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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있던 여자
판정 콜을 다시 한번! 죽으면 일도 못해 달콤해야 하는데 등대에서 결혼 보고 코스타리카의 비는 차갑다 옮긴이의 말 |
Keigo Higashino,ひがしの けいご,東野 圭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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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을 빌려주기 시작한 지 석 달쯤 지난 어느 날, 여느 때처럼 패밀리 레스토랑 주차장에서 아침을 맞았다. 어젯밤 아파트를 빌린 사람은 가타오카다. 그제 밤은 혼다였고, 그전 날은 나카야마였다. 장사가 잘된다. 덕분에 지난 사흘 동안 내 침대에서 한숨도 자지 못했다. 졸린 눈을 비비며 차를 운전해서 아파트로 돌아갔다. 현관문을 여니 집 안은 여느 때처럼 훈훈했다. 아침부터 참 고생이 많구나 생각하다 이내 에어컨이 켜져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가타오카 이 자식, 전기료를 청구해야겠군.” 그렇게 말한 순간 침대 위에서 무언가가 움직였다. 깜짝 놀라 그쪽을 보고는 기겁을 했다. 모르는 여자가 자고 있었던 것이다. --- p.18, 「자고 있던 여자」 중에서 “알고 있었군. 내가 누군지.” “세리자와라는 성을 듣고 확신했지. 가이요 고등학교의 세리자와 선수. 실은 그전에도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있긴 했지. 그 누구보다도 널 또렷이 기억하고 있으니까.” …… “그래. 당신 탓이야.” 신음하듯이 말했다. “결국 당신 때문에 내가 이렇게 된 거야. 당신의 그 잘못된 판정 콜 때문이라고.” “그 아웃을 말하는 거로군.” “그건 세이프였어.” 내가 소리쳤다. --- pp.71~72, 「판정 콜을 다시 한번!」 중에서 그러다 수위는 “으악!” 하고 소리를 질렀다. “이봐요, 누가 구급차 좀 불러줘. 죽었는지도 몰라.” 여기저기서 웅성거림이 일어나고 가까이 있던 직원들은 일제히 뒤로 물러섰다. 그래도 자동판매기 앞에 늘어선 줄은 흐트러지지 않았고 순서만큼은 철저히 지키고 있었다. “어머, 무서워요.”라고 말하면서 주스를 사는 여직원도 있었다. ‘죽으면 일도 못해’를 마시면서 쓰러져 있는 남자의 얼굴을 조심조심 들여다보았다. 그 순간 입안의 것이 튀어나왔다. “뭐야! 더럽게! 무슨 짓이야?” 수위 아저씨가 화를 냈다. “이, 이 사람, 우리 계장님이에요.” --- pp.88~89, 「죽으면 일도 못해」 중에서 “그런데 부인은요?” 방 안을 둘러보더니 노인이 물었다. “잠시 나갔어요. 쇼핑이라도 하나 보죠.” 태연한 척했지만 말투가 부자연스러워지는 걸 스스로도 알 수 있었다. …… 술을 한 모금 마시더니 그는 방구석에 놓여 있는 슈트케이스를 가리켰다. “굉장히 큰 슈트케이스네요. 저렇게 큰 건 별로 본 적이 없어요.” “예전에 유럽 여행을 가려고 산겁니다. 너무 커서 나르기 불편한 게 단점이지요.” 그때 유럽에도 전처와 함께 갔다. 저 슈트케이스를 보고 그녀가 한 말을 기억한다. “내가 이 안에 들어가서 항공료를 절약할까?” --- pp.143~144, 「달콤해야 하는데」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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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여자가 내 침대에서 자고 있다.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수상한 여자, 그녀를 믿을 수 있을까?〈자고 있던 여자〉 강도와 인질로 다시 만난 야구 선수와 심판. 2년 전 경기에서는 무슨 일이?〈판정 콜을 다시 한번!〉 소문난 완벽주의자 하야시다 계장. 그가 직원 휴게실에서 쓰러진 채로 발견된다.〈죽으면 일도 못해〉 악몽으로 변한 신혼여행. 오랫동안 서로에게 숨겨왔던 진실이 밝혀진다.〈달콤해야 하는데〉 배낭여행 중 우연히 들른 등대. 유난히 친절한 등대지기의 권유로 하룻밤을 묵게 되는데…….〈등대에서〉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던 친구가 보내온 한 통의 편지. 그러나 편지에 동봉된 사진 속 그녀는 내 친구가 아니다!〈결혼 보고〉 코스타리가의 정글에서 원숭이 가면을 쓴 강도를 만났다. 실화를 배경으로 한 이국적 미스터리〈코스타리카의 비는 차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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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일상의 수상한 이면을 포착하는 날카로운 관찰력
인간의 어두운 내면에 대한 통찰이 돋보이는 걸작 미스터리 출간되는 작품마다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리며 한국 독자들을 사로잡은 일본 최고의 미스터리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 독자들은 왜 그의 작품에 이토록 열광하는 것일까? 『범인 없는 살인의 밤』에 이은 두 번째 걸작 단편 모음집 『수상한 사람들』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특기와 장점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현대판 괴담’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일곱 편의 이야기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한다. 5천 엔이 아쉬워서 방을 빌려주는 남자, 성실함과 꼼꼼함으로 거래처 직원을 괴롭게 하는 계장, 친구에 대한 열등감으로 괴로워하는 남자, 오심을 내렸다고 심판을 원망하는 운동선수 등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인물들이다. 이들은 누구나 살면서 마주치게 되는 의심, 화, 미움, 무관심, 호기심 같은 사소한 감정으로 인해 수상한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익숙한 일상을 땔감으로, 마음 속 사소한 감정을 연료로 하는 등골 서늘한 이야기들은 현실에서도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기에 무서운 흡입력을 발휘한다. 스토리텔링에 있어 익히 그 재능을 인정받은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는 치밀한 구성과 간결하고 속도감있는 문장으로 우리 삶의 예측할 수 없는 측면을 완성도 높은 미스터리로 재탄생시킨다. 코믹 미스터리부터 본격 추리까지 히가시노 게이고에게 한계는 없다 발칙한 상상력으로 그려낸 일곱 편의 색다른 추리극, 유머와 공포의 완벽한 조화 『수상한 사람들』에 수록된 일곱 편의 작품에서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다양한 시도들과 폭 넓은 작품 세계를 만날 수 있다. 현대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관통하는 중요한 특징 중 하나다. 『수상한 사람들』에서 그는 사회 비판적 시각을 풍자와 유머를 곁들여 재기발랄하게 요리한다. 현대인들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와 촌철살인 유머가 빛나는 이 책은 사건의 가해자와 피해자를 통해 우리 사회의 치부를 유쾌하게 들춰낸다. 우연한 계기로 직장 동료들에게 하룻밤씩 아파트를 빌려주게 된 주인공 ‘나’. 그러나 어느 날 집에 들어가니 낯선 여자가 내 침대에서 자고 있다.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수상한 여자, 그녀를 믿을 수 있을까? 자신도 모르는 사이 범죄에 말려든 남자의 이야기인 〈자고 있던 여자〉는 청순하고 요조숙녀 같은 외모만 보고 여자를 판단하는 세태를 비웃는다. 주인공의 ‘그래 여자 보는 네 눈은 정확하지’ 라는 자조 섞인 마지막 대사는 히가시노 게이고가 이 시대 남성들에게 하고 싶은 말일 것이다. 〈판정 콜을 다시 한번!〉에서는 2년 전 경기의 야구선수와 심판이 강도와 인질로 다시 만나게 된다. 진실을 보지 못하고 근거 없는 증오로 인생을 망친 야구 선수의 이야기는 자신의 잘못에는 관대하고 남의 잘못에는 가차 없는 현대인들의 태도에 일침을 놓는다. 꼼꼼함과 성실함으로 야근과 주말근무를 불사하는 하야시다 계장의 죽음으로 시작하는 〈죽으면 일도 못해〉는 일중독이 되기를 강요하는 사회 구조, ‘과로사’의 진정한 가해자와 피해자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등대에서〉에는 자신이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소꿉친구 유스케와 항상 그에게 무시당하는 ‘나’가 등장한다. 순간 떠오른 악의로 ‘나’는 유스케를 그 끔찍한 등대로 향하게 한다. 열등감이 부른 소름 돋는 복수에서 히가시노 게이고의 상상력이 돋보인다.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던 친구가 보내온 한 통의 편지. 그러나 편지에 동봉된 사진 속 그녀는 내 친구가 아니다! 〈결혼 보고〉는 한 통의 편지를 단서로 친구의 행방을 찾아 주변 사람들을 한명씩 만나면서 진실에 다가가는 주인공의 이틀을 긴장감 있게 그려낸다. 지인의 실화를 바탕으로 쓴 〈코스타리카의 비는 차갑다〉는 캐나다에 살고 있는 일본인이 여름휴가지에서 겪는 의문의 강도 사건을 다룬다. 코스타리카를 배경으로 일본과 외국의 문화적 차이, 일본인과 외국인의 정서적 차이 등이 흥미롭게 그려진다. 딸의 죽음과 관련된 의혹을 떨치지 못하고 신혼여행에서 아내를 죽이려 하는 ‘나’, 하지만 뜻밖의 진실을 알게 되고 눈물을 흘리는데……. 〈달콤해야 하는데〉는 특유의 비틀기와 반전으로 미스터리 스릴러로서의 재미를 놓치지 않으면서 『용의자 X의 헌신』에서 보여줬던 저자 특유의 헌신적인 사랑관을 가슴 뭉클한 이야기 속에 담아낸다. 일곱 편의 완성도 높은 단편들은 손에 땀을 쥐는 긴장과 반전의 재미 속에서도 씁쓸한 뒷맛을 남기며 생각해볼 거리를 남긴다. 각양각색의 매력을 가진 이야기들은 호흡이 짧고 부담 없는 분량으로 누구나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일본 엔터테인먼트 문학의 정점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