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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 김석희 씨는 <옮긴이의 말>에서 이 작품이 안겨 준 압도적인 느낌을 "한마디로 <전율>"이라고 피력하고 있다.
<그리고 죽음>은 영국의 휫브레드 상과 부커 상 후보에 올랐고 미국의 전미 비평가 협회상을 받았으며 프랑스 어, 독일어, 일본어로도 번역되었다. 짐 크레이스는 <그리고 죽음>으로 전세계적으로 유명해지기 전까지 전혀 무명의 작가는 아니었으며 이미 다수의 문학상들을 수상한 바 있었다. 1. 죽음과 사랑의 의미를 다층적으로 파헤친 걸작 이 작품은 4개의 줄거리가 교차하는 형식을 가지고 있다. 1. 우연히, 강도로부터 어이없는 변을 당한 주인공 부부는 생물학자들이다. 이들은 30년 전 그들이 처음 만나 사랑을 나눴던 장소 -- 바닷가 모래언덕 -- 를 찾아왔다. 30년 전 그들은 박사 과정 학생들이었다. 남편(조지프)은 일종의 회춘에 대한 기대에 부풀어 아내(셀리스)를 재촉하는 입장이다. 아내는 갑자기 그곳에 가서 정사를 갖겠다는 남편의 생각에 깔린 철없는 기대와 욕망에 기본적으로 동조할 수 없지만 마지못해 따라나선다. 그녀는 그곳에 다시 가고 싶지 않았다(그 이유는 나중에 밝혀진다). 그녀는 자신이 가고 싶지 않은 이유를 전혀 모르는 남편의 편안한 망각이 몹시 불편하다. 모래언덕에 도착한 둘이 벌거벗은 채 껴안고 있는 동안 마침 그곳을 지나고 있던 강도가 그들을 돌로 쳐죽인다. 외진 곳이라 사람들 눈에 띄지 않은 채 그들의 시체는 생물학적인 부패의 과정을 겪는다. 짐 크레이스는 시체들이 바닷가 생물들에게 뜯어 먹히며 자연과 동화되는 과정을 꼼꼼히, 그러나 너무 차갑지 않게, 유머를 섞어 가며 묘사하고 있다. 2. 그 날 그들은 어떻게 죽음에 이르게 되었는가? 이미 죽음의 과정이 일어나고 있는 오후 3시 50분, 강도가 습격을 시작한 오후 3시 10분, 야외에서 정사를 갖자는 남편의 요구를 아내가 체념하며 받아들이는 오후 2시 20분... 짐 크레이스는 이 역순의 과정을 그들이 침대에 누워 어떤 막연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같은 날 새벽 6시 10분까지 밟아 나간다. 3. 그들은 처음 어떻게 만났을까? 30년 전 생물학 박사 과정 학생들인 그들이 연수원에서 처음 만나, 그곳에서 사랑에 빠지는 과정이 묘사된다. 작은 키에 노래를 잘 부르고 소심한 남자와 큰 키에 평범한 얼굴에 바람둥이 여자는 서로에게 갖고 있는 조금은 비현실적인 기대를 바탕으로 우연을 가장한 계략을 사용해 가며 조금씩 접근해 간다. 마침내 그들의 사랑이 확인되었을 때, 연수원에서 어떤 사고가 발생한다. 4. 부부의 외동딸 실비는 집을 나가 혼자 살고 있다. 부모의 삶에서 좋은 점을 찾지 못한 그녀는 '아무렇게나' 살려고 한다. 부모의 행방불명 소식에 그녀는 집에 온다. 단서가 될 만한 것들을 찾아보고, 시체 공시소를 소득 없이 돌아다닌다. 마침내 경찰이 시체를 발견했다고 알려 오고, 해안에 쓰러져 있는 부모의 모습을 보게 되었을 때 그녀는 부모가 벌거벗고 있다는 사실보다는, 어머니의 발목 위에 놓여 있는 아버지의 손을 보고 놀란다. 그녀는 <우리 아버지의 손을 치우지 마세요>라고 말한다(242페이지). 이곳이 이 소설의 가장 강렬한 부분이다. 그리고 그녀는 집에 돌아온다. 빈 집안을 돌아다니던 그녀는 아버지가 모아 놓은, 그녀의 유치(幼齒)들이 담긴 병을 발견한다. 이를 꺼내 살펴보고 다시 집어넣은 뒤, <실비는 한 손으로 이가 든 유리병을 감싸 쥐고 다른 손으로는 발목을 감싸쥐었다. 다섯 손가락을 펴서 종아리에 대고 손가락 끝만으로 그 자세를 유지하면서, 날카로운 손톱을 살에 깊이 박아 넣었다. 그리고 새벽빛이 들어오지 않도록 눈을 감았다. 사랑받는 것과 죽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알아내기 위해>(282페이지). 이 작품은 죽음에 관한 소설인 동시에 사랑의 의미에 대한 소설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