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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책을 다시 펴내면서 책을 펴내면서 Intro 앞마당에 어른거리는 식량위기의 그림자 전 세계를 강타한 식량 폭동 소리 없는 쓰나미, 세계 식량위기 곡물 소비의 양대 블랙홀 · 첫 번째 블랙홀, 바이오 에너지 · 두 번째 블랙홀, 인구 폭탄 1장 벼의 역사 바람둥이 야생 벼 벼 재배, 1만 년의 역사 청원에서 발굴된 세계 최고 볍씨 쌀 이름에 드러난 일본의 정복자 근성 일본의 우리 벼 말살 정책 2장 굶주림의 세월 밥맛에 까다로운 한민족 운명 같은 굶주림 호랑이보다 무서운 일본의 수탈 거칠 것 없는 약탈과 고난의 시대 가난을 더 부추긴 동란 3장 녹색혁명의 태동 사라질 뻔한 기회의 씨앗 녹색혁명의 열쇠 필리핀 태풍이 준 선물 도복, 추락, 도열병의 3대 장벽 일본에서 받은 뜻밖의 선물 라이거나 다름없는 잡종 벼 농촌진흥청으로 가다 희농 1호가 가져다준 해프닝 환상적인 수확량 화마에서 살아난 통일벼 4장 희망의 확대 보급 처음으로 들에 가다 지도소 못 믿는 농민들 충격과 환희의 교차 세 번 울고 세 번 웃다 쭉정이 통일벼에 줄행랑 파도처럼 덤비는 재해 통일벼에 더 가혹한 잣대 천재도 극복해낸 불굴의 의지 희망 뒤의 값진 희생 개인 재산도 아깝지 않다 육 남매와 함께 게타리를 푼 사내 드디어 달성한 꿈의 목표 5장 시련, 그리고 새로운 시작 필리핀으로 간 사람과 벼가 겪은 해프닝 한 알의 잡벼 8백 개로 늘어나 작두날 논두렁 위의 시련 브래지어로 만든 마스크 물에 빠진 볏단을 살려라 이번에는 세균의 공격 쌀 수입의 종지부를 찍다 한반도 중북부로 확산된 이모작 병으로 골치를 썩여도 다수확 일본 전문가를 놀라게 하다 밥맛 좋고 수량 많은 새 볍씨의 출현 일본 최고 기록 깬 우리 쌀 6장 무참히 깨진 신화, 다시 만든 신화 세 가지 액운 더 가혹한 액운에 쓰러진 통일 3년 흉작으로 통일계 벼사라지다 맛없는 쌀은 사기도 어려워져 일품벼, 고시히카리에 압승 쏟아져 나오는 신품종, 다이어트 쌀까지도 Outro 우리 밥솥의 여정 한반도가 금수강산이라고? 우리 밥솥의 현주소 · 국제회의의 화두는 식량 확보 · ‘식량 비상’ 앞에 한국의 현주소 해외 식량생산기지화 농업, 우리는 삶을 위해 이것이 필요하다 농민의 어제와 오늘 포스코가 농업에 진 빚 선진국의 놀라운 농업보호정책 우리 밥솥 어떻게 지키나? 참고문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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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1972년 통일벼가 육성되어 마음껏 밥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불과 한 세대도 지나기 전에 국민들은 쌀을 ‘하찮은 것’으로 치부했다. 농촌진흥청의 피나는 노력으로 사라진 ‘보릿고개’이건만 대다수의 연구자들조차도 선배들이 이뤄놓은 업적을 까맣게 잊고 있다.
굶어본 경험이 없는 젊은 세대에게는 밥 대란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는 굳건한 믿음이 있다. 그건 이해가 가지만, 배를 곯아본 적이 있는 세대조차 먹을 것을 함부로 대한다. 그것도 그럴 것이 수입한 밀과 옥수수가 언제나 빵과 먹을거리를 풍족하게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2008년에 일어난 세계적인 식량파동에도 우리 국민들의 인식에는 전혀 변화가 없었다. 게다가 지난 2000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1백만 톤 정도의 쌀을 이월하고 있다. 남는 쌀은 정부,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에게 골칫거리다. 논 면적은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쌀농사로는 계속 적자가 나니까 농민은 논을 메우고 수입이 높은 과수나 다른 작물을 심는다. 그런데도 쌀 재고는 점점 더 늘어난다. 새로운 다수확 품종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보다 더 직접적인 원인은 빵과 고기 등 다양한 식품을 먹느라 쌀을 덜 소비하기 때문이다. 쌀은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한다는 조항이 들어간 무역협정이 쌀 재고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아이티의 경우를 보자. 아이티는 쌀이 풍족한 농업 국가였지만 미국으로부터 싼 쌀을 사다 먹다 보니 자기 나라의 쌀 기반이 깡그리 무너졌고, ‘식량주권’이 무너지자 최고 10배나 비싼 쌀을 사 먹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지금은 결국 ‘진흙 쿠키’로 주린 배를 채우는 비운을 맞고 있다. 이와 같이 우리도 전량을 수입에 의존할 경우 ‘식량주권’을 지킬 수 없게 된다. 무엇보다도 쌀을 포기한다면 논을 버려야 할 것이며, 논을 버리게 되면 쌀을 생산하는 논의 기능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훨씬 경제적이고 문화적인 ‘공익적 기능’도 함께 포기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환경과 관련하여 재난 수준의 큰 문제가 예상된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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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불리는 쌀에 목을 매는 시대는 갔지만
우리에게는 우리 시대의 식량문제가 있다 전쟁을 겪은 세대는 먹을 것이 없어 늘 허기지고 배고팠던 기억을 공유하고 있다. 그들에게 쌀이란 단지 식량이 아니라 ‘절대적 경건’에 가까웠다. 통일벼 육성은 온 국민의 배를 불리며 끼니 때울 걱정 없게 만드는 벼 품종을 만들어내겠다는 한 정치 지도자의 신념 아래 정부가 주도한 ‘식량위기 대응’ 프로젝트였다. 프로젝트는 일견 성공했고, 통일벼는 비록 ‘맛이 없다’는 평을 받았을지언정 사람들의 배를 불려주었다. 그리고 40년이 지나, 우리는 맛 좋고 병해충에 강하며 생산성도 높은 품종이 다양하며 다른 곡식도 풍부해 굳이 쌀을 찾아 먹지 않아도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런 우리에게 벼란, 쌀이란 무엇일까? 요즘 사람들은 흰 쌀밥이 오히려 건강에 좋지 않다며 갖가지 잡곡을 섞어 먹곤 한다. 그런 우리에게 쌀은 너무 많고 흔해서 국가에서 남아도는 생산량을 ‘관리’해야만 하는 것, 그래서 농부의 소득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그럼에도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모를 무역협정 때문에 일정량을 의무적으로 수입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런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가 굳이 유신시대의 암(暗)이기도 한 통일벼 탄생의 비화를 이제 와서 다시 봐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2008년, 전 세계는 식량파동에 몸살을 앓았다. 하지만 굶어본 경험이 없는 세대도, 배를 곯았던 기억은 있지만 식량이 풍족해진 후 그 기억을 잊은 세대도, 모두 ‘밥’ 대란이란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로 생각한다. 게다가 쌀이 남아돌아 정부나 농민이나 골치를 앓는 판이니 그럴 만도 하다. 쌀이 남아돌아 농민의 소득에 도움이 되지 않으니, 농민들은 논 면적을 점점 줄여서 돈이 되는 다른 작물을 심는다. 식량위기란 정말 먼 나라 일일까? 우리나라의 기후가 온대에서 아열대의 그것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말은 익숙하다. 기후가 변하면, 이 땅에서 오랜 세월 동안 지어온 곡식들의 결실에 차질이 생긴다. 하지만 그렇게 되어서 쌀 생산량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다른 곡식도 많고 외국에서 우리쌀보다 훨씬 싼값에 쌀을 수입할 수 있으니 괜찮지 않겠냐고? 한때 쌀이 풍족한 농업국가였던 아이티의 선례를 보면 그런 말은 쉽게 할 수 없다. 아이티는 자국 쌀보다 훨씬 싼 미국산 쌀을 사다 먹다가 ‘식량주권’이 무너져 지금은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가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