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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비? 도와줄까?”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슬며시 두려움이 밀려왔다. 그녀는 애비의 당뇨병 조절에 강박적이었고, 인정하기 싫지만 살갗 한 꺼풀 아래에 늘 공포가 도사리고 있었다. 그녀는 잡지를 내려놓고 복도 쪽으로 걸어갔다. 나무 바닥을 밟는 발소리가 들리자 안도감이 몰려왔다. 카렌이 자조의 웃음을 짓고 있을 때 검은 머리에 쉰 살가량의 남자가 복도 문으로 들어오며 양손을 들었다. 카렌은 급히 오른손을 심장에 대었다. 순간적으로 구역질이 나고, 입이 마르고, 목이 메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땀이 솟았다. 곧바로, 이루어질 수 없는 희망이 머릿속에서 피어났다. 낯선 사람이 집에 있는 것은 뭔가 착오이고 실수이다. 윌에게서 열쇠를 받아 들어온 인부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 남자는 집을 잘못 찾아온 게 아니다. 가슴속에 집히는 응어리의 정체를 알게 될 때처럼 카렌은 알 수 있었다. 거기에 있어서는 안 되고 아주 불쾌한 방법을 쓰지 않으면 사라지지 않는 암 덩어리. 카렌은 암으로 언니를 잃었다. 그리고 한국전에 종군했던 아버지는 그녀가 어렸을 때 죽음은 그렇게 다가오는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느닷없이, 예고도 없이, 이 세상 최악의 일은 비웃음과 초침 시계와 함께 나타난다. “진정해, 제닝스 부인. 애비는 무사해. 당신이 내 말만 잘 들으면 아무 일 없을 거야.” 남자가 안심시키는 목소리로 말했다. --- 본문 중에서 윌이 카드키를 꽂고 초록색 LED 표기 램프를 보고 있을 때 엘리베이터 도착 벨이 울렸다. 키를 빼냈을 때 붉은색 LED에 불이 들어왔을 뿐 자물쇠에서는 철거덕 소리도 나지 않았다. 다시 한 번 해보았다. 카드를 똑바로 안으로 꽂아 넣었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운이 없는 것 같군요.” “그런 것 같아요. 전화 좀 쓸까요?” 윌은 그러라고 말하려 했지만 뭔가가 말을 막았다. 어딘가 그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VIP 전용 엘리베이터 옆에 내선전화가 있을 거예요. 뭣하면 함께 기다려도 좋습니다만.” 그녀는 순간 당황한 듯했지만 곧 미소 지었다. “그렇군요. 함께 기다려주신다면 고맙죠. 카지노에는 별 사람들이 다 돌아다니니까요. 난 셰릴이에요.” 윌은 그녀가 내민 손을 잡았다. 거의 차갑다고 할 정도로 손이 선뜩했다. 불안에 쫓기는 환자, 이를테면 주사를 겁내는 환자의 손이 이렇다. 그는 여자의 손을 놓고 몇 걸음 앞서 걸으며 그녀를 엘리베이터 쪽으로 에스코트했다. 거구의 남자는 사라진 후였다. 윌은 라운지를 흘깃 들여다보며 원하는 것을 찾았다. 크림색의 내선전화. “여기 있군요.” 그가 돌아보면서 말했다. “전화하면 곧 담당자가 새 열쇠를 가지고…….” 말이 목에서 사라져버렸다. 셰릴은 자동권총을 그의 가슴에 들이대고 있었다. 핸드백에서 꺼낸 것이 틀림없었다. 그녀의 눈은 결의에 차 있었지만 다른 것도 떠올라 있었다. 공포.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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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울 것인가, 아니면 복종할 것인가”
완벽한 삶을 살아가는 가족에게 찾아온 눈물과 분노의 납치극! 아이를 되찾기 위한 위태로운 줄타기가 시작된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 그렉 아일즈의 대표작! 조에게는 한 가지 규칙이 있다! 반드시 24시간 안에 인질을 풀어줄 것! 일 년에 한 번씩 의사들을 상대로 완벽한 범행을 꿈꾸는 그의 올해 표적은 윌과 카렌이다. 몸값은 딱 20만 달러, 그리고 24시간이 지나면 아이는 부모 품으로 돌아가게 된다. 단, 부모가 이 사실을 경찰에 알릴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아이를 향한 부부의 집념은 예상을 뒤엎는데……. 완전범죄를 꿈꾸는 범인과 아이를 되찾으려는 부부의 숨 막히는 두뇌게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가 선보이는 정통 서스펜스 스릴러의 진수! 탄탄한 구성과 흥미진진한 소재, 빠른 속도감으로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작가 그렉 아일즈의 작품이 국내에 처음 소개된다. 1993년 첫 소설 《슈판다우 피닉스》로 미국 문단에서 호평을 받으며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 그는 오늘날까지 《데드 슬립》, 《트루 이블》, 《신의 발자국》 등 13권의 작품을 펴냈으며, 내놓는 작품들마다 대중의 열띤 호응과 평단의 찬사를 받으며 베스트셀러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기존 소설가들이 고수해왔던 소설의 전형을 허물고 다양한 장르와 소재를 거침없이 시도하는 것으로도 잘 알려진 그렉 아일즈는 작가로서의 천부적 재능을 유감없이 펼쳐 보이며 점차 자신을 지지하는 고정 마니아 독자층을 확장하여 현대 영미문학의 기대주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그의 소설은 12개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 20여 국가에서 출간되었다. 이번에 출간된 《24시간》은 ‘한 번 잡으면 결코 손에서 뗄 수 없다(can't put it down)’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그렉 아일즈의 작가적 역량을 잘 보여주는 대표작이다. 유괴를 소재로 한 작품들 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이 소설에서는 정체불명의 악당에게 아이를 빼앗긴 젊은 부부가 역경을 헤치고 딸을 구하기 위해 죽음을 불사하는 결투가 흥미진진하고 현실감 있게 그려진다. 실패할 확률이 지극히 높은 아이 유괴를 매년 한 번씩, 무려 다섯 번이나 성공시킨 유괴범 일당, 그리고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불굴의 의지로 아메리카 드림을 이루어낸 완벽한 가족……. 이들이 서로 다른 세 공간에서 벌이는 치열한 힘겨루기와 지적인 두뇌싸움은 처음부터 끝까지 흡인력 있게 이 책을 끌고나가는 원동력이 된다. ‘24시간’이라는 일체의 범행에 소요되는 제한시간과 완전범죄를 위한 ‘30분’마다의 확인전화 등 시간적 통제 장치까지 더해지며 소설은 더욱 긴박감 넘치게 흘러간다. 마치 영화를 보듯 서로 다른 공간으로 숨 가쁘게 교차하며 액션이 난무하는 영상적 전개와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엎치락뒤치락하는 상황의 반전은 극적인 재미까지 안겨주며 작품 자체를 진정한 페이지터너로 거듭나게 하고 있다. 《24시간》의 또 다른 묘미는 다채로운 색채를 지닌 등장인물의 성격화라 할 수 있다. 지독할 정도로 영리하고 악마적인 유괴범 리더 조, 그에 맞서는 냉철하고 지적인 가정주부 카렌, 용감한 행동파 의사 윌, 도발적 매력을 발산하는 매혹적인 미모의 팜므 파탈 셰릴, 어린 시절 받은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거인 휴이, 그리고 그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는 천진난만한 소녀 애비. 이들은 저마다 다른 삶과 개인적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위급한 상황에서 재기를 발휘하여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데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완벽한 계획을 지닌 조의 소름 돋을 정도로 섬뜩한 일거수일투족, 그리고 아이를 되찾겠다는 일념으로 죽음을 불사한 결투의 기회를 노리는 윌과 카렌…… 이들의 광기와 눈물이 어린 집념은 끊임없이 반전이 난무하는 상황으로 이어지며 다른 소설에서는 결코 맛볼 수 없었던 스릴과 서스펜스를 선사한다. “완전범죄를 꿈꾼다! 리얼타임으로 펼쳐지는 숨 막히는 두뇌게임!” 주어진 시간은 24시간! 그 안에 삶과 죽음이 걸린 주사위를 던져라!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거듭되는 상황의 반전, 진정한 스릴과 서스펜스를 선사하는 이 시대 최고의 페이지터너! 첫 페이지부터 유괴범과 희생자 부모의 범상치 않은 대화로 시선을 사로잡는 그렉 아일즈의 장편소설 《24시간》은 1년이란 시간이 지나 같은 수법의 또 다른 유괴 사건이 이어지며 새로운 이야기를 이끌어낸다. 이번 유괴 사건의 주인공은 소아 당뇨병을 앓고 있는 5세 소녀 애비 제닝스이다. 의사 윌이 빌록시에서 열리는 의학 학회에 참석하기 위해 집을 떠나는 사이, 유괴범 조는 은밀히 집 안에 잠입하여 윌의 아내 카렌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딸 애비는 이미 유괴되어 조의 사촌이자 지?장애인인 휴이와 함께 다른 곳에 머물고 있다. 같은 시각, 또 다른 공범자 셰릴이 의학 학회가 열리는 빌록시로 이동하여 의사 윌을 지켜본다. 이들은 30분마다 확인전화를 하도록 되어 있으며, 전화가 없을 경우 범행은 전면 취소되고 애비는 목숨을 잃는다. 제한된 시간은 24시간, 시간이 지나고 몸값 20만 달러를 챙기면 아이는 부모 품으로 돌아가게 된다. 과거에도 이미 다섯 번이나 유괴에 성공한 적이 있는 조 일당은 유괴에 있어 전문가라 할 수 있는 자들이다. 그들의 유괴는 치밀하고 지능적으로 계획되었고, 아이를 되찾는 대가로 안전하게 몸값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나 사건 종료 후 부모가 FBI에 신고하지 못하도록 할 협박 수단도 철저히 고안했다. 하지만 예외는 늘 있는 법! 이번에 그들은 애비가 소아 당뇨병 환자라는 사실을 미처 알지 못했다. 제시간에 인슐린을 주사하지 않으면 아이가 케토산증에 빠져 목숨을 잃게 되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은 부모는 예전의 다른 부모들처럼 그들의 지시에 따르며 아이의 안전만을 빌고 있지만은 않는다. 두 눈을 부릅뜨고 시시탐탐 허점을 노리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행동을 취하는 제닝스 부부…… 과연 이번에 조는 아이를 희생시킬 것인가? 아이의 죽음을 눈앞에 두고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윌은 아름다운 조의 부인 셰릴과 함께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 것인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절박한 순간, FBI는 그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것인가? 탄탄한 이야기 구성과 현란하고 영리한 소설적 재미, 보다 빠른 속도감을 부여하는 지적 두뇌싸움, 그리고 독창적으로 잘 빚어진 등장인물들……. 《24시간》은 누구라도 한번 손에 들면 마지막 책장을 넘길 때까지 내려놓기가 쉽지 않은 이 시대 최고의 페이지터너다. 마치 한 편의 흥미진진한 영화를 보는 듯한 영상적 전개는 독자가 보다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며, 예상치 못한 일련의 역전과 반전은 478페이지나 되는 긴 분량에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긴장감을 잃지 않은 채 경애심을 가지고 읽어 내려가게 만든다. 그만큼 그렉 아일즈의 글 쓰는 스타일은 섬세하고 능란하며 생생하다. 스티븐 킹도 인정한 그렉 아일즈가 왜 현대 영미문학의 떠오르는 기대주로 부각되고 있는지를 결정적으로 보여주는 소설이라 할 수 있다. 《24시간》은 출간 당시(2000년) 영미 언론에서 “그렉 아일즈는 이 시대 대중문학에 있어 하나의 현상이다!”(《인디펜던트 온 선데이》), “뛰어나고 정교한 솜씨로 빚어진 영리한 책”(《더 타임스》) 등 뜨거운 찬사를 받으며 단번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극도의 긴장감을 유발하는 소설적 구성과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영상적 전개의 매력 때문에 출간 즉시 할리우드에서 러브콜을 받았으며, 루이스 만도키 감독에 의해 「트랩트」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되었다. 영화광인 그렉 아일즈가 직접 시나리오 작업에 참가해 화제를 불러 모았으며, 케빈 베이컨, 샤를리즈 테론, 다코타 패닝, 코트니 러브 등 호화 캐스팅으로 다시 한 번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