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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이 투영된 그의 작품에는 인간의 범죄 심리가 밀도 있게 녹아 있으며, 평범한 일상의 이면에 감춰진 일그러진 진실이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또한 음울하고 냉소적인 묘사와 비유도 일품이다. 그의 글을 읽고 있노라면, 절대로 헤어 나올 수 없는 어둡고 음습한 늪에 팔다리가 서서히 빠져드는 기분이 든다. 그가 바라보는 세상은 일그러진 욕망과 분노가 감춰진 어둠의 동굴일 뿐이다. --- 역자 후기 중에서
“근사한 매물이 아주 많죠. 얼마나 큰 집을 찾으세요? 그나저나 성함이…….” 나는 지갑을 꺼내 샌타모니카의 한 생명보험회사 영업사원이 준 명함을 뺐다. 당시 그는 내 직업을 몰랐다. 명함에 적혀 있는 이름은 C. 휠링 주니어였다. 나는 그녀에게 명함을 건네며 말했다. “휠링이라고 합니다. 저는 큰 집이 좋습니다.” --- 본문 중에서 파티는 점점 더 유쾌해졌다. 그녀는 술병을 목 없는 아기처럼 껴안은 채 옷을 치우지도 않고 그대로 침대에 널브러졌다. 치맛자락이 무릎 위로 올라갔다. 다리는 꽤 근사했지만 내 몫은 아니었다. 나는 예전에 본 적이 있는 오래된 영화를 보듯 그녀를 지켜보았다. --- 본문 중에서 답을 얻지 못한 질문들이 여전히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것들을 안고 시내를 가로질러 매리먼의 집으로 갔다. 내 차의 전조등 불빛이 비추는 반사 표지판에 죽은 사내의 이름이 손바닥만 한 글씨로 적혀 있었다. 숲에 둘러싸인 그 집은 불이 켜져 있었다. 나는 어두컴컴한 길을 따라 현관으로 가서 노크를 했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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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보일드 미스터리 소설의 두 거장 대실 해밋과 레이먼드 챈들러의
위대한 유산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유일한 작가, 로스 맥도널드 최고의 걸작! 하드보일드 범죄소설은 음습한 뒷골목을 누비는 고독한 탐정이 뿜어내는 매력으로 여전히 현대인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문학 장르이다. 주인공인 탐정이 읊어대는 냉소적인 독백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마저 아랑곳하지 않는 거만함을 풍기며 더없이 쿨한 캐릭터를 만들어냈고, 독자들은 발표된 지 수십 년이 지난 작품을 읽으면서도 삶을 관통하는 주인공의 독설에서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하드보일드가 가진 그런 매력은 이후 누아르와 스릴러 같은 장르에도 꾸준히 영향을 미치며 많은 작가들이 자신의 주인공에게 덧입히는 무채색의 매력적인 그 무엇이 되었다. 『몰타의 매』 등 ‘샘 스페이드’가 등장하는 탐정 시리즈를 창조한 대실 해밋, 『안녕 내 사랑』 등 ‘필립 말로’라는 탐정 시리즈를 낳은 레이먼드 챈들러로 대표되는 미국 하드보일드 범죄소설은 로스 맥도널드라는 걸출한 후배가 탐정 ‘루 아처’로 그 계보를 이으면서 완성되었다. 이 세 작가는 하드보일드 미스터리를 언급할 때 항상 함께 거론되며, 그들이 창조한 탐정 샘 스페이드-필립 말로-루 아처는 가장 중요한 사설탐정으로 꼽힌다. 세 명의 거장 중 막내인 로스 맥도널드는 선배들의 위대한 유산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유일한 작가로 평가받으며, 미국 문학에서도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그가 창조한 루 아처라는 인물은 기운 넘치는 선배들의 작풍을 뛰어넘어 인물에 심리적 깊이와 통찰력이 더 강조된 섬세한 캐릭터이다. 그는 여간해서 화를 내지 않으며 직접적인 폭력을 사용하는 경우도 거의 없다. 그는 의뢰인이 찾아달라는 실종자를 집요하게 추적할 뿐이다. 그리고 사건의 해결은 씁쓸한 여운을 남기며 마무리된다. 은밀한 의뢰는 결국 그들의 치부를 봐야 한다는 뜻이기에 탐정은 늘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해나갈 뿐이다. 하지만 일인칭으로 전개되는 소설 속에서도 확인하기 힘든 그의 심중은 언뜻언뜻 비치는 독백을 통해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로 전달되면서, 형용할 수 없는 감정과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로스 맥도널드는 선배들과 다르게 인물의 심리적 동선을 집요하게 추적하며 탐정이 관조하는 추악한 현실의 이면을 사정없이 우리의 눈앞에 펼쳐 보인다. 로스 맥도널드의 대표작 『위철리가의 여인』은 하드보일드 작가로서의 그의 장점이 고스란히 빛을 발하는 걸작이다. 인간성과 범죄의 불안한 경계선을 걸으며 고뇌하는 탐정이란 존재의 위상을 새로 정의했고, 무엇보다 선배 작가들이 가능성만으로 남겨둔 심리학적 깊이와 윤리적 복잡성을 완성해 미국 범죄소설의 수준을 한 차원 높였다.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은 레이먼드 챈들러의 소설을 접해본 독자라면, 꼭 한번 비교해 읽어볼 작품이다. 하드보일드의 진화 과정을 생생히 느낄 기회가 될 것이다. 사건의 진실과 함께 드러나는 인간 영혼의 상처 삶의 이면을 고발하는 탐정 루 아처의 고독한 독백 미국 탐정소설의 완결판! 어느 날 굴지의 석유개발 회사의 사장 호머 위철리가 사설탐정 루 아처를 불러 사건 해결을 의뢰한다. 사라진 딸 피비를 찾아달라는 그는 아내 캐서린과 이혼했으며, 아처는 피비의 실종이 캐서린과 연관되었을 것이라 짐작한다. 하지만 호머가 그녀와 관련된 얘기를 쉽사리 하려 하지 않자 아처는 피비의 남자 친구 보비와 고모부인 트레버를 만나면서, 호머와 캐서린이 이혼하기 전에 캐서린의 성적 방종을 밀고하는 편지가 집으로 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처는 결국 싸구려 호텔에서 캐서린을 찾게 되지만 그녀에게서 중요한 얘기를 듣기 전에 누군가의 갑작스런 습격에 정신을 잃는다. 다시 집요하게 주변 사람들을 만나가며 두 모녀의 행방을 좇는 루 아처는 불우한 유년기의 외로움과 슬픔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서서히 정체성을 잃어가는 피비와 수많은 비밀을 품은 채 방랑자처럼 떠돌며 죽음의 그림자를 몰고 다니는 캐서린이 느끼는 감정에 동화되어간다. 하지만 그가 결국 대면하는 진실은 평온한 가정의 뒤에 숨겨진 슬픔 그리고 탐욕과 위선뿐이다. 예기치 못한 결말, 저마다 숨죽이며 지켜온 진실, 그리고 여운을 증폭시키는 너무나 냉정한 결말은 책을 덮고도 독자가 한동안 침묵하게 하며, 작가가 창조한 루 아처라는 인물이 겹겹이 숨긴 감정을 들춰보고 싶게 만든다. 발표 당시 미국 중산층의 몰락을 세련되고 정제된 필치로 극명하게 묘사해 찬사를 받은 『위철리가의 여인』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투영하여 인간의 범죄 심리를 밀도 있게 그려냈다는 평을 받았다. 평범한 일상의 이면에 감춰진 일그러진 진실이 섬세하게 묘사되는 동시에 냉소적인 비유로 삶의 아픔을 예리하게 도려내는 로스 맥도널드의 작풍이 빛나는 『위철리가의 여인』은 시간이 흐를수록 그 가치를 더해가는 작가의 대표작이다. 추리와 심리 스릴러라는 미스터리의 두 가지 면을 교묘하게 엮는 데 탁월한 재주를 보이는 로스 맥도널드의 작품은 스콧 피츠제럴드에게서 영향 받은 것으로도 평가되며, 오늘날까지 독자와 평론가들 모두에게 찬사를 받고 있다. 시나리오 작가 윌리엄 골드먼은 맥도널드의 작품을 두고 “미국 탐정소설의 완결판”이라고 극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