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집에서 나는 데본 오빠의 심장에 대해 생각했다. 나는 소파에 앉아 오빠의 궤를 바라보았다. 궤는 여전히 잿빛 천으로 덮여 있었다. 블라인드를 통해 들어오는 빛줄기들이 보였다. 먼지들이 빛 주위에서 소용돌이치며 궤를 때렸다. 문득 이런 궁금증이 생겼다. 혹시 먼지 가루 가운데 하나가 데본 오빠가 아닐까? 내가 오빠를 느낄 수 있을까?
(중략) 나는 ‘종결’을 찾아보았다. 이렇게 나와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처럼 삶에서 어려운 사건을 겪은 후에 감정의 끝맺음을 경험하는 상태.’ 나는 어떻게 하면 감정의 끝맺음을 경험하는 상태가 되는지 몰랐기 때문에 로빈스 아주머니에게 물었다. “어떻게 하면 감정의 끝맺음을 경험하는 상태가 될 수 있지요?” 아주머니의 입이 열렸다 닫혔다 하기를 세 번 하더니 끽끽거리는 듯한 소리가 났다. “잠깐만.” 아주머니는 부엌으로 뛰어갔다. 나는 아주머니가 코를 푸를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또 아빠가 샤워를 하면서 우는 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내 보라색 털옷을 머리에 뒤집어쓰고는 눈을 감고 귀를 막았다. 그리고 팔꿈치로 사전을 가슴팍에 꼭 눌렀다. --- pp.77-82 “너 아직도 이 일을 정말로 하고 싶니?” 나는 아빠가 참나무 자르는 일을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궤 만드는 일을 말하는 것인지 알쏭했지만 대답했다. “네.” 궤 만드는 일을 말하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 “이 일을 하면 우리가 종결을 찾을 거라고 생각하니?”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요. 찾을 거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틀림없이 찾게 되리라는 걸 알고 있어요.” --- p.191 |
|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열 살 소녀 케이틀린의 공감 프로젝트
-2010 내셔널 북 어워드 수상작 《안녕, 케이틀린》 출간 요즘 자폐증과 더불어 많이 늘고 있는 사회적 발달장애로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다. 지적수준과 언어,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는 자폐증과 달리 아스퍼거 증후군은 지적 수준과 언어발달은 정상이나 행동이나 관심 분야가 한정되어 있으며, 우회적인 언어 사용으로 대인관계가 원활하지 못해 사회성이 심각하게 손상되어 있는 상태를 말한다. 《안녕, 케이틀린》의 주인공 케이틀린도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는 소녀다. 그런데 학교에서 벌어진 총격 사건으로 오빠를 잃은 케이틀린을 두고 주변 사람들은 ‘오빠가 없는 이상한 아이’라고 말한다. 나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해서, 나와 조금 다른 행동을 한다고 해서 이상한 아이라고 치부해 버릴 수 있을까? 나와 다르면 무조건 배타적으로 밀어내고,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하는 사람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는 이 책은 2010년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불리는 ‘내셔널 북 어워드’를 수상하며 그 문학성을 인정받았고, 미국 어린이, 청소년들의 필독서로 읽히고 있다. 이 작품을 쓴 작가 캐스린 어스킨은 ‘작가의 말’에서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는 사람들을 이해하지도, 도와주지도 못하는 사람들과 사회적 제도를 두고 ‘무시(ignore)와 무지(ignorance)는 한 뿌리에서 나온다.’고 비판하며,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주인공 아이의 머릿속에 들어가 겉으로 보이는 기이한 행동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케이틀린은 보통학교를 다니며 다른 아이들과 어울려 평범하게 살아가기 위해, 오빠를 잃은 슬픔을 이겨내기 위해 무진 노력을 하지만 상담 선생님인 브룩 선생님 외엔 아무도 케이틀린을 이해해 주지도, 도와주지도 않는다. 아스퍼거 증후군은 우리나라에서도 500명 중 1명이 앓고 있을 정도로 더 이상 희귀한 병이 아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그들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키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주변에 함께 살아가고 있는 그들에게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 끝나지 않은 버지니아 공대 총격 사건 그리고 남은 가족 남들과 어울리지도, 세상과 소통하지도 못하는 케이틀린은 자신만의 특별한 세계에서 살아간다. 하지만 이런 케이틀린에게도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오빠 데본. 데본 오빠는 케이틀린이 곤란에 빠질 때면 언제나 손을 잡아 주고, 기꺼이 케이틀린이 의지하고 기댈 수 있는 언덕이 되어 주었다. 그런데 어느 날, 데본 오빠는 학교에서 일어난 갑작스러운 총격 사건으로 그만 목숨을 잃는다. 2007년 미국 버지니아 공대에서 한국계 미국인 조승희가 무려 3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끔찍한 사건을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다. 이 작품은 이 사건을 모델로 하고 있는데, 당시에 일어난 사건으로 아들을, 친구를 잃은 사람들이 겪은 고통과 슬픔처럼 케이틀린과 아빠도 모든 삶이 산산조각 난 듯한 고통을 겪는다. 하지만 케이틀린은 아빠처럼 마냥 울고만 있지 않는다. 오빠가 죽기 전에 만들고 있었던 궤를 완성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그 궤의 완성으로 인해 아빠도, 같은 사건으로 엄마를 잃은 친구 마이클도, 무엇보다 오빠를 잊지 못하고 있는 케이틀린은 ‘감정의 끝맺음’ 즉, ‘종결’을 얻는다. 케이틀린은 때로는 엉뚱하게, 때로는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언어로 세상을 바라보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우리는 어느새 케이틀린의 세상 속에 들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이 책을 읽는 어린이 독자들은 가족을 잃은 슬픔을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케이틀린의 모습을 보면서, 그리고 알을 깨고 나온 《데미안》의 싱클레어처럼 마침내 자신만의 특별한 세계에서 나와 세상 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는 케이틀린의 모습을 보면서 아무리 힘들고 슬픈 일을 겪더라도 당당히 마주할 수 있는 용기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