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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
옮긴이의 말 |
Riku Onda,おんだ りく,恩田 陸,熊谷 奈苗(くまがい なな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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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을 같이 살아도 모르는 게 있었어.”
혼잣말처럼 이렇게 말했다. 모르는 것. 물론 한 사람의 모든 것을 전부 알 수는 없다. 오히려 알고 있는 게 더 적을지도 모른다. 전에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조차도 지금은 자신이 없다. 예전에 우리는 서로를 자신의 반쪽처럼 느꼈다. 아마도 그때는 진실이었다고 생각한다. --- pp.37~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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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그녀가 삼켜버린 말은 나의 말이기도 했다. 그 말은 쐐기처럼 깊이 박힌 채 결코 뽑히지 않았다. 결국 두 사람 모두 그다음 말을 하지 못했지만, 나는 깊은 곳에 박힌 그것 때문에 지금도 수시로 욱신거리고 아프다. 빗소리가 들려오는 주방에서 나는 그녀 맞은편에 앉아서 울고 있는 그녀를 그저 바보처럼 멍청하게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었다. 솔직히 고백하자. 나는 그때, 행복했다.
--- p.1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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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없으면 질투도 없다. 그렇게 말하면 할 말은 없지만, 어쩌면 이렇게 느닷없이 찔리기라도 한 것처럼 아플까. 시도 때도 없이 잔인하게 몰려오는 날카롭고 잔혹한 아픔에 온몸이 으스러지고 말 것 같다.
사랑이 없으면 질투도 없다. 그러나 나의 사랑은 실제로는 존재해서는 안 될 사랑이다. --- p.18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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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척하지 않아도 돼. 그랬다. 정확히 그렇게 말했다.
"이제 됐어. 억지로 좋아하는 척하지 않아도 돼." 그 아이는 그날, 나에게 그렇게 말했다. 나는 얼굴이 화끈거렸었다. 왜 그렇게 심술궂은 말을 하니? 나는 이렇게 웃는 얼굴로 말을 하는데. 이렇게 너에게 잘해주고 있잖아. --- p.28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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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의 사진, 엇갈린 두 사람의 기억
“아마 이 이야기는 한 장의 사진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 5p. 꿈과 현실, 미스터리와 판타지의 경계를 허무는 매혹적인 작품들로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작가 온다 리쿠의 제목만으로도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신작 장편소설이 지금 막 도착했다.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 속을 헤엄치는 물고기』라는 감각적인 제목의 이 작품은 제목에서 떠오르는 느낌 그대로 햇살처럼 어른거리는 기억의 파편 속을 노니는 두 마리 물고기와도 같은 두 사람의 하룻밤 이야기를 담고 있는 소설이다. 내일이면 헤어져야 할 그와 그녀는 마지막 밤을 함께 보내며 과거의 기억을 더듬어 서로에게 감춰진 비밀과 일 년 전에 벌어진 어떤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자 한다. 과거의 어느 한 순간을 포착한 한 장의 '사진'에서 시작한 두 사람의 이야기는 하룻밤 동안 수많은 변화와 성숙의 시간을 보내고 난 뒤 낡은 사진틀에 과거의 시간을 간직하며 마무리된다. 그리고 두 사람은 새롭게 찾아낸 기억을 마음에 새기며 아침을 맞이한다. 진실을 찾아가는 하룻밤 동안의 여정 “어디선가 반을 잃어버리고 나면 더 이상 쓸 수 없게 되는 게 있지” - 마쓰토야 유미의 『진주 귀고리』 중에서 귀고리의 반쪽처럼 소중한 사이였다가 언제부터인가 서먹한 관계로 지내던 히로와 아키는 후회 없이 헤어지기 위해 마지막 날 밤, 빈 방에 마주앉아 각자 서로에게 품고 있던 의심을 푸는 자리를 마련한다. 서로 눈치를 보며 말하기를 꺼려하던 두 사람은 마쓰토야 유미의 『진주 귀고리』라는 노래 속 가사를 계기로 이야기의 실마리를 풀어가기 시작한다. 일 년 전 두 사람은 일본 북동부의 S산지로 트레킹 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 그리고 거기에서 한 남자를 만났다. 그는 S산지에서 산악 가이드를 하던 사람으로 두 사람과 동행하며 며칠을 보내다 마지막 날 하산할 무렵 벼랑에서 떨어져 의문의 죽음을 당하고 말았다. 두 사람은 그 남자의 죽음이 자신들 탓이며, 서로 저지른 일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다. 그래서 두 사람은 그 남자의 죽음의 비밀을 풀기 위해 서로의 기억을 더듬으며 하룻밤 동안 과거 속으로 여행을 떠난다. 밤을 새워가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죽은 남자의 비밀이 밝혀지고, 반전을 거듭하던 두 사람 사이의 묘한 관계도 제자리를 찾아간다. 온다 리쿠적인 심리 미스터리의 진수 “죄란 무엇일까? 남을 사랑하는 것일까?” - 87p. 두 사람의 등장인물, 빈 방이라는 무대, 하룻밤이라는 시간, 지극히 제한적인 조건 아래서 출발한 온다 리쿠의 새로운 작품은 여전히 온다 리쿠적인 것들로 가득 차 있다.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할 수 없는 '기억'이라는 상대적 진실 속에 갇혀 있던 두 사람이 심리적 장벽을 조금씩 허물어뜨리며 서로가 모르고 있던 비밀을 깨닫게 되는 과정을 다룬 이 작품은 작가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이야기를 가장 익숙한 미스터리 플롯과 최소한의 세팅만을 동원해 완성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현란한 설정이나 기교의 도움 없이도 완벽한 이야기로 세공하여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온다 리쿠의 솜씨는 이미 장인의 경지를 넘어선 듯하다. 특히 한정된 공간에서 두 사람이 벌이는 실내극처럼 남자와 여자가 서로의 입장을 이야기하며 펼치는 심리전은 어느 추리소설 못지않을 정도다. 하룻밤이라는 한정된 시간 동안 두 사람의 관계는 조금씩 드러나고, 역전되고, 다시 반전되는 순간을 여러 번 맞이하면서 변화해 간다. 독자들은 이 작품을 읽으며 ‘기억’이라는 또 다른 현실을 소재로 두 남녀의 엇갈린 심리 변화를 흥미 있게 변주하고 있는 가장 온다 리쿠적인 심리 미스터리의 진수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