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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의 말 005 추천하는 말 009 1부 겨울철 하나, 짧아지는 동짓날 밤 020 둘, 지붕개량 잔치 030 셋, 문풍지 우는 소리는 찾아온 님의 노크 038 넷, 사람 밥값이 개 밥값만 못한 세상 046 다섯, 소 며칠 굶어도 머슴은 팽팽 놀던 그날 054 2부 봄철 하나, 머슴은 초당방, 주인은 사랑방에서 쑥덕쑥덕 064 둘, 눈이 희끗거리는 3월, 농사의 시작 074 셋, 태교처럼 중요한 씨앗 관리 082 넷, 물못자리 없이도 벼농사를 짓다니! 092 다섯, 일렁이던 보리밭이 되살아날까 100 여섯, 초목이 무성하니 벌레들도 살판났구나 108 3부 여름철 하나, 사람을 위한 노동음료 118 둘, 양기가 가장 센 때에 모를 심는다 124 셋, 논 거름 장만하고 밭에는 북주기 132 넷, 삼 농사 짓고 한여름에 삼굿하기 140 다섯, 들밥 먹던 시절 생각나네 148 여섯, 배추는 입추, 무는 처서 156 일곱, 여름철 농사재난, 양상이 달라졌다 164 4부 가을철 하나, 파종과 수확을 동시에― 9월의 연장들 174 둘, 천둥소리에 놀라 도망가는 병 182 셋, 가실에 보자 190 넷, 배고픈 농민 먹여 살리는 보리농사 198 다섯, 겨울 들머리에서 김장하고 세사 지내고 206 여섯, 고구마밥 할까 감자밥 할까 216 도움을 준 책 2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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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들 100년 후를 이야기하지만 현재 시점에서 추정 가능한 사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옛 지혜를 되짚어보고 현재 우리가 지닌 자연을 회복하고 보존하는 삶을 꾀하는 태도가 매우 중요하다. 이는 인간의 존엄과 신성을 지키는 일과도 긴밀하게 연결된다. 자연과 멀어질수록 탈인간화되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래가 180도 뒤집어진다고 해도 자급 농사, 자연주의 삶이라는 흐름은 맥을 계속 이어가리라 본다. _6쪽
해방 직후 잉여농산물로 한국 농업을 초토화시킨 미국은 박정희 정권 때부터는 유상판매로 기조를 바꿨다. 정부는 주산단지를 조성해서 고추, 마늘, 밤, 사과 등 단일경작 농사를 급격히 늘렸고 우리 농업은 일손, 자금, 유통, 생산 등 모든 분야에 있어 외부 의존도가 크게 높아져버렸다. 1970년대 말부터 미국의 농산물 수입 자유화 압력이 가중되었고 각종 농업 관련 국제 협약들은 또 다른 을사늑약이 되었다. 전두환 군사정권 때의 소 파동은 세계 농업 체계의 하부 단위가 된 농업파괴범들이 준동하는 계기가 되었다._50쪽 설 명절에 열흘씩이나 먹고 논다니까 일은 안 하고 놀기만 한다고 이해하면 큰 오산이다. 불리한 처지에 있거나 발언권이 적은 사람들은 평소 꺼내기 힘들었던 얘기들을 이때 풀어놓는다. 명절 밥상에서 나누는 얘기는 서로의 마음을 활짝 열게 한다. 특히 집성촌의 경우 타성받이 사람들이 설 명절 때 할 얘기 다 하는 경우가 많다. 머슴들도 설 명절 때 이른바 연봉협상을 시작한다. 한 해 머슴살이 하고 받는 새경을 나락 열 섬에서 한 말을 더 올리자 말자 얘기가 무성한 게 설 명절 때다. 주인들은 주인들끼리 입을 맞추고 머슴들은 머슴들끼리 모여서 새경의 기준을 정한 뒤 협상을 시도한다._58쪽 고추밭에 막대기 꽂고, 줄 치고, 비닐 씌우는 작업은 1974~1975년 전후로 생긴 것이다. 개량종자가 나오고 비닐이 공급되면서 농사가 확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이때부터 화학비료와 농약이 농지를 점령하기 시작했는데 최근 학계의 발표에 의하면 한국 농촌의 급격한 변화를 주도한 ‘새마을운동’은 미국의 동남아시아 개발 전략과 한반도 안보 전략에 따른 기획이었다고 한다. 1960년대 말 안보 취약지구에 건설된 ‘전략촌’이 그 효시다. 종적인 관의 주도성과 마을 단위의 감시 체제를 강화하는 전략이었다는 것이다._77쪽 농사짓기 참 쉬워졌다. 논농사가 너무나 쉬워져서 시골 할머니가 휴대전화 하나면 수십 마지기 논농사가 가능할 정도다. 로터리에 모심기와 농약 치기, 타작이 전화 한 통이면 전부 가능하다. 그러나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되었으니 바로 쌀 스트레스다. 이 말은 이전에 없던 새로운 개념이다. 볍씨 단계부터 소독이라는 이름으로 농약에 절고 흙 한 톨 없이 허공 선반 위에서 자라는 육묘 단계는 심한 쌀 스트레스의 시작이다. 이후에는 굉음을 내는 고속 승용이앙기에 매달렸다가 기계에 말려들어가 정신없이 땅속에 꽂혀 자란다. 쌀이 받는 스트레스 총량은 엄청나게 클 것이다. 물못자리 논에 무릎까지 꿇고 정성스레 모를 쪄서 짚으로 모춤(서너 움큼씩 묶은 볏모)을 묶어 키우는 건 어떨까. 농부들의 농요를 듣고 자라는 쌀과 같을 수가 있겠는가. 한 포기 한 포기 못줄 따라 반듯하게 손으로 심겨져 자라는 쌀과 어찌 같겠는가._95쪽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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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말로 옛 농부들의 지혜를 구해야 할 때
우리 시대에 농사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 지금의 농사는 계절과 무관하게 24시간 365일 쉼 없이 돌아가는 ‘고도화된 공정’에 지나지 않는다. 농사의 목적이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농업에 기계와 화학이 도입되면서 덩달아 농촌 문화와 생활 방식 또한 180도 변모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옛 농부들에게 농사란 돈벌이가 아닌 자급자족하는 삶을 꾸리고 만남과 교류를 형성하는 장이었다. 모든 생명을 귀하게 여길 줄 아는 삶,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꾀해야만 했다. 저자는 “농업이 이렇게까지 피폐해지고 몰락한” 원인을 “우리가 활용할 자원이 앞으로도 영속 가능하리라” 보는 인간의 어리석은 태도에서 찾았다. 당장의 수익에만 급급하여 자연을 소진하는 인류에게 미래란 존재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옛 지혜를 되짚어보고 현재 우리가 지닌 자연을 회복하고 보존하는 삶을 꾀하는” 노력이야말로 우리에게 주어진 마지막 희망일지 모른다. 사람과 땅, 작물 모두를 건강하게 길러냈던 전통 농사살림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농촌의 몰락 1970년대 중반부터 농업의 주산단지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정부는 “농약지원, 비료지원, 농기계도입지원, 경지정리, 시설하우스, 각종 정책지원금 등”을 제공하며 집약성, 생산성에만 초점을 맞추도록 농부들을 몰아붙였다. 실제 농업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온 트랙터, 콤바인 등 각종 농기계와 화학 약품이 도입되었다. 덕분에 자급자족에 지나지 않았던 수확량이 대폭 늘어나 농사는 하나의 산업 분야로 성장했다. 그러나 현실은 풍년에도 농민들이 죽어간다. 1994년 우루과이 협상을 필두로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해나가면서 값싼 해외 농산물이 쏟아져 들어와 국내 상품은 가격 경쟁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이미 쌀값은 떨어질 대로 떨어져 “개 사룟값만도 못한” 상태에 이르렀다. 올해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 회담 기자회견에서 기존의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쳐 재협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농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져만 가고 있다. 사람뿐 아니라 자연도 신음한다. 어찌된 일인지 농약을 쓰기 전보다 해충 피해가 극심해졌고, 인공 비료 때문에 “토양의 통기성과 배수성, 물리적 구조 등이 심각하게 훼손되어” 흙은 죽어버렸다. 무얼 잃었는지조차 잊어버린 현실 지금이야 승용이앙기로 모를 심지만, 기계가 없던 시절엔 일일이 손으로 모를 심었다. 허리를 굽혀가며 논매기를 하며 벼를 길러내니 농사는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이웃끼리 함께 들밥 먹어가며 품앗이를 했고, 명절이면 으레 계모지를 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은행나무잎이나 솔갈비로 잡초를 억제”하고 마구간이나 뒷간 거름을 삭혀 뿌리니 작물과 땅이 건강했다. 농사는 날씨와 조상의 지혜가 중요했기에 “액을 막고 풍년을 기원하는 제례”인 세사를 지내기도 했다. 이 외에도 보리밭 밟기, 밀살이 등 지금은 잃어버린 줄도 모르는 옛 농촌의 모습들을 이 책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저자 전희식은 지금은 눈 씻고 찾아봐도 볼 수 없는 선인들의 농촌 풍경과 생활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그는 정확한 기록을 위해 저자와 열 살 차이 나는 동네 형님과 아흔여섯 되신 할머니를 비롯한 여러 어른들의 생생한 구술을 모았고, 대대로 내려오는 중요한 농서들을 참고하였다고 말한다. 이 책은 계절별로 1장씩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이한 점은, 봄이 아닌 겨울에서 시작하여 가을 이야기로 마무리 짓는다. 겨울부터 1년 농사 준비를 시작하는 농촌의 순환 과정을 안다면 이치에 맞는 구성이라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