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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nana Yoshimoto,よしもと ばなな,吉本 眞秀子,본명:요시모토 마호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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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윤선(yunseon@yes24.com)
전세계 30여 국에 번역 출간되어 2백만 부가 넘게 판매된 『키친』 이후 『도마뱀』, 『하치의 마지막 연인』, 『허니문』, 『암리타』 등으로 가장 주목 받는 일본의 젊은 작가 중 한 사람이 된 요시모토 바나나는 우리 나라에서도 하루키와 더불어 가장 많은 애독자를 가진 일본 작가이다. 국제적인 감각을 지향하고자 `바나나'라는 성별 불명, 국적 불명의 필명을 사용하는 그의 글은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다.
이번에 새로 나온 요시모토 바나나의 『하드보일드 · 하드 럭』은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바나나 특유의 분위기를 새록새록 느낄 수 있는 소설이다. 화가 요시모토 나라가 그린 표지를 포함한 총 4장의 삽화는 현실적이면서도 기묘하고 환상적인 바나나의 글과 많이 닮아 있다. 『하드보일드 · 하드 럭』은 외진 산골 마을을 여행하다가 사당을 발견하고 꿈속에서 화재로 죽은 옛 여자친구를 만나게 되는 <하드보일드(Hard-boiled)>, 결혼을 앞두고 뇌사 상태에 빠진 언니의 곁을 지키다가 언니 약혼자의 형과 사랑에 빠지게 되는 <하드 럭(Hard luck)> 등 죽음을 소재로 한 두 편의 중편 소설로 이루어져 있다. 두 편 모두 사랑하는 이가 죽고 난 뒤 맞닥뜨리게 된 상실의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죽음은 바나나의 소설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소재이다. 삶에서 만나는 타인의 죽음을 통해 그 삶이 더욱 소중해진다. 그러나 결코 그 죽음의 엄숙함에 눌려 있지는 않는다. 바나나는 죽음이라는 슬픔 앞에서 눈물만 흘릴 것이 아니라 “어떤 일이 있어도, 보란 듯이 뽐내면서” 하드보일드하게 살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하드 럭>은 사랑하는 언니의 죽음이라는 큰 불행을 맞이한 순간 `살아 있는 나'는 사랑이라는 행운을 만나게 되는 이야기다. `나'에게 언니와 함께 했던 시간들은 더없이 소중하고 그립지만 이제 언니는 세상을 떠났고 `나'는 세상에 남아 있다. 그리고 다시 유학을 갈 준비를 하고 사랑을 하게 되었다.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순간이다. 타인의 죽음이라는 <불운-혹은 힘겨운 행운- Hard luck>을 통과하면서 죽음을 경험한 살아 있는 사람들은 죽은 사람에 대한 추억과 그의 빈자리를 껴안고 <하드보일드 Hard-boilded>하게 살아야 하는 것이다. 인생에는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사람들은 자기가 상대방에게 싫증이 났기 때문에, 혹은 자기 의지로, 혹은 상대방의 의지로 헤어졌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사실은 다르다. 계절이 바뀌듯, 만남의 시기가 끝나는 것이다. 그저 그뿐이다. 그것은 인간의 의지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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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든 지금밖에 보고 있지 않은데, 시가느이 흐름은 왜 이렇듯 슬픈 것일까. 꿈도 잘 꾸고 반하기도 잘하는 언니에게 억지로 이끌려, 한밤에 언니의 첫사랑 남자의 집 창문을 보러 가곤 했다. 둘이서 워크맨의 이어폰을 서로의 한쪽 귀에만 꽂고, 그때 좋아하는 곳을 몇 번이고 되풀이해 들으면서 밤길을 걸었다. 언니가 좋아하는 그에게는 관심이 없어도, 언니가 좋아하는 사람이 사는 아파트 밑에 서서, 불 켜진 창을 바라보는 것은 가슴 찡한 일이었다. 별이 줄곧 우리 머리 위에 있었다. 음악을 들으면서 걸으면, 아스팔트가 가까이 보였다. 자동차의 헤드라이트도 아름답게 보였다. 어렸는데도, 남자들이 농을 걸기도 하고 치한을 만날 뻔하기도 하고, 스릴이 있었다.그래도 둘이서 걸으면, 무서울 것이 없었다.
--- pp.103-1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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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는 견딜 수 없음 뿐만이 아니고, 마냥 농도짙은 시간도 주었다. 그렇게 생각했다. 이 세계에서는, 좋은 시간이 백 배 더 좋아진다. 그 빛을 잡지 못하면, 견딜 수 없음만이 배가된다. 하루하루가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전쟁이었다. 머리가 멍한 상태에서 언니를 보내고 싶지 않았다.
--- pp.119-1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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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자기가 상대방에게 싫증이 났기 때문에, 혹은 자기 의지로, 또 혹은 상대방의 의지로 헤어졌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사실은 다르다. 계절이 바뀌듯, 만남의 시기가 끝나는 것이다. 그저 그뿐이다. 그것은 인간의 의지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니까 뒤집어 말하면, 마지막이 오는 그날까지 재미있게 지내는 것도 가능하다.'
--- p.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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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죽음은 마치 시간의 꼬리가 뚝 잘려나간 듯한 충격으로 살아 있는 사람에게 다가오지만, 살아 있는 사람에게 시간이란 영원히 멈추지 않는 법이지요. 잘려나가 절대로 이어지지 않을 것만 같았던 시간이, 죽음을 껴안고 다시금 천천히 움직이고 이어져, 삶의 톱니바퀴가 기운찬 소리를 내며 맞물렸을 때, 죽음은 잊혀진 것이 아니라 삶을 풍성하게 살찌우는 체험으로 탈바꿈하고, 충격과 아픔과 아쉬움과 죄의식의 상처는 소리 없이 아물어 삶의 힘이 되어줍니다.
--- pp.139-1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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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에서 빛으로, 겨울에서 여름으로 상실의 아픔에서 生을 이어갈 힘을 이끌어내는, 슬프고도 따사로운 이야기 두 편. 실제로 사랑하는 이를 잃고서 쓴 요시모토 바나나의 신작 소설.
■ 죽음에 관한 두 개의 변주 요시모토 바나나의 최신작『하드보일드ㆍ하드 럭』은 죽음을 소재로 한 2편의 중편소설,『하드보일드』와『하드 럭』이 담겨 있다. 이 두 작품은 모두 요시모토 바나나가 실제로 가까운 이의 죽음으로 겪고 그때의 상황과 아픔을 반추하며 단기간에 쓴 글이다. 그는 그 아픈 경험을 가지고, 흔히 그렇듯 단순한 회한에 빠져들지 않고, 힘겨운 상실의 고통을 삶에 대한 새로운 희망의 빛으로 바꾸는 긍정적인, 그래서 힘이 있는 두 편의 따사로운 이야기로 만들어냈다. 어느 날 영원히 잃어버린 그녀와 마주하게 된 여행중의 기이한 하룻밤 이야기『하드보일드』. 결혼을 앞두고 과로로 쓰러진 언니를 영원히 떠나보내게 되기까지의 이야기『하드 럭』. 이 두 편의 소설은 모두 어느 순간 다가온 사랑하는 이의 죽음으로 겪게 된 시린 아픔을 특유의 담담하면서도 시적인 문체로 애잔하게 그리고 있다. 그리고 그 아픔을 삶의 또 하나의 소중한 부분으로 녹여내는 과정으로써 묘사함하여, 사람이란 참으로 약하면서도 강한 존재이고, 삶이란 눈물나게 아름다운 순간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보여준다.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미술가인 요시토모 나라(奈良美智)가 이 작품을 읽고 그린 네 컷의 그림이 포함되어 작품의 분위기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하드보일드Hard-boiled』, 상실을 감싸 안는 따뜻한 이해의 꿈 나는 그 어느 곳도 아닌 곳에 와버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제 어디로도 돌아갈 수 없을 듯한 기분이었다. 그 길은 어디와도 이어져 있지 않고, 이 여행에 끝은 없고, 아침은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것만 같았다. 홀로 여행을 하던 주인공 <나>는 어느 날 밤, 갑자기 시간이 멈춘 듯 기이한 일을 반복해서 겪게 된다. 그리고 몇 년 전에 드라이브를 갔다가, 산길에서 영원히 헤어진 그녀, <어찌해야 좋을지 모를 기억으로 내 안에 유보된 채 남아 있던> 그녀, 치즈루가 떠오르기 시작한다. 그 무렵에는 나 자신의 의식마저 모호했다. 나는 상처 입어 미묘하게 지쳐 있었고, 아직 어린애였다. 창밖에는 늘 구름이 끼어 있었던 것 같다. 아니, 구름만 낀 것이 아니라, 그 해에는 안개가 유난히 많았다. 늘, 창밖은 탁한 회색이었다. <여자가 생겨 오래도록 집을 비웠던 아버지가 나에게만 비밀리에 유산을 남기고 죽었다. 그리고 엄마는 그 쥐꼬리만한 유산이 탐이나 온갖 수단을 다 썼고, 급기야 나의 인감과 통장을 훔쳐 도망가 버리고 말았다.> 친엄마는 아니었지만 같은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여 내게 존재의 이유가 되어주던 엄마. 그녀의 갑작스런 배신은 내게 복수심을 불러일으켜 결국 엄마가 도망가 살고 있던 집에 들어가 통장을 훔쳐내고 만다. 유산의 딱 절반을 떼어 우편으로 부치는 순간, 이제 이 세상에서 <영원히 혼자가 돼버린 나>를 치즈루가 함께 살자고 하여 동거를 시작했다. 그러나 그녀는 나를 사랑했지만, 그녀 안의 어둡고 쓸쓸한 부분을 알게 될수록 사랑할 자신이 없어진 나는 곧 독립을 결심한다. <어떤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일이, 다른 어떤 사람에게는 죽음과 똑같을 만큼 괴로울 수도 있다>는 걸 몰랐기에, 드라이브하러 나간 산길에서 나는 그녀를 내려주고 떠나온다. 그게 영원한 이별이 될 줄 모른 채. 그렇게 헤어진 후 한 달쯤 지나 안정되자 걸어본 전화에서, 그녀는 내게 이렇게 말한다. <넌 정말 운이 강해. 그래서 좀 남다른 인생을 보내게 될 거야. 하지만 자기를 질책하면 안 돼. 하드보일드하게 사는 거야. 어떤 일이 있어도.> 그러나 그때 이미, 나를 사랑했고 이 세상에서 그 누구보다 외로웠던 존재인 그녀는 화재로 죽어버린 상태였다. <나는 울지 못했다. 지금도, 제대로 울지 못하고 있다.> 이 밤, 외로운 여행지에서 그때의 추억과 꿈이 뒤섞여 끊임없이 떠오르고, 마침내 나는 꿈속에서 치즈루를 마주하게 된다. 나를 원망하던 모습에서부터 따뜻한 시선으로 모든 걸 이해하는 모습까지. 그리고 그 악몽 같기도 하고 천국 같기도 했던 기나긴 하룻밤이 끝나고 새로운 아침이 시작된다. 사람들은, 자기가 상대방에게 싫증이 났기 때문에, 혹은 자기 의지로, 또 혹은 상대방의 의지로 헤어졌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사실은 다르다. 계절이 바뀌듯, 만남의 시기가 끝나는 것이다. 그저 그뿐이다. 그것은 인간의 의지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니까, 뒤집어 말하면, 마지막이 오는 그날까지 재미있게 지내는 것도 가능하다. ■『하드 럭Hard Luck』, 불행 속의 행복, 혹은 힘겨운 행운 결혼으로 퇴직하게 되어 인수인계 작업으로 매일 철야를 하던 언니는 갑자기 쓰러져 혼수상태가 된 후 하루하루 죽어가고 있다. 식물인간이 되면 몇 년이 되든 살려두겠다는 엄마의 마지막 바람마저 불가능해진 채. 약혼자는 파혼하고서 도망쳐 버리고 가족들은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찾아보려 발버둥치지만 모두 허사이다. 기적마저 바랄 수 없다. 이젠 인공호흡기를 뗄 날만 기다릴 뿐. 폭풍 같던 고통의 기간이 한바탕 지나간 후, 이제는 언니를 떠나보낼 준비를 한다. 시시때때로 덥쳐오는 슬픔과 아픔 속에, 언니와 함께했던 모든 추억들, 언니가 쓰던 작은 물건들 하나하나가 더없는 의미를 지니고 내게로 다가온다. 그리고 어느 순간, 시간의 농도가 짙어지고 삶의 작은 부분, 주위의 작은 애정에도 감사하게 된다. 언니의 죽음은 불행과 행운을 함께 가져다준 것이다. 함께 있는 사람들, 흐르는 순간, 작은 추억마저도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일러준 것이다. 아픔으로 가슴 한 켠에 영원히 남아 있지만 그 아픔을 안고 미래로 나아가게 하는 힘을 주는 것이다. 살아 있는 사람에게 사랑하는 이의 죽음은 그런 것이고, 또 그래야만 산 사람들은 계속 생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이리라. 생각도, 희망도, 기적도 없이, 언니가 이제 세상을 떠나려 한다. 의식도 없이, 몸은 따뜻한데, 모두에게 시간을 주고서. 그 시간 속에서, 나는 조그맣게 웃었다. ■ 절묘한 필치로 그려내는 삶의 통과제의 요시모토 바나나 소설이 젊은 세대들을 사로잡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픔을 아픔으로 인정하고 그로부터 성숙해 나가는 주인공을 보여주되, 어디까지나 가르치려들거나 강요하는 법 없이 어느 순간 보면 그의 목소리에, 그의 의견에 가랑비에 옷이 젖듯 살며시 젖어들도록 독자를 사로잡는 그의 뛰어난 묘사력에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하드보일드 하드 럭』은 그런 그의 능력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일 것이다. 『하드보일드』는 사랑을 하는 법도, 사랑을 주는 법도 모르던 철모르던 시절, 뜻하지 않게 영원히 헤어진 사람에 대한 마지막 초혼(招魂)의 노래이자, 아픔으로 유보된 채 남아 있던 기억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갈무리하고 서로간에 따뜻한 이해를 주고받는 꿈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하드 럭』은 사랑하는 언니의 죽음이라는 불행 속에 내가 마주한 힘겨운 행운을 그리고 있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이란 고통과 회한만을 남기는 것이 아니다. 죄스러울 때도 없지 않지만, 남은 생을 더 열심히 살아가도록 열심히 도움닫기를 하도록 이끌기도 한다. 그리고 이 책을 펼친 독자는 이 두 이야기에 어느새 빠져들어 그 아픔과 후회, 미안함과 고마움, 또한 새로운 희망마저 주인공과 함께하게 된다. 그리고 이야기가 모두 끝나고 나면,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숨어 있던 아픔마저 가라앉아 있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일종의 삶에서의 통과제의라 할 수 있고 요시모토 바나나는 그 누구보다 능수능란한 솜씨로 그 과정으로 독자 모두를 이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