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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글 꽃 한 다발이 밥 한 그릇 5
Part 1. 곡식꽃 벼과 집안 벼꽃, 날마다 밥상에 오르는 목숨꽃 16 토종벼, 벼꽃들의 정원 22 보리꽃, 든든한 까락 속 다소곳이 28 *더 알아보기: 귀리꽃 34 밀꽃, 인류를 먹여 살리리라 35 *더 알아보기: 보리와 밀은 어떻게 같고 어떻게 다른가? 39 기장꽃, 고대에서 온 작은 거인 40 조꽃, 강아지풀과 닮았네 44 율무꽃, 수꽃의 화려한 꽃차례 49 옥수수꽃, 바람 불면 제대로 바람나리라 52 수수꽃, 키 크고 싶다면 60 마디풀과 집안 메밀꽃, 아무데서나 잘 자라 위로가 되는 68 *더 알아보기: 아마란스꽃 72 콩과 집안 콩(대두)꽃, 우리나라가 원조여! 76 *더 알아보기: 쥐눈이콩꽃과 서리태꽃 82 팥꽃, 노랑나비 팔랑팔랑 83 동부꽃, 돋보이나 애잔한 사랑 87 완두꽃, 신방을 훔쳐보는 즐거움 96 녹두꽃, 새야새야 울지 마라 102 땅콩꽃, 꽃은 하늘로 씨앗은 땅으로 107 덩굴강낭콩꽃, 장을 담갔다면? 114 파트 2. 채소꽃1(부추속과 장미군) 파 집안 파(대파)꽃, 이른 봄 햇살 가득 122 *더 알아보기: 쪽파 127 달래꽃, 재주도 많으셔라 128 마늘꽃, 아예 사라졌니? 136 양파꽃, 미끈한 배흘림 꽃대에서 142 부추꽃, 베어도 베어도 기어이 149 박과 집안 오이꽃, 사랑을 아시나요? 156 *더 알아보기: 수세미오이꽃, 동아꽃 163,164 참외꽃, 토종이 많고 많아 165 수박꽃, 곱고 고운 털복숭이 171 호박꽃, 하루 시작을 환하고 뜨겁게 178 박꽃, 어두운 밤에 하얗게 피어나 186 장미과 집안 딸기꽃, 자유의지 북돋우는 이모작 인생이여! 192 *더 알아보기: 토종씨앗과 씨드림 197 명아주과 아욱과 집안 시금치꽃, 임을 기다리는 고운 암술이여! 200 *더 알아보기: 근대꽃 208 아욱꽃, 눈보라 맞으며 생명이 다하는 그날까지 209 십자화(배추)과 집안 배추꽃, 봄봄봄을 만끽하는 218 갓꽃, 사월에 만나는 노란 꽃밭 226 양배추꽃, 꼬불꼬불 줄기 끝에 230 *더 알아보기: 배추꽃, 양배추꽃, 갓꽃 세쌍둥이 구별법 233 무꽃, 몸뚱이가 동강나도 피는 234 *무, 총각무, 열무 세쌍둥이 견주어 보기 242 Part 3. 채소꽃2 (국화군과) 참깨과와 꿀풀과 입술꽃 참깨꽃, 벌들의 황홀경 248 들깨꽃, 온몸으로 향기를 254 가지과 집안 고추꽃, 무명 머릿수건을 쓴 조선아낙 같은 262 가지꽃, 온몸이 보랏빛으로 물들어 269 토마토꽃, 저 뜨거운 햇살을 향하여 273 감자꽃, 자주 꽃 피면 자주감자 277 미나리(산형)과 집안 당근꽃, 몽글몽글 복슬복슬 부케 286 *더 알아보기: 미나리꽃 292 초롱꽃과 집안 도라지꽃, 스스로 빛나 세상을 빛나게 296 더덕꽃, 소중한 걸 소중하게 302 국화과 집안 상추꽃, 여럿이 모여 마치 하나처럼 310 우엉꽃, 고슴도치 모인꽃싸개가 포인트 317 쑥갓꽃, 앙증맞은 작은 해바라기 321 뚱딴지(돼지감자)꽃, 가짜 꽃으로 곤충을 불러들이는 324 야콘꽃, 아직 이 땅이 낯설어 328 꽃구경이 어렵다는 꽃 3가지 토란꽃, 바람 바람 꽃바람 334 고구마꽃, 밭에 웬 나팔꽃이? 339 생강꽃, 꽃구경은 생각조차 못했는데 344 Part 4. 한 글자 우리말 나무꽃, 들꽃 감꽃, 식구처럼 우리 곁에 354 밤꽃, 수꽃들의 아우성 359 배꽃, 선택과 집중을 묻는다 366 뽕나무꽃, 볼품은 없어도 사랑할 수밖에 372 잣나무꽃, 높고 향기로워라 378 참나무꽃, 레이디 퍼스트 386 쑥꽃, 눈앞에 보고도 꽃인 줄 모르는 393 참취꽃, 하얀 꽃 흔들흔들 399 밋꽃, 베트남 여행에서 만난 행운 403 먹는 꽃에 대한 예의 407 부록 이론공부 1. 밥꽃(농작물)의 계통도 : 내가 기르는 농작물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412 이론공부 2. 곡식 원산지 : 우리가 먹는 음식은 어디에서 왔는가? 423 이론공부 3. 농작물의 도입 시기 : 내가 짓는 농산물, 언제 들어왔을까? 428 이론공부 4. 우리말 식물용어 : 알고 보면 쉬운 식물용어 정리 431 밥꽃 달력 4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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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벼꽃이 피고 지는 걸 볼 때면 많은 생각이 스쳐간다. 언제부터인지 쌀이 흔한 세상이 되었다. 요즘은 그 소중함을 대부분 잊고 산다. 화려한 요리에 가려지고, 먹기 편한 빵에 밀려나고 있다. 이게 단순히 먹을거리 문제만으로 끝날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흔한 걸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면 그 대가를 우리 스스로가 고스란히 치르게 될 것이다.
뭔가가 흔하다는 건 우리와 가깝다는 것. 물이 그렇고, 공기가 그러하다. 오염되면 우리네 삶의 질이 그만큼 근본에서부터 나빠진다. 흙이, 우리가 먹는 쌀이 그렇다. 쌀에 대한 푸대접은 곧 생명에 대한 푸대접이나 다름없다. --- p.19 나는 우리가 키우는 여러 곡식들을 사랑한다. 그 가운데 보리는 존경할 만한 곡식이라는 생각까지 든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을 해본다. 내게도 까락과 같은 무기가 있다면 어떤 것일까? 자신을 지키면서도 스쳐가는 인연을 소중히 여길 수 있는 힘 같은 것. 보리밥을 먹으면 조금이나마 길러질까? --- p.32 나도 아직까지 종종 식물에서 암수를 헷갈릴 때가 있다. 예쁘게 치장한 걸 ‘암’이라 넘겨짚고, 밋밋한 건 ‘수’라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식물 세계에서 암수는 사람과 많이 다르다. ‘암’은 있는 듯 없는 듯. ‘수’는 눈에 도드라진다. --- p.49 옥수수는 연애를 잘한다. 그 속내부터 살펴보자. 우선 키가 2미터 남짓 훤칠하다. 줄기 맨 꼭대기에 있는 숫이삭에서 수꽃이 부챗살처럼 원뿔모양(총상)꽃차례로 핀다. 그저 수수한 꽃밥을 수백 개 달고서. 그럼 암꽃은 어디에 있나? 수꽃보다 사람 팔 하나 정도 아래 줄기에서 다발 모양으로 다소곳이 핀다. 우리가 먹는 옥수수가 바로 옥수수의 암꽃이 모여 있는 암이삭이다. 보통 ‘옥수수수염’이라고 부르는 게 바로 옥수수 암술이다. 암꽃은 이 수염같이 긴 암술 수백 개를 서서히 드러내면서 피어난다. --- p.52 쌀, 보리, 수수 같은 곡식이 다 머나먼 땅에서 들어온 곡식이라면 콩 하나만은 우리가 원조인 건 확실하다. 그래서인지 이 콩을 좋아하는 놈들이 우리 밭에 많다. 콩 싹을 좋아하는 새, 콩잎만 보면 환장하는 고라니, 콩꼬투리에 달라붙어 즙을 빨아 먹는 노린재류……. ‘눈 딱 감고 포기해? 까짓것 두어 말 돈 주고 사지.’ 그런 논리로 따지면 농사짓는 일이 다 한심한 일이다. 새해에는 새로운 희망을 가지고 농사짓는 수밖에 --- p.78 나는 가끔 궁금하다. 식물은 왜 살까? 번식을 위해서만 산다고 하기에는 뭔가 설명이 부족한 거 같다. 특히 재주 많은 달래를 보면 그렇다. 달래는 대파하고 같은 백합과. 겉보기에는 가느다란 잎 몇 장이 전부다. 그럼에도 치열한 자연환경에서 꿋꿋이 살아남아 종을 이어간다. 틈새 전략이 뛰어나다고 할까. 자연의 빈틈을 살려 다양한 방식으로 살아나간다. --- p.128. --- p.1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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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아름다움’보다 ‘생명’을 꽃피우기 위해,
그 생명이 만들어내는 우리의 한 끼 꽃잎, 꽃받침, 수술 그리고 암술을 갖춘 것이 바로 우리가 아는 ‘꽃’의 구조다. 하지만 밥꽃의 가장 대표인 벼꽃에는 그 흔한 꽃잎도 없다. 그냥 껍질이 벌어졌다 닫힌다. 그래서 벼꽃은 ‘피는’ 게 아니라 ‘이삭이 패는’ 것이다. 벼꽃이 초라한 데는 나름 중요한 이유가 있다. 식물은 꽃을 피우기까지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한다. 그래서 벼는 제대로 된 ‘꽃’을 피우지 않고 ‘씨앗’을 남기는 것이다. 이렇게 벼꽃 한 송이가 피었다 져야 겨우 한 쌀 톨이 된다. 그것도 날씨가 나쁘거나 영양상태가 안 좋거나 벌레가 못살게 굴면 허탕이다.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먹는 쌀 한 톨에 벼꽃 한 송이의 ‘드라마’가 숨겨져 있다. 요즘 꽃이나 식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정작 우리를 먹여 살리는 꽃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사실 열매를 맺는 모든 작물은 꽃을 피운다. 식물의 생장기를 ‘한살이’라고 하는데, 자기 몸이 자라는 영양생장기를 거쳐 꽃 피고 씨 맺는 생식생장기로 마감한다. 그중에서도 벼나 콩은 씨앗을 먹기 위해 기르니 영양생장기만이 아니라 생식생장기까지 ‘한살이’를 마쳐야 사람이 거두어 먹는다. 하지만 배추, 무 등 우리가 먹는 대부분의 작물은 수확한 이후 밭을 갈아버린다. 애초에 뿌린 씨앗도 종자회사에서 육종한 씨앗이니 다시 받아봐야 소용이 없다. 어차피 씨를 다시 사다가 심어야 한다. 저자는 이런 구조가 반복되다 보면 ‘언젠가는 우리가 먹는 것이 자연에서 왔다는 사실조차 잊게 될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밥꽃에 대한 작업은 이러한 안타까움에서 시작되었다. 20여 년간 맛본 수확의 기쁨만큼이나 뭉클하고 알싸한 식물의 세계. 작물이 열매를 맺고 꽃을 피우는 ‘한살이’는 우리 인생의 모든 페이지와 같다. 인생의 중반을 훌쩍 넘긴 이들 부부가 논 한복판에서 만난 작은 밥꽃 한 송이에 감동하게 되는 것은 알싸한 우리네 인생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역사를 배우듯 식물의 근본을 알아가는 것 먹는 꽃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저 유명한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밥꽃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농사지었던 경험이나 눈으로 관찰하는 것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식물학 기초 공부가 필요하다는 걸 절감한 부부. 이 책의 말미에 정리한 ‘이론공부’만도 30페이지가 훌쩍 넘는다. 식물학 전공자도 아니고 이렇게까지 공부해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들 법한데, 오히려 평생 해온 농사에 대한 이해가 더욱 깊어졌다고 한다. ‘곡식이든 채소든, 하나를 제대로 알려면 빠지지 않는 게 있다. 분류계통에서 무슨 ‘과(Family)’인지, 그다음에는 원산지가 어디인지, 그리고 우리나라에는 언제 들어왔는지 등을 알아보는 것’이다. 물론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우리가 역사를 공부하듯 생명의 근원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렇게 근원을 더듬다 보면 뜻밖의 것들을 알게 된다. 이를테면 고추, 담배, 호박은 우리 민족과 떼기 어려울 만큼 어우러져 꽤 오래된 작물이라 여겼지만, 그리 오래지 않은 임진왜란 때 들어왔다. 수박은 저 멀고도 먼 남아프리카가 원산인데 이미 고려시대에 들어왔고, 옥수수는 아메리카에서, 수수는 아프리카에서 들어왔다고 한다. 곡식의 고향을 알게 되면 그 곡식을 어떻게 가꾸면 좋을지 감이 잡힌다. 물이 부족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지 아니면 주기적으로 물을 주어야 하는지 등 작물에 새겨진 환경적인 요인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또한 농사에서 가장 참고가 되는 분류체계 역시 ‘과’다. 사람과 짐승이 먹고 사는 식량이 되는 벼, 보리, 밀, 수수, 옥수수 등은 모두 벼과 집안 식구들인데, 벼과가 바로 외떡잎식물이다. 외떡잎식물을 떡잎 한 장인 식물로만 알고 있던 상식은 이제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우리를 먹여 살리는, 없어서는 안 될 꽃이 바로 외떡잎식물군의 벼과 꽃들인 것. 여기서 나아가 외 · 쌍떡잎식물을 묶어 ‘속씨식물’이라고 한다. 은행나무, 잣나무 등의 ‘겉씨식물’을 제외하면 우리가 먹는 나머지 재배식물은 다 속씨식물에 속한다. 이렇듯 ‘이론공부’라 이름 붙여진 내용들은 더 이상 ‘이론’이 아니라 우리 먹거리의 근본을 알아가는 과정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