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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덧니아가씨
통화 시인과 거지 셀로판지에 대한 추억 눈만 크게 뜨면 돼 울지 마라 이, 이쁜놈아 덧니아가씨 토끼와 거북이 전망 좋은 벽장 눈이 내리는 날에 그녀는 예뻤다 2. 사랑에 이르는 길 추석전야 슬픈 영화는 날 울려요 고속도로의 무법자들 눈물 때문에 앙꼬빵을 좋아하세요? 찐감자와 미역국 봄밤 얼굴이 많은 남자 겨울나기 치과에서 생긴 일 옛날에도, 먼 훗날에도 3. 당신의 자리 그림 속의 여자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 이 옷은 내옷이에요 슬픈 초대 쉐타 사는 여자 그 여자와 그 남자는 낭만적인 여자 이마 이야기 당신의 자리 서글픈 예감 오래된 사랑 4. 나, 여기 있어요 시인의 방 남자답게 웃다 러시아워 외출 냉장고 문을 여는 여자 사랑한다는 것은 그 앤 바람둥이였어요 바람을 묻지 마세요 라일락 향기 바람에 날리고 나, 여기 있어요 엄마 눈 속에 내가 있네 글 뒤에 |
Shin Kyung-Sook,申京淑
신경숙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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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야 잘 있니. 연이랑 연이 아빠도?
나는 이 초여름을 좋아해. 세상의 나무들이 진초록으로 물들어가는 도중의 그 순한 연둣빛 때문일 거야. 그 연둣빛을 바라보고 있으면 가끔은 눈이 시큰해지지. 이 나이에 사랑의 상처 운운한다는 것이 어째 좀 그렇지만 젊은 날에 가졌던 사랑의 상처들이 얼마나 질긴지는 내가 말 안해도 잘 알곘지. 그 누구라도 가슴속에 그런 무덤 한 둘씩은 가지고 있을 테니 말이야. 모두들 잊은 듯이 살거나 잊어버린 줄 알고 지나가려고 하지만 그 상처들은 쉽게 발목을 놔주지 않아. 나도 그랬어. 그 남자로부터 거의 7년 만에 뜻밖의 전화를 받고 나는 하마터면 무릎을 꿇을 뻔했다니까. "어머……." 정말 어머, 이 말밖에 안 나오는 거야. 겨우 정신을 가다듬고서. "제 전화번호를 어떻게 아셨어요? 웬일이세요? 거긴 어떻게 지내세요?" ---pp. 222~2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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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한테 갖다 준 월급은......'
갑자기 그 남자가 J의 말을 가로 막았다. '그건 너 가져.... 그게 좋겠어.' J는 멍하니 그 남자를 바라보았다. 나 가지라고? J의 콧잔등이 찡해왔다. 그걸 도로 내놓으라고 할 남자는 아닌줄 알앗지만 막상 그의 입으로 듣고 보니 기분이 이상했다. J는 마음과는 달리 깍쟁이 같은 목소리고 팩 소릴 쳤다. '그럼 당연하지. 그런데 이걸론 모자랄 것 같애.생각해봐 지난 세월 동안 당신한테 들인 시간과 공정이 얼만데 이정도 가지고 되겠어? 더 내놓아야 되겠어. 이것 갖고는 안되겠어!' '......?' '왜? 내가 부당한 요구를 하는 것 같애?' '.....?' '왜 그렇게 빤히 봐?' '나 돈없어 .너도 알다시피 내 월급은 그동안 너 다 갖다줬잖아. 그게 다야........더 줄 돈이 어딧어?!' '그럼 못 헤어지겠네.뭐.' 얼마 후. 두 사람은 다른 찻집으로 자릴 옮겼다. --- p.8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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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는 J의 이마를 사랑하는 그가 낡은 한옥집에서 살고 있다. 혹시 그도 어느 호텔 커피숍으로 맞선이나 보러 나간 건 아닐까?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J의 마음은 초조해지고 쿵당쿵당 뛰었다. J는 이제야 자신이 왜 그와 결혼을 해야 되는지를 확실히 알았다. 그것은 그가 자신의 이마를 사랑하기 때문이었다.
--- p.18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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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신경숙의 아주 특별한 신작
비루하고 먹먹한 삶의 무늬가 놀라우리만치 정교하게 새겨져 있는『풍금이 있던 자리』에서부터 그녀는 보잘것없는 것들을 보듬는 마음, 그리고 머뭇거림과 흔들림으로 겹겹이 에워싸인 특유의 문체로 읽는 이의 마음을 강하게 사로잡아왔다.
나직하게 속삭이는 작가의 목소리를 따라가다가 문득 서늘한 기운에 고개를 들면 어느새 자신이 삶의 깊은 곳에 이르러 있음을, 내 안에도 떨림판이 있었음을 발견하는 순간을 경험하곤 하는데, 인간 영혼의 심연과 세상의 배면 속으로 꼼짝없이 몰아넣는 작가의 이러한 특장은 바로 흡인력 강한 문체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J 이야기』를 찬찬히 읽어보면 그 문체가 어디로부터 나왔는지 가늠해볼 수 있다. 바로 J를 비롯해 주변의 다양한 인간군상들을 폭넓게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 인간에 대한 통찰과 연민, 그리고 인간 존재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에서부터 시작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J'의 탄생, 일상의 희로애락이 피워올린 꽃 '그녀를 J라 지칭해놓고 그녀를 재구성해보는 동안 저도 모르게 여러 번 웃었어요. 이삿짐을 싸다가 사진첩을 펼쳐놓고 한 장 한 장 넘겨보는 기분이었습니다. (……) J라는 익명의 존재에게 그때의 내 열망을 죄다 모아주는 작업을 하는 시간은 뜻밖에 즐거웠어요. 엇나가고 비틀렸던 마음이 풀리는 것 같아 한참을 몰두했습니다. 이제 여기, J는 나이기도 하고 당신이기도 할 겁니다. 어디서나 볼 수 있고, 언제나 헤어질 수도 있는 그런 존재일 겁니다. 당신이 지니고 있는 수첩 한귀퉁이에 아무렇게나 적혀 있거나 지워졌거나 쓰다 말았거나 잊혀진 이름의 대신이 되면 좋겠습니다.'(「글뒤에」중에서) 작가는 수많은 '그녀들'에게 'J'라는 이름을 달아주었고, 그 익명의 존재에게 작가의 젊은 시절, '아름다운 순간들을 차분히 녹여내지 못하고, 언제나 이글이글 타오르는 욕망과 저울질하는 시절'(「냉장고 문을 여는 여자」)의 열망을 죄다 모아주었다. 그리고 그 J는 다름아닌 너와 나, 우리의 초상으로 확장된다. 모두 4부로 이루어진 이 책은 J라는 한 여성이 나고, 자라고, 어른이 되면서 여러 다양한 사람들과 인연을 맺고, 세상의 많은 일들을 겪어내고, 누군가를 사랑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사람들의 내면 속에 깊이 박혀 있는 상처와 일상의 균열 속에서 순간순간 찾아오는 삶에 대한 통찰, 그리고 인생을 관통하는 그 무엇들에 관해 촘촘히 적어나가고 있다. J가 직접 경험한 일들이 대부분이지만, 그중에는 J가 누군가로부터 들은 이야기도 있고, 친구로부터 받은 편지도 있고, 또 J가 보낸 편지도 있으며, 타인이 보는 J의 모습도 있다. J와 J의 가족, 친구, 애인, 선후배, 직장 동료, 남편, 딸 연이가 엮어내는 마흔네 편의 이야기들은 각각의 독립된 이야기로 읽을 수도 있으며, J라는 한 인물의 하나의 연작으로도 읽을 수도 있다. '환한 대낮에 깜빡 낮잠이 들었다가 어스름녘에 깨서는 아침인 줄 알고 학교 늦었다고 책보 챙겨갖고 신작로까지 나갔'(「통화」)던 기억처럼 44편의 글 대부분은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봤음직한, 그래서 공유할 수 있는 일상의 친근한 소재로부터 출발하고 있다. 하여 작가는 'J'가 '당신'이라고, 'J의 이야기'가 바로 '당신의 이야기'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상큼한 웃음과 쓸쓸한 여운의 이중주 ―J는 누구인가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우리가 익히 보아왔던 작가의 글들에서는 작게 가려져 있던 밝음과 유머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다.『J 이야기』에서 작가는 J와 J 주변의 인물들을 통해 삶의 희로애락을 살뜰하게 풀어내고 있다. 시골 어느 소읍에서 태어난 J는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서울로 올라와 오빠와 함께 살다가 대학 졸업 후 오빠로부터 독립해 출판사를 다니는 여성이다. 그리고 캠퍼스 커플로 만난 남자와 8년간의 길고긴 연애 끝에 결혼하여 네 살 난 딸 연이를 둔 여성이다. 이처럼 평범한 여성인 J와 주변 사람들이 벌이는 갖가지 헤프닝은 엉뚱하고 기발한 반전으로 상큼한 웃음을 웃게 한다. 그러나 그 이야기들은 결코 가벼운 웃음만을 흘리게 하지 않는다. 곳곳에서 배어나오는 인간존재의 쓸쓸함은 '나는 때로 고아처럼 느껴져요'(「나, 여기 있어요」)라는 한마디로 수렴되어『J 이야기』를 읽어가는 내내 긴 여운을 드리워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