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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기댄 모든 것
술 못 끊는 문학 연구자와 담배 못 끊는 정신과 의사가 나눈 의존증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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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여는 글 · 마쓰모토 도시히코

1. 헤이, 도시! (요코미치 마코토, 2023년 4월 7일)
마코토의 의존 편력 ― 절도, 섹스, 과식 그리고 술 | ‘왜 그런지 나만 잘 안 된다’ | 의존증 전문 의사와의 만남

2. 헤이, 마코토 (마쓰모토 도시히코, 2023년 4월 9일)
의지와 무관한 인사 발령과 의존증 자조모임과의 만남 | 의존증이란 무엇인가? ― ‘의존’과 ‘의존증’의 차이 | 사람은 왜 의존증에 빠지는가? ― 자기 치료 가설

3. 자조 모임과 지옥으로 가는 타임머신 (요코미치 마코토, 2023년 5월 2일)
익명의 알코올중독자들(AA)과의 만남 | ‘종교 2세’의 트라우마와 자조모임의 종교색

4. “안 돼, 절대 안 돼”보다는 ‘회복 커뮤니티’ (마쓰모토 도시히코, 2023년 5월 5일)
자조모임에 대한 의사의 열등감 | 자조모임의 종교색 논란의 유래 | 젤리넥 곡선에 대한 의심 | “안 돼, 절대 안 돼”로는 효과가 없다 | 금주보다는 ‘회복 커뮤니티’

5. 무력함의 수용과 회복 커뮤니티 (요코미치 마코토, 2023년 5월 6일)
무력함의 수용과 남자다움이라는 병 | 자조모임의 활동 ― 당사자 연구와 오픈 다이얼로그

6. 한참 뒤처진 의존증 임상 (마쓰모토 도시히코, 2023년 5월 7일)
도처에 있는 회복 커뮤니티 | 자조모임 내 위계 구조와 ‘준비된 당사자’ 문제 | 위해성 감소란 무엇인가 | 회복 커뮤니티에 필요한 것

7. 당사자 이미지의 복잡성과 새로운 자조 모임을 찾아서 (요코미치 마코토, 2023년 5월 31일)
미화할 수 없는 당사자들 | 중독과 잘 지내는 법 | 정신질환의 동반이환과 의존증

8. ‘힘들게 하는 사람’은 ‘힘들어 하는 사람’ ― 자기 치료와 중복 장애 (마쓰모토 도시히코, 2023년 6월 10일)
약물 의존증과 발달장애 | ADHD는 어디까지 치료해야 할까 | ‘자기 치료’는 도처에 있다 | 치료와 지원의 틈새 | ‘힘들게 하는 사람’은 ‘힘들어하는 사람’

9. 헤이, 도시(다시) (요코미치 마코토, 2023년 6월 23일)
마코토의 중복 장애와 자기 치료 | 의존증과 정상적 의존의 경계

10. 왜 사람은 뭔가에 빠지는가? (마쓰모토 도시히코, 2023년 7월 19일)
다시 한번 ‘의존증의 본질은 무엇인가’의 문제 | 물질보다는 행위가 중요하다 | 누구나 의존증의 맹아를 갖고 있다 | 놀이의 중독성과 치료적 기능 | 의존증의 약물 요법에서 보이는 것들

11. 신사 숙녀로서 도파민을 즐기는 방법 (요코미치 마코토, 2023년 7월 20일)
물질 의존과 행위 중독 | 즉각적인 보상과 관계 맺는 방법의 모색 | 약과 자조모임

12. 대마초, 소년의 성 피해, 남자다움이라는 병 (마쓰모토 도시히코, 2023년 9월 5일)
대마초 사건 보도에 대한 분노 | 자니즈 문제와 각성제 | 남자다움 실격자·낙오자로서 | 타인을 멀리하기 위한 담배

13. 자기 노출에 대한 장벽과 상담할 수 없는 병 (요코미치마코토, 2023년 9월 25일)
‘생산성’ 있는 활동에 대한 의존 | 국제적 관점에서 본 일본의 문제 | 자신을 온전히 드러낸 도시에게 경례 | 상담할 수 없는 병

14. 평범한 상담, 도요코 키즈가 모이는 장소 (마쓰모토 도시히코, 2023년 10월 18일)
‘평범한 상담’을 할 수 없었던 약물 의존증 치료 | 시판 약 남용 ― 정신과 의사의 승산 없는 싸움 | 규제와 위협으로는 안 된다 | 환각제, 신화, 새로운 커뮤니티

15. 의존증과 공동체, 동료 네트워크에 대한 기대 (요코미치 마코토, 2023년 10월 21일)
정신분석에 대한 생각 | 몰입 상태와 공동체 | 마코토가 복용하는 여러 가지 약 | 신고보다는 회복 | 우라카와 베델의 집 ― “손을 움직이기보다 입을 움직여라”

16. 의존증 가족 지원과 너무 강하지 않은 관계 (마쓰모토 도시히코, 2023년 12월 1일)
연결을 다시 생각하다 | 고립되는 의존자 가족 | 가족 지원의 중요성과 과제 | ‘손을 놓다’, ‘관계를 끊다’ 이외의 선택지 | 주치의는 누구 편인가 | 유대는 중요하지만……

17. 의존증을 일으키는 것은 트라우마? ADHD? 아니면? (요코미치 마코토, 2023년 12월 3일)
몰입 체험, 중독, 이야기 | 당사자 지원은 가족 지원에서부터 | 죽고 싶다는 생각과 중독

18. 중독과 죽음을 응시하며 (마쓰모토 도시히코, 2023년 12월 28일)
고립과 자살 | 중독과 죽음은 표리일체 | 중독은 회복의 시작 | 이야기의 재가동에 필요한 것

특별 정담
도박 중독 문제를 생각하다(게스트: 다나카 노리코, 2024년 4월 30일)
도박 중독의 현재 | 치유의 장이 된 경정장 | 마코토가 도박에 빠지지 않은 이유 | 도박 중독에 빠진 사람은 일을 잘할 수 있을까? | 당사자는 좀처럼 알아차릴 수 없다 | 자인과 회복 | 앞으로의 의존증 대책 | 도박 중독자 가족에 대한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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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3

마쓰모토 도시히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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松本 俊彦

1967년생. 정신과 전문의. 1993년 사가의과대학교를 졸업했다. 대학 졸업 후 요코하마시립대학교 부속병원 정신과, 국립정신ㆍ신경의료연구센터 정신보건연구소 사법정신의학연구부, 같은 연구소 자살예방종합대책센터 등을 거쳐서 2015년부터 같은 연구소 약물의존연구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자해 행위의 이해와 지원』 『나를 상처 입힐 수밖에 없어』 『‘죽고 싶다’는 말을 들으면』 『약물 의존증』 등이 있다. 제2회 정신과 치료학 우수논문상, 제17회 일본범죄학회 학술장려상, 제7회 일본 알코올 의존증 의학회 야나기타 도모지상 등을 수상했고,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고통
1967년생. 정신과 전문의. 1993년 사가의과대학교를 졸업했다. 대학 졸업 후 요코하마시립대학교 부속병원 정신과, 국립정신ㆍ신경의료연구센터 정신보건연구소 사법정신의학연구부, 같은 연구소 자살예방종합대책센터 등을 거쳐서 2015년부터 같은 연구소 약물의존연구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자해 행위의 이해와 지원』 『나를 상처 입힐 수밖에 없어』 『‘죽고 싶다’는 말을 들으면』 『약물 의존증』 등이 있다. 제2회 정신과 치료학 우수논문상, 제17회 일본범죄학회 학술장려상, 제7회 일본 알코올 의존증 의학회 야나기타 도모지상 등을 수상했고,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고통』으로 제70회 일본 에세이스트 클럽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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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미치 마코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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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道誠

교토부립대학 문학부 서양어문화학과 준교수. 1979년 오사카 출생으로, 마흔 살에 자폐스펙트럼장애ASD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를 진단받은 후 본격적으로 자기 탐구 작업을 시작했다. 현재 발달장애 동료들과의 자조모임, 발달장애 당사자 연구 모임을 이끌고 있다. 이 책은 문학과 예술로 자신을 치유한 기록이자 당사자 연구 모임의 결과물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조각나 있던 자기 삶의 진실을 발굴해 하나하나 맞춰가는 과정을 적나라할 정도로 솔직하게 밝힌다. 사회가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기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신경다양성을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담론을 제공한다. 이
교토부립대학 문학부 서양어문화학과 준교수. 1979년 오사카 출생으로, 마흔 살에 자폐스펙트럼장애ASD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를 진단받은 후 본격적으로 자기 탐구 작업을 시작했다. 현재 발달장애 동료들과의 자조모임, 발달장애 당사자 연구 모임을 이끌고 있다. 이 책은 문학과 예술로 자신을 치유한 기록이자 당사자 연구 모임의 결과물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조각나 있던 자기 삶의 진실을 발굴해 하나하나 맞춰가는 과정을 적나라할 정도로 솔직하게 밝힌다. 사회가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기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신경다양성을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담론을 제공한다. 이 책은 저자의 첫 단독 저서이며, 이후 활발한 집필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교토대 대학원 인간·환경학연구과 공생문명학 전공 박사과정 중퇴 후 전공을 바꿔 독일 문학, 유럽 사상, 비교문화 등을 연구해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저서로는 『발달인근통신: 우리는 장애와 신경다양성을 살고 있습니다』 『이스탄불에서 파랑에 탐닉하다: 발달장애인의 세계 유람기』 『하나가 되지 않는다: 발달장애인이 섹스에 대해 말하는 것』 『어느 대학교원의 일상과 비일상』 『누가 간다! 당사자 연구와 오픈다이얼로그 분투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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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고 동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도쿄외국어대학 연구원을 지냈고, 현재 연세대학교에서 강의하며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마쓰이에 마사시의 《우리는 모두 집으로 돌아간다》,미야모토 데루의 《환상의 빛》, 《금수》, 시오노 나나미의 《십자군 이야기》를 비롯해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도련님》,《마음》 등 나쓰메 소세키 전집을 우리말로 옮겼으며, 지은 책으로 《르네상스인 김승옥》(공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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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09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304쪽 | 406g | 135*210*20mm
ISBN13
9791173323393

책 속으로

이렇게, 지나치게 즐기는 대상의 변천까지 포함해서 모든 것을 “안 돼, 절대 안 돼”라고 제한하며 치료나 지원 대상으로 삼는 것은 비현실적입니다. 더군다나 그런 ‘중독 단속반’ 같은 사회가 살기 편할 리 없습니다. 저 역시 담배뿐만 아니라 몹시 매운 카레나 탕면을 먹는 것 같은 자해적 성향의 악습에 기대어 어떻게든 살아가고 있다고 느끼곤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사람이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건강에 해로운 요소도 필요하다는 사실을 소리 높여 외치고 싶을 정도입니다.
--- p.8

치료 현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의사가 일방적으로 금주라는 치료 목표를 내세우면 환자가 치료 현장을 떠날 위험이 있습니다. 이는 치료 이전의 문제입니다. 운 좋게 치료를 계속 받아준다고 해도, 음주를 계속하고 있지만 의사 앞에서는 ‘마시지 않았다’고 우기는 상황이 발생하여 환자를 거짓말쟁이로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환자가 술을 마시고 싶을 때 ‘마시고 싶다’고 말하고, 실제로 마셨을 때 ‘마셨다’고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는다면 의존증 치료는 불가능합니다.
--- p.59

요컨대, 의존증 분야에서 말하는 ‘당사자’가 꼭 모든 중독자를 대표하는 것은 아닙니다. 적어도 ‘무슨 일이 있어도 술을 끊고 싶지 않은 사람’은 이 체계 안에서 ‘당사자’로 간주되지 않습니다. 약물 의존증의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합니다. “안 돼, 절대 안 돼”라는 계몽적 캠페인의 영향으로, 약물 사용자들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 여겨져 목소리를 낼 기회조차 박탈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분야의 ‘당사자’는 우리 의료인들에게 편리한 사람들로 제한되어버리는 것이 현실입니다.
--- p.76~77

스물여섯 살의 나이에 세상을 떠난 여성 시인 가네코 미스즈의 동시 중에는 〈나와 작은 새와 방울과〉라는 유명한 작품이 있습니다. “방울과, 작은 새와, 그리고 나, 모두 달라서, 모두 좋아”라고 노래합니다. 무척 멋진 시이지만, 제가 친하게 지내는 발달장애 당사자 동료는 “발달장애인은 모두 다르고, 모두 엉망”이라며 웃었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인간이란 존재 자체가 그렇습니다. “모두 다르고, 모두 엉망”인 것입니다. 그 진실한 모습을 서로 허용할 수 있는 자조모임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그런 모임이 자조모임에만 머무르지 않고, 공동체 전체로 확산되어 사회도 함께 변화할 수 있기를 바라 마지않습니다.
--- p.89~90

사람을 의존증에 빠지게 하는 것은 물질의 약리작용이 아니라 행위를 통한 자기효능감의 경험, 즉 심신에 자극을 주고 신체 감각의 변화를 통해 기분 조절에 성공하는 경험에 있지 않나 싶습니다.
--- p.123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확실히 의존증은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할 위험성을 가지고 있지만, 그 맹아 같은 것은 누구에게나 있으며, 오히려 그것이 있기에 ‘힘든 지금’을 살아갈 수 있는 측면도 있다고 말입니다.
--- p.129

알코올이 모든 정신활성물질 중에서 가장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행동과 관련된 약물이라는 사실은 더 널리 알려져야 합니다. 일본은 약물에 이상할 정도로 엄격한 반면, 알코올에는 지나치게 관대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학생을 대상으로 한 약물 남용 방지 교실보다 보호자를 위한 알코올 남용 방지 교육 연수회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p.150

이런 상황에서 단순히 판매 규제만으로는 아이들의 생명을 지킬 수 없을 것입니다. 시판 약을 과도하게 복용할 수밖에 없는 심리적 고통이나 현실적인 어려움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또한, 드러그스토어에 게시해야 하는 포스터는 단순히 ‘시판 약 남용의 무서움’을 과장해 위협하는 내용이 아니라, 여러 가지로 힘든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위한 상담 창구 정보를 안내하는 것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 p.186

나아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사람은 강한 유대 관계를 맺고 있는 소중한 상대 앞에서는 정직해지기가 어렵다는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죽고 싶다”고 털어놓았을 때 상대가 슬퍼할까 걱정되거나, 반대로 “절대 죽지 않겠다고 약속해줘”라는 무리한 요구를 받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혹은 “다음에 또 ‘죽고 싶다’고 하면 우리 관계를 끝낼 거야”라는 식의 협박을 받을지도 모릅니다. 즉, 본심을 솔직히 말하면, 소중한 사람과의 관계가 변할 뿐만 아니라, 더 심각하게는 그 사람을 잃을 위험이 따를 수 있는 것입니다.

--- p.223

출판사 리뷰

술, 담배, 약물, 게임, 도박, SNS... 왜 끊지 못할까?
우리의 중독에는 이면이 있다!
중독과 회복을 마주하는 가장 인간적인 대화

★권준수(서울대 의대 명예교수), 리단(작가), 도하타 가이토(작가) 추천


물질이나 행위에 병적으로 탐닉하거나 의존해 그것 없이는 견디지 못하는 상태를 뜻하는 의존증(중독). 최근 들어 의존증의 대상은 넓어지고, 그 연령은 낮아졌다. 술, 담배, 마약, 도박뿐 아니라 성(性), 게임, SNS, 숏폼, 쇼핑, 성형, 운동, 음식까지, 이제 중독은 일상 곳곳을 잠식하며 현대인에게 가장 친숙한 병이자 사회적 현상이 되었다. 중독자의 저연령화 현상도 뚜렷하다. 스마트폰, 마약, 도박에 빠진 청소년은 늘고 있지만, 상담이나 치료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우리는 왜 중독되는 걸까? 중독은 단지 의지가 약한 탓에 빠지는 것이고, 끊으면 해결되는 문제일까?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이 물음들에 진솔한 대화로 답하는 책이 있다. 《우리가 기댄 모든 것》은 술을 끊지 못하는 문학 연구자와 담배를 끊지 못하는 정신과 의사가 의존증을 주제로 주고받은 편지를 묶은 책이다. 일본 의존증 치료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정신과 의사 마쓰모토 도시히코, 그리고 절도, 성(性), 과식, 알코올 등 다양한 중독 편력과 발달장애를 안고서도 자신을 놓지 않은 문학 연구자 요코미치 마코토가 부끄러울 수 있는 본인들의 과거사와 속내, 트라우마까지 드러내며 의존증의 심연으로 들어가 중독과 회복에 얽힌 ‘진짜 이야기’를 전한다.

당사자의 경험 앞에서 뒤집어지는 중독에 대한 가벼운 이해와 편견
현대인에게 가장 친숙한 병, 중독에 관한 지독히도 솔직한 이야기


이 서신 교환집이 탄생한 계기가 흥미롭다. 일본의 편집자가 당시 담당하고 있던 다른 책에 실을 원고를 청탁하고자 요코미치 마코토에게 연락을 했는데, 그는 대낮에 편집자와 처음 만나는 자리인데도 술병을 들고 나타났다. 이후에도 공적인 자리에서 술을 마시는 모습을 여러 차례 목격한 편집자는 일본 의존증 치료계의 최고 권위자 마쓰모토 도시히코와의 서신 교환 연재를 기획했는데, 그 연재의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다. 중독 관련 ‘당사자’의 목소리는 대부분 이미 의료인의 영역으로 돌아선 ‘준비된 당사자’인 경우가 많다. 그런 점에서 “담배를 끊을 수 없고 끊고 싶은 생각도 없는” 정신과 의사와 “18세부터 40대 중반인 지금까지 술을 마시지 않은 날이 총 30일도 안 되는” 문학 연구자가 나눈 이 편지들은 쉽게 들을 수 없는 ‘현장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책은 이렇게 ‘진짜 당사자’의 솔직한 이야기로 중독에 대한 사람들의 피상적이고 가벼운 이해와 편견을 뒤집는다.

예를 들어, 약물 의존증과 관련하여 자주 언급되는 ‘쥐 공원 실험’이 있다. 우리에 갇혀 고독하게 지내는 쥐는 마약에 중독되고, 동료들과 어울려 놀며 지내는 쥐들은 마약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는 실험이다. 이 실험은 약물 자체의 중독성보다는 사회적 관계가 더 중요한 중독 요인임을 드러내며 널리 알려졌다. 그런데 도시히코는 이 연구를 접한 환자의 가족들은 또 다른 심정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문제의 원인을 가족들이 당사자를 고립시켰기 때문이라고 오해하며 죄책감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표준화된 익명 계열의 자조모임에서 강조하는 ‘무력감 수용’이나 ‘종교색’에 강한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의존증 환자 모두에게 효과가 있는 표준적인 치료 방식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어떤 치료법이 본인에게 맞지 않다고 해서 회복할 수 없는 것도 아니라고 강조한다. 책은 이 밖에도 시판 약(일반의약품) 과다 복용, 의존증과 함께 나타날 수 있는 ADHD 등 동반이환(comorbidity) 문제 등을 다루고 있어, 의존증을 입체적이고 다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사람은 왜 무엇인가에 빠지는가
중독의 본질은 ‘쾌락 추구’ 아닌 ‘고통 경감’


문학 연구자 요코미치 마코토가 보내는 첫 편지부터 강렬하다. 그는 자신을 ‘의존증 환자’라 소개하며 초등학교 시절의 병적 도벽부터 시작된 자신의 중독 편력을 펼쳐놓는다. 강박적 자위를 비롯한 성(性) 중독, 평생을 경도 비만으로 이끈 과식, 그리고 성인이 된 후 지금까지 끊지 못한 알코올까지. 또 그는 마흔에서야 자폐스펙트럼장애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진단을 받은 발달장애인이기도 하다. 이어서 ‘종교 2세’로서 겪은 끔찍한 트라우마까지 가감없이 드러내며 “고통에서 벗어나려 할 때마다 의존증 문제가 늘 가까이 있었다”고 고백한다. 인간은 대개 쉽게 싫증을 내는데, 왜 어떤 사람들은 일상과 건강, 관계를 무너뜨리면서까지 특정 물질이나 행위에 집착하는 것일까?

정신과 의사 마쓰모토 도시히코는 이에 대한 답으로 ‘자기 치료 가설’을 내놓는다. 의존증의 본질은 ‘쾌락 추구’에 있지 않고, ‘고통 경감’에 있으며, 의존증은 장기적으로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단기적으로는 ‘죽고 싶을 만큼 고통스러운 지금’을 일시적으로 견디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발모광(털뽑기장애)이나 손목을 긋는 자해와 같은, 언뜻 보기에 쾌감이나 취기와는 거리가 먼 행위도 현실의 고통에서 일시적으로 의식을 돌리는 데 도움이 된다면 빠져들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런 맥락에서 의존증의 맹아는 누구에게나 있으며, 의존증이나 자해는 곧바로 죽음을 택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선택이니 ‘중독은 회복의 시작’이라고까지 말한다. 우선 살아남아야 회복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아찔한 쾌감을 얻으려 약물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겪어온 고통이 그 약물로 인해 일시적으로 사라지거나 약해지기 때문에 빠지는 것입니다. 쾌감이라면 질리겠지만, 고통의 완화는 질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내가 나로 존재하기 위해서라도 그 고통의 완화를 놓을 수 없게 되겠지요.” (37쪽)

소중한 사람이 중독에 빠졌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안 돼, 절대 안 돼”보다는 ‘회복 공동체’


바람직한 지원과 회복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일까? 마쓰모토 도시히코는 “회복이란 단순히 술이나 약물을 끊는 데 그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며 애써 노력하거나 긴장하지 않고 편안히 살아가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라 말한다. 진정한 치료와 회복의 핵심은 당사자를 고립시키지 않는 것이다. 중독 당사자는 본인의 문제를 주치의나 가족, 또는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는 동료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어야 하며, 의사는 가족보다 환자의 편에 서야 지속적인 치료가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의사가 ‘당장 어떻게 좀 해달라’는 가족의 요구를 우선시한다면, 치료는 강제 입원과 격리와 같은 당사자 고립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가족은 어떻게 해야 할까? 가족 내에서만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중독에 대한 전문 지식과 비밀 유지 의무가 있는 제삼자나 자조모임과 연결되어 함께 고민하고 대안을 찾아보는 것이 핵심이다.

책에는 다양한 지원과 회복의 풍경이 펼쳐지는데, 모두 당사자를 고립시키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익명의 알코올중독자들(AA)’이나 ‘익명의 약물중독자들(NA)’ 같은 당사자 자조모임, 약물 의존증에서 회복한 당사자가 운영하는 민간 재활 시설인 다르크(DARC), 의존증 환자 가족을 위한 자조모임 ‘알아넌(Al-Anon)’과 가족 지원을 위해 도입된 ‘커뮤니티 강화와 가족 훈련(CRAFT)’, 정신장애인 생활공동체 ‘우라카와 베델의 집’ 등이 소개된다. 마쓰모토 도시히코는 이렇게 ‘나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아는 장소’를 ‘회복 공동체’라 부르며 강조하고, 요코미치 마코토 또한 열 개에 달하는 자조모임을 직접 주재하고 있는 당사자로서 ‘연결’의 중요성을 설파한다. 읽는 이가 조마조마할 만큼 거침없는 마코토의 자기 노출 역시 스스로 고립되지 않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의존증이라는 괴물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비밀과 고립입니다. 그리고 인생에서 최악의 경험은 단순히 끔찍한 일을 겪는 것이 아니라, 그 고통을 혼자서 감내하는 일입니다.” (219쪽)

끊는다고 문제가 해결될까?
중독 대응 패러다임의 변화, ‘위해성 감소’의 중요성


그렇다면 지금 우리 사회의 중독 대응은 어떨까? 구체적으로 약물 의존증 분야를 보면, 공급 차원에서는 규제와 단속, 처벌 강화, 수요 차원에서는 예방 교육과 치료 중심의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대응 방식은 약물 사용자를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짓을 한 사람’으로 낙인 찍어 사회적으로 고립시키는 결과를 낳기 쉽다. 게다가 중독의 대상은 끊임없이 변하는 특성이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술이나 약물을 끊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여기서 중요해지는 것이 바로 ‘위해성 감소’와 사회적 안전망이다. 중독 자체를 근절하기보다는 중독으로 인해 발생하는 건강, 사회적, 경제적 폐해를 줄이는 데 집중하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약물 의존증 분야에서 위해성 감소 정책은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깨끗한 주사기를 무상으로 배포한다거나 약물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주사실을 설치하고, 비교적 해가 적은 대체 약물을 투여하는 방식 등을 포함한다. 이는 실제로 1990년대 초부터 현재까지 스위스에서 발전, 유지시켜온 약물 정책의 핵심이기도 하다. 책에는 이 밖에도 알코올 의존증 노숙인에게 무료 급식소에서 영양이 풍부한 식사를 하는 조건을 충족하면 소량의 알코올 음료를 제공하는 정책도 소개된다. 중독 문제가 나날이 심각해지는 지금, 우리 사회에도 ‘끊는다/끊지 않는다’는 단순한 이분법을 넘어서는 보다 유연한 대응 방식과 따뜻한 시선이 필요하다. 중독은 ‘누군가의 문제’가 아닌, ‘누구나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중독을 통해 인간의 고통과 회복, 연결의 의미를 묻고 ‘우리가 기댄 모든 것’을 돌아볼 보게 만드는 책이다.

추천평

우리는 모두 무언가에 기대 살아간다. 그것이 술이든 담배든, 혹은 관계든. 문학 연구자와 정신과 의사,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두 사람이 “그만둘 수 없고, 멈출 수 없는 것들”에 관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털어놓으며 중독이라는 주제를 깊이 파고든다. 술에 빠졌으면서도 여전히 글을 쓰고, 담배에 의존하면서도 의존증 환자들을 치료하는 이 아이러니하고도 인간적인 상황은 우리 모두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이 책에서는 삶의 고통과 나약함으로 중독을 들여다보는 문학 연구자의 시선과, 임상 경험과 뇌과학적 지식으로 중독의 메커니즘을 파헤치는 정신과 의사의 시선이 만난다. 전혀 다른 두 시선이 교차하며 독자에게 입체적이고 균형 잡힌 통찰을 선사한다. 중독을 넘어, 우리 마음의 깊은 곳을 따뜻한 시선으로 들여다보고,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려는 용기를 건네는 책이다. 당신이 지금 무엇에 기댔든, 이 책은 그 의존을 다시 바라보게 할 것이다. - 권준수 (한양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석좌교수,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
‘중독’이라는 단어는 우리 사회에서 낙인처럼 쓰여왔다. 그 해법도 늘 단순했다. 그것을 끊는 것. 중독과 탈중독의 이분법적 구도에서 정답은 언제나 하나뿐인 듯 제시되었다. 하지만 ‘의존’과 ‘의존증’이라는 개념은 다르다. 명확한 경계가 없는 두 개념은 당사자를 낙인 찍는 대신, 인간의 삶에 스며든 의존-의존증의 영역이 얼마나 복잡하고 넓은지 보여준다. 새로운 이름은 ‘중독’이라는 단어를 부정하지 않으면서 훨씬 보편적이고 중립적인 언어로 기능한다. 이 책은 병이기 전에 삶이 드러나는 방식으로서의 의존증을 다룬다. 당사자를 환자의 자리에 묶어두지 않고, 중독을 안고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함께 모색하고 나누는 적극적인 ‘동료’로 재설정한다. 의존증은 우리가 함께하는 관계, 사회 제도, 문화와도 연관된 문제임을 드러낸다. 살아남기 위해 무언가에 의존하며 필사적으로 버티는 사람, 그 속에서 사람과의 관계를 모색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책이다. 중독의 세계를 내 삶과 무관하다며 지워버리기보다 이 책으로 한번 마주해보자. 누군가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 리단 (《정신병의 나라에서 왔습니다》 저자)
아, 정말 재미있다. 최고의 독서 경험이었다. 최근 들어 너무 피곤했는데, 이 책 덕분에 큰 힘을 얻었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두 가지가 떠올랐다. 하나는 두 저자가 중독을 없애버려야 할 대상으로 보지 않고, 힘든 상황 속에서도 살아남기 위한 절실한 시도라고 여기는 점이었고, 또 하나는 회복을 촉진하는 것은 바로 ‘연결’이라는 두 사람의 신념이었다. 거창하게 말하자면, 결국 사랑일 것이다. 사랑이란 깊은 긍정이다. 인간이 살아 있다는 것에 대한, 인간이 다른 사람을 긍정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깊은 긍정으로 이 책은 가득 차 있다. - 도하타 가이토 (《있기 힘든 사람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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