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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의녀가 아니야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행주산성에 오르다 두려움은 견디는 거야 뜻밖의 만남 적이 밀려온다 새로운 경험 내가, 우리가 해냈어! 희망이 차오른다 『덕이의 행주대첩』 제대로 읽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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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은 견디는 거야
혜민서에서 의녀가 되기 위해 공부하던 덕이는 전쟁이 일어나자 집으로 향한다. 길에서 덕이는 피 흘리는 아저씨를 보고 무서워 도망치는데, 그 뒤로 ‘의녀’라는 말조차 피하며 악몽에 시달린다. 이 때문에 행주산성에서 병사들을 돌봐 달라는 권율 장군의 부탁에도 망설이며 대답하지 못한다. ‘금영이었다면 머뭇거리지 않았겠지. 금영이는 나와 다르니까…….’ 그런 생각이 들자, 마음에 커다란 돌덩이가 또 하나 얹히는 것 같았다. 숨이 턱 막혔다. 숨을 크게 토해 내고,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돌덩이를 그대로 품은 채 살아갈 수는 없을 것 같았다. 그러고 싶지 않았다. 덕이는 주먹을 꽉 쥐고 권율 장군에게 뛰어갔다. “장군님!” 권율 장군이 멈추어 서자, 덕이는 다짜고짜 말했다. “저는 피를 흘리는 아저씨를 보고 도망쳤어요.” 그 말을 하려 했던 것은 아니었다. 마음속에 꼭꼭 묻어 두었던 말이 그렇게 느닷없이 튀어나올 줄 몰랐다. 덕이는 당황해 얼굴을 붉혔다. “무서웠던 게로구나?” 권율 장군이 물었다. “피를 많이 흘리고 있었어요.” “저런, 정말 무서웠겠구나. 그럴 때는 피하고 싶지. 너만 그런 게 아니다. 다들 마찬가지야. 나도 그렇고.” 권율 장군의 말에 덕이는 눈을 크게 떴다. “전쟁터를 누비는 나이 많은 장수는 두려운 게 없을 줄 알았느냐? 수천수만 명의 목숨이 나에게 달려 있고, 내 한마디에 나라의 운명이 갈릴지도 모르는데, 어찌 두렵지 않겠느냐?” 권율 장군은 눈을 들어 잠시 먼 곳을 바라보다가 이어 말했다. “두려운 마음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그걸 견뎌 내는 게 중요하지. 두렵다고 물러서기만 해서는 아무 일도 할 수 없지 않겠니?” --- p.53-56 새로운 경험 행주산성에서의 전투로 다들 분주한 가운데, 덕이도 부상자를 돌보고 치료를 거든다. 그런데 출산을 앞둔 산모가 있다는 얘기에 급히 움막으로 뛰어 들어간 덕이는 아주머니의 손을 꼭 잡아 안심시키고, 침착하게 책에서 배운 내용을 떠올리려 한다. 아주머니가 숨을 크게 쉬며 말했다. “아기가…… 나오는 것 같아.” 덕이는 다급히 아주머니 치마를 들쳐 보았다. 아기 머리가 보였다. ‘머리다. 아기가 거꾸로 나오는 역산은 아니야.’ 금방이라도 숨이 멎을 것 같은 긴장 속에서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여요, 머리가 보여요.” 덕이는 입안이 바짝 말라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침을 모아 꿀꺽 삼키며 두 손을 빠르게 비볐다. 꽁꽁 얼어 차가운 손을 조금이라도 따듯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아주머니는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덕이는 아랫배에 힘을 꽉 주고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아기를 받았다. 아기의 다리가 나오고 탯줄이 늘어졌다. 덕이는 미끈거리는 아기를 놓칠세라 손에 힘을 꽉 주었다. 아기 말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아기는 눈을 꼭 감은 채로 움찔움찔 몸을 움직이는가 싶더니 이내 울음을 터뜨렸다. -81~82쪽에서 내가, 우리가 해냈어! 우리 군은 권율 장군의 지휘에 따라 목책 가까이에 올 때까지 때를 기다렸다가 효과적으로 방어하면서 왜군을 막아낸다. 하지만 계속된 전투에 서문이 뚫리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화살마저 떨어지면서 큰 위기를 맞는다. “서문이 뚫렸다! 서문이 뚫렸다!” 갑작스런 외침에 병사들이 술렁거렸다. 승병들이 지키고 있던 서문으로 왜군이 쳐들어왔다. 왜군은 수가 많아 한번 밀리면 걷잡을 수가 없었다. 권율 장군은 한 무리의 병사를 이끌고 서문으로 뛰었다. ‘별일 없어야 할 텐데…….’ 덕이는 떨리는 두 손을 꼭 쥐었다. “적에게 한 발짝도 내주어서는 안 된다!” 권율 장군은 큰 칼을 휘두르며 앞장서 싸웠다. 병사들도 있는 힘을 다했다. 위태로운 상황에 화살까지 떨어져 버렸다. 발 빠른 병사가 다급하게 뛰어다니며 소리쳤다. “돌멩이를 서문으로 옮겨라. 화살이 떨어졌다. 돌멩이를 서문으로 옮겨라.” 병사는 같은 말을 되풀이해 외쳤다. 산성 구석구석 쌓아 놓았던 돌무더기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무기를 들고 싸울 수 없는 아주머니들이 대부분이었다. 돌을 담아 나를 마땅한 자루가 없는 아주머니들은 치마에 돌을 주워 담았다. 덕이도 아주머니들을 따라 치마에 돌을 담아 날랐다. 숨 돌릴 틈 없이 왔다 갔다 하다 보니 팔다리가 후들거렸다. --- p.87-9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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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빛나는 용기와 백성들의 힘
의녀가 되기 위해 혜민서에서 공부하던 열두 살 덕이는 전쟁이 일어나자 집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집에 돌아온 뒤로 줄곧 악몽에 시달린다. 피 흘리는 아저씨를 내버려 두고 도망친 기억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끔찍한 모습을 보면 두려움이 앞서는 자신과 달리, 환자를 보자마자 주저 없이 다가가는 혜민서 동무 금영이를 떠올릴수록 마음은 더 무거워진다. 이러한 고민을 안고 덕이는 행주산성으로 피난을 가게 된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부지런히 움직인다. 직접 싸우지 못하는 여자들은 병사들의 밥을 준비하고, 아이들은 물을 긷고 돌멩이를 모은다. 그러던 어느 날, “와르르 쾅쾅!” 목책이 무너지는 사고가 일어난다. 덕이는 다친 병사를 보고도 선뜻 다가서지 못한다. 하지만 ‘누구나 마음속에 두려움을 안고 있지만 그것을 견디고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는 권율 장군의 말을 듣고 어렵사리 용기를 낸다. 이튿날 새벽, 왜군의 공격이 시작된다. 병사들은 권율 장군의 명령에 따라 포탄과 화살을 쏘며 엄청난 기세로 몰려드는 왜군에 맞선다. 왜군의 공격이 하루 종일 이어지면서 부상자가 늘어나자, 덕이는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부상자를 살피고 치료를 거든다. 그러다 위급한 산모를 발견하고는 침착하게 배운 것을 떠올리며 아기를 받는다. 뿌듯함을 느끼는 것도 잠시, 화살이 떨어졌다는 소문이 돌면서 행주산성에 모인 사람들은 너나없이 돌을 모아 나른다. 덕이는 부상당한 금영이 아버지를 우연히 발견하고 치료하며, 환자를 위하는 마음이 앞서면 두려움을 이길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렇듯 『덕이의 행주대첩』은 모두가 한마음으로 일궈 낸 행주산성에서의 귀한 승리를 그리고 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때 비로소 승리가 빛을 발할 수 있음을 나직이 일깨운다. 그만큼 이 작품은 행주산성에서 용감히 싸운 백성들의 이야기에 주목한다. 전쟁이라고 하면 흔히 뛰어난 장군들을 떠올리기 쉽지만,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싸운 이름 없는 백성들이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행주대첩을 승리로 이끈 주역은 권율 장군 한 사람도, 행주산성의 지리적 이점도, 뛰어난 신무기도 아니다. 바로 나라를 지키겠다는 마음으로 똘똘 뭉친 백성들의 마음과 힘이다. 아홉 번의 전투 중에서 행주치마에 돌을 나르며 벌인 투석전이 가장 널리 알려진 것 역시 백성 개개인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했기 때문이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