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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1. 수성궁 2. 달밤에 만난 사람들 3. 안평 대군과 궁녀들 4. 비밀 5. 먹물 한 방울 6. 상사병 7. 서궁 8. 우정의 힘 9. 다시 만난 연인 10. 담을 넘다 11. 낌새 12. 탄로난 비밀 13. 영원한 사랑 14. 영혼이 깃든 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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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영혼이 깃든 책
두 사람의 이야기는 끝이 났다. 서쪽으로 기운 달이 세 사람의 얼굴을 비춰 주었다. 그 때의 격정이 되살아난 듯 운영과 김 진사는 서로 부둥켜안고 울었다. 슬픈 사랑의 이야기에 유영의 가슴도 미어지는 것 같았다. 그러나 유영은 마음을 추스르고 두 사람을 위로했다. “두 분이 이렇게 다시 만났으니 소원이 이루어진 셈이로군요. 그런데 어찌 이리 한스럽게 우십니까? 두 분 사이를 가로막고 있던 대군도 안 계시고, 악독한 종도 없는데……. 혹시라도 인간 세상에 나오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워 그러십니까?” “그런 것이 아니라오.” 김 진사가 말했다. “그런데 왜 그렇게 슬피 우시는 것입니까? 이제 그만 눈물을 거두시지요.” “고맙소. 우리가 이렇게 슬피 우는 까닭은 우리 자신들 때문이 아니라오.” 눈물을 거둔 김 진사가 유영에게 인사를 하며 우는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몰라서 그렇지 지하 세계의 즐거움도 이 세상 못지않답니다. 염라대왕도 우리를 불쌍히 여겨 극진히 대접을 해 주었지요. 그런데 하늘나라의 즐거움이야 오죽하겠습니까? 우리는 지금 하늘나라로 올라가는 길입니다. 그러니 인간 세상에 미련이 있을 리가 없지요. 다만 화려했던 수성궁이 이렇게 폐허가 된 걸 보니 허무한 마음이 들어 눈물을 감출 길이 없군요. 옛날 일이 떠올라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요.” “그럼 두 분은 원래 하늘나라의 신선이었단 말입니까?” 유영이 깜짝 놀라 물었다. “네, 맞습니다. 우리는 원래 옥황상제님을 모시던 신선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상제께서 저를 부르더니 복숭아 세 개를 따오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욕심이 난 저는 시키신 것보다 더 많은 복숭아를 몰래 따서 운영과 나눠 먹었습니다. 그 일이 드러나 우리는 인간 세상으로 귀양을 온 것이지요. 이제 우리는 많은 괴로움을 겪고 죗값을 치렀습니다. 상제께서도 우리의 잘못을 용서하시고, 다시 삼청궁으로 불러 주셨습니다. 그 동안 지하 세계에서 머물던 우리는 이제 바람의 수레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는 길입니다. 그러던 차에 옛날에 놀던 곳에 들러 잠시 추억을 더듬어 본 것이지요.” 말을 마친 김 진사가 운영의 손을 꼭 잡았다. 그리고 유영에게 간곡하게 부탁을 했다. “바닷물이 마르고 돌이 불에 녹아 없어져도 우리의 사랑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땅이 갈라지고 하늘이 무너져도 이 땅에서 못 다 이룬 우리의 사랑은 한이 되어 남을 것입니다. 다행히 오늘 저녁 이렇게 귀한 분을 만나 가슴 속에 쌓인 이야기를 모두 털어놓으니 맺힌 한이 비로소 풀어지는 느낌입니다. 그러니 이 또한 큰 인연이 아니겠습니다. 바라건대 손님께서는 이 글을 거두어 가셔서 널리 세상에 전해 주십시오. 이 글을 읽은 사람들이 우리의 처지를 이해하고 동정해 준다면 목숨을 건 우리의 사랑은 헛되지 않을 것입니다.” 말을 마친 김 진사는 취한 몸을 운영에게 기대고 시를 한 수 읊었다. 꽃이 진 허공에 참새와 제비가 날고 / 봄 풍경은 옛날과 같은데 주인은 가고 없구나. 하늘 높이 솟은 달이 차가운 기운을 내뿜어도 / 푸른 이슬은 아직 날개옷을 적시지 않았네. 운영이 그것을 이어받아 시를 지었다. 고운 꽃과 버들 봄빛을 머금어 새로운데 / 화려하던 옛날 일들 꿈마다 찾아오네. 오늘 저녁 이 곳에 와 옛 추억을 떠올리니 / 눈물이 흘러내려 수건을 적시누나.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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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인 운영은 조선 시대 세종의 셋째 아들인 안평 대군의 궁녀이다. 궁녀는 평생 결혼을 하지 못하고 주인인 안평 대군을 섬겨야 하지만, 운영은 이런 규율을 깨고 김 진사를 사랑하게 된다. 두 사람의 사랑에는 제약이 뒤따랐다. 그러나 운영은 목숨을 걸고 자신의 사랑을 키워 나간다. 같은 처지에 놓인 궁녀들이 두 사람을 도와 준다. 그러나 끝내 두 사람은 현실의 장벽을 넘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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