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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블레의 아이들
·롤랑 바르트의 덴푸라 ·다케미쓰 도루의 버섯 파스타 ·라프카디오 헌의 크레올 요리 ·필리포 마르네티의 ‘이탈리아 통합’ 디너 ·다차히라 마사아키의 한국풍 산채 요리 ·앤디 워홀의 캠벨 수프 ·메이지 천황 무쓰히토의 대 오찬회 ·귄터 그라스의 장어 요리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감잎 초밥 ·조지아 오키프의 텃밭 요리 ·시부사와 다쓰히코의 반대로 된 일장기 식빵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푸딩 ·『금병매』의 게 요리 ·마리 앙투아네트의 과자 ·마녀의 수프 ·오즈 야스지로의 카레 전골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돼지고기 요리 ·가이코 다케시의 부댕느와르 ·아피키우스의 고대 로마의 향연 ·사이토 모키치의 우유 장어덮밥 ·폴 볼스의 모로코 요리 ·이사도라 던컨의 캐비아 포식 ·요시모토 다카아키의 우스터 소스 요리 ·감미파 예찬 ·요모타 이누히코의 TV 후리카케 ·지은이의 글 ·옮긴이의 글 ·참고문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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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푸라는 그 어떤 튀김도 가질 수 없었던 청순함이 특성이라고 롤랑 바르트는 말한다. 지중해 요리도 중화 요리도 기름의 무게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데 반하여 유일하게 덴푸라만이 그것으로부터 자유롭다. 덴푸라를 파는 식당에서 신경을 쓰는 건 기름의 질이라는 걸 잘 알고 있는 이 미식가는 말을 잇는다. 튀김의 청신함을 ‘손님이 돈을 내고 요구하는 것은 식자재도, 그 신선함도 아닌 (식당의 호화로움과 서비스와 질은 더더욱 아닌) 튀김의 청신함이다.’ 튀김의 청신함을 다른 식으로 번역하면 ‘기름의 처녀성’이라고 할 수 있는데 나는 이 표현을 굳이 여기에 채택하고 싶다.
오래전에 포르투갈에서 들어온 이 요리는 수 백 년이 흐르는 동안 완전히 그 모습이 바뀌었다. 그건 순간에 태어나 공기처럼 가볍고, 여리면서도 신선한 그야말로 무(無)에 가까운 음식으로 변모했다. 그건 기호의 공허를 가리키는 거라고 바르트 선생은 탁선(託宣)한다. 일본 요리를 애호하는 외국의 지식인들은 많지만 이와 같이 깊은 사유를 바탕으로 자신의 새로운 이론을 적용한 예는 아직 없는 것 같다. ---p.16 워홀은 어딘가에서 말했다. 누구나 비슷한 생각을 하고 비슷한 일을 하며 비슷한 음식을 먹는다고. 그래서 그는 그런 생각을 재빨리 그림으로 표현하기만 하면 되었던 것이다. 인간들이 서로서로 닮아주기만을 기다리며. 캠벨 수프의 깊이가 결여된 그 맛은 워홀이 이상적으로 여기는 익명성과 훌륭하게 맞아떨어졌던 것이다. 그래서 어떤 내용물이든 통조림이든 최종적으로는 다 똑같은 맛처럼 느껴졌다. 언제, 어디서 또한 누가 먹든 늘 변함없는 맛이라는 관념. 19세기가 끝나갈 즈음 그것을 실현시킨 캠벨사는 이미 반세기 후의 팝 아트의 도래를 예견한 게 아니었을까. 전 세계의 차이라는 차이는 소멸시켜 버리자는 미국적 의지가 거기에서는 명확하게 느껴진다. 워홀이 이 통조림 수프를 소재로 택했을 때 그는 거기에 자신의 철학이 더욱 이상적인 형태로 실현되리라는 걸 명석하게 간파했던 것이다. ---p71 조지아 오키프가 남긴 레시피대로 시도해 보고나서 그 음식들에 분명히 그녀의 세계관이 부조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녀는 희붉은 빛깔로 바위의 표면이 드러난 황무지 한 복판에서 혼자 살았고, 텃밭을 일구며 식물의 정령들에 경의를 표해왔다. 건조한 모래밭에 나뒹구는 암소의 바싹 마른 두 개골을 붓으로 그리는 그 손은 동시에 돼지의 발을 포크와 나이프로 써는 손이기도 했다. 먹는다는 행위가 갖는 에로스와 죽음, 두 개의 벡터(vector)가 그녀의 요리 속에서 생생히 살아 숨쉬고 있다. 여러 위대한 화가들이 개인을 뛰어넘은 원형을 남겼듯이 그녀 역시 캔버스에서 뿐만 아니라 식탁을 통해서도 일종의 원형을 남겼다고 할 수 있다. ---p112 전골이라는 요리는 도대체 어떤 것일까. 그건 메이지 시대에야 비로소 소고기라는 것을 접해 본 일본인들이 어떻게든 소고기에서 나는 냄새를 없애려고 간장과 설탕으로 억지로 진하게 맛을 낸 요리인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소고기의 질이 아주 좋아졌을 뿐만 아니라 수입육까지 쏟아져 들어와 소고기를 손쉽게 구할 수 있게 되었으며 거기에 한국식 갈비에서부터 피렌체식 스테이크까지, 실로 다양한 요리들이 알려진 오늘 날, 서민의 사치스러운 요리였던 전골의 인기는 점점 시들해져갔다. 하지만 전골이 모습을 감춘 후에야 그것이 오즈 야스지로의 세계를 대표하는 요리로서 클로즈 업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오즈야말로 평생 동안 일본인들이 잃어버린 것들을 꾸준히 그려온 인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될 테고 우리 모두 그것이 진한 향수의 빛깔로 물들여질 때에야 그와 같은 세계를 둘러싼 현대인의 페티시즘이 훌륭하게 완결될 것이기 때문이다. ---p171 드디어 주인공인 애저 통구이 등장이다. 《사타리콘》에서 알게 된 이후, 살아생전 어디서 이 음식을 직접 만나볼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그 꿈의 요리를 마주한다고 생각하니 가심이 두근두근 뛰었다. 통구이라고 해서 그저 돼지의 껍질을 벗기고 털을 뽑고 굽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니다. 우선 목 부위에서 등뼈와 갈비뼈를 빼내고 돼지 전체를 거대한 가죽 주머니 형태로 만든다. 그리고 거기에 내용물을 하나씩 하나씩 채워넣는다. 내용물로는 돼지고기와 닭고기, 식용 버터, 메추리라고 하는 새의 살에 소시지와 에스카르고(프랑스의 대표적인 달팽이 요리) 등을 넣는다. 원전에서는 각각의 고기들을 완자 형태로 만들어 넣었지만 이번에는 모두 함께 다져 으깬 어육으로 해서 채워 넣었다. 이 페이스트에 이미 한 팀이 된 것 같은 느낌의 족도리풀과 근대, 양배추, 코리앤더 등의 야채와 허브, 대추야자 열매와 같은 과실과 잣 등을 넣고 마지막으로 삶은 달걀 열다섯 개를 넣는다. 이것만으로도 무려 무게가 4킬로그램이나 된다. (……) 돼지 등에 나이프를 찔러 고기를 썰어 흰색과 노란색의 삶은 달걀이 가지렇니 놓여 있는 모양을 확인했을 때는 그야말로 가슴이 쿵닥쿵닥 뛰었다. 대추야자의 끈끈한 단맛과 조미료의 은은한 온기가 오케스트라의 악기처럼 미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다양한 고기의 맛이 서로 섞여 있어 각각의 고기의 맛을 뛰어넘어 고기 자체의 원형을 먹고 있는 기분이었다. 이건 아직 포크가 발명되지 않았던 시대의 요리였으므로 향연에 모인 귀족들은 미소년의 시중을 받아가며 잘라진 고기를 손으로 들고 먹었을 것이다. ---p19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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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들의 식탁, 완벽한 재현
저자는 천재적인 예술가들이 남긴 엄청난 양의 자료를 샅샅이 뒤져, 그들이 즐겨 먹었던 음식들을 그대로 재현해 냈다.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카레 전골’, 문학 평론가 요시모토 다카아키의 ‘니쿠 프라이’, 다치하라 마사아키의 ‘산채 요리’처럼 요리를 함께 먹던 사람들끼리의 연대감과 그 음식을 먹던 당시의 상황의 그리움이 단긴 음식에서부터 이탈리아 미래파의 독특하면서도 유쾌한 요리, 라프카디오 헌과 폴 볼스처럼 개인의 역사적 삶의 습곡 속에서 끄집어낸 고국에 대한 향수가 어려 있는 요리, 『연인』을 쓴 작가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소녀 시절의 식민지에서의 체험을 통해 익힌 맛의 감각과 그 지속적인 맛의 기억, 화가 조지아 오키프의 인생의 덧칠을 다 빼버린 듯한 담백함 속에 느껴지는 ‘텃밭 채소 샐러드’, 혁명적인 삶을 살다간 이사도라 던컨의 ‘캐비아 포식’, 탐미파 작가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감잎 초밥’과 어둠 속에서 먹는 ‘화퇴백채’라는 요리와 그 행위가 주는 기묘한 에로티시즘, 기호학자 롤랑 바르트의 섬세하면서도 예리한 ‘덴푸라 예찬’, 음악인답게 음표처럼 섬세하고도 꼼꼼한 레시피로 소개하는 다케미쓰 도루의 ‘버섯 파스타’, 시부사와 다쓰히코의 기발하고도 창의적인 상상력을 담은 ‘반대로 된 일장기 식빵’, 세상을 통째로 삼키고 간 사나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부초처럼 떠돌며 삶의 현장에서 맛본 이런저런 신산함이 응축되어 있는 듯한 빛깔과 모양이 마치 그의 삶을 대변하는 것 같은 가이코 다케시가 즐겨 먹었던 ‘부댕느와르’, 온갖 산해진미를 차려놓고 외교를 했던 메이지 천황의 ‘대 오찬회’와 온갖 재료들을 새끼 돼지의 뱃속에 채워넣고 통째로 구운 아피키우스의 고대 로마의 향연에 올랐던 ‘애저구이’, 마녀들이 먹었던 거친 ‘수프’와 사치의 극치를 누렸던 마리 앙투아네트의 ‘과자’, 작자 미상인 중국의 4대 기서 중 한 권으로 알려진 『금병매』에서는 서문경과 그 첩들에 얽힌 일화와 함께 소개된 ‘게 요리’는 달콤함 끝에 찾아온 탐욕의 종말을 그려낸다. 그런가수프면 어린 날 읽던 동화 속 세상으로 다시 돌아가게 만드는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푸딩’, 가난한 시절 먹었던 통조림 그림으로 일약 아트 신의 총아가 되어 영광과 명성듯한 빛깔누렸던 한 권으로의 ‘캠벨 수프’, 예수의 최룄의 만찬에서의 ‘과자와 포도주’, 우연히 홍차에 찍어 먹었던 마들렌으로 인해 『잃어버린 시넄들이찾아서』라는 작품들이탄생시킨 프루스트 등 감미파 예찬자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요모타 선생의 물자가 귀했던 어린 시절의 추억 속의 음식들과 고도 성장기로 접어들던 당시의 생활상 등이 오래된 낯익은 풍경처럼 펼쳐져 있다. 혀와 머리와 위장으로 생각하는 음식을 둘러썬 실천적 문화시론! 롤랑 바르트, 오즈 야스지로, 앤디 워홀, 찰스 디킨스……. 저자는 역사에 이름을 남긴 저명한 인물들과 예술가들은 도대체 어떤 음식을 즐겨 먹었는가를 조사해, 그들이 즐겨 먹었던 음식과 똑같은 음식을 재현해 먹어보고, 그들이 어떤 인물이었는지에 대해 들려준다. 어떤 인물이 어떤 요리를 애호하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 맛을 즐기고 그에 대해 기지 넘치는 평언을 남겼다면 거기에서 그 인물의 요리관과 행복감 나아가서는 세계관까지도 엿볼 수 있다. 이탈리아 미래파의 종장인 필리포 마리네티는 스파게티를 먹는 한 이탈리아인은 멍청이가 되고 말 거라고 공언하며 파스타 박멸운동에 온몸을 내던지는가 하면, 일본 문학가 중 가인인 사이토 모키치는 장어를 먹지 않으면 단가를 지을 수 없다며 죽을 때까지 계속 장어를 먹은 사람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