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처음에는 소꿉놀이 같아서 재미있었다.
음식도 내 손으로 만들었다. 치즈를 얹은 크래커를 하루에 세 번씩. 텔레비전도 하루 종일 맘껏 보았다. 처음 삼 일 동안은 좋았다. 아침에 치즈를 얹은 크래커를 먹고 텔레비전 보고, 점심에 치즈를 얹은 크래커를 먹고 텔레비전 보고, 저녁에 치즈를 얹은 크래커를 먹고 텔레비전 보고, 그리고 침대로 쏙. 온종일 생각할 게 텔레비전과 치즈밖에 없었다. 완벽했다. --- p.9 전화기를 쾅 내려놓았다. 앞으로는 전화를 안 받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너무 위험하다. 나는 부엌의 잡동사니 서랍에서 빨간 펜을 찾아내 종이에다 ‘여행 중’이라고 적었다. 그리고 테이프를 들고 나가 현관문에다 붙이고 문을 쾅 닫았다. 꼭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나 혼자란 사실을 누구한테도, 그 누구한테도 들키지 말아야 한다. 텔레비전에서 본 적이 있다. 사람들은 집에서 혼자 지내는 아이를 보육원으로 보낸다. 하지만 나는 절대 그럴 수 없다. 이 집에 계속 머물러 있어야 한다. --- p.15 “그래, 오브리. 가족들 이야기까지 할 필요는 없어. 하지만 엄마를 찾도록 네가 할머니를 좀 도와 다오.” “싫어요.” “싫어?” 나는 벌떡 일어나 앉으며 소리쳤다. “싫어요! 돕고 싶지 않아요! 엄마가 어디에 무엇 때문에 갔는지 알고 싶지 않아요!” “그래, 물론 엄마가 잘한 건 아니야, 너희 엄마가 너한테 한 짓은. 하지만…….” 할머니는 최대한 목소리를 차분하게 유지하려고 애를 썼다. 속으로 화가 치밀어 오른 것이다. 나 때문일 수도 있고, 엄마 때문일 수도 있었다. “나한테 화내지 마세요!” 내가 소리쳤다. “오브리. 아가, 엄마 때문에 네가 화가 많이 난 것 같구나.” “할머니는 몰라요. 더 이상 참견하지 마세요.” 내 말을 듣고 할머니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세탁물 바구니를 집어 든 채 밖으로 나갔다. --- p.28 두 번째 질문을 할 차례가 왔다. 그래서 입을 열었다. “저…… 저…….” “뭔데, 아가?” “아니에요, 신경 쓰지 마세요.” “아니야, 오브리, 괜찮아. 물어봐.” 나는 숲을 깊이 들이마셨다. 그리고 기다렸다. 엄마도 기다렸다. “엄마는 나보다 사바나를 더 사랑했나요?” “아, 아니야! 오브리. 아가, 정말 미안해. 정말 미안해.’ 엄마가 몸을 떨며 흐느끼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엄마가 내 손을 뺨에 갖다 댔다. 축축하게 젖은 뺨이 느껴졌다. “절대 그렇지 않아. 지금까지 그렇게 생각했니?”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아무 말도 안 했다. 두 눈을 꼭 감고 내 슬픔과 뒤섞이는 엄마의 슬픔을 느낄 뿐이었다. “엄마는 너한테 엄마 대신 아빠가 있는 게 좋았을 거란 생각을 수없이 했어…….” 나는 목소리를 찾았다. 그래서 아주 작은 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나는 그러길 바란 적이 없어요. --- p.237 |
|
한없이 평범하고 행복했던 오브리네 가족에게 비극이 찾아오고, 열두 살 소녀 오브리는 세상에 홀로 남겨집니다. 아무 일 없다는 듯 치즈 크래커를 먹고, TV를 보며 하루하루를 보내지만, 냉장고 속에 들어 있는 양배추가 시들시들해지듯, 오브리의 마음도 시들해지고 맙니다. 한창 재잘거리던 열두 살 소녀의 마음속에 이제 남은 건 아빠와 동생에 대한 아픈 기억과 자신을 떠난 엄마에 대한 원망뿐입니다. 할머니와 친구의 사랑에도 좀 채 마음을 열지 못하던 오브리는 서서히 자신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세상을 보는 더 큰 눈과 마음을 가지게 됩니다. 아빠와 동생에 대한 추억이 문득 문득 떠오를 때마다 괴로움에 머리를 흔들던 오브리는 차츰 그 기억을 추억으로 받아들이고,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처음에는 그저 오브리가 불쌍하다 여기던 독자들도 차츰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고, 스스로 자신의 미래를 결정할 정도로 자라는 오브리는 보며 성장과 고통, 희망에 대해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