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김석희의 다른 상품
|
돈을 벌어다주는 남편은 집안에서 가장 존경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 가족 모두를 위해. 남편에게 성적인 자신감을 안겨주지 않으면 안 된다. 사적인 자리에서든 공적인 자리에서든, 남편 외의 남자에게는 어떠한 성적 관심도 보여서는 안 된다. 남편이 너보다 젊고 아름답고 사회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여자를 공공연히 칭찬하고, 기회가 있으면 그 여자와 육체관계를 갖고, 그런 행동으로 너를 멸시해도, 모른 척하지 않으면 안 된다. 가족 모두를 위해. 남편이 하고 있는 일이 아무리 부도덕한 짓일지라도, 남편을 정신적으로 떠받쳐주지 않으면 안 된다. 결혼의 인연을 위해, 모든 점에서 남편보다 열등한 척하지 않으면 안 된다. 가족 모두를 위해. 넉넉할 때나 궁핍할 때나, 행복할 때나 불행할 때나, 남편을 사랑하고, 남편에 대한 절개가 흔들리면 안 된다. 가족 모두를 위해.
--- 루스가 암송하는 ‘현모양처의 기도’ 중에서 “바깥세상에는 여러 가지 일이 있고, 자극도 많아. 우리도 지금과는 다른 여자가 될 수 있을지 몰라. 우리도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거야. 우리 두 사람의 능력, 그리고 우리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여자들의 능력을 한데 모아서 무언가 할 수 있을 거라고. 집안에 틀어박혀 허드렛일에 쫓기고 있는 주부라든가, 사실은 원치 않았던 생활에 애정이나 의무감 때문에 꼼짝없이 갇혀버린 여자라든가, 먹고살기 위해 싫은 일을 억지로 하느라 산송장이 되어버린 여자라든가, 여러 부류의 여자들이 있지. 그들의 능력을 한데 모아서 자극적인 사업의 세계로 뛰쳐나가는 거야. 돈벌이의 세계로! 그리고 세상 여자들한테로…….” “그런 세계는 전혀 재미없을 것 같은데…….” “그건 여자들을 그 세계에 들여보내지 않으려고 남성들이 꾸며낸 거짓말이야. 남성들이 여자에게 문을 닫아버린 세계는 권력의 세계이기도 해. 판사나 성직자나 의사처럼 여자들한테 이것저것 지시 내리고 여자의 사고방식까지 지시하는 사람들의 세계라고. 멋진 세계야. 아이디어와 능력이 손을 잡으면 얼마나 자극적인지 몰라!” --- 본문 중에서 |
|
1998년 웹진 <페미니스타>가 선정한 ‘20세기 여성작가 소설 100선’ 중 하나.
영국의 페미니즘 작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 ‘페니 웰던’의 대표작. 여성을 성적 가치로 바라보는 사회에 던지는 신랄한 풍자 ! 통속적인 주제를 고급스러운 문체와 문학성으로 승화시키다 ! ‘도리스 레싱’이 페미니즘 문학의 기수라면, ‘페이 웰던’은 페미니즘 문학의 전사이다. 내가 남편의 유일한 여자일 것이라고 믿진 마라. 나중에 누군가 남편의 화장터에 나타나 눈물을 펑펑 쏟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페이 웰던 세계적인 페미니즘 작가이자 영미권 베스트셀러 작가 페이 웰던의 대표작〈에덴의 악녀〉가 번역, 출간되었다. 부커상 후보에도 여러 차례 오르고 영국 내 주요 문학상도 거머쥔 페이 웰던이 1983년 발표한 이 소설은 1998년 웹진〈페미니스타〉가 선정한 ‘20세기 여성작가 소설 100선’에 뽑혔다. ‘불륜과 배신’ 그리고 ‘복수’라는 지극히 통속적인 주제를 고급스럽고 명쾌한 문체에 실어 오락성과 문학성을 모두 갖춘 이 소설은 페이 웰던이라는 이름을 세상에 널리 알린 동시에 그녀의 문학적 주제가 선명하게 드러난 작품이다. 볼품없는 외모로 인해 남편에게 버림받은 조강지처가 남편과 그의 정부에게 처절한 복수를 꿈꾸는 줄거리의 이 소설은, 너나 할 것 없이 ‘섹시함’을 추구하며 인간을 성적 가치로 자리매김하는 극단적인 외모 지상주의가 넘실대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 결코 가볍지 않은 의미를 줄 것이다. 1980년대 쓴 이 소설이 20여 년이 지난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유효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이 재미있듯이, 또는 메리 셸리의『프랑켄슈타인』이나 찰스 디킨스의 소설들이 명작이듯이, 이 소설도 사회 비판적인 진지한 주제를 통속적인 줄거리에 실어 흥미진진하게 표현한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1986년 BBC TV 드라마 “페미니즘 문학의 걸작” ‘어머니’와 ‘아내’와 ‘며느리’라는 껍데기를 미련없이 훌훌 벗어 던지고, 남편의 말 그대로 ‘악녀’의 삶을 시작한 루스는 직업적인 능력을 배양하면서 복수를 위한 은밀한 계략을 꾸밈과 동시에, 양육과 생계를 혼자 책임져야 하는 빈곤층 여성들을 위한 직업소개소를 차려 이들의 자립을 돕는다. 그리고 오랜 시간에 걸쳐 변신해가는데, 이 와중에 판사와 성직자와 의사를 희생양으로 삼음으로써, 법제도와 종교, 성형의학 등 여성을 억압하고 조종하는 대표적인 사회 권력기제들을 풍자하고 조롱한다. 교묘한 함정을 파 남편과 그의 정부를 파멸시킨 뒤, 전례 없는 위험한 전신 성형수술에 키를 줄이려고 다리 절단까지 감행하는 루스의 잔혹함에는 전율마저 느껴진다. 하지만 이 작품을 불행한 여인의 잔인한 복수극이라고만 단정해버리는 것은 너무 단순한 생각이다. 조강지처를 버린 남편과 그 정부에 대한 복수가 소설의 뼈대이긴 하지만, 이 작품의 살과 피는 이런 복수극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사회적 환경에 대한 작가의 통찰과 비판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이 처음 발표되었을 때 문단과 언론에서 “페미니즘 문학의 걸작”이라고 높이 평가한 이유도 거기에 있을 것이다. 리얼리티의 유무 여부를 넘어, 오늘날 성 자본주의와 남성적 권력구조 앞에서 아직 약자로 남아 있을 수밖에 없는 여성들에게 이런 상상의 반란은 적지 않은 위안과 쾌감을 선사할 것이다. 소설 외에도 오랜 세월 다양한 드라마 극본을 써온 작가의 경력답게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문체, 빠른 이야기 전개, 인간 내면에 대한 날카로운 심리묘사와 풍자, 마지막 순간의 뜻밖의 반전은 분명 독자들을 매료시킬 것이다. 놀랍고 충격적이지만, 어느 순간 공감하고 몰입하게 만드는 강력한 흡인력을 가진 작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