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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네 개의 다리를 모두 잃은 개 1. 버려진 개, 타로 행복한 만남 병의 조짐…… 덮쳐드는 원인 불명의 병 타로의 투병 생활 안락사냐 수술이냐, 저마다의 결심 퇴원 ― 생명의 힘 이별 ― 사육주, 고모리 씨로 바뀌다 2. 새로운 가족과 함께 생명의 은인은 시골 동물병원 수의사 자기 힘으로 걷고, 자기 힘으로 용변을 보다 타로와 고모리 동물병원의 하루 의족(義足)을 둘러싼 공방전 장애견 타로의 역할 병원의 마스코트, 고양이 오오 짱 동물끼리의 애니멀 세라피 타로와 미린 ― 집단 사회를 만드는 개의 습성 마킹 ― 타로의 삶의 보람은 사랑?! 에필로그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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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단숨에 팽창한 애완동물 붐은 멈출 줄 모르는 기세여서 이제는 시장 규모 수천억 엔을 넘어섰을 정도다. 거리를 걷다 보면 그저 허영심을 만족시키기 위해 개를 기르는 듯한 사람도 적잖이 눈에 띄지만, 그래도 이런 붐 덕분에 동물애호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또한 단순히 개를 길들이는 차원이 아니라 개가 인간사회에서 제대로 살아가기 위한 방법을 배우고 연구하려는 사육주들도 많이 늘어났다. 하지만 그 한편에서는 주인에게 버림받고 보건소에서 강제적인 죽음을 맞는 개가 전국적으로 연간 16만 마리에 달하고 있다. 그 이유는 저마다 다양할 것이다. 불그레한 털을 가진 타로도 ‘처분’ 직전까지 몰린 딱한 처지의 개였다. 어떻든 그는 시대의 유행에 역행하여 애완동물의 패션성에서 보자면 전혀 가치가 없는 잡종견인 것이다. 게다가 버려진 개였다.--- pp.14~15
타로 정도의 한창 개구쟁이 시절의 개는 움직임이 활발하고 호기심도 강해서 나무나 풀잎사귀가 바스락거리는 소리만 나도 바람같이 달려가 코끝으로 풀을 헤치며 소리의 소재를 찾아내는 데 열중한다. 냄새를 느끼는 취각세포가 인간보다 40배나 많은 약 2억 개나 되기 때문에 그들의 수렵 본능은 가축화된 지 3만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쇠퇴하지 않은 것이다. 타로도 거기에 빠질세라 여기저기 헤집고 돌아다녔다. 하지만 애를 먹일 만큼 말썽꾸러기는 아니었다. 그런 타로가 마루 밑에 기어들어가 늘어지게 자는 즐거움을 알았고, 그 참에 오른쪽 귀 끝에 상처를 입었다. 이건 어린아이가 뛰어놀다 무릎이 까지는 듯한 일이고, 상처 자체도 그리 깊지 않아서 그때는 어느 누구도 심각한 사태의 전조일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p.32 병리검사를 의뢰했던 도쿄의 연구소에서 회답이 도착했다. 「전망이 그리 좋지 않을 듯하다」라는 연구소 수의사의 소견은 고모리 씨가 예상했던 대로였다. 타로의 다리는 네 개 모두 혈전이 거의 흐르지 않는 상태였다. 고모리 씨는 치료 계획을 세워보고자 이런저런 궁리에 잠겼다. ‘이대로 내버려두면 피부와 근육의 미라 현상으로 뼈가 겉으로 드러나게 된다. 그렇게 되면 감염증으로 쓰러지고 말 것이다. 그러기 전에 다리를 절단한다면 목숨은 구할 수 있겠지만, 그 뒤는 어떻게 할 것인가? 다리가 없어지면 타로를 안고 일일이 용변을 도와줘야 한다. 아직 두 살도 되지 않은 타로를 앞으로 몇 년씩이나 체구도 작은 할아버님이 돌봐줄 수 있을까?’ 이윽고 ‘안락사’라는 단어가 고모리 씨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p.46 수술 다음날도 할아버지는 타로를 보러 나오셨다. 진통제를 맞은 타로는 할아버지를 보자 반가워하며 꼬리를 흔들었지만, 수술 때부터 계속 링거액 튜브가 앞다리에 이어져 있어 그 모습은 곁에서 보기에도 너무나 가엾었다. “남은 다리와 꼬리도, 괴사가 진행되면 절단하는 게 좋겠어요.” 등 뒤에서 고모리 씨가 설명했다. 할아버지는 거기에는 대답하지 않고, 타로를 지그시 바라본 채 불쑥 중얼거렸다. “이렇게 다리를 절단할 거면 차라리 안락사를 시키는 게 나았을까…….”(中略) 할아버지는 한참이나 타로 곁을 떠나지 않았다. 고모리 씨는 진찰실로 돌아왔다. ‘나는 타로의 앞날에 대해 이러니저러니 참견할 입장이 아니다. 사육주가 안락사를 결심한다면 주사를 놓아줄 것이고, 살려내기를 원한다면 온힘을 다해 치료한다. 그것이 내 역할이다.’ 고모리 씨는 그렇게 마음을 다져먹었다. 다음 진료를 마치고 수술실에 상태를 보러 다시 들렀더니 할아버지는 아직도 타로 곁에 있었다. 가만히 그 옆으로 다가선 고모리 씨에게 할아버지는 말했다.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애를 써서 치료해주겠소?” 힘찬 목소리였다. 인간의 의지에 자신의 운명이 걸린 타로, 생과 사의 기로에 서있던 타로의 목숨은 그 순간부터 ‘생’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pp.52~56 의사(意思)나 사고(思考) 같은 고차원의 정신기능을 관장하는 뇌의 전두엽이 크게 발달한 인간과 그렇지 않은 개는 당연한 일이지만 감정 표현도 뚜렷하게 다르다. 타로가 다리를 모두 잃고서도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고 자신에게 남겨진 기능을 최대한 가동하여 꿋꿋하게 살아올 수 있었던 것도 인간과는 뇌의 구조가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온갖 번뇌에 흔들리고 각종 고민거리로 괴로워하는 인간의 입장에서 보자면 타로의 소박한 삶의 모습에서는 배울 점이 너무나 많다. 몇 년 전, 애완동물을 진찰하기 위해 고모리 동물병원을 찾았던 한 아주머니가 타로를 보고 크게 감격한 일이 있었다. 그녀는 고모리 씨가 손으로 쓴 그림책을 백혈병으로 쓰러진 어느 소녀에게 선물하였다. 소녀는 그 그림책을 늘 베갯머리에 놓아두고 수없이 읽고 또 읽었다고 한다. 소녀의 그 뒷이야기는 전해지지 않지만, 타로가 내뿜는 생명의 광채는 혹독한 치료를 견디며 백혈병과 싸우던 그 소녀에게 분명 큰 용기를 주었을 터였다. --- pp. 135~1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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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1년째에 원인 불명의 난치병으로 꼬리와 양쪽 귀, 그리고 네 개의 다리가 괴사하여 절단하게 된 장애견 타로의 반생을 사진과 글로 소개한 논픽션이다. 안락사까지 생각했던 타로의 ‘생(生)’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을 알게 하고, 또 다른 장애를 가진 늙은 고양이와의 교류 등을 그림으로써 살아가는 일의 아름다움이라는 메시지를 감동적으로 전하는, 인간과 개 사이의 마음 따뜻해지는 이야기를 담아냈다. 일본에서 10만 부 판매를 돌파하며 니혼 텔레비전을 비롯한 각종 미디어에 소개되어 수많은 시청자의 심금을 울린 장애견 타로의 살아 있는 오늘이 이제 한국 독자들의 가슴에 파고든다.
원인 불명의 병을 안고 조금씩 괴사하여 절단된 귀와 꼬리, 그리고 네 개의 다리. 네 개의 다리가 모두 없는 개라니. 어쩌면 그것은 타로의 입장에서도 헤아릴 수 없는 괴로움이지 않았을까. 그래서 처음 타로를 맡아 키웠던 할아버지와 수의사 고모리 씨는 타로의 안락사까지도 생각한다. 인간의 의지에 의해 생과 사의 기로에 서게 되는 타로. 그러나 아무리 인간애와 동정심에 기초한 안락사라 해도 역시 살아있다는 것만큼 아름답고 소중한 일은 없다. 비록 네 다리가 없어 달리지 못하지만 삶의 많은 부분, 사람들의 도움과 동물 친구들의 위로에 의지하지만 타로는 살아 있는 오늘이 행복하다. 그렇게 ‘생’을 향해 나아간 타로에게 이어지는 날들은 우리가 쉽게 단정 지어 버릴 ‘연명’의 개념이 아니다. 매일 아침 볼일을 치르기 위해 고모리 씨의 부인인 교코 씨의 품에 안겨 밖으로 나가야 하는 몸이지만, 자신의 영역에서조차 타지의 개에게 공격당하고 반격조차 하지 못해 자존심이 너덜너덜해지도록 상처를 입고 말지만, 때론 바쁜 병원 스태프들의 발에 밟혀도 피할 수 없는 처지이지만 자신이 처한 환경과 조건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생각대로 행동하는 마이페이스를 유지하는 타로의 존재 자체는 희망을 잃은 사람들에게 삶에의 의지와 감동을 전해 준다. 인간과 타로, 서로에게 새로운 삶을 불어넣다. 인간은 타로 한 마리의 목숨을 구해주었지만 타로는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생애를 있는 힘껏 한 번 살아볼 만한 가치를 지닌 것으로 느끼게 해주었다. 할아버지 인생 최후의 나날에 삶의 보람을 가져다주었던 타로는, 생명의 은인인 고모리 씨에게도 수의사로서의 존재 방식에 큰 변화를 갖게 해준다. 고모리 씨의 삶을 바꿔 준 강연회를 통해 세상에 점점 알려지게 되는 타로는, 자신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거기서부터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노력을 하는 모습을 통해 의욕을 잃고 사는 많은 사람들에게 삶의 의지와 감동의 여파를 남긴다. 사람이 도와주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몸이지만, 타로의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해 온 사람들에게 그 존재 의미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커진 것이다. 타로, 희망의 시작이 된 이름. 일본어로 ‘타로’는 ‘장남을 가리키는 이름. 가장 뛰어난 것. 가장 커다란 것. 사물의 시작’이라는 사전적 정의를 지니고 있다. 할아버지가 어떤 마음으로, 어떤 기원을 담아 붙였는지는 모르지만 타로는 그 이름대로 살아 있음이 모든 것의 시작임을 보여주었다. 타로를 안락사의 위기로부터 구해준 것은 인간의 판단이었지만 오늘도 지속되는 삶에 대한 의지는 온전히 타로의 것이었다. 그래서 타로는 희망을 잃어버린 모든 것들의 시작이자 가장 커다란 이름으로 기억될 것이다. 편견 없는 보살핌 인간사회에서 장애인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어떤 것일까? 장애인들에게 가장 서럽고도 무서운 것은 측은함과 동정이 담겨있는 눈빛이라고 한다. 그들을 돕는다는 미명하에 베푸는 과잉친절, 과잉보호, 과잉염려. 이런 것들이 삶의 의지를 꺾고, 자신을 나타낼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만든다고 한다. 달려야 하는 본능을 뼛속 깊이 안고 존재하는 개에게 꼬리와 귀는 물론이고, 네 개의 다리가 없다는 사실에 보호본능과 측은지심이 이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만약 그 마음에 충실해 다른 동물들과 차별을 두고 대했다면 타로는 삶의 의지를 지금보다 불태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다른 건강한 개들과 별반 차이를 두지 않은 고모리 씨와 병원 스태프들의 대우가 타로에게 하나의 동등한 생명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마음을 심어주었을 것이다. 애니멀 세라피 외로운 사람들은 대개 동물을 키운다. 비록 사람은 아니지만 그들은 동물에게 정을 주고, 마음을 나누면서 의지하고 위로를 얻는다. 그렇게 우리는 어쩌면 ‘필요’에 의해 동물을 키우는지도 모른다. 그러면 동물들은 어떤 마음으로 서로를 체온을 느끼는 걸까? 흔히 개와 고양이를 숙적으로 알고 있지만 상처 입은 동물들에게 종種의 차이는 벽이 되지 않는다. 사람이 감당해줄 수 없는 어루만짐, 눈에 보이지 않지만 온 가슴으로 느껴지는 동물들끼리의 교감을 다룬 부분은 이 책이 보여주는 또 하나의 감동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