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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이야기
손 눈 소리 친구 |
Kenjiro Haitani,はいたに けんじろう,灰谷 健次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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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이야기 - 물 이야기
“ 독일 선수가 왔을 때 최초로 국제 시합에 나갔다. 기뻤지. 열심히 해서 결승전에서 3등으로 들어왔어. 일본, 독일, 조선의 순서였지. 일본 국기가 올라갔다. 독일 국기도 올라갔고. 그리고……. 그러고 나서 올라간 것은 역시 일본 국기였어. 나는 울었어. 관중들은 기뻐서 우는 줄 알았겠지만, 나는 분해서 울었다. 그 후 난 수영을 그만뒀어. (…중략) 내가 다시 수영을 하게 된 것은 소순이가 수영을 하게 되고부터야. 오랫동안, 나는 저항해 왔지. 오랜 저항이었어.” 두 번째 이야기 - 손 “천황 폐하께서 아직 감사의 말씀을 안 해 주셨어. 이웃 오야마 씨네도 외아들 미네요시를 천황 폐하께 바쳤지. 역시 아직 감사의 말씀이 없으셨지. (…중략) 야에야마에서는 전쟁이 없었다고들 하지만, 터무니 없는 소리야. 총알에 맞아 죽었느냐, 말라리아로 죽었느냐만 다를 뿐이지. 말라리아 죽은 사람은 전사자로 모셔 주지 않아. 세상에 그렇게 슬픈 일이 또 있으려고. 그래서 나는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우리 영감 묘에 가는 게야.” 세 번째 이야기 - 눈 어린아이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열차 밖에 있었던 것은 달리는 차에 뛰어오르거나 내릴 수 없기 때문인 것 같았습니다. 왜냐하면 열차가 제법 빠른 속도로 달리기 시작하고 나서 껑충껑충 뛰어 내린 것은 모두 어른이나 젋은이들 이었으니까요. 내게 바나나를 팔았던 소년은 어떻게 했을까요. 다부지게 어른 흉내를 내며 풀쩍 뛰어내렸을까요? 네 번째 이야기 - 소리 “아―우, 어―어―.” 히사코가 말을 하고 있었다. 말을 하고 있다. 순간적으로 왜 그런 생각을 한 걸까? 둘 다 언어 장애가 있었기 때문에, 일반적인 의미의 대화는 이루어질 수 없었다. 그러나 둘은 이야기 나누고 있었다. 마사코가 끙끙거린다. 히사코가 낮은 소리로 외친다. 둘은 신음하듯 말하고 있었다. 목소리가 따뜻하고 상냥하게 서로를 감싸 안고 있었다. 둘의 대화를 억지로 글로 쓴다면 “아―” 또는 “우―” 또는 “오―”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얼마나 감정이 깃든 목소리인가! 미사코는 이사코의 병문안을 온 것이다. 다섯 번째 이야기 - 친구 “원숭이 우등생이라고 알아?” “……?” 내가 의아스러운 표정을 짓자, 이타미가 말했다. “죽마도 타고 미니 오토바이도 타는 원숭이들이 있지. 이 녀석들은 원숭이 사회로 돌아가면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는 거야. 할 줄 아는 게 없으니까. 알겠냐?” “…….” 나는 몸이 점점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이타미는 그런 소리나 지껄이려고 구태여 나를 불렀을까? “그게 나하고 무슨 상관 있어?” “조금 관계가 있지 않나?” 이타미는 심술궂게 말했다. 그러잖아도 자기 안에 살고 있는 우등생을 가장 미워하고 있는 나인데, 그런 내 기분을 거스르는 말을 이타미는 스스럼없이 했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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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이야기인 <물 이야기>는 학교의 미움을 사서 해산하게 된 중학교 수영부 이야기로, 중심축은 수영이라는 스포츠를 통해서 본 재일 한국인에 대한 차별 문제이다. 수영부원 가운데 해산에 반대한 것은 딱 한 명, 재일 한국인 ‘이소순’라는 소년이다. 배신한 이소순을 따돌린 소년들에게 소순의 아버지가 얘기를 좀 나눠 보자며 찾아온다. 고양이를 곯려줄 때와 같은 가벼운 마음으로 수영부원 가운데 한 소년이 소순의 아버지에게 수영 내기를 거는데, 이 레이스의 묘사는 바다를 좋아하는 하이타니 씨인 만큼 매우 박력이 있다.
레이스가 끝난 뒤에 소순의 아버지가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독자의 가슴을 울린다. 소순이 왜 수영부 해산에 반대했는지 잘 알 수 있어, 목구멍으로 뜨거운 것이 복받쳐 오른다. 이 학교 선생님에 대한 비판도 혹독하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번갈아 두 번이나 바뀌어, 현재는 자신과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수영부원은 이렇게 말한다. “공부할 수 있는 놈은 공부를 할 수 있게 해 준 선생을 좋은 선생이라고 하지만, 슬픈 일이 하도 많아서 공부 따위 손에 잡히지 않는 놈은 슬픈 일을 같이 걱정해 주는 선생이 좋은 선생이잖아. 우리 학교에 그런 선생 있나?” 교사의 ‘일’을 이처럼 정확하게, 단적으로 정의한 말이 또 있을까. 네 번째 이야기인 <소리>는 갑작스런 사정으로, 다른 교사들이 꺼려하는 특수반 아이들을 맡게 된 젊은 교사와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심신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가르치는’ 어려움과 그 과정에서 서서히 아이들의 개성이 드러나기 시작하고, 가능성이 싹트는 과정이 생생하고 섬세하게 그려져 있다. 이 교사의 기쁨이 독자에게 전달되고 공유된다. 양심 없는 어른들에 대한 분노 또한 공유된다. 자신에게 지워진 짐만으로도 버거운 아이가 친구를 위해 손을 내미는 마지막 이야기는 슬프고도 아름답다. 아름답고도 슬프다. 아이들의 상냥함을 얘기하는 하이타니 씨의 펜은 상냥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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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타니 겐지로는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태양의 아이》《모래밭 아이들》 같은 작품으로 한국 독자들에게 친숙하다. 이들 세 작품은 일본에서 하이타니 겐지로의 교육 3부작이라고 일컫는다. 그만큼 많은 독자가 그의 작품을 읽고 시대의 공감을 이끌어냈다는 의미일 것이다. 겐지로는 오늘,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치열하게 고민한 작가이다. 오랜 교사 생활을 바탕으로 아이들을 통해 ‘인간에 대한 믿음’과 ‘배움과 성장’을 보여 주는 작품들을 썼다.
지난해 겨울, 암 투병 끝에 하이타니 겐지로가 타계하고 다시 겨울이 찾아왔다. 작가는 세상에 없지만 그의 작품들은 여전히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두터운 애독자 층을 형성했다. 그 가운데 2003년에 펴낸 단편집 《손과 눈과 소리와》는 그의 작품 중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이다. 책을 다시 펴내면서 제목과 책 표지를 새롭게 바꾸었다. 제목 ‘우리와 안녕하려면’에서 ‘우리’와 ‘안녕’은 각각 중의적인 뜻을 가지고 있다. 역사와 인종, 장애 등의 문제로 함께 살면서도 ‘우리’ 안에 온전히 보듬지 못한 ‘타자’들을 바라보고 경계를 허물고자 하는 것, 전쟁 등 아픈 역사의 주체 혹은 어떠한 이유로든 ‘타자’들과 구획을 나누고 차별의 시선을 던져왔던 ‘우리’로부터 벗어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어떤 쪽으로든 이 책을 덮고 나면 독자가 문장을 완성할 수 있도록 여운을 주고 싶었다. 표지도 古 하이타니 겐지로와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선물을 바치는 마음으로 새롭게 바꾸었다. 단순히 책의 외형만 바꾼 것이 아니라 본문 내용과 삽화도 손을 보았다. 번역을 맡은 햇살과나무꾼에서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고, 원작의 문체와 내용을 성실하게 살리도록 했다. 또한 삽화도 츠보야 레이코의 원작이 주는 느낌과 감동을 최대한 살리려고 노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