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Haruki Murakami,むらかみ はるき,村上春樹
무라카미 하루키의 다른 상품
김난주의 다른 상품
|
태풍이 훑고 지나간 다음의 하늘은 한없이 푸르르고,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웅덩이에는 하얀 구름의 그림자가 또렷이 비쳐 있다. 포도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도매상 비슷한 가게 앞을 지나가려니,싱싱하고 시큼한 포도 향내가 코를 찌른다. 그 가게에서 나는 포도를 한 봉지 샀다. 그리고 필립 k 디크를 읽으며 한알도 남기지 않고 다먹어 치웠다. 덕분에 내가 소장하고 있는<화성의 타임 슬립>에는 도처에 포도물이 얼룩져 있다.
--- p.52 |
|
다리 한가운데 서서 난간에 기대어 남쪽 방향을 바라다보았더니, 바다가 햇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났다. 하도 눈이 부셔 나도 모르게 눈을 찡그렸다. '따끈따끈한'이란 형용사가 딱 어울린다. 마치 마음이 느긋하게 풀어져 버릴 것 같이 기분 좋은 봄날 오후였다. 사방을 돌아보니, 모든 것이 지표에서 이삼 센티미터쯤 둥실 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한숨을 돌리며 땀을 닦은 다음, 강변의 잔디에 누워 하늘을 바라다 보았다.
힘껏 달렸잖아, 잠시 쉬어도 괜찮겠지 하면서 말이다. 머리 위로는 흰 구름이 꼼짝않고 한 군데에 머물러 있는 것 같은데, 눈 앞에 손가락을 세워 재어 보니, 조금씩 조금씩 동쪽을 향해 이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머리 밑에 밴 생물 교과서에서도 역시 봄 냄새가 났다. --- pp. 61-6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