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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의 말
작가의 말 개울가의 할아버지 아무하고도 안 놀아 모래 섞인 쌀 장구의 진심 할아버지의 정체 다친 아버지 도와줘, 장구야 기린은 필요 없어 〈임오군란과 비밀 할아버지〉 제대로 읽기 _혼란한 조선 개화기 하급 군인들의 반란, 임오군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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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춘이 아버지와 같이 무위영 군인이었던 장구 아버지가 별 기군으로 뽑힌 게 벌써 일 년이 다 되어 갔다. 그런데도 장구는 이때까지 입만 열면 자랑이었다. 조총이 뭐가 어쩌고, 군복이 저쩌고. 별기군 이야기를 할 때마다 쪼그라드는 개춘이 마음 은 안중에도 없었다. 얼마 동안은 개춘이도 꾸욱 참았다. 오죽 신나면 저럴까 싶었다. 하지만 날이 가면 갈수록 마음이 이상 해졌다. 뱃속에서 작은 나방이 퍼덕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물 속에 고개를 처박은 것처럼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장구에 게 기분 좋은 일이 제게는 안 좋은 일일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 p.14 “뭐야? 이거 전부 겨잖아.” 돌석이가 눈을 홉떴다. 무위영인 아버지를 두었기는 돌석이나 춘수도 마찬가지였다. 막례는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그뿐 아니야. 반은 모래야. 그나마 쌀도 온전하지가 않더 라. 다 썩었어.” 막례 얼굴이 허연 게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장구가 급히 다가와 막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막례가 야멸차게 장 구의 팔을 뿌리치며 바락바락 소리쳤다. “군인이면 다 같은 군인이지. 왜 차별하는데? 우리가 거지냐고!” --- p.36 두 사내가 눈을 부릅뜨고 아이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개춘이 이 녀석!” 호통을 치는 아버지 뒤로 검은 군복을 입은 장구네 아버지가 보였다. 소매 끝동에 붉은 천을 두르고 동그란 금 단추가 조로록 달린 군복을 입은 장구네 아버지는 개춘이가 보기에도 멋졌다. 추레하고 낡은 아버지의 군복이 창피할 정도로 너무 말끔하고 근사했다. 분통이 터질 만큼 멋져서 개춘이는 그만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고래고래 울기 시작했다. --- p.40 할 수 있는 만큼은 버텨야 한다는 어머니의 말이 떠올랐다. 청군이 부수고 간 집을 고치려면 얼마나 힘이 들지 모른다. 아버지가 나으려면 얼마나 힘을 내야 할지도 몰랐다. 그래도 어머니는 배오개 시장에 좌판을 깔 것이고, 개춘이는 방바닥을 닦고 마당을 쓸고 설거지를 할 것이다. 장구와 막례와 친구들과 함께 뛰어놀 것이다. 열심히 먹고 힘을 낼 것이다. 거기에 귀한 기린이 끼어들 곳은 없었다. 우리끼리, 약하지만 끈질기게 할 수 있을 만큼 버텨 낼 것이다. --- p.89~9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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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기군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자랑 좀 그만해!”
무위영의 딸 개춘이, 막례와 별기군의 아들 장구의 일상 돈독한 우정을 자랑하던 세 명의 소꿉친구 개춘이, 막례, 장구. 그런데 그 우정에 금이 간 것 같다. 개춘이 아버지와 같이 무위영 군인이던 장구 아버지가 별기군 군인이 된 지 일 년, 장구가 요즘 들어 개춘이와 잘 놀지 않는다. 게다가 무위영 군인들의 살림은 나날이 힘들어지는데, 장구는 입만 열면 별기군 자랑을 한다. 개춘이는 장구와 멀어질까 봐 불안하다가도 눈치 없는 장구가 얄밉다. 개춘이보다 더 형편이 안 좋은데 장구를 싸고도는 막례도 답답하다. 장구가 여느 때와 같이 아이들을 불러 놓고 신나게 별기군 자랑을 하던 어느 날, 막례가 갑자기 불같이 화를 낸다. 알고 보니 일 년 만에 월급으로 나온 쌀에 겨와 모래가 잔뜩 섞여 있던 것이다. 막례가 눈물을 흘리며 분노를 터뜨리자, 장구를 못마땅하게 여기던 다른 아이들까지 합세해 한바탕 몸싸움이 벌어진다. 소란이 정리된 후에도 아이들은 굶주림에 지쳐 있고 기가 죽어 기운도 없다. 개춘이는 아이들과 함께 조용한 개울가로 향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아이들을 다정하게 달래 주고 간식을 챙겨 주는 양반 할아버지를 만난다. 그 할아버지는 놀랍게도 왕의 아버지, 흥선대원군이었고, 아이들은 무위영 군병들이 반란을 일으켰다는 급박한 소식을 듣게 된다. 개춘이와 막례의 아버지는 무사한 것일까? 별기군과 무위영은 어떻게 될까? 개춘이, 막례, 장구의 우정은 계속될 수 있을까? “군인이면 다 같은 군인이지, 왜 차별하는데?” 조선의 정치·경제·사회적 모순에 대한 반발, 임오군란 임오군란은 조선 개화기의 혼란스러운 사회상을 보여 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외국 세력을 경계했던 흥선대원군과 달리 명성황후와 고종은 활발한 개화 정책을 펼쳤다. 그 일환으로 일본의 신식 군사 기술을 수입하여 ‘별기군’을 창설했고, 구식 군인들은 별기군에 비해 매우 불공평한 대우를 받았다. 그런 가운데 중요 관직을 모두 차지한 명성황후 친척들의 부정부패는 점점 심해져 갔다. 1882년 7월, 열세 달 동안 월급을 받지 못했던 구식 군인들에게 모래와 겨가 잔뜩 섞인 쌀이 지급된다. 군인들은 마침내 들고일어나 창덕궁까지 쳐들어간다. 명성황후의 친척 민겸호와 일본인 별기군 교관 한 명이 반란군에게 죽임을 당했다. 명성황후는 목숨의 위협을 느끼고 충청도까지 도망치고, 정치에서 물러나 있던 흥선대원군이 다시 권력을 잡게 된다. 즉, 부실한 군료가 도화선이 되어 오랫동안 쌓여 온 여러 억울함이 폭발한 결과가 바로 임오군란이라 할 수 있다. 〈임오군란과 비밀 할아버지〉는 역사적 인물을 내세우는 대신, 아이들의 평범한 하루를 통해 역사를 보여 준다. 아이들은 무위영 군인의 자녀들 앞에서 눈치 없이 별기군 군복을 자랑하고, 그 자랑에 화를 내며 싸우다가도 결국 화해의 손길을 내밀며 서로 돕는다. 책을 읽다 보면 그 시대 아이들의 상황에 푹 빠져 아이들이 하루하루를 잘 보낼 수 있도록 온 마음으로 응원하게 된다. 특히 책의 끝에 수록된 해설 ‘제대로 읽기’를 읽으면 소설 속 사건과 연결해, 역사 지식과 시대 배경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흔히 역사를 큰 사건과 중요한 인물의 이름으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이 책은 아이들의 평범한 하루를 통해 역사를 보여 줍니다. 친구와 다투고, 부모님을 걱정하고, 배고픔을 참고, 그래도 다시 누군가의 손을 잡으려는 마음을 따라가다 보면 1882년 조선의 시간이 조금씩 가까워집니다. _배성호(전국초등사회교과모임 공동 대표) “큰일이 일어나면 휩쓸릴밖에. 그래도 열심히 먹고 힘을 내야지.” 역사의 거대한 물결 속, 약하지만 끈질기게 버텨 내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 반란군을 피해 숨어 있던 명성황후는 청나라에 도움을 요청한다. 청나라는 군대를 보내 반란을 진압했다. 흥선대원군은 중국 땅으로 끌려갔고, 명성황후는 권력을 되찾았다. 임오군란 진압 이후 청나라는 조선의 정치에 깊이 간섭하기 시작했고, 조선은 청나라와 불평등 조약을 맺어 청나라 상인들에게 조선의 시장을 내어 주게 되었다. 평범한 사람들은 역사의 소용돌이에 이리저리 휩쓸릴 수밖에 없다. 임오군란에 참여했던 군인들은 체포되어 처형당하거나 유배를 당했고, 임오군란에 참여하지 않은 수많은 백성들도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임오군란과 비밀 할아버지〉의 주인공 개춘이, 막례, 장구가 사는 마을도 청나라 군대가 짓밟고 간 뒤 엉망이 된다. 그러나 아이들은 삶을 포기하거나 내버리지 않는다. 엉망이 된 삶의 터전을 다시 가꾸고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서 있는 힘을 다해 버틴다. 서로를 위해 주는 친구와 가족이 곁에 있기 때문이다. ‘작가의 말’에서 밝혔듯 “주위에 힘을 보태 줄 좋은 사람이 있으면 어떤 힘든 일이라도 이겨 낼 수 있는 법”이다. 조선의 역사는 임오군란 이후 걷잡을 수 없이 어려운 길로 치닫게 되지만, 그 역사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개춘이, 막례, 장구와 같이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고달픈 시기를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버텨 내는 희망과 용기를 만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