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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척도
도쓰카 교수의 마지막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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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추천사
과학의 역정이 남겨놓은 위대한 유산 ㅣ 김수봉

출판에 즈음하여
과학과 더불어 행복했다고 말하고 싶어 한 사람 ㅣ 도쓰카 히로코

1부 마지막 강의 : E=mc²은 아름답다
강의를 시작하며 ㅣ 신의 사랑은 다윈과 갈릴레오에게도 미칠까
강의 1 ㅣ 아인슈타인의 "신은 주사위를 던지지 않는다"
강의 2 ㅣ 아인슈타인의 'E=mc²'
강의 3 ㅣ 식물의 기본은 '대충대충'
강의 4 ㅣ 19세기말 과학의 어려움 - 빛의 과학
강의 5 ㅣ 뉴트리노
강의 6 ㅣ '자연스러운' 우주·자연계의 스케일이란 무엇인가

2부 마지막 강연 : 우주와 소립자
소립자란 무엇인가
소립자물리학의 기원
소립자표
질량이란 무엇인가
빅뱅우주론
WMAP
암흑물질, 암흑에너지
반물질은 왜 없는가
소립자물리학의 미래
J-PARC와 하이퍼카미오칸데
연구의 묘미

3부 마지막 인터뷰 : 과학, 미지의 진리를 향한 간절한 열정

저자 소개 2

도쓰카 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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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한마디
대우주는 무수한 뉴트리노를 살게 하지만 대우주 안에서 뉴트리노가 하는 역할을 우리는 그 편린조차 모르고 있다.

戶塚洋二

1942년 시즈오카 현 후지시에서 출생하였다. 1965년 도쿄대학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1972년 같은 대학 대학원 이학계 연구과 박사과정을 수료(이학박사)한 뒤, 독일로 건너가 DESY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귀국 후 도쿄대 이학부 교수를 거쳐, 1988년에는 같은 대학 우주선연구소 교수로 부임, 2002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고시바 마사토시의 애제자 중 한 사람으로 고시마 교수가 주도하는 카미오칸데 소립자 관측실험에 줄곧 참여했다. 1995년 카미오카 우주소립자연구시설의 책임자가 되었으며, 1997년부터 도쿄대 우주선연구소 소장으로 일했다. 1998년 슈퍼카미오칸데 실험에
1942년 시즈오카 현 후지시에서 출생하였다. 1965년 도쿄대학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1972년 같은 대학 대학원 이학계 연구과 박사과정을 수료(이학박사)한 뒤, 독일로 건너가 DESY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귀국 후 도쿄대 이학부 교수를 거쳐, 1988년에는 같은 대학 우주선연구소 교수로 부임, 2002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고시바 마사토시의 애제자 중 한 사람으로 고시마 교수가 주도하는 카미오칸데 소립자 관측실험에 줄곧 참여했다. 1995년 카미오카 우주소립자연구시설의 책임자가 되었으며, 1997년부터 도쿄대 우주선연구소 소장으로 일했다.
1998년 슈퍼카미오칸데 실험에서 뉴트리노 진동을 확인하고, 뉴트리노의 질량이 0이라는 기존의 가설을 뒤집어 소립자 연구의 신기원을 마련, 해마다 노벨물리학상 후보로 유력시되어 왔다. 2002년에는 고에너지가속기 공동연구기구 교수로, 다음 해부터는 이 기구의 장으로 일해 왔으나, 대장암이 악화되어 암 투병을 지속해 오다가 2008년 7월 10일 숨졌다.

죽음을 눈앞에 둔 2007년 8월부터 자신의 블로그에 젊은 세대들을 위한 '과학입문시리즈'를 쓰기 시작, 그 글들을 중심으로 엮어낸 『과학의 척도』(원서명 : "도쓰카 교수의 과학입문")는 『암과 투쟁한 과학의 기록』과 더불어 그의 유고작이 되었다.
1989년 미국 천문학회가 주는 브루노 로시상을 시작으로, 유럽 물리학회 특별상(1995) 등 명성 있는 과학상을 차례로 수상하였고, 2004년에는 일본 정부가 주는 문화훈장을, 2007년에는 과학·기술 분야에 주어지는 가장 오래된 상 가운데 하나인 벤자민 프랭클린상을 수상하였다. 저서로 『소립자 물리』, 『깊은 땅 속에서 우주를 탐색하다』, 『이와나미 강좌 현대의 물리학』 제10권, 『양성자는 깨지는가』 등이 있다.
연세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졸업 후 도쿄외국어대학교 연구원을 지냈다. 현재 연세대학교에서 강의하며 번역 작업을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르네상스인 김승옥』(공저)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환상의 빛』, 『수상한 신호등』, 『케첩맨』, 『괴물원』, 『나는 달걀입니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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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10월 08일
쪽수, 무게, 크기
268쪽 | 364g | 152*195*20mm
ISBN13
9788996217589

출판사 리뷰

소립자물리학의 세계적인 권위자 도쓰카 요지(戶塚洋二).
세계 최초로 뉴트리노의 질량을 규명하여 강력한 노벨물리학상 후보로 주목받아오던 그가 죽음을 눈앞에 둔 시간 속에서 써내려간 현대 물리학의 핵심주제에 관한 간결하고도 명징한 강의노트.
후세대 과학도들을 위해 꺼지지 않는 과학자의 혼과 열정으로 남겨놓은 과학적 탐구의 아름다운 유산.

한국 최초의 우주발사체 나로호 발사. 발사 성공에 이은 목표궤도진입 실패 소식. 이것을 두고 우리는‘절반의 성공’이라 부르고 싶어 했다. 실패의 연속을 딛고 발전해온 우주과학사에서 이 절반의 성공은 매우 소중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절반의 실패’를 응시하는 성찰의 태도이다. 과학의 영역에선 더욱 그렇다. 과학을 바라보는 시선이 성공에 매몰될 때, 과학을‘수치조작의 학문’으로 전락시킨‘황우석 사태’는 언제라도 재현될 것이고, 한국의 과학 현실을 정직하게 직시하는 태도도 생겨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 『과학의 척도』의 저자 도쓰카 요지의 경우가 동일한 교훈의 다른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1998년 슈퍼카미오칸데 실험을 통해 뉴트리노(중성미자)의 진동을 확인하여 뉴트리노의 질량이‘0’이 아니라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규명하여 일본 정부로부터 문화훈장을, 또한 미국과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벤자민 플랭클린상을 받았고, 해마다 가장 유력한 노벨물리학상 후보로 나라 안팎에서 주목받아오던 사람이다. 그런 그도 2001년 광전자 증배관 대형파손사고의 책임을 지고 한때 도쿄대를 사직해야 했었지만, 다음해 고에너지가속기 공동연구기구(KEK) 기관장이라는 더욱 중요한 직책으로 복귀했다. 실패에 대한 냉철하고 객관적인 평가, 기초과학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이 책은 말기 대장암으로 2008년 7월 숨지기 전 도쓰카 교수가 자신의 블로그‘Few More Months’에 쓴 '과학입문시리즈'와, 컴퓨터에 남아 있었던 미공개 원고를 포함시켜 그의 사후 발간한 책 『도쓰카 교수의 과학입문-E=mc2은 아름답다』를 번역한 것이다. 소립자물리학 분야의 최고 권위자가 죽음을 맞이하기 전 자신의 업적을 정리하는 작업 대신 후세대를 위해 남은 기력을 바쳐 과학입문의 글을 쓰려고 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감동을 주는 것이며 동시에 짙은 부러움을 자아내게 하는 대목이다. 그가 죽은 바로 그 해 유력한 후보였던 그를 대신해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노벨상은 생존자에게만 수여) 일본의 이론물리학자 마스카와 도시히데(益川敏英)는 소감을 묻는 기자들에게“노벨상은 과학과는 별반 관계가 없다. 나는 연구자 동료로부터‘그게 정답이었다!’라는 소리를 듣는 것이 훨씬 더 기쁘다”고 했다고 한다. 마스카와는 문부성의 초청을 받은 자리에서도 과학에의 로망을 가로막은 입시 위주의 일본 과학교육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고 한다.
일본 물리학자들의 이 자신감과 과학에의 열정, 미래 세대 과학을 위한 진지한 관심. 이 책 『과학의 척도』는 바로 그러한 과학자의 정신과 고투의 흔적을 읽을 수 있는 소중한 텍스트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작년(2008) 10월 한국을 방한한 전·현직 노벨물리학상 심사위원은 한국의 노벨물리학상 수상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응용과학보다는 기초과학”이라는 매우 원칙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핵물리학과 소립자물리학이 어떻게 구별되어야 하는지도 모르며, 게다가 그것도 핵무기 개발 문제가‘한반도 정치’와 맞물려 정치적 찬반논의 수준에 매몰되어 있는 한국사회가 그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이미 오래 전의 추문(醜聞)이 되어버렸지만, 이휘소(미국이름 벤저민 리)라는 뛰어난 소립자물리학자를‘국가주권’을 위해 핵무기를 개발하려다 의문사 당한 영웅으로 둔갑시킨 책으로 한 출판사가 큰돈을 번 뒤로 한참의 시간이 흘렀지만, 정작 그 뒤로 그 부끄러운 일이 반성되었다는 소식을 우리는 듣지 못했다. 이 소설이‘운동권 필독서’가 되어 어떤 통일운동 명망가가 대학운동장에서“남북 핵 합작하여 일본 ×들 때려잡고 미국 ×들 몰아내자”는 구호를 외치고 연창하는 코미디가 벌어졌던 사실은 상기하기조차 싫은 기억이다.

일본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아픈 기억이 있는 나라다. 그래서 일본인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인 유카와 히데키가 원자핵을 구성하는 양성자와 중성자를 묶어주고 있는 핵력(核力)을 설명하는 중간자 이론을 제시한 사람이라는 사실은 묘한 느낌을 안겨준다. 그러나 유카와 히데키는 그의 스승 닐스 보어(Niels Henrik David Bohr; 2차 세계대전 중 시행된 미국의 원자폭탄제조계획인 맨해튼계획에 참여했으나 나중 핵무기 반대운동을 벌인 것으로도 유명한 덴마크 물리학자)와 함께 핵무기 폐지운동을 벌였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일본의 기초과학은 바로 이러한 전통 위에서 7명의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를 낳았다. 그리고 일본은 적어도 소립자물리학 분야에선 명실상부 세계 최정상이다. 소립자물리학은 그 연구대상이 우주 만물 중 가장 작은 입자를 다루는 학문이지만, 이 작은 입자를 통해 우주의 비밀이 밝혀져 왔기 때문에 일본이나 미국, 그리고 유럽 국가들이 막대한 국가지원을 통해 관측시설을 구축해온 거대과학이기도 하다. 이 기초과학 분야에서 일본 과학자 내부의 ‘이론과 관측’의 유기적인 협력은 실로 눈부시며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 이 책의 저자인 도쓰카 교수가 일본 최대의 소립자 관측시설인 슈퍼카미오칸데의 책임자 시절 이른바‘마스카와-고바야시 모델’(노벨물리학상을 받게한 그 유명한‘CP대칭성의 파괴이론’)을 관측으로 입증하려고 노력했던 것이 그 한 예일 것이다.

스스로 밝혔듯이, 도쓰카 교수는 이론물리학자가 아니라 관측연구자이다. 그는 이론의 화려함을 믿는 사람이 아니라“관측되지 않은 것은 아직 진리가 아니다”라는 것을 철칙으로 믿어온 과학자이다. 아인슈타인이 위대한 과학자로 영원히 기억되는 것은‘E=mc2’이라는 특수상대성이론이 관측에 의해 입증되어 그것이 현대 과학의 척도가 되었기 때문이다. 알프레드 노벨이 상의 범위와 순위를 정할 때 물리학을 최우선으로 거명한 것은 단지 우연이 아니라, 물리학이 바로 이 과학의 척도를 구하는 학문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에 근거해 볼 때 평생 관측모델(이론)을 자연계 속에서 진실로 입증하기 위해 노력해온 도쓰카 교수야말로 여지없는 기초과학자의 표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평행우주』의 저자 미치오 카쿠는“진리의 궁극적인 법칙을 1인치 남짓한 방정식으로 규정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했다. 우리는 이렇게 물어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문학적 수사에 가까운 이 예언을 입증하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오랜 관측과 실험으로 소립자물리학의 신기원을 마련한 세계 정상의 소립자물리학자 도쓰카 요지 교수가 죽음을 눈앞에 두고 미래의 과학도들을 위한 과학노트를 써내려갔다.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하랴.
남겨진 날들의 과학노트 - 과학적 탐구의 아름다운 유산

대장암 말기의 한 과학자가 컴퓨터 앞에 앉아 쉬지 않고 무엇인가 써내려가고 있다. 소립자물리학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이며, 도쿄대 특별명예교수인 도쓰카 요지(戶塚洋二). 1998년 슈퍼카미오칸데(Super-
Kamiokande) 실험에서 뉴트리노(neutrino, 중성미자)의 진동을 확인하고, 뉴트리노의 질량이‘0’이라는 기존의 가설을 뒤집어 소립자연구의 신기원을 마련함으로써 해마다 노벨물리학상 후보로 유력시되어오던 그는,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제 힘겨운 암 투병으로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진 상태였다. 그런데 그는 생의 무슨 과제가 또 남아 있어 그렇게 자신의 마지막 남은 기력을 다 쏟아 붓고 있었던 것일까.

「Few More Months」(http://fewmonths.exblog.jp/)라는 이름의 그의 블로그를 들여다보면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일 년 남짓한 시간 동안 기록한 것으로 보이는‘인생’,‘ 오쿠히다(奧飛, 그가 연구인생의 대부분을 보낸 곳)’,‘ 우리 집 정원에 핀 꽃’,‘ 대장암 치료경과’,‘ 항암제에 관한 짧은 노트’,‘과학정책’,‘ 과학입문’등의 항목에 담긴 방대한 글들은 짧은 시간에 다 읽어내기도 힘들지만,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그 내용의 치밀함과 정교함이다.
‘겨우 존재하는 것들’이라 했던가. 우주를 구성하는 물질 가운데서도 육안에 잡히지도 않는 입자의 비밀을 캐던 그가, 이제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응시하면서 자신의 증상과 심리까지도 과학적 기록으로 남겨두려 했던 분투와 몰두를 두고 의료진은 경악과 함께 경외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과학자로서 최후를 지켜보고 싶다”는 의지로 작성해간 그의 투병기록은 또 하나의 아름다운 과학적 유산이다. 그의 이 죽음과의 투쟁은 NHK에서 방영되어(「물리학자 도쓰카 요지, 암을 지켜보다」) 일본 열도를 울렸다.(또한 이 투병기록은 다치바나 다카시(立花隆)에 의해 편집되어 『암과 싸운 과학자의 기록』이란 제목으로 출간되기도 했다.)

그는 암이 대장으로부터 뇌로 전이되어 감마선 치료를 받을 때도 안경을 벗지 않았다고 한다. 감마선 치료시의 상황을 기록하기 위해서였다. 이 대목에 이르면, 더 이상 그의 글을 편한 마음으로 읽어 내려갈 수 없게 된다. 대체 과학자란 어떤 존재여야 하는가. 그런 그가 쓴 이 「과학 입문서」는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일까.

그는 새로운 과학 이론을 만들어내는 이론물리학자가 아니라,“ 관측으로 입증되지 않은 것은 아직 진리가 아니다”라는 것을 철칙으로 믿어온 현장(관측)물리학자였다.(아이러니하게도 그가 죽고 난 후 2008년 노벨물리학상은 고바야시 마코토, 마스카와 도시히데, 난부 요이치로라는 세 사람의 일본인 이론물리학자들이 수상했다.) 그의 이런 생각은 단지 주장이 아니라 철저히 체화된 것이어서, 1949년 일본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노벨물리학상을 유카와 히데키(湯川秀樹)를 언급하는 자리에서도 일본 물리학이 그로 인해 이론지향을 띠게 되었다는 지적을 빠트리지 않는다. 이 책에서 언급하는 현대 물리학의 거장들의 비중이 이론가보다는 관측가들이 많은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한 예로 뉴트리노 천문학의 개척자인 레이먼드 데이비스 주니어(Raymond Davis Jr.)에 대한 애정 어린 언급도 그러하다.)

아무리 화려한 과학적 이론이나 그것이 주장하는 법칙도 자연 속에서 관측으로 올바름이 입증될 때 비로소‘척도(尺度)’가 된다. 척도를 추구하는 그의 눈과 사고는 비단 물리학의 범위에서만 작동하지는 않는다. 이 책에는 어울리지 않을 법한‘식물 이야기’가 한 장(chapter)을 구성하고 있다.(블로그에는 온통 꽃 사진들로 도배되어 있다.) 관측의 대가답게, 여기서 그는 일본의 식물학자들이 제대로 된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지 않았다고 불평하는가 하면, 이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무엇 무엇을 연구해보라고 조언까지 늘어놓는다. 죽어가는 순간까지 자연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에 대한 감각(엄밀히는‘척도의 아름다움’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책의 일본어 제목은 「E=mc2은 아름답다」이다)을 잃지 않고 관철해내는, 이것을‘과학자의 혼’이라 부른다면 수사의 과잉이 될까.

바로 이 지점일 것이다. 책을 편집하면서 한없이 부러움을 느꼈던 대목 역시도. 뼛속까지 과학자의 혼을 간직해 오던 현대 물리학의 대가가 죽음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기력을 다해 미래의 과학을 책임질 후세대를 위해 과학입문 시리즈를 써내려가고 있다. 그의 이 마지막 지상(紙上) 강의는 결코 (수능강사나 교양서 필자들처럼) 친절하지 않다. 소립자물리학의 한 기원을 마련한 최고의 과학자답게 그는 사소한 일상의 관찰에서부터 시작하여 21세기 물리학의 핵심 주제들까지를 단숨에 설명해 버린다. 이 자유로움과 자신감……. 첨단의 과학이론이 아니라, 과학적 탐구로 이끄는 가장 강한 설득력은 바로 이것 아닐까.

도쓰카 요지. 그가 죽고 나자, 스승인 고시바 마사토시(小柴昌俊, 2002년 노벨물리학상 수상)는“18개월만 더 살았더라면, 국민 모두가 기뻐하였을 텐데”라며 통한의 조사를 낭독했다. 노벨물리학상 수상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그러나 그의 블로그를 들여다본 우리는 그의 간절한 염원이 그것 너머에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자신의 가설을 과학적 진실로 입증할 수 있는 실험(2009년 4월로 예정되었던)에 참여하여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었을 것이다. 그가 죽은 지 9개월 후 그토록 열망하던 T2K 실험이 이루어지고, 그의 제자들은 마침내 뉴트리노를 인공적으로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7명. 이것이 단지 이 나라의 국력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단호히 아니라고 답한다. 이 책은 어떤 위대한 업적 이전에, 과학자의 정신과 영혼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하고 싶다. 다음은 도쓰카 교수 사거 후 그의 아들이 올린 글이다.“ 모두들 아시다시피 저희 부친이 7월 10일 돌아가셨습니다. 마지막까지 지켜본 가족으로서 그의 장렬한 경과를 쓰고 싶지만, 아마 본인이 싫어하실 것 같습니다. 다만 암에 정면으로 맞서 최후까지 분투했다는 것은 말씀드려도 될 것 같습니다. 여러분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다면 본인도 기뻐하리라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附記]
“노벨상은 과학과는 별반 관계가 없다. 나는 연구자 동료로부터‘그게 정답이었다!’라는 소리를 듣는 것이 훨씬 더 기쁘다.”2008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마스카와 도시히데(益川敏英)가 한 말이다. 우주 탄생의 비밀을 해석하는 열쇠가 되는‘CP대칭성의 파괴이론’을 수립하고 입증해낸 이 이론물리학의 대가는 문부성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입시위주의 일본 과학교육이 후세대 기초과학자들의 탄생을 가로막는 해악이 된다고 호통을 쳤다한다. 일본 과학의 가장 큰 적이 일본 과학교육이라는 말이다.
이 책 『과학의 척도-도쓰카 교수의 마지막 강의』는 바로 이러한 일본 과학자들의 과학의 본류를 지키고 키워가기 위한 고투의 일환으로 읽혀져야 한다고 우리는 믿는다. 노벨상조차도 과학과는 관계가 없다고 하는 이 자신감과 열정. 이들은‘과학에 대한 로망’을 일본의 젊은 세대에게 심어주기 위해 이렇게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죽음을 눈앞에 둔 순간에도 남은 기력을 다해가면서까지 말이다. 아마 한국의 환경주의자들이 들으면 기겁할 도쓰카 교수의 다음 이야기도 그런 맥락에서 읽혀져야 한다.

“제가 싫어하는 말이 하나 있어요. 그것은‘자손에게 부(負)의 유산을 남기지 말라’라는 말이에요. 저는‘자꾸 남겨라’고 해요. 방사성 폐기물의 처리 같은 경우에도, 환경문제 같은 경우에도, 에너지ㆍ식량 위기 같은 경우에도말이에요. 자손들은 우리보다 머리가 좋을 테니까 그들에게 맡기면 간단히 처리할 수 있을 거라고 하면서요. 그런것을 기대하고 있는 거지요.”

‘부(負)의 유산’까지도 과학의 힘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이 믿음……. 소립자물리학의 세계 최정상이라는 일본 기초과학자들의 꿈은 원대하다. 이들은“농축 핵연료를 쓰지 않는, 또 연쇄반응을 사용하지 않는 새로운 방식의 원자로”를 만들 궁리를 하고 있으며, “지금보다 10배 정도 에너지 발생 효율이 높은 핵융합, 즉‘지상에 태양을 만드는’일을 추진”하려는 상상을 현실로 옮기려 하고 있다. 20기의 원자력 발전기를 가동하고 있는 세계 5위의 원자력 강국이면서도, 원자력발전소 건설이나 방폐장 건설 문제로 온 사회가 진통을 겪어야 하는 한국 현실에서 보면 참으로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소립자물리학은 우주 만물 중에서도 가장 작은 입자를 들여다보는 학문이면서 동시에 사회적 합의와 정부지원이 없으면 기반구축이 불가능한 거대과학이기도 하다. 이는 지하 1,000미터에 건설되어 있는 일본의 슈퍼카미오칸데 관측시설의 규모 하나만을 보더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사실이다. 앞서 언급한 T2K(From Tokai ToKamioka) 실험은 일본 이바라키 현 도카이에 있는 J-PARC 가속기에서 발사한 뉴트리노를 295킬로미터 떨어진 기후 현의 오쿠히다에 건설된 슈퍼카미오칸데에서 추적하는 거대한 소립자실험이다. ‘국력=노벨물리학상’이라는 등식이 틀렸다는 것이 아니라, 기초과학을 거대과학으로 실현하려는 과학자들의 열정과 분투를 들여다보지 못한다면 우리는 언제까지나 이들을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고만 있어야 할 것이다.

추천평

"세계 최초로 뉴트리노의 질량을 규명하여, 가장 유력한 노벨상 후보로 주목받던 도쓰카 교수가 암 투병의 와중에서도 젊은 과학도들을 위해 써내려간 이 간결하고도 명징한 과학입문서는 한국의 젊은 세대에게도 가슴 뛰는 과학의 길로 안내하는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김수봉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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