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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돌을 삼키다
이홍섭
달아실 2017.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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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아실 시선

목차

시인의 말

1부
숟가락
종소리 잡으러
갈 데 없는 사내가 되어
눈이 오면 머하나
동백꽃, 동박새
왜가리
배고픈 저녁
일반 4호실
달항아리
물미역
강은 전생을 기억할까
금몽암
매화나무
산돼지는 눈을 타고
물소리

2부
앞산에 절하다
문을 열면
토종닭 고아먹는 밤
정선 아라리
백 원짜리 면도기
마가목
담배 한 모금
소사휴게소 산사나무 아래
풍매

부항
절간 지붕
나무의자
벚꽃 날리다
먹돌

3부
구름 팔아 바람 사고
언덕 위 복층집
내 여인의 뒷자리
능소화
아야진
노을
바로 그 때
구멍
연애의 비유
지포 라이터
바다로 갑니다
해당화
가을, 또 가을
난설헌 허초희
빈 배
풍금소리
동강할미꽃
광역전철노선도
알바트로스

4부
심퉁이
문어
나릿가
고한(古汗)
토끼길
돌단풍
돌탑
두꺼비
해정한
수제비
설국
백일장 전말기
미소
한 그늘
문턱
침묵
가난한 시인

발문

저자 소개 1

1965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나 강릉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뒤 경희대 대학원에서 「박인환 시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동국대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대학교 3학년 재학중이던 1990년, 『현대시세계』를 통해 신인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시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시집 『강릉, 프라하, 함흥』『숨결』『가도 가도 서쪽인 당신』『터미널』과 산문집 『곱게 싼 인연』이 있다. 2000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문학평론가로 등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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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5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120쪽 | 160g | 129*200*20mm
ISBN13
9791196023126

출판사 리뷰

시인의 말

산에 가면 한 그루 나무가 되고/ 바다에 닿으면 한 굽이 파도가 되어야 하는데/ 그리되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 시집은 꽤나 오래 묵혀 두었다./ 바람이 다 쓸어가길/ 구름이 다 실어가길 원했으나/ 또한 그리되지 못했다.// 건달을 꿈꾼 지 오래 되었으나/ 내 몸에서는 노래와 향기가 흘러나오지 않는다.// 갈 길은 먼데, 백일홍 나무는 또 부르르 몸을 떤다.

편집자 책소개

1
강릉 촌놈 이홍섭 시인이 다섯 번째 시집 『검은 돌을 삼키다』(달아실시선 1권)를 펴냈다. 1990년 등단하여 시인!으로 운수납자!로 탕아!로 산 지 28년이다. 그런 그가 이제 갈 데 없는 건달이 되어 돌아왔다. 그 동안 『강릉, 프라하, 함흥』, 『숨결』, 『가도 가도 서쪽인 당신』, 『터미널』 등 네 권의 시집을 펴냈고 이번에 다섯 번째 시집을 펴내는 것이니, 시인 건달로 이만하면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셈인가.

나는 이제 갈 데 없는 사내가 되었다// 몸으로 밀고 간 산골짜기 끝에는 모난 돌이 하나/ 마음으로 밀고 간 언덕 너머에는 뭉게구름이 한 점// 노래와 향기가 흐른다는 건달바성은 멀고// 내 손바닥 위에는/ 구르는 돌멩이 하나와/ 흩어지는 뭉게구름이 한 점// 내가 부른 노래는 구름과 함께 흘러가버렸고/ 내가 맡은 향기는 당신이 떠나면서 져버렸다// 나는 이제 정녕 갈 데 없는 사내가 되었으니/ 참으로 건달이나 되어야겠다/ 참으로 건달이나 되어야겠다
- 「갈 데 없는 사내가 되어」 전문

‘산에 가면 한 그루 나무가 되고/ 바다에 닿으면 한 굽이 파도가 되어야 하는데/ 그리되지 못했다’(「시인의 말」)는 고백은 ‘나는 이제 갈 데 없는 사내가 되었다’(「갈 데 없는 사내가 되어」)는 고백으로 이어지고, 마침내 ‘참으로 건달이 되어야겠다’(「갈 데 없는 사내가 되어」)는 고백으로 이어진다. 실은 이홍섭이 지난 28년 간 온몸을 끄~을고 걸어온 이홍섭 시의 이력이라 하겠다. 성(聖)과 속(俗)의 경계에서 때로는 성(聖)을 지우고, 때로는 속(俗)을 지우며, 성속이 엉킨 이홍섭만의 서정을 빚어내는 것이니, 그가 갈 데 없는 건달이 된 것은 독자에게는 참 큰 복이겠다.

2
강릉 촌놈 이홍섭 형과 술 한잔 걸치고 얼큰해지면 2차로 노래방을 갈 때가 있다. 형은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장르를 불문하고 부르지만 ‘모란동백’과 ‘사랑의 썰물’은 반드시 부르고야 만다. 실은 형의 십팔번이 무엇인지는 중요한 게 아니다. 형이 노래를 할 때마다 심퉁한 입술을 노래방 모니터에 갖다 대고는 상하좌우 구석구석을 심퉁하게도 빤다는 거다.

우리 동네 바다에는 심퉁이라는 고기가 산다/ 심퉁하게도 생긴 이놈은/ 만사가 심퉁이라 무리를 짓지 못하고/ 저 홀로 심퉁한 입술을 바위에 대고 산다// 내 마음의 바닷가에도 심퉁이라는 고기가 산다/ 심퉁하게도 생긴 이놈은/ 세상과의 불화가 끝이 없어/ 심퉁한 입술을 돌덩이에다 붙이고 하루해를 보낸다// 하루에도 열두 번/ 심퉁한 입술로 돌덩이를 들었다 놨다를 반복한다
- 「심퉁이」 전문

형의 시집 원고를 편집하면서, 「심퉁이」라는 시를 보면서, 비로소 형이 왜 그토록 노래방 모니터를 빨아댔는지 알 수 있었다. 형의 마음에 심퉁이라는 물고기가 살고 있다는 것. 심퉁하게도 생긴 이 물고기는 세상과의 불화가 끝이 없어 형이 노래를 할 때마다 툭툭 튀어나와서는 그 심퉁한 입술로 노래방 모니터를 빨아댔던 것. 그도 안 되면 마침내 하루종일 검은 돌이나 삼키는 참 심퉁하게도 생긴 형이다. 그러니 형의 시집을 읽는다는 것은 형 안의 심퉁이라는 물고기를 만나는 일이기도 하겠다.

3
이홍섭 시인은 이십대에 젊은 나이에 시인이라는 면허를 얻고 신문기자가 되어 속세의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등 온갖 판을 다 휘젖고 다녔다. 그렇게 속세를 속속들이 들여다 본 그가 이번에는 속(俗)을 훌훌 털고 불목하니가 되어 노스님의 수발을 들었다. 그 당시를 본인 스스로 이렇게 밝히고 있다.

“그날 이후 노스님을 모시고 10여 년을 살았다. 머리 긴 청맹과니가 절에 산다는 것은, 머리 깎은 스님이 칼을 들고 정육점에서 일하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다. 처음에는 백담계곡의 돌탑처럼 하루에도 열두 번 마음을 쌓았다가 허물기를 반복했다. 그러나 노스님의 각별한 배려와 자비 덕분에 한 철, 또 한 철이 지나면서 ‘한가하고 적요한 나’를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시조시인이신 노스님을 모시면서 나는 삶과 문학의 ‘골수’를 얻었다. 스님은 때로는 호랑이처럼 무섭게, 때로는 할아버지처럼 인자하게 청맹과니가 참눈을 뜰 수 있도록 가르치셨다. 단풍보다도 더 눈부신, 다시 올 수 없는 시절이었다.”
- 불교신문, 2012년 5월 25일 자

그러니까 이번 시집은 이십대 삼십대 사십대를 거치면서 속(俗)과 성(聖)의 한 시절을 통과한 그가, 비로소 청맹과니에서 벗어난 그가 들려주는 ‘이홍섭의 삶과 문학의 골수’라고도 할 수 있겠다.

나는 더 낮은 곳으로 내려갈 것이다, 내려가
산도 절도 없는 곳에
닿을 것이다
- 「문을 열면」 부분

그러니 독자들이여, 세상의 가장 낮은 자리에서 들리는 어떤 울음의 소리를 듣고 싶거든, 세상의 가장 낮은 자리에서 흐르는 어떤 울음의 감촉을 느끼고 싶거든, 이홍섭 시집을 읽어보시라. 검은 돌을 삼켜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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