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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도시, 반 농촌의 삶 part1 봄, 모든 촉들의 이름은 애련 희우(喜雨) 춘설(春雪) 풍경이 전하는 말 가장 길고 위험한 여행 그리고 연두 묵 맛 창으로 볼 수 있는 모든 것들 몸 노을도 사라지고 기차도 떠났을 풀빛 온기 빛의 속도로 차오르다 평화, 옴 샨티 통과하는 순간이 가장 힘들다 새벽 3시 상처받을 수 있는 능력에 감사 욕망과 연애편지 민들레다방 봄을 설명하는 일은 턱없다 시간도 청춘도 흘러가니 귀하다 어떤 바람도 이 봄엔 무죄 꽃을 깨우기엔 이른 시간이다 눈 속에서 피어나는 얼레지 단편들 혹한을 이긴 황태 모든 촉의 이름은 애련 나물로드 자연에 순응하는 생활 그건 영혼이 없어 가문비나무 숲 두릅장아찌 무덤가 노란 봄 젬마의 엽서 난장 일기 부처님 오신 날 5월이 가고 6월이 몸의 어느 부위에도 고통이 없는 상태가 피안 꽃인가 잡초인가 나무도 자살을 할까 메이드 인 대관령 나는 누구 나물을 뜯으며 느끼는 뿌듯함 자연에 집중하는 시간 산딸기의 계절 그땐 그랬지 part2 여름, 편지는 내일쯤 도착할 것이다 바람이 하는 일 비갠 아침 명자 언니 망초꽃 길 내게로 돌아가는 시간 지금 따뜻한 빛의 영혼 여름축제와 산상 휴가 하안거 딸이 있다 숲의 요정 자발적 유배 친구, 끝까지 함께 걸어 줄 사람 우정을 지키는 법 그리운 것은 바다 루드베키아 기억 저편 서른 살 선택 느리게 지나가는 오후 모노드라마 달마중 바람, 통(通) 편지는 내일쯤 도착할 것이다 원화와 작화 쓸쓸이 사랑이 달콤한 공기처럼 번져갈 때 흐르고 싶지 않아도 흘러야 하는 멧돼지를 만나다 피안과 차안 아빠, 힘내세요 바람의 노래 10년 후 블루 또 다른 블루 레드 비밀정원 part3 가을, 끝물 과일향기 같은 횡계리(橫溪里) 갈 수 없으니까 간다 봄에게서 가을에게로 추분(秋分) ‘밥’이란 말 참 좋다 아주 가끔 호저의 딜레마 대관령 소인이 찍힌 기억, 밥 냄새처럼 잠시 머물다 사라지면 좋겠다 귀촉도와 소풍 갖지 않을 권리 살 것 같은 마음 산문 밖에서 기다리는 11월 구절초와 야국 낮과 밤 그래서 자유롭다 복통 후 평화 아름다운 퇴장 끝물을 재촉하는 바람 전화기를 두고 왔다 커피콩 향기 안반덕, 그 낯선 원시 단풍과 햇살 그리고 무덤 part4 겨울, 순백의 쓸쓸한 폐허 어떤 기억 겨울 왜 쓰는가 스키시즌 끝이 있다는 건 참 슬퍼 영혼을 베이는 달 백(白) 생명 이팝꽃 닮은 눈송이 행복한 날은 아직 오지 않은 미래 겨울, 진부장 소묘 평창군 오일장 빛과 그늘 동안거의 축복 잘 늙고 있느냐 물었다 불면 고요 아침 침묵 눈, 낮달의 유혹 겨울을 견뎌야 하는 것이 인생이라서 나는 내가 아니고 싶었던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고양이에게 침묵은 자신에게 바치는 가장 완전한 선물 초대장 이 의자에서 저 의자로 옮겨 앉다 실패를 통해 명확해지는 것 폭설과 대설 겨울의 끝 part5 사랑, 그 미완의 문장들 아침에 도착한 편지 모든 역이 꽃 역 그런 나라가 있을까 꽃의 말을 받아적다 내가 천만 배는 더 아프겠다는 욕망과 독이 필요해 행복하지 않으면 멈춰야 해 버럭 하지 않고 나무의 영혼들 그도 서럽고 나도 서러운 장마 울고 나면 따듯해져 시간은 저물면서 사라진다 나는 차오른다 사는 동안 그립지 않은 날 있을까 반 너라는 문장 이 차가운 온도도 사랑 그늘 우주, 그리고 사랑의 힘 노부부의 일상 늙는다는 건 고마운 일이다 잘 가세요. 부디 꽃이 피는데 네가 없구나 너를 부르지 않고 내가 가겠다 입술이 간지럽다 그분이 시킨 일 안부 어느 날의 고백 참 다행이다 숫타니파타와 명심보감 빨래는 나를 세탁해 세월호, 그 슬픈 폐허 눈의 사막 자각 part6 너에게 간다는 말 시차 영화 위플래쉬 꽃이 피니 울어도 된다 말해주면 좋겠다 만추 근처 결혼과 이혼 아직도 유효한지 사랑은 멈추지 않는 것이다 꿈에 아름다운 식사 차부 행복이란 성공과 행복 망고 향기로 그대를 부르고 싶다 마법 같은 비 인류의 멸망과 동시에 사라질 그것 당신 입에 떠 넣어 주던 한술 밥 같은 거 내 두 팔이 너를 갈망할 때 그냥 그대로 두라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들 대나무 숲에 깃든 햇살처럼 사랑, 치욕스러운 감옥 내게 사과했다 기별 마음은 천 개의 눈을 가졌지만 꽃잎에도 베이는 마음 잘 지내는지 당신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용기 길 우울한 봄날의 실렌시오 강물처럼 흘러가자는 말 홍연(紅緣) 대관령이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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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시(詩)와 산문(散文)과 아포리즘(aphorism)이 혼합된 글이다. 어떤 문장은 농축액이지만 어떤 문장은 자연 그대로 날 것이다. 이를테면, 눈(雪)의 암호나 바람의 노래를 받아 적은 혼잣말 같은 거다.수년간 SNS에 [세계여행이야기]와 [대관령 통신]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써왔는데 그 중 대관령 통신은 꽤 많은 독자들이 지속적인 관심을 보였다. 이 글은 내가 도시 메인 하우스를 떠나 강원도 대관령에 머물며 쓴 글인데 변화무상한 기후와 스치는 심상을 단문으로 엮었다. 그간 계절이 여러 번 바뀐 만큼 글도 조금은 낡았으리라.
이것은 귀농 일기가 아니다. 사정상 반 도시 반 농촌 생활을 하며 여행하고 글 쓰는 사람으로써의 대관령의 이국적인 자연과 삶을 기록한 글로 앞부분에는 사계를 다뤘고 뒤에는 연가(戀歌)로 채웠다.거친 자연과 더불어 살아야 하는 시골 생활은 느리고 불편하다. 바꾸어 말하자면 자연은 욕심을 내려놓고 불편을 즐길 줄 아는 사람만이 그에 상응하는 혜택을 허락한다. 그러므로 대관령의 자연은 여행 좋아하고 글쓰기 좋아하는 나에겐 일종의 사색학교인 셈이다. 나의 경우, 주생활은 도시에서 하고, 정작 대관령에 머무는 시간은 3분의 1이 채 안 된다. 그리 긴 시간이 아니어서 이곳에서의 시간들은 소중할 수밖에 없다. 그간 많은 나라의 도시와 오지를 탐험했지만 이렇게 자주 하늘을 올려다보고 별과 숲과 바람과 직접 채취한 자연식품을 즐기며 자연인으로 살지는 못했다. 도시에 머물 땐 매일이 월요일인데 이 골짜기에선 매일이 일요일이다. 지인들은 말한다. 도시에 일터와 메인 하우스가 있고 시골에 세컨 하우스를 두고 사는 이런 생활방식이야말로 현대인들이 바라는 이상적인 삶이라고. 조금은 부러움이 담긴 인사성 멘트에 동조한 적은 없지만, 대관령을 제2 거주지로 삼은 지도 10년이 넘었으니 그간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에 이른 것이라 만족도를 물으면 그냥 웃겠다. 여행과 휴식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내게 이곳 생활은 숫자로 가늠하기 어려운 가치 그 이상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1년을 통해 사계절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하루에도 몇 번씩 계절의 변화를 체감하는 이곳에서 한때는 꿈의 텃밭도 일궜지만 지금은 하지 않는다. 먹을 가족도 없고 경험이 부족한 내가 상주하지 않으니 텃밭농사의 구속을 자처할 이유가 없다. 수산물이 필요하면 강릉이나 주문진으로 달려가고 농산물이 필요하면 봉평과 진부장이 지근에 있어 아쉬울 게 없다. 주변이 온통 산과 계곡이니 겨울 한 철을 제외하면 딱히 농사를 짓지 않아도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많다는 건 복이다. 나는 시를 쓰지만 한 때는 문장가가 되고 싶었다. 시간과 길이 내게 가르친 건 가볍고 단순한 삶이다. 세상에 옷은 널려있지만 자신에게 딱 맞는 옷은 드물다. 나는 수년을 아끼고 애용해 내 몸에 딱 맞는 옷 하나가 대관령에서 보내는 시간이란 걸 의심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