인 이분법적 구분이 무의미해지며, 공진화적 거래에 참여하는 모든 존재는 주체인 동시에 객체이며 객체인 동시에 주체가 된다. 저자의 말을 빌자면, 이 책의 목적은 '지구상에서의 삶'이라는 얽히고 설킨 거대한 상호작용의 거미줄 속으로 우리 인간을 되돌려놓는 데 있다. 우리들 외부에 (그리고 내부에) 존재하는 대상들이 그저 인간의 '처분'만을 기다리는 수동적 존재, 혹은 단순히 우리 인간들의 정복 대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 인간과 긴밀하고 상보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하는 우리의 적극적인 동료로서 보자는 것이다. 그러한 눈으로 그들을 바라본다면, 길 저편의 사과나무를 보거나 탁자 저편의 튤립 한 송이도 예사롭지 않을 것이며, 그들을 인간 세계 밖에 존재하는 '이방인'으로서 취급하지 않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어떤 모습으로 바라볼 것인가? 우리 자신의 모습도 조금은 달리 보이지 않을 것인가? 우리들 또한 다른 여러 종들의 의도와 욕망의 대상일 수 있는, 다윈의 정원에 나타난 신종 벌, 인간 뒤영벌. 다시 말해, 영특하고 때로는 무모하며 놀라울 정도로 이타적인 존재로서의 인간 초상은 어떤가. ■ 식물들로부터 배우는 인간학 인간과 공진화적 거래를 맺어오면서 오늘날까지 살아남은 식물들을 특별히 주목해야 하는 까닭이 있다. 그들이 진화 과정에서 구사해온 성공적인 생존전략 속에는, 바로 우리들 인간 이해에 대한 중요한 단초들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즉, 식물들에 대한 이해는 곧 우리 인간에 대한 이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이는 '자연선택'이 전적으로 지배했던 공간 속에서 '인위선택'의 지배력이 커져감에 따라 식물들이 필연적으로 우리 인간을 가장 중요한 탐구의 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인간에 대한 탐구에만 그친 것이 아니라, 인간의 필요와 욕망, 인간의 감정과 가치까지도 남김없이 자신의 유전자에 입력하면서 용의주도한 생존전략을 구사했다. 예를 들어, 군도처럼 가늘고 뾰족한 상아색 꽃잎을 가진 튤립의 유전에는 오스만 터키인의 시선을 사로잡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어 당시의 미의 기준을 짐작할 수 있으며, 러셋 버뱅크 감자의 유전자 창고에는 인간의 먹이사슬에 관한, 그리고 기다란 황금빛 감자튀김을 좋아하는 우리 입맛에 관한 정보를 담고 있다. 이 책 속에는, 우리 삶에 친숙한 네 가지 식물 - 사과, 튤립, 마리화나, 감자- 이 생존해온 지난 역사에 관한 풍부한 이야기들과, 식물들이 생존과 번성이라는 지상과제를 위해 인간 역사의 톱니와 맞물리는 접점으로 이용한 인간의 네 가지 욕망 - 감미로움, 아름다움, 도취, 지배 - 이 소개되어 있다. 제1장에는 인간 역사에 편입하고자 고전분투해 온 사과의 사회사가 '조니 애플시드'의 신화를 중심으로 기술되어 있는데 이는 곧 감미로움을 향한 인간 욕망의 자연사라 할 수 있으며, 제2장에는 17세기 네덜란드에서 발생했던 '튤립열풍'과 더불어 튤립의 사회사가 기술되어 있는데 이는 곧 아름다움에 대한 인간 욕망의 자연사라 할 수 있다. 또 제3장에는 흥분작용을 일으키는 금단의 식물에 대한 개인적 열정으로 역사 속을, 그리고 오늘날 신경과학 분야를 여행하는 가운데 마리화나의 사회사, 곧 도취에 대한 인간 욕망의 자연사가 기술되어 있고, 마지막으로 제4장에는 유전자 조작 문제를 중심으로 한 감자의 사회사, 곧 지배에 대한 인간 욕망의 자연사가 기술되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