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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사신
20세기의 악몽과 온몸으로 싸운 화가들
창비 2002.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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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top100 3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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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 소개 2

徐京植

1951년 일본 교토에서 재일조선인 2세로 태어났다. 와세다대학 불문과를 졸업하고 1971년 ‘재일교포 유학생 간첩단 사건’으로 구속된 형 서승, 서준식의 구명과 한국의 민주화를 위한 운동을 펼쳤다. 이때의 체험과 사유는 이후 저술과 강연, 사회 운동으로 이어졌다. 성장기의 독서 편력과 사색을 담은 『소년의 눈물』로 1995년 ‘일본에세이스트클럽상’을, 『시대의 증언자 쁘리모 레비를 찾아서』로 2000년 ‘마르코폴로상’을 받았고, 2012년에는 민주주의와 소수자 인권 신장에 기여한 공로로 ‘후광 김대중학술상’을 수상했다. 1992년 한국에 번역 출간되면서 많은 독자
1951년 일본 교토에서 재일조선인 2세로 태어났다. 와세다대학 불문과를 졸업하고 1971년 ‘재일교포 유학생 간첩단 사건’으로 구속된 형 서승, 서준식의 구명과 한국의 민주화를 위한 운동을 펼쳤다. 이때의 체험과 사유는 이후 저술과 강연, 사회 운동으로 이어졌다.

성장기의 독서 편력과 사색을 담은 『소년의 눈물』로 1995년 ‘일본에세이스트클럽상’을, 『시대의 증언자 쁘리모 레비를 찾아서』로 2000년 ‘마르코폴로상’을 받았고, 2012년에는 민주주의와 소수자 인권 신장에 기여한 공로로 ‘후광 김대중학술상’을 수상했다.

1992년 한국에 번역 출간되면서 많은 독자의 공감을 얻은 『나의 서양미술 순례』 이후, 그의 미술 순례 여정은 ‘우리’와 ‘미술’이라는 개념을 탈(재)구축하려는 시도였던 『나의 조선미술 순례』를 거쳐, 일본 근대미술의 이단자 계보를 따라가는 『나의 일본미술 순례』로 이어지고 있다. 『청춘의 사신』, 『고뇌의 원근법』, 『디아스포라 기행』, 『나의 이탈리아 인문기행』, 『나의 영국 인문 기행』 등의 저서를 통해 폭력의 시대와 차별에 맞선 예술가의 삶과 작품을 소개했으며 『난민과 국민 사이』, 『고통과 기억의 연대는 가능한가?』, 『내 서재 속 고전』, 『시의 힘』, 『언어의 감옥에서』, 『다시, 일본을 생각한다』 등의 사회 비평, 인문 교양 관련 서적을 출간했다.

2000년부터 도쿄경제대학에서 현대법학부 교수로 재직하면서 인권론과 예술론을 강의하고 도서관장을 역임했으며 2021년에 정년퇴직했다. 2022년에는 한국과 일본에서 동료와 후학 등이 그의 퇴임을 기념하는 문집과 대담집인 『서경식 다시 읽기』와 『徐京植 回想と對話(서경식 회상과 대화)』(高文硏)를 발간했다.

약자와 소수자를 위한 저자의 관심은 줄곧 이어졌다. 그의 책에서 “‘우리 민족’뿐 아니라 미얀마, 벨라루스, 팔레스타인……. 악몽과 고통은 전 세계에서 이어지고 있다”고 썼다. “본시 땅 위엔 길이 없다. 걷는 이가 많아지면 거기가 곧 길이 되는 것이다”라는 루쉰의 말을 인용하며 “한국의, 그리고 전 세계의 ‘작은 사람들’의 편에 최후까지 서 있고 싶다”고 했던 저자는 2023년 12월 18일 향년 72세의 나이로 별세하였다. 그의 『이탈리아 인문 기행』 『영국 인문 기행』에 이은 세 번 째 인문 기행 『미국 인문 기행』이 2024년 1월 나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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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불문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 국문학과를 중퇴했으며, 198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되어 작가로 데뷔했다. 영어,불어,일어를 넘나들면서 존 파울즈의 『프랑스 중위의 여자』, 허먼 멜빌의 『모비 딕』,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알렉상드르 뒤마의 『삼총사』, 쥘 베른 걸작선집(20권),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15권) 등 많은 책을 번역했다. 역자 후기 모음집 『번역가의 서재』를 펴냈으며, 1997년에 제1회 한국번역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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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2년 07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16쪽 | 434g | 153*224*20mm
ISBN13
9788936470760

책 속으로

레마르크의 소설 『서부전선 이상없다』에 묘사된 처참하기 이를 데 없는 참호전을 경험한 것이 나중에 그의 예술을 결정 짓는다. "결핍이나 손상이나 고통을 나만큼 많이 본 사람은 또 없을 것"이라고 말하는 딕스는 "인간의 소름끼치는 건망증을 때려부수기 위해" 이래도 잊겠느냐는 듯이 전쟁터나 상이군인의 비참함을 끔찍하게 표현한 작품을 많이 그렸다. 그 작품들은 '조국을 위한 죽음'이라는 숭고한 관념에 어긋나고 '국방의 결의를 해친다'는 이유로 나찌를 비롯한 극우 세력의 눈엣가시가 되었다.

--- pp. 143

『청춘의 사신(死神)』이라는 제목은 에곤 실레를 다룬 에쎄이에서 딴 것이다. '청춘'도 '사신'도 현재 일본 사회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는 '죽은 말(死語)' 이라고 해도 좋다, 그렇게 된 까닭은 이 사회에 사는 이들에게 생사의 윤곽 자체가 흐릿해져버렸기 때문이다. 제 자신의 삶과 죽음 자체에서 소외되어 있다고말할 수 있다. 그런 사회에 사는 사람은 죽지 않는가 하면, 물론 그렇지는 않다. 사람들은 시시각각 불합리하게 수명을 줄이고 남의 목숨을 빼앗기도 하는데, 그것을 절실히 깨닫지 못하고 있다. 자각할 수 없도록 유도당하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스스로 거기에서 눈을 돌리고 있기도 하다. 화를 내도 안되고 울어서도 안되는데, 하물려 '감동'이라니, 당치도 않은 일이다. 내 눈에는 사람들이 매끈매끈한 아크릴 껍질을 푹 뒤집어쓴 채 되도록 아무것도 느끼지 않으려거 몸을 잔뜩 웅크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감성을 섬세하고 예민하게 유지하는 것이 이 사회에서 살아가는데 불리할 테니 말이다.
이 책이 굳이 반시대적인 제목을 붙인 것은 이런 현실에 떠밀려 가지 않으려는 마음가짐 때문이다.

--- pp. 7~8

『청춘의 사신(死神)』이라는 제목은 에곤 실레를 다룬 에쎄이에서 딴 것이다. '청춘'도 '사신'도 현재 일본 사회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는 '죽은 말(死語)' 이라고 해도 좋다, 그렇게 된 까닭은 이 사회에 사는 이들에게 생사의 윤곽 자체가 흐릿해져버렸기 때문이다. 제 자신의 삶과 죽음 자체에서 소외되어 있다고말할 수 있다. 그런 사회에 사는 사람은 죽지 않는가 하면, 물론 그렇지는 않다. 사람들은 시시각각 불합리하게 수명을 줄이고 남의 목숨을 빼앗기도 하는데, 그것을 절실히 깨닫지 못하고 있다. 자각할 수 없도록 유도당하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스스로 거기에서 눈을 돌리고 있기도 하다. 화를 내도 안되고 울어서도 안되는데, 하물려 '감동'이라니, 당치도 않은 일이다. 내 눈에는 사람들이 매끈매끈한 아크릴 껍질을 푹 뒤집어쓴 채 되도록 아무것도 느끼지 않으려거 몸을 잔뜩 웅크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감성을 섬세하고 예민하게 유지하는 것이 이 사회에서 살아가는데 불리할 테니 말이다.
이 책이 굳이 반시대적인 제목을 붙인 것은 이런 현실에 떠밀려 가지 않으려는 마음가짐 때문이다.

--- pp. 7~8

출판사 리뷰

1992년 출간된 이래 지금까지도 많은 독자들로부터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나의 서양미술 순례』(창작과비평사)의 저자 서경식의 새로운 미술 에쎄이집 『청춘의 사신-20세기의 악몽과 온몸으로 싸운 화가들}이 출간되었다. 서양의 여러 미술관, 박물관을 돌아다니며 접한 미술품들을 다룬 연작 에쎄이 『나의 서양미술 순례』가 중세와 르네쌍스 시대의 미술로부터 출발한 반면, 『청춘의 사신(死神)』은 1899∼1900년 작품(뭉크 [생명의 춤])에서부터 1945년 작품(후지따 쯔구하루 [싸이판 섬 동포, 신절을 다하다])에 이르는, 전쟁과 살육의 시대라 할 수 있는 20세기 전반의 회화예술에 대한 에쎄이 31꼭지를 모은 것이다. 생생하고 세밀하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44컷의 컬러도판, 6컷의 흑백도판을 실어 책 읽는 재미를 더해주며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청춘의 사신(死神)』은 단순한 '미술감상의 길잡이'라는 개념에 갇히지 않고 시대의 아픔에 대한 놀라운 통찰과 역사와 교감하는 예술에 대한 섬세한 심미안을 보여준다. 또한 예술가의 삶과 작품에 관한 풍부한 교양, 평이하면서도 유려한 문체, 강렬하고 이색적인 그림들이 어우러져 책의 품격을 한층 높이고 있다.

* 예술은 지하실의 창
주지하듯이 서경식은 1971년 한국의 군사독재정권의 감옥에 두 형(서승, 서준식)을 빼앗기고, 20여년간 조국의 옥중에 갇혀 있는 형들을 석방시키기 위해 노심초사 통고의 세월을 산 재일동포 지식인이다. 서승, 서준식 형제가 감옥에서 잔혹한 고문을 당하고, 사형선고를 받고 단식투쟁을 벌이는 동안, 서경식과 일본의 가족들은 이들을 살려내고 구출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삶의 전부였다 한다. 당시 저자는 "지하실에 처넣어진 듯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고 밝힌다. 예술은 그에게 '숨막히는 지하실에 뚫린 작은 창문' 같은 것이었는데 창문이 벽 높은 곳에 있어서 바깥 경치를 직접 접할 수는 없지만 하늘의 색깔 변화나 공기가 흐르는 기미는 느낄 수 있었으며, 비록 창문으로 도망칠 수는 없지만 그 작은 창문 덕에 살아 있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소중한 '창'이 되었던 예술작품들은 어떤 것들인가? 저자가 유독 아끼는 예술가 가운데 하나인 오토 딕스(Otto Dix)의 작품은 기괴하기 짝이 없다. 오토 딕스는 나찌에 의해 '도덕적 감정을 현저히 해친다'고 규탄 받은 작품 중 [일곱 가지 대죄]에서 혐오스러운 무리 속에 나찌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갈고리 십자)의 형태를 담아 나찌의 신경을 건드리는 도전장을 던졌다.

국내 독자에게 다소 생소한 화가인 펠릭스 누스바움의 [유대인 증명서를 들고 있는 자화상]은 탈출구가 없이 막다른 구석에 몰려 무참한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한 남자의 절박한 심정을 여실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은신처에서 나찌에 발각되어 아우슈비츠에서 살해당한 화가 자신의 삶을 이해하고 다시 그림을 보면 궁지에 몰린 그림 속 남자가 우리에게 '유대인 증명서'를 내보임으로써 그림을 보는 사람을 '밀고자'의 위치에 놓고 있음을 알아챌 수 있다.

에곤 실레의 [죽음과 소녀]는 승리를 기약하기 어려운 지루한 투쟁과 세상에서 의미있는 존재가 되고 싶다는 욕망 속에서 몸부림치며 항상 가까이에서 죽음을 느낄 때 저자 서경식이 격렬한 전율과 함께 접했던 그림이다. '죽음과 소녀'라는 모티프는 15세기 이후 서양회화에서 빈번히 등장하는데 당시의 '죽음과 소녀'가 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하라)와 '선정적 풍속화'의 성격을 갖고 있던 반면, 에곤 실레의 작품은 청춘의 욕망과 좌절을 애처롭게 비추어낸 20세기의 회화이다. 사신(死神)이 소녀를 잡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소녀가 사신을 놓치지 않으려고 간절히 매달려 있다는 느낌이다.

* 현실에 떠밀려가지 않으려는 저항의 예술혼
제목에 쓰인 '청춘(靑春)'과 '사신(死神)'은 모두 일본 사회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 죽은 말[死語]이라 한다. 저자가 생각하기에 이런 말들이 소멸된 까닭은 사람들에게 생사의 윤곽 자체가 흐릿해져버렸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자신의 삶과 죽음 자체에서 소외되어 있으며, 일상의 생활 속에서 "감성을 섬세하고 예민하게 유지하는 것이 사회에서 무난히 살아가는 데 불리"하기 때문에 껍데기를 뒤집어쓰고 잔뜩 몸을 웅크리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세태에 떠밀려가지 않고 삶과 죽음의 절박한 문제들을 붙들기 위해 작가는 '청춘의 사신'이란 제목을 고집했다고 밝힌다.

케테 콜비츠(31면) 죠지 그로스(82면) 오토 딕스(139면) 펠릭스 누스바움(184면) 벤 샨(128면) 이께다 요오손(107면) 등 20세기의 고난을 온몸으로 받아들인 예술가들의 작품 밑바닥에서 솟구치는 저항의 예술혼을 캐올리며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세계대전과 대량살육으로 상징되는 20세기 전반, 예술가들은 사신(死神)의 숨결을 끊임없이 귓전에 느끼면서 끝없는 창조의 싸움을 벌였다. 푸르른 삶과 시커먼 죽음에 대한 동경. 그들이 남긴 작품은 전쟁과 대량학살, 난민의 시대가 세기를 넘어 계속되고 있는 지금도, 우리에게 그 동경이 아직도 다 타버리지 않았음을 상기시켜줄 것이다."

체험에 뿌리박은 진지한 시선과 예술과 인간을 둘러싼 깊고 치열한 사색이 돋보이는 이 독특한 미술 에쎄이와 많은 독자들이 만나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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