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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부 시와 말과 사회사
1. 시와 열쇠말―홍역과 꽃 2. 창의적인 조어―초밤불과 첫날밤 3. 시 속의 외국―홍춘과 카페 4. 토박이말과 외래어―냉이꽃과 릴케 5. 낯선 말들―육조방과 육첩방 6. 사라져가는 어법―엽전 선비와 새로 두시 7. 말과 정치적 함의―이북과 식민지 8. 질병과 맹목―학질과 눈 먼 처녀 9. 이제는 옛말―띄어쓰기와 나의 살던 고향 ll부 시론과 시인론 1. 서정시의 근간 2. 시론에 대하여 3. 생존의 치욕을 넘어서―21세기에 읽는 『청록집』 4. 이데아의 음악과 이미지의 음악―김춘수의 시세계 5. 반시대적 서정시인―김영랑의 시세계 6. 두루미가 된 분노와 설움―서정주의 일면 7. 유구한 역사와 反모더니즘―시조 양식에 붙여 8. 작품 평가와 지적 풍조 9. ‘친일시편’에 대하여 |
YU,JONG-HO,柳宗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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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하고 날카로운 언어감각과 균형 잡힌 시각으로 작품을 대한다는 정평을 얻고 있는 문학평론가 유종호 전 연세대교수가 21세기에 들어서서 발표한 시론과 시인론으로 구성된 책이다.
텍스트의 구심적 읽기와 원심적 읽기의 동시적 실천을 강조해온 저자는 제1부 “시와 말과 사회사”에서 시에 나오는 낱말의 정확한 뜻과 함의를 치밀하게 분석하고 정의한다. 근자에 크게 유행하는 시 해설서에 나오는바 황당무계한 오류, 엽기적인 해석이나 “읽어 넣기”를 지적함으로써 독자들에게 꼼꼼히 읽기의 필요성을 통감시킨다. 가령 현대의 고전이랄 수 있는 정지용 시편에 대한 잘못된 해석의 가지가지를 조목조목 보여준다. 이른 밤을 가리키는 “초밤”을 “결혼한 첫날밤”, 서리 철에 나르는 “서리까마귀”를 “갈가마귀”, 흠뻑 혹은 담뿍 젖어 있는 것을 뜻하는 “함초름”을 “가지런하고 곱다”고 해설한 이가 있다. 홍역을 앓을 때 살갗에 돋는 것을 “꽃”이라 한다. 그래서 정지용은 ?홍역?이란 작품을 “어느 마을에서는 홍역이 척촉(철쭉)처럼 난만하다”고 끝맺고 있다. 그런데 어떤 해설서는 “이 시의 제목 ?홍역?은 돌림병의 홍역 자체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단언하고 있다. 모국어의 기본단어를 모르는 데서 나온 해괴한 망언이다. 유명한 ?카페 프란스?에 대한 어이없는 “해설”을 지적하는 장면은 소설보다도 더 흥미진진하다. 이 책의 첫 부분을 읽은 독자들은 과연 이게 사실일까 하고 의아해 할 것이다. 그만큼 황당무계한 해설이나 해석이 우리 사회에서는 아무런 비판도 받지 않고 횡행하고 있다. 수능시험에 출제된 시에 관한 문제를 해당 시편을 쓴 시인도 정답을 대지 못했다고 한다. 백석白石의 소박한 시를 그리스 신화와 억지로 연결시킨 문제가 수능고사에 출제되어 빈축을 산 것도 바로 몇 해 전의 일이다. 이런 기현상의 원인이 어디 있는가? 이 책은 이런 의문에 대한 하나의 시원하고 뜻 깊은 답변이 되어줄 것이다. “낱말이 가지고 있는 명시적 의미와 사회사적 함의를 구체적 시편 속에서 검토해 본 것이다. 몇몇 안 되는 사례에서나마 언어에 대한 세세한 분석과 검토를 통해 독해적讀解的 상상력을 세련시키자는 것이 기본 취지이다.” 저자는 이렇게 서문에서 말하고 있는데 비록 한정된 범위이기는 하나 텍스트에 나오는 낱말의 정치적 사회적 함의를 분석하는 관점은 아주 독보적이다. 시를 공부하고 시를 가르치고 시를 쓰려고 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읽어보아야 할 책이다. 시를 마구 읽고 마구 해설하는 풍조에 대한 경종이 되고 또 일반 독자에게는 더 할 나위 없는 우리말 공부가 될 것이다. 제2부에는 서정시에 대한 원론적인 고찰을 포함해서 김춘수, 미당, 김영랑을 다룬 시인론이 수록되어 있다. 20세기에 나온 『청록집』의 현대적 의의를 논한 시론이나 전통시가인 시조의 특성을 反모더니즘이라고 규정하고 그 앞날을 모색하는 시조론도 있다. 또 한참 문제가 되고 있는 이른바 “친일시편”에 대한 논평도 있다. 김춘수의 “무의미의 시”에 대해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결과적으로 볼 때 “무의미의 시”는 김춘수가 장거리적 안목으로 설정한 시인으로서의 수명 연장책이자 노후 대책이었다. 이데아의 음악이란 중하重荷를 벗어던지고 이미지의 음악 혹은 이미지의 리듬을 지향함으로써 그는 노후에 도리어 왕성한 시작행위를 실천할 수 있었다. 시인의 만년晩年의 다산성은 그렇게 설명될 수 있다. 그는 간결하면서 리듬이 생생한 시행으로 만년의 소작을 처리했는데 그만큼 시의 형태에 충실하였고 실험적이었으며 그러한 맥락에선 노쇠할 줄 모르는 만년萬年 모더니스트이기도 하였다.” 저자의 의견에 동조하든 않든 시와 시인에 대한 발언은 폭넓은 문학경험에서 나온 통찰로 차 있다. 읽기 쉽고 정갈하며 조리 있는 문장은 좋은 글을 쓰려는 사람들에게 훌륭한 모형이자 모범이 되어줄 것이다. 이 책은 또 어렵고 딱딱한 것이 비평이라는 편견을 깨뜨리는 데도 단단히 기여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