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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눈깨비
구자명 짧은 소설 양장
구자명
나무와숲 2016.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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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작가의 말

순례자는 강가에서 길을 떠난다

순례자는 강가에서 길을 떠난다 1
순례자는 강가에서 길을 떠난다 2
순례자는 강가에서 길을 떠난다 3
깊고 눈부신 어두움
선택받은 돌
골리앗은 죽지 않았다
바늘귀의 비밀을 안 낙타
이도공간 1
이도공간 2
매실주 익는 시간 - 술 칸타타 1
누유의 계절 - 술 칸타타 2
포장마차 속의 세 그림자 - 술 칸타타 3
성탄 전야 - 술 칸타타 4

진눈깨비

진눈깨비
그대 곁에 영원히
진통제
변사
이혼사유
그 집 앞
식객
아탈란테의 경기
파리 - 호텔 꼬레
그대 겸은 드레스에 벚꽃 지면
전원교향악
역도 남매
흘러가는 것은 왜 보랏빛일까
쑥애탕
못 잊어
오블리비온

돼지효과에 대한 한 보고

돼지효과에 대한 한 보고
특사를 기다리는 사람들
해부학적 처녀
효율
현모열전
푸른 장미
신화
일의 개념
우리들의 신발 한 짝
어쩔 수 없다니까
범의 입맛
불사조의 아침
꽃들은 슬픔을 말하지 않네
오징어와 공생공사하는 세 가지 방법
금연석 골드

그녀의 선택

그녀의 선택
지상의 집 한 칸
손님
피곤한 J씨의 2008년 여름 휴가의 마지막 밤
카페 샌프란시스코, 애틀랜타
포물선이거나 나선형이거나 혹은
자매는 용감했다
우리 딸은 P세대
빈집
식구
상형문자

세 별 이야기
작품해설 : 종횡무진의 아름다움 _ 이경재(문학평론가·숭실대 교수)

저자 소개 1

1950년대 후반, 한국전쟁의 상흔이 뚜렷이 남은 낙동강 철교가 바라보이는 강촌에서 태어났다. 어릴 적부터 생성과 소멸이 끝없이 반복되는 강물을 보며 문학과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성장한 후에도 인간 실존에서 유사한 패턴을 감지하고 그 느낌과 생각을 표현하려는 이런저런 시도를 하다가 소설을 쓰게 되었다. 1997년 계간 《작가세계》를 통해 단편 〈뿔〉로 등단했다. 사십 세에 출발한 늦깎이임에도 이후 띄엄띄엄 작품을 써왔다. 오십대 들어 촌철살인 형식의 미니픽션에 매력을 느끼면서 그 장르 작품 활동 또한 이어오고 있다. 쓴 책으로 소설집 《건달》, 《날아라 선녀》, 미니픽션집
1950년대 후반, 한국전쟁의 상흔이 뚜렷이 남은 낙동강 철교가 바라보이는 강촌에서 태어났다. 어릴 적부터 생성과 소멸이 끝없이 반복되는 강물을 보며 문학과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성장한 후에도 인간 실존에서 유사한 패턴을 감지하고 그 느낌과 생각을 표현하려는 이런저런 시도를 하다가 소설을 쓰게 되었다.

1997년 계간 《작가세계》를 통해 단편 〈뿔〉로 등단했다. 사십 세에 출발한 늦깎이임에도 이후 띄엄띄엄 작품을 써왔다. 오십대 들어 촌철살인 형식의 미니픽션에 매력을 느끼면서 그 장르 작품 활동 또한 이어오고 있다. 쓴 책으로 소설집 《건달》, 《날아라 선녀》, 미니픽션집 《진눈깨비》, 에세이집 《바늘구멍으로 걸어간 낙타》, 《기억과 망각 사이》 등이 있다. 한국가톨릭문학상, 한국소설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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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3월 25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244쪽 | 458g | 153*224*20mm
ISBN13
9788993632538

책 속으로

지난 두 해가 그로서는 국내에서 대사관 출입이나 하며 지낸 드물게 평화로운 시기였는데, 결국 또 근성이 발동한 것이다. 게다가 시리아라니! 나는 소꿉친구로서 이건 절대 말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근데 낼 떠난다고? 맙소사! 날 친구로 여기긴 하는 거야? 갑자기 걷잡을 수 없이 화가 치밀어 올랐다.
---「순례자는 강가에서 길을 떠난다 3」중에서

소년 골리앗의 장렬한 분신을 바라보는 다윗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 갔다. 수십 년 전 그 어떤 날 밤에도 야영하던 막사에 잠입한 한 소년이 활활 불타는 몸으로 그를 덮치려다 실패하고 혼자 숯덩이로 변해 가지 않았던가. 어째서 똑같은 광경이 지금 또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지 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
---「골리앗은 죽지 않는다」중에서

Z씨는 진료실에서 나와 간호사가 건네주는 처방전을 받아들고 병원 밖으로 나왔다. 골통은 여전히 전기침으로 찌르는 듯 쑤셔댔고, 거리는 바삐 다니는 행인들과 차량의 물결로 속절없이 붐벼댔다. 그는 간호사가 일러준 약국 이름이 좀 의아하게 생각되었으나 시킨 대로 병원 건물 지하로 내려가 약국 ‘쉼터’를 찾았다. ---「진통제」중에서

술은 왕왕 우리 안의 반역을 부른다. 꽁꽁 동여지거나 숨어 있던 내부의 정열을 자극하는 성향이 있는 술이 뜨겁기까지 하다면 그 정열은 불온한 충동을 수반할지도 모른다. 아, 그 일이 내게 일어났던가…….
---「오블리비온」중에서

“사모님, 다 됐싱게 어서 일어나시요이. 다른 손님 또 받아야 항게.” 그제야 정신이 든 그녀는 미안해하며 평상에서 내려와 목욕탕 중앙으로 나가다가 아주머니한테 맡겨둔 옷장 열쇠를 깜빡 잊고 온 것이 생각났다. 다시 때 미는 곳으로 가노라니 옆자리에서 일하는 동료에게 웃으며 얘기하는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놀러만 댕기는 사모님들은 우리거치 일하는 여자들 사정을 통 모른당게. 글씨 쓰는 취미 활동 겉은 거야 시간 다툴 일이 뭐 있간디.”
---「일의 개념」중에서

어느 토요일 오전, 그녀는 청소기를 돌리며 소파에 지극히 편안한 자세로 앉아 신문을 뒤적이는 남편을 보며 함 들어오던 그날을 떠올린다. 자칭 페미니스트인 그는 한 주 내내 직장 일에 시달린 아내가 주말에 청소기를 돌릴 때면 소파에서 다리를 번쩍번쩍 잘 들어 준다. 여전히 자기붕괴도 잘 하여 이따금 같이 칵 죽어 버리고 싶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와의 삶에는 시인 아버지도 벽안의 금발 지니도 수용하지 못했던 소통의 자유가 있다.
---「그녀의 선택」중에서

그러나 초월적 힘들은 또 한 번 은사를 베풀기로 했는지 그녀는 위세척도 없이 그 위기를 넘겼다. 아빠 없는 아이가 될 뻔했다가, 태어나지 못할 뻔했다가, 엄마 없는 아이가 될 뻔도 했던 딸은 명자 부부가 그 난리를 치는 동안 자 기 힘으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 엄청난 재앙의 위협들 앞에서 그 아이는 전적으로 무력했다. 파워리스Powerless! 아이는 요즘 세상에서 P세대로 불리기 이미 오래전부터 P세대였다.

---「우리 딸은 P세대」중에서

출판사 리뷰

현실계와 상상계를 넘나들고, 웃음과 슬픔이 교차하며,
감동과 교훈이 공존하는 문학의 진경이 펼쳐진다!

‘나’의 배꼽동무로 마약 퇴치 선교 사목을 하다 괴한의 총탄을 맞고 선종한 사제, 가족의 품을 떠나 광야로 나아가는 형, 화학전까지 우려되는 시리아 난민 지역 취재를 떠나는 외신기자. [순례자는 강가에서 길을 떠난다] 연작 세 편은 이처럼 자기를 버리고 세상과 하나가 되기 위해 결코 쉽지 않은 길을 택한 사람들을 이야기한다. 한때 이름난 거부였으나 재산에 대한 집착은 물론, 집착을 내려놓는 것에 대한 집착마저 버린 방온 거사의 삶을 유쾌하게 보여주는 [바늘귀의 비밀을 안 낙타] 역시 마찬가지. 고급스런 비단옷을 입은 한 젊은이가 방온 영감에게 나타나 “세상사가 다 허망하여 살고 싶은 마음이 없”다며 “거사님처럼 가진 재산을 다 버리고 나면 삶의 행복을 알게 될까요?”라고 묻자, “재산을 처리할 데가 마땅치 않으면 골치 썩힐 것 없이 나한테 찾아오라구. 이제 난 재산이 좀 있어도 행복할 것 같단 말씀이야”라고 답한다.

그런가 하면 골리앗이 다윗에게 어이없게 당하고 필리스티아 공동체마저 무참하게 도륙당한 뒤, 그 후손들이 다윗을 죽이기 위해 자신의 몸을 불사르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이야기인 [골리앗은 죽지 않았다]는 마치 오늘날 세계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극의 데자뷰를 보는 듯 전율을 느끼게 한다.

표제작 [진눈깨비]는 마치 비도 눈도 아닌 진눈깨비처럼, 사랑하지도 이별하지도 못하고 망설이는 두 연인의 미묘한 감정선을 드러낸다.

남자와 여자는 천지를 분간할 수 없이 무겁게 쏟아지는 진눈깨비를 바라보며 앉아 있다.
흐르는 강물과 만나는 순간 흔적 없이 사라질, 물도 얼음도 아닌 그것의 어지러운 춤사위에 붙들려 그들은 여전히 망설이고 있다. - [진눈깨비] 중

한편 해외여행을 포기할 수 없어 어머니 임종조차 지키지 않은 아들이 대신 어머니 유골 가루로 다이아몬드를 만들어 반지 속에 박아 넣는다는 [그대 곁에 영원히], 불면증으로 극심한 통증 때문에 신경정신과를 찾은 소설가 Z씨가 약으로 처방받은 만화책 덕분에 두통이 씻은 듯이 낫는다는 [진통제]는 기발한 발상이 돋보이는 작품들이다. 또한 “속이 희고 껌고”를 따지지 않고 일단 배고픈 자에게 밥 한 끼 차려주는 원산댁 이야기인 [식객], 귀머거리 시어머니와 선천성 농아 며느리의 첨예한 갈등과 공존을 그린 [전원교향악] 등에서 보여주는 인간관계와 풍경은 속 깊고 드넓기까지 하다.


[돼지효과에 대한 한 보고], [특사를 기다리는 사람들], [해부학적 처녀] 등
사회 비판과 기발한 세태 풍자에 절로 웃음!

작가는 우리가 미처 의식하지 못하고 있거나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현실을 새롭게 일깨우기도 한다. 중국 장시성에서 발병한 돼지 전염병이 일으킨 일파만파의 사건들을 몽타주 기법으로 보여준 [돼지효과에 대한 한 보고], 그림 위작의 진실을 코믹하게 그린 [특사를 기다리는 사람들], 결혼상담소에서 소개받은 남자와의 사랑을 위해 속칭 ‘이쁜이 수술’을 받은 한 여자의 비애를 그린 [해부학적 처녀], ‘맹자어미상’, ‘석봉어미상’, ‘율곡어미상’을 통해 우리 시대 광적인 교육열을 풍자한 [현모열전],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같은 끔찍한 대재앙으로도 덮어 버릴 수 없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보여준 [오징어와 공생공사하는 세 가지 방법] 등이 그것이다.

그런가 하면 이 작품집에는 작가의 삶의 편린들을 엿볼 수 있는 자전적 소설도 여러 편 실려 있다. 그녀는 자신이 유학 와 있는 주립대학 교수로 금발에 푸른 눈을 한 장신의 미남 대신 밥 잘 먹고 자칭 ‘페미니스트’인 지금의 남편을 선택한다. 그에게는 “시인 아버지도 금발 지니도 수용하지 못했던 소통의 자유”가 있기 때문이다([그녀의 선택]).

한편 [포물선이거나 원이거나 혹은]에는 작가의 고단한 병력이 드러나 있다. 아버지와 두 오빠가 모두 치른 폐결핵부터 “게릴라 기습처럼 느닷없이” 닥쳐 “귀 후두부를 전기침처럼 쑤셔대고 전기톱처럼 저며 대는” 3차신경통, 몇 년 전부터는 “다발성 근염이라는 난치성 희귀질환”까지 맞게 된 것. 그러나 작가는 어느 날 ‘태양계의 실제 움직임’이라는 영상을 보고 불현듯 깨닫는다. “아, 내가 어디론가 소용돌이치며 나아가고 있구나. 그래서 이리 몸살을 하는구나. 질병도 존재의 운동이구나. 내 존재를 평면도가 아닌 입체도로 조망하면 그렇겠구나. 나는 이제껏 인생을 오르고 내리는 포물선이거나 돌고 도는 순환의 원으로 파악했었는데, 이렇게 소용돌이치며 나아가는 세계가 있구나.”

《진눈깨비》는 우리 시대 미니픽션의 운명, 나아가 서사 장르의 운명을
측정해 볼 수 있는 하나의 시금석!

이처럼 구자명의 《진눈깨비》에는 짧지만 인생에 깊은 통찰과 여운을 주는 작품들이 각기 다른 빛깔과 형태로 우리를 매혹한다. 이경재 숭실대 교수는 “미니픽션도 ‘미니’픽션인 동시에 어디까지나 미니‘픽션’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본래의 소설이 가진 문학적 감동과 지적·윤리적 성찰의 장을 제공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미니픽션은 그와 유사한 SNS 등의 소통 매체가 널리 퍼진 오늘날 그 존재 의의를 얻기 힘들 것”이라며 “이러한 맥락에서 때로는 차분하게 때로는 진중하게 삶의 진실을 천의 얼굴로 전달하고 있는 구자명의 《진눈깨비》는 우리 시대 미니픽션의 운명, 나아가 서사 장르의 운명을 측정해 볼 수 있는 하나의 시금석”이라고 말한다.

추천평

소설집 《진눈깨비》는 담백하면서도 은은한 향기를 지닌 나무들로 울창한 숲이다. 우람하지 않지만 기품이 있는 나무, 휘었지만 뒤틀리지 않은 나무, 상처 입었지만 울지 않는 나무, 윤기 나지만 알아주기를 바라지 않는 나무. 구자명의 소설을 읽는 일은 그런 나무들 사이를 걷는 일이다. 현란한 언어를 끝내 경계하는 작가는 숲을 나서는 우리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네 시간을 이기거라.’ 이야기들은 짧지만 울림은 길고도 깊다. 우리는 어떻게 우리의 시간을 이길 수 있을까.
- 방현석 (소설가·중앙대 교수)

이 작품집을 정독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종횡무진(縱橫無盡)’이다. 작품의 주제의식이나 형식미학, 나아가 장르 등이 그야말로 종과 횡의 한계를 무한히 넘어서며 다채로움의 끝을 보여주고 있다. 때로는 차분하게 때로는 진중하게 삶의 진실을 천의 얼굴로 전달하고 있는 구자명의 《진눈깨비》는 우리 시대 미니픽션의 운명, 나아가 서사 장르의 운명을 측정해 볼 수 있는 하나의 시금석이라고 보아도 큰 무리가 아닐 것이다.
이경재 (문학평론가·숭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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