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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첫 번째 죽음 누에 꿈 유포리아 환희 악몽 거세 엔돌핀 프로그램 작품 해설_ 살아 있는 당신들에게 |
朴範信
박범신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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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도르핀 프로그램 …"
그는 가부좌를 튼 채 중얼거린다. 근사한 작명이다. 욕망의 난폭한 폭발을 유도하고 있는 저 바깥세상의 포식자들은 결코 맛볼 수 없는 프로그램이 아닌가. --- p.16 처녀를 바라지 않아요. 오해 말아요. 화면 속의 그는 그 말을 그녀에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끝끝내 말이 터지지 않는다. 말이 터지기만 한다면, 당신의 과거 따윈 영원히 묻지 않을 거예요, 라고도 소리치고 싶다. 그러나 주먹을 쥘 뿐이다. 당당하고 눈부신 화면 속의 그녀에 비해 그는 너무 초라해 마치 그늘로 지은 헛것의 형상 같다. 그 명암이 슬퍼 보인다. 그날도 그녀와 헤어져 그는 어김없이 청량리 뒷골목으로 간다. 말할 것을 말하지 못한 죄로 맹렬히 그것을 흡입하기 위해. --- p.6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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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신의 소설 『엔돌핀 프로젝트』는 한 중년 가장을 통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점들을 되짚는다. 실직한 가장, 주식투자의 실패와 파산, 위장 이혼, 아내의 아르바이트(식당과 노래방)와 노름, 딸의 원조교제, 그리고 최종적으로 가장의 자살로 이어지는 서사는 IMF 이후 굳이 소설이 아니라도 TV 저녁 뉴스에서마저 흔한 이야기가 되었다.
이 작품의 뼈대가 그렇다고 해서 세태소설로만 볼 수는 없겠다. 작가가 의도하고 있는 이야기는 죽음의 방식에 관한 문제다. 주인공 ‘그’는 최초의 임사체험 후 의도적으로 죽음을 연습한다. 그는 환상 속에서 염라대왕을 만나 자신의 과거를 바라보게 된다. 대왕에게는 이제 ‘생명의 서’ 대신 죽은 자의 모든 삶을 기록한 TV 화면이 있다. 거기에 기록된 ‘그’의 삶은 남루하기 그지없다. 다소 변태적인 매매춘, 오로지 여성의 성기를 ‘흡입’하느라 진땀을 흘리던 모습에서 씁쓸한 한 남자의 억눌린 욕망이 보인다. 삶의 종착역에서 반추된 주인공의 삶에는 오로지 출근과, 장부들, 결재 서류만이 존재한다. ‘그’는 이런 자신의 삶을 “세상은 회계 장부로 상징되는 숫자만으로 도안된 단순한 퍼즐게임판 한 장에 지나지 않았다”라고 말한다. 임사체험 이후 주인공은 죽음과 관련된 신화를 공부한다. 이 과정에서 스스로 음식을 끊고, 숨을 다스리며 마치 해탈에 임하는 수도승처럼 담담하게 죽음을 맞게 된다. 그가 죽음과 맞대면함으로써 얻게 된 것은 ‘구원’이다. 자신의 오래된 심리적 외상으로부터 치유되며 화해와 용서를 구한다. 이 작품은 깊은 차원에서 의미 있고 향기롭고 아름다운 죽음을 말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