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한국어판 서문
서문 : ‘역사인식’논쟁이란 무엇인가? -다카하시 데쓰야 제Ⅰ부 좌담 ‘역사인식’논쟁, 무엇이 문제인가? 제Ⅱ부 현대 일본의 ‘역사인식’을 둘서싼 논쟁·논의 1. 전후 일본의 ‘역사인식을 둘러싼 논쟁·논의, 그 역사와 현재 2. 지금 어떤 논쟁·논의가 전개되고 있는가? 제Ⅲ부 좌담 탈냉정과 전지구화 시대의 ‘역사인식’을 생각한다 : 21세기의 일본에서 ‘희망’은 만들어질 수 있는가? 제Ⅳ부 전지구화와 ‘역사인식’을 둘러싼 논쟁·논의 1. ‘과거의 극복’ 문제의 전지구화 2. 탈냉정기의 ‘역사인식’을 둘러싼 새로운 논의 3. 지금 동아시아에서는 어떤 논쟁·논의가 진행되고 있는가? 제Ⅴ부 ‘역사인식’을 고찰하기 위한 기본도서 45선 |
|
히노마루·기미가요의 문제성은 그 깃발과 노래 자체를 아무리 보고 들은들 전혀 알 수가 없다. 특히 히노마루는 형식화되어 있기 때문에 보고 있는 사이에 오히려 그 역사성을 잊어버리게 만들기까지 한다. 말로는 천황제를 비판하는 사람들 가운데서도 히노마루는 괜찮지 않느냐고 말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히노마루·기미가요에 대한 지지 내지 묵인은 대부분 이러한 역사의 망각에서 비롯된다. 역사의 망각 다음에 오는 것은 어느 나라에서도 다소간 문제가 있는 국기·국가가 있다고 하는 일반론, 그리고 규칙은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는 형식론이다. 이 항목은 히노마루·기미가요라는 것 자체가 얼마나 역사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지를 대략적으로 논하고자 한다.
히노마루와 기미가요는 일본이 근대 국민국가로서의 형식을 정비하고자 했던 19세기 후반에 각각 별개로 탄생했다. 그 이전에 흰 바탕에 붉은 원을 그려 넣은 깃발이 있었다는 것, 기미가요와 유사한 단가(短歌)가 존재했다는 것을 가지고 그 ‘전통성’을 주장ㅇ하는 자도 있지만, 그렇게 낡은 소재로 일종의 참고문헌 같은 것이었고 기본적으로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 옳다. 히노마루·기미가요는 국민국가에는 그 나라를 표시하는 깃발과 노래가 필요하다고 하는 19세기 후반 이후 제국주의 국제질서의 ‘세계표준(global standard)'이라는 요청에서 생겨난 것이다. --- pp.122-123 민간인 학살의 진상을 규명하는 작업은 필연적으로 현대사에서 또 하나의 금기인 ‘친일파’문제에 맞부딪히게 된다. 잔인한 방법에 의한 학살의 대부분이 군·경찰에 의한 것이었는데, 그 군·경찰기구에는 식민지 총독부 기구의 말단으로서 독립운동가 탄압에 종사하던 인물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또, 군·경찰의 학살방법은 구 일본군의 그것과 매우 유사했다. 제주도에서는 구 일본군이 자행했던 것과 같은 초토화 작전이 수행되어, 적어도 3만명이 무참히 살해당했다. 그리고 군·경찰과 함께 민간이 학살을 주도한 우익청년단도 식민지체제의 유산과 깊이 관련되어 있다. 식민지 권력에 의한 청년단의 조직화나 청년훈련소에서의 경험은 청년층에게 국수주의적 사상을 침투시켰다. 이는 특히 ‘해방’ 후 우익 청년단의 활동에서 현저하게 나타났다. 우익청년단체는 경찰의 협조를 받으면서 ‘빨갱이 사냥’의 선두에 서서, 경찰 이상으로 잔학하고 철저하게 학살을 전개했던 것이다. 이렇게 한국전쟁 전후에 일어난 민간인 학살은 식민지 체제의 유산을 청산하지 못한 점, 즉 ‘탈식민화의 좌절’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이 ‘좌절’은 ‘일제 잔재’ 청산을 실현하려는 조선 민중의 주체적 노력을(남쪽에 한정해서 말한다면) 미군정이 파기한 데 따른 것이다. 식민지 체제와는 단절/연속을 둘러싼 논의도 또한, 어째서 연속성을 끊어내지 못했는가라는 측면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 pp.376-377 |
|
이 책의 기본적인 목표는 최근 10여 년의 논쟁 구도를 정리하고 개별 쟁점에 따라서 그 내실을 검증함으로써, 무엇이 ‘과거의 극복’을 방해해왔는가, 그리고 ‘과거의 극복’이라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고 어디서 돌파구를 찾을 수 있는가를 탐구하는 데 있다.
제Ⅰ에서는 이 문제에서 중요한 업적을 대중에게 제시한 바 있는 세 명의 논객과 편자가 참여하여 ‘역사인식’ 논쟁을 현시점에서 총괄적으로 검토한 것이라면, 제Ⅲ부는 젊은 세대의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특히 변화가 큰 한국과 대만 등과의 교류에 입각하여 생성 중인 초국가적 역사인식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이라 하겠다. 제Ⅱ부와 제Ⅳ부는 핵심을 이루는 부분으로, 현재의 ‘역사인식’ 논쟁에 내포된 거의 모든 논점(topos)을 거론하면서 정리, 검증, 비판한다. 제Ⅱ부는 일본에 초점을 맞추어 전후 일본에서의 ‘역사인식’문제를 개괄한 뒤, 개별 논쟁의 검토로 나아간다. 이들을 통독한 독자는 현대 일본의 ‘역사인식’ 논쟁이 얼마나 다양한 문제군(群)을 담은 거대한 문제계(系)인지 발견하고 놀라게 될 것이 분명하다. 제Ⅳ부는 ‘역사인식’ 논쟁의 전개가 일본에서 일본의 독특한 맥락을 가진 것은 물론이지만, 사실은 결코 일본만의 고립된 현상이 아니라, 한편으로는 동아시아에서의 냉정기 역사의 재검토를 둘러싼 논의와 연관되고, 또 한편으로는 유럽 및 세계 여타지역에서도 발견되듯이 ‘과거의 극복’이라는 문제가 클로즈업되는 사태와 공명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제Ⅱ부와 제Ⅳ부의 시도는 논쟁의 중층성과 초국가적이고 지구적인 연관성을 이 정도의 규모로 해명하려는 것으로서 이제껏 없었던 시도라고 생각한다. 이 책이 현재의 ‘역사인식’ 논쟁에 대한 포괄적인 입문서이자 실천적인 참고서로서 활용되어, 일본과 동아시아 지역에서 ‘과거의 극복’이 진전되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