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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삶은 나의 것이 되었다
전경린 여행에세이
전경린
이가서 2003.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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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 소개 1

全鏡潾, 본명:안애금

흔히 '귀기의 작가' '정념의 작가' '대한민국에서 연애소설을 가장 잘 쓰는 작가'로 불리는 소설가 전경린은 이미지의 강렬함과 화려한 문장으로 기억된다. 서른 세 살. 아이와 피와 심지어 죽음조차 삶이 모두 허구라는 것을 느낀 작가는 허구가 아닌 삶의 실체를 갖고자 소설을 쓰기로 시작했다. 1993년 작가의 가족은 마산 옆 진양의 외딴 시골로 이사를 갔다. 꽤나 적적한 곳이었지만 여기서 전경린은 `뭔가가 밖으로 표출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고, 3년 가까이 사람들과 인연을 끊다시피 하고 들어앉아 많은 글을 써냈다. 자기 욕망에 충실한 내면적 세계와 질서화 되고 체제
흔히 '귀기의 작가' '정념의 작가' '대한민국에서 연애소설을 가장 잘 쓰는 작가'로 불리는 소설가 전경린은 이미지의 강렬함과 화려한 문장으로 기억된다. 서른 세 살. 아이와 피와 심지어 죽음조차 삶이 모두 허구라는 것을 느낀 작가는 허구가 아닌 삶의 실체를 갖고자 소설을 쓰기로 시작했다.

1993년 작가의 가족은 마산 옆 진양의 외딴 시골로 이사를 갔다. 꽤나 적적한 곳이었지만 여기서 전경린은 `뭔가가 밖으로 표출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고, 3년 가까이 사람들과 인연을 끊다시피 하고 들어앉아 많은 글을 써냈다. 자기 욕망에 충실한 내면적 세계와 질서화 되고 체제화 된 바깥 세계 사이의 작용과 긴장과 요구 속에서 갈등하는 여성과 여성적인 삶이 문학적 관심사다.

작가의 본명은 안애금. 전혜린을 연상시키는 전경린이라는 이름은 옛날 신춘문예에 응모할 때 임시로 지었다. 당시 누가 `린'이라는 화두를 주었고, 차례대로 `경'과 `전'을 추가해서 `전경린'이라는 이름을 완성시켰다. 작가도 물론 `전혜린'을 떠올렸다. 작가는 전혜린을 좋아한다. 그리고 전혜린뿐 아니라 나혜석, 윤심덕 더 올라가서 황진이까지 소위 강한 자의식 때문에 고통 받고 분열될 수밖에 없었던 선각자적 여성을 좋아하고 흠모한다.

1963년 경남 함안에서 태어났으며 경남대학교를 졸업하고, 마산 KBS에서 음악담당 객원 PD와 방송 구성작가로 근무했다. 그 후 운동권이었던 남자와 결혼하여 딸과 아들을 낳고 평범한 주부로 살다 둘째를 낳은 후인 1993년부터 본격적인 습작에 들어갔다. 199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중편소설 부문에 「사막의 달」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하하였으며 1997년 「염소를 모는 여자」로 제29회 한국일보 문학상, 1997년 장편소설 『아무 곳에도 없는 남자』로 제2회 문학동네 소설상, 1998년 단편소설 「메리고라운드 서커스 여인」으로 21세기 문학상, 2004년 단편소설 「여름휴가」로 대한민국소설문학상 대상, 2007년 단편소설「천사는 여기 머문다」로 제31회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소설집 『염소를 모는 여자』, 『바닷가 마지막 집』, 『물의 정거장』, 장편소설 『아무 곳에도 없는 남자』, 『내 생에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 『난 유리로 만든 배를 타고 낯선 바다를 떠도네』, 『열정의 습관』, 『검은 설탕이 녹는 동안』, 『황진이』, 『엄마의 집』과 어른을 위한 동화 『여자는 어디에서 오는가』, 산문집 『붉은 리본』, 『나비』 등이 있다.

전경린의 베스트셀러인 『내 생에 꼭 하루뿐인 특별한 날』은 2002년 변영주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기도 했다. 가정의 틀안에서 안주하던 한 여성이 내면에 지닌 혼란스런 욕구를 발견하고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에서 나타나는 일탈과 매혹에 대한 이야기이다. 또한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천사는 여기 머문다」는 인간 본성의 양면성을 섬세한 문체와 절제된 기법을 통해 감동적으로 그려낸 작품으로, 삶의 현실에 대한 고뇌와 갈등을 내면화하는 데에 성공하고 있다는 평을 받았다.

대표적인 작품 『엄마의 집』에서는 처녀의식을 가진 엄마들에게 “미스 엔”이라는 이름을 부여하였다. 아버지에게도 남편에게도 자식에게도 종속당하지 않는 미스 엔이 그녀의 소설 속에서 새롭게 탄생한 것이다. 여성들의 욕망에 주목해 온 작가답게, 현실의 엄마가 놓인 지형을 넘어서는 대안적이고 이상적인 집의 전형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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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3년 05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271쪽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90365095

책 속으로

경허 스님은 술을 좋아해서 즐겨 마셨다고 한다. 어느 날 술을 마시며 파전을 맛나게 먹었던 모양이다.
그것을 보던 다른 스님이 은근히 나무라며 자신의 무심함을 자랑 삼아 말했다.
"여보게 경허, 나는 파전이 있으면 먹고, 없으면 또 그만이라네. 자네는 어떤가?"
"나는 파전이 먹고 싶으면, 장에 가서 파씨를 구해다가 땅을 갈아서 씨를 뿌리고 한철을 키워서 파가 자라면 밀가루와 잘 버무려서 이렇게 맛나게 먹는다. "
그러자 스님은 경허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고 한다.

--- pp. 205∼206

"이 사람들은 사흘째, 유럽 남자가 물 위에 뜨기를 기다리고 있대요."
"물에 빠졌대요?"
"사흘 전 한낮에 유럽 남자가 저기 붓다 트리 아래에 신발과 생수통과 배낭을 두고 들어가 수영을 했는데 아직 나오지 않는대요."
"그럼 죽은 거잖아요."
"맞아요. 보기보다 아주 깊어요. 가장 깊은 곳은 수심 25미터나 된대요."
나는 죽은 사람을 담고 있는 호수를 처음 보았다. 아름답고 태연하고 푸른 호수. 여자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빨래를 하고 남자 몇이 긴 장대를 어깨에 메고 작은 배를 띄웠다. 그들은 장대로 호수바닥을 쿡쿡 찌르고 휘휘 저었다.
어떻게 되는지 보려고 나도 마을 사람들처럼 둑 위에 주저앉았다. 그러나 배는 곧 돌아왔다. 이번에는 그물을 던지기로 한 모양이었다. 마을 창고로 열댓 명의 장정들이 몰려가더니 정말 큰 그물을 어깨에 지고 나왔다. 그물을 호숫가에 운반한 장정들은 우두커니 호수를 쏘아보았다. 루드라가 나를 재촉했다.
그물은 다섯 시에 던지게 된다고 한다. 왜 그러냐고 하니 그냥 자기들 뜻이란다. 고독을 즐기기 위해 혼자 걸어다닌 저 유럽 남자의 가족들은 아직 생사의 소식도 모르고 있을 것이다...... 저대로 떠오르지 않으면 행방불명, 혹은 실종으로 처리되어 미궁에 빠져 버리겠지......

--- pp. 141∼142

당신은 누구신가요? 감자를 넣은 된장국을 끓여 내게 밥을 해 먹이고, 내가 사는 모든 물건의 값을 깎아 주고, 짐을 옮겨 주고, 잔돈을 바꾸어 주고, 맛있는 집들과 싼 집을 가르쳐 주고, 대신 화를 내 주고, 내 먼지와 재를 닦아 주며 맑다고, 맑다고 주문을 외우고, 내 눈물을 닦아 주고, 아픈 위를 끌어안고 잠들어 가는 나를 지켜보아 주고, 나를 위해 기원해 주고......
당신은 누구신가요? 길에서 만나 잠시 마주했다가 영원히 풀려 떠나가는 여행자들.... 우리는 서로가 화내는 것을 보았고 눈물 흘리는 것을 보았고, 상대의 아픔을 위해 눈물을 흘려 준 사이죠. 벗도 아니고, 사랑도 아니고, 우린 잠시 서로에게 환한 관음이었나 봅니다.
아침 약속을 어긴 것 정말 사과 드려요. 아침 준비를 위해 새벽에 나가 사온 슬픈 재료.... 마켓에서 산 식빵과 시장에서 산 냉동 요구르트와 과일들과 야채들이 방바닥에 널려 있는 것을 보았어요. 당신은 얼굴이 붉어져 있고......
나는 닫힌 문 앞에서 당신과의 약속을 지나, 지난 날 내가 무산시킨 모든 약속들을 향해 용서 빌었습니다. 약속이란 그를 구하는 일이라는 걸 오늘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약속 어김은 그를 심연에 걸린 줄에서 밀쳐 떨어뜨리는 무참한 공격이라는 것을.... 이제 내 언어를 구하기 위해서라도, 내 언어가 거품이 되지 않도록, 늘 약속에 철저할 거예요.
간밤의 꿈에 우리는 감꽃을 구하러 각자 길을 떠났어요. 감꽃이라니, 참 황당하죠. 그런데 감꽃은 허용되지 않는 것을 허용받을 수 있는 꽃이라고 당신이 말하더군요. 우리가 허용받고 싶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건 우리가 서로 허용하지 않은 것이겠지요......

--- pp. 101∼102

"무엇이 제일 아프냐?"
"앞도 뒤도 양 옆도 모두 캄캄합니다. 성냥갑 속에 갇힌 것 같습니다."
"허, 저런...."
스님은 가엾다는 표정으로 혀를 차셨다.
"보살은 성냥갑에 갇힌 자신이 누군지 아시는가?"
나는 그런 류의 선문답이 싫었다. 낯이 간지러워졌다.
"나는 성냥갑 속에 갇힌 내가 누군지 몰라서 늘 고놈을 바라본다네."
세상에..... 나는 눈을 커다랗게 떴다. 스님이 빙그레 웃으셨다. 갇힌 것이 포박의 고통이 아니라, 응시가 없음이 고통이었구나.....
"늘 자세를 바르게 잡고 고 갇힌 놈을 가만히 보게나. 흔히 명상을 무념무상하는 것이라고 오해해서 생각을 쫓아내느라 애를 쓰는데, 오감의 존재인 인간이 어떻게 상념 없기를 바랄 수 있겠는가. 명상이란 상념을 끝까지 바라보아서 반전시키는 것일세.... 그래서 무념의 의도 없이 무념에 이르고, 응념의 의도 없이 응념에 이르는 것이지. 모든 허구는 바라봄 속에서 스스로 재가(裁可)되는 것일세. 갇힌 자신이 타자가 될 때까지 바라보게나. 그러면 보살은 바깥에 있지 않겠나. 바깥에서 늘 안의 그를 보살펴야 하네. 그를 구하고, 자유롭게 하고, 도를 주고, 신의를 주고, 끝까지 버리지 않고 돌보아야 하네."
"스님, 자기가 저지른 잘못들, 혼자 알고 있는 죄책감이 속살을 물어 뜯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같은 이야기지. 신은 인간을 선악으로 구분하지 않는다네. 실은 신은 선악에는 관심이 없어요. 궁극에는 도덕과 부도덕이 없어요. 선악이 있음은 규칙이며, 규칙의 경계를 넘어 삶이 꿈인 줄 아는 것이 궁극이지. 그러니 세상의 관념으로 스스로 묶은 포박을 푸시게. 다시 묻겠는데 보살은 자신을 아시는가?"

--- pp. 60∼61

줄거리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여행의 도착지이자 첫 여정지인 카트만두, 포카라의 훼아 호수 주변, 그리고 부처의 탄생지인 룸비니 동산.

첫 번째 도착지의 카트만두 거리의 첫인상은 동물로 태어나 인간의 꿈을 꾸다가 동물로 죽는다는 말을 떠오르게 했다. 거리와 집들, 사원과 시장에서 사람이 아닌, 짐승의 냄새가 났기 때문일까……. 사람의 꿈을 꾸는, 신의 꿈을 꾸는 맑고 가난하고 무구한 짐승의 눈들…….

포카라로 올 때 들어왔던 철교를 지나 얼마간을 달리자 마침내 진짜 네팔인의 삶이 펼쳐지는 들판이 나타났다. 길을 따라 좁은 수로에 희고 푸른 물이 양쪽으로 넘치며 콸콸 흘렀다. 또리꼬삭과 야채와 밀이 심어진 들판에 띄엄띄엄 서 있는 황토 2층집들, 작은 정원들과 건초를 덮어 둔 짚 움막과 염소들과 길을 지나는 알록달록 염색된 화려한 사리를 걸친 시골 여인들……. 나는 무엇에 놀라는 듯 슬픔과 적막의 광휘에 휩싸였다.

룸비니 동산의 진수는 오히려, 마야데비 사원에서 나와 붓다트리 숲 속을 산책하면서 시작되었다. 숲 속에는 방향을 틀 때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을 선언하는 각양각색의 아기 부처상이 붓다트리 아래에 세워져 거울에 거울이 비치듯, 탄생에 탄생이 비쳐 무수한 반향을 일으켰다. 마치 모든 존재의 고향에 들어 선 듯 홀로 충일하고 고요했다. (본문 중에서)

이 책이 여행기이면서 또한 여행기가 아닌 이유는 이처럼 네팔의 자연 경관과 네팔 사람들의 삶과 함께 전경린 자신의 삶을 볼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그녀에게 네팔은 절망 속에 있는 평화로움을 엿볼 수 있는 나라였다. 고요하고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곳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듯 늘어진 사람들을 통해 그녀는 비로소 자신의 얼굴을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었다.

한순간 삶이 붕괴되는 때가 있다. 간절하게 지킬 것이 아무것도 없는 괴저의 느낌. 그처럼 먼 곳에서 생의 근본적인 불쾌감에 사로잡히자 공포에 가까운 절망적인 슬픔이 비구름 떼처럼 몰려와 눈앞을 분간하기 어려워졌다. 여행뿐 아니라 삶 전체가 우연을 넘어 조악한 허위이거나, 가벼운 오해 혹은 누명인 것처럼 비루하고 억울하고 서러움이 사무쳤다.

세상에…… 나는 눈을 커다랗게 떴다. 스님이 빙그레 웃으셨다. 갇힌 것이 포박의 고통이 아니라, 응시가 없음이 고통이었구나……. (본문 중에서)


전경린의 이번 여행은 다분히 현실 세계 속에 더 깊이 소속되는 능동적인 회귀를 위한 여행이었다.
네팔, 그 어감만으로도 한번쯤 호기심을 가져볼 만한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 그리고 전경린, 그녀의 여행 에세이는 많은 여성 작가들의 감성 에세이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한국 출판계에 신선하고 강렬하게 독자에게 다가갈 것이다.

출판사 리뷰

199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후 특유의 감수성과 세밀한 문체로 우리 시대의 가족과 여성으로서의 삶의 정체성에 관해 끊임없이 되물어 온 문제 작가 전경린이 등단 8년여 만에 첫 산문집을 펴냈다.
『그리고 삶은 나의 것이 되었다』, 전경린의 네팔 여행 에세이이다.
네팔의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그 속에 숨쉬고 있는 고된 삶들을 정면으로 마주한 전경린은 그곳에서의 만남과 이별을 통해 삶에 대한 따뜻한 위안을 얻고 돌아왔다.

2권의 소설집과 5권의 장편소설, 그리고 어른을 위한 동화 한 편을 썼고, 세 차례의 문학상 수상까지 데뷔 이후 8년 동안 그녀는 참으로 많은 글을 썼고, 쉬지 않고 앞을 향해서만 달려왔다.
그녀는 이번 여행을 통해 그간의 쉼 없는 글쓰기에서 벗어나 한 템포 쉬어 가면서 다시 한번 숨을 고르는 기회를 가졌으며, 주변과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우연처럼 다가온 운명적인 네팔 여행>
지난 연말을 네팔에서 뜨겁게 보낸 그녀에게 이번 여행은 우연이자 운명이었다.

4년 전 어느 날 나는 신문의 여행광고란을 우두커니 보고 있었다. 네팔이었다. 얼마나 당장에 가고 싶었는지……. 몇몇 사람들에게는 말도 했었다. 히말라야 트레킹을 꼭 해 보고 싶어요. 해마다 트레킹을 간다는 치과의사와 스님의 책도 읽었다. 그리고 삶의 격랑에 이리저리 부대끼며 잊었었다. 생각하면 수많은 크고 작은 소망들이 또 잊혀지고 변색되지 않는가…….
한 여자가 어느 날 불쑥 내게 여행을 떠나라고 했을 때, 나는 네팔을 지나쳐 버릴 수 없었다. 그것은 바로 내부의 질서였을 것이다. 그런 질서 속에 소원을 들어주는 신이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본문 중에서)

운명처럼 다가온 이번 여행에서 전경린은 비로소 내면의 결핍감을 채울 수 있었다.또한 이런 결핍감을 채우는 과정에서 작가는 특히 아이에 대한 간절한 애정을 많이 드러내 보였다.

허공의 끝까지 날려 가는 풍선처럼 아득하던 끝에, 문득 엄마 없이 잠 들어가는 아이들의 밤이 떠올랐다. 땀 냄새나는 베개에 스밀 어둠 속의 눈물도……. 그것은 나의 눈물이기도 했다. 열흘을 집에서, 스무날을 작업실에서 보낸 그런 밤들이 몇 년에 걸쳐 계속되어온 것이다. 죄책감으로 가득한, 수습할 수 없는 회오의 슬픔이 몰려왔다.

이곳에 내 생의 실재가 어디 있나……. 오랫동안 나는, 밀가루를 묻힌 새하얀 손을 밀어 넣으며 엄마야, 하며 아이들을 속여 온 가짜 엄마가 아니었을까.

제가 두 아이를 잃지 않고 이 길을 갈 수 있도록 보살펴 주소서. 제가 삶을 회피하지 않고 샅샅이 복무하도록 무릎을 꿇려 주소서. 제가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제 몫의 공포를 뚫고 지나가게 해 주소서……. 하지만 쫙쫙 벌리는 서너 마리 새끼의 붉은 입안에 벌레를 물어 나르느라 제정신을 잃어버린 어미새같이, 본능적인 모성에 마비되거나 중독되어 까맣게 나를 잃어버리는 백치 엄마가 되지는 않도록 늘 깨워 주소서…….(본문 중에서)

오랫동안 작가 전경린은 글쓰는 데에만 많은 부분 할애했는지 모른다. 다시 찾은 모성애는 전경린이 진정한 40대를 받아들이는 또 하나의 과정이며 이제는 정말 무엇이 되어도 좋다는 작가의 고백이 깊은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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