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작가의 말
가고 오는 길 구도섭을 찾아서 다른 길 담 밖의 세상 춘수(春水)의 길 귀비의 남자 사랑은 사랑하는 것 이경자론_ 보살의 사랑 |
李璟子
이경자의 다른 상품
|
“난 남자가…… 그냥 정말 좋아.” --- p.33
낯선 남자의 기운, 살 냄새, 그리고 몸이 다른 몸을 그리워하는 취기였다. 흥미롭고 흥미로웠다. --- p.94 “난 사람을 가지려고 하지 않아. 사람을 가지려는 게 가장 나쁜 욕심 같아.” 귀비가 말했다. 구도섭이 의아한 표정으로 귀비를 보았다. 귀비가 구도섭의 배를 찰싹 소리 나게 쳤다. “그건 말이야, 정말 불가능해. 가져지지 않아. 그냥 보는 거야. 있는 그대로, 생긴 대로. 그냥 지내는 거야. 미워하지 않고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 p.132 그의 마음은 촉감을 넘어 내내 어떤 ‘가벼움’을 생각하고 있었다. 가벼움에 대한 생각이 그를 기쁘게 했다. 인생을 무겁게 느끼도록 하는 건, 어쩌면 모두 범죄일지 몰랐다. 귀비와 헤어져 돌아오는 길에도 귀비가 그의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중략) 하지만 그는 개운했다. 그를 내내 짓누르던 묵직한 것, 그를 에워싸고 있던 두꺼운 것, 그런 것에 숨구멍 하나가 생긴 것 같아서 그는 기뻤다. 귀비의 태도에 대해 의심하지 않았다. 그 여자의 몸의 기억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 여자가 온전히 내 것이라거나, 내 것이어야 한다는 생각도 없었다. 귀비는 그저 귀비였다. 그저 귀비인 여자와의 온전한 합일의 경험이, 어쩌면 그가 모르는 그의 족쇄들을 풀었던 건 아닐까. --- p.140 |
|
『귀비의 남자』는 지금까지 보여준 이경자 소설과는 사뭇 다른 작품으로 볼 수 있다. 그동안 이경자의 소설에 나타난 가부장제의 폭력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로서 시달려야 했던 여성의 모습이 아니라 자유롭고 천진난만한 중년 여성의 모습이 그려진다.
귀비라는 한 여자가 있다. 그녀는 시어머니를 모시고 딸아이와 함께 살아간다. 의사였던 남편은 의료 사고 이후 더 이상 의사로서의 삶을 이어 가지 못한다. 그는 정신병을 앓고 요양원에 가게 된다. ‘귀비’는 주말이면 남편이 좋아하던 음식을 싸들고 요양원을 찾는다. 시간이 흘러도 남편의 병은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사회적으로 좋은 위치에 있었던 남편은 하루아침에 몰락한다. 이런 상황에서 귀비는 시어머니와 딸아이의 생계를 책임지게 된다. 하지만 스스로의 삶을 동정하지 않는다. 그녀는 기꺼이 새로운 남자들과의 육체관계 또한 즐긴다. 그 과정에는 어떤 죄책감도 없다. 이 모든 것이 귀비에게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상이다. 귀비는 어떤 운명에서도 자신의 삶을 불행으로 몰고 가지 않는 여자다. 괴로움이나 고통, 슬픔 같은 것은 그녀에게 찰나의 순간일 뿐 영원한 것이 아니다. ‘귀비’는 고통과 슬픔, 분노를 금세 잃어버리는 아이와 같은 천진성과 백치 아다다와 같은 순수한 야성성을 지녔다. 그 무엇도, 그 누구도 소유하려고 들지 않는 제도화 되지 않은 여자 귀비. 그녀는 근원적 자연성을 가진 인물이다. 귀비를 통해 그간 스스로의 욕망을 거세시키며 살아온 구도섭 같은 인물은 자신의 나약하고 병든 영혼을 되돌아보게 된다. ‘귀비’는 말한다. 인생을 무겁게 느끼도록 하는 건, 어쩌면 모두 범죄일지 모른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