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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海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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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왔다고 마음 놓고 기쁜 노래를 부르기엔 우울한 일들이 연이어 일어나고, 갈수록 이민을 원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도 매우 슬픈 현실로 받아들여집니다. 개인적으로 이메일을 보내는 이들도 ‘죽고 싶다’는 고백을 많이 하니 여러 고민들이 전이되어 어느 날은 저 혼자서 남모르게 눈물을 흘리기도 한답니다.
---「마음의 밭을 겸손하게 가꾸는 달」중에서 수녀원 정원은 온통 초록빛으로 물들었습니다. 흔히 ‘꽃보다 아름다운 초록의 잎새’라고 사람들이 표현을 하지만 이런 비교급의 표현보다는 ‘꽃도 아름답지만 잎사귀도 아름답네’라고 해야 꽃들의 입장에서 덜 서운할 것 같아요. 그래서 사람들 사이에도 ‘OO가 OO보다 더 예쁘다’ 식의 표현을 저는 잘 안하려고 합니다.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아름다운 개성의 향기가 있는 법이니까요. ---「찔레꽃 향기 속에 우리나라를 기억하는 달」중에서 청송 제2교도소에 수감 중인 신창원 형제를 만났답니다. 교도관의 입회하에 두꺼운 유리벽을 사이에 두니 악수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하지만 30분 정도의 시간이 주어진 것을 그나마 다행으로 여기며 선 채로 대화를 하고 왔지요. 8월 3일이 대입 검정고시라면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했고 물질적으로 큰 불편함은 없지만 사람을 믿을 수 없는 것이 때로 고통스럽다는 이야길 하더군요. 생각보다 밝은 표정을 하고 환히 웃는 모습을 보니 한결 마음이 놓이기도 했지만 아마 여러 가지로 힘들 것입니다. (…) 유리벽이 두껍게 사이를 가른 좁은 면회실에서 면회 시간이 끝나고 불이 꺼지는 순간 그가 “이모니임, 꼭 건강하셔야 해요!” 하고 외치던 그 목소리가 종종 귓가를 맴돌기도 합니다. ---「위로가 필요한 이들에게 파도로 달려가는 달」중에서 순례자의 기도가 절로 떠오르는 위령의 달 11월을 저는 참 좋아한답니다. (…) 언젠가 노란 잎이 떨어지는 느티나무 아래를 거니는데 선배 수녀님 한 분이 지나시다가 “가을이 되면 죽음을 더 깊이 묵상하게 되지요? 지금부터 포기하는 법을 매일 새롭게 배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요. 마지막 길을 갈 때는 기다리던 신랑을 맞는 신부처럼 설레는 기쁨으로 가게 해달라고 늘 기도한답니다.”라고 시를 읊듯 조용히 말을 건네셨어요. 그 모습이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죽음과 이별을 묵상하는 순례자가 되는 달」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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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과 전쟁으로 얼룩진 / 슬픈 세상을 봅니다 / 무서운 태풍이 할퀴고 간 / 슬픈 들판을 봅니다 / 꿈과 기대가 무너져 / 폐허가 된 마음들을 봅니다 // 사는 게 힘들수록 원망이 앞서고 / 한숨만 늘어가는 우리에게 요즘은 / 오히려 눈물만이 기도입니다 // 끊이지 않는 근심 속에 할 말을 잊은 / 우리에게 조금의 희망을 주십시오 / 서로 먼저 위로하고 받쳐주는 / 사랑이 있어야만 슬픔이 줄어들고 / 기도 또한 살아 있는 것임을 /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십시오
---「슬픈 기도」중에서 “수도원의 고요한 평화도 분주히 활동 중임을 알라.” 홀로 만족할 것인가. 아니면 사랑할 것인가. 우리는 끊임없이 선택을 해야 한다. 오직 우리는 영원히 사랑 안에서 사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 산다. 이 길을 끝까지 가도록 서로서로 돕자. 혼자서 어떻게 거기에 이를 수 있겠는가? 이렇게 역설하는 피에르 신부의 말을 새기고 또 새기면서 그의 책 『단순한 기쁨』을 다시 읽어본다. ---「수도원의 고요한…」중에서 ‘용서하십시오’라는 말은 ‘죄송합니다’ ‘미안합니다’라는 말과는 좀 더 다른 여운과 향기를 풍긴다. ‘용서하십시오’라는 말에는 자신을 낮추는 부끄러움과 뉘우침이 들어 있다. 뽐내지 않는 겸허함과 기도가 들어 있다. 그러나 이 말을 하는 데는 믿음과 용기가 필요하다. 남들이 표현하는 것은 좋아 보이는데 막상 내가 하려고 할 때면 왜 그리 쑥스럽고 부끄러운지. 그렇게 밥 먹듯이 쉽게 했던 이 말을 나는 요즘 그리 자주 하지 않는다. 초심자 시절에 가졌던 예민함과 순진함을 잃어버리고 연륜과 더불어 적당히 무디어지고 뻔뻔해진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는 사순절에 나는 작은 잘못에도 진심으로 용서를 청하고 다른 이의 잘못을 너그러이 용서할 수 있는 은혜를 구한다. ---「용서하십시오」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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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 스미는 책, 자꾸 되새기는 책, 어디서나 함께할 책
‘마음산문고’ 두 번째 시리즈, 이해인 수녀 ‘사랑·기쁨 문고’ 작년부터 시작된 문고본 열풍이 거세다. 작고 가볍고 저렴하면서도 내용은 알찬 문고본의 실용성에 독자들이 지지를 보내고 있다. 마음산책의 ‘마음산문고’는 ‘생활에 스미는 책, 자꾸 되새기는 책, 어디서나 함께할 책’이 되고자 2017년 1월 ‘요네하라 마리 특별 문고’ 5종을 발간했고, 며칠 만에 한정판 1,000세트를 파는 등 사랑을 받았다. 출판사의 성향을 잘 드러내는 동시에, 시리즈 자체로 완결성이 있고, 간결하고 새로우면서도 색감이 발랄하다는 평을 받았다. ‘마음산문고’의 두 번째 시리즈는 문고본 열풍이 젊은 독자들 선에서 그치지 않고 중년층까지 보다 많은 독자들이 곁에 두고 읽을 수 있는 일상 속 샘물 같은 책이 되기를 바라면서 이해인 수녀의 책으로 골랐다. 이해인 수녀의 ‘사랑·기쁨 문고’다. 2006년에 나온 『사랑은 외로운 투쟁』과 2004년에 나온 『기쁨이 열리는 창』을 묶은 ‘사랑·기쁨 문고’는 독자들로부터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시산문집으로, 암 투병을 하기 전 기쁨과 희망을 사람들에게 나누던 이해인 수녀의 씩씩하고 밝은 목소리가 우러나는 책이다. 마음산문고는 늘 곁에 두고 들고 다니는, 생활에 스미는 책이다. 어느 페이지를 펴 읽어도 묵상하기 좋은 이해인 수녀의 맑은 글들이, 작고 가벼운 문고본을 통해 일상 속으로 더욱 잔잔히 스며들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시리즈는 독자들의 연령층을 고려해 요네하라 마리 문고본보다 글씨 크기를 키우고 사진을 수록했다. 두 권을 묶은 세트의 한정판에는 작은 휴대폰 거치대 사은품이 포함되어 있다. 수도원 채마밭 푸성귀 같은 초록빛 언어 시간의 더께에 더욱 윤이 나는 성찰과 수행의 글 문학평론가 이어령은 일찍이 그의 이해인론(「삶의 뜨거움을 재는 차가운 수은주」)에서 이해인 수녀의 글을 ‘수도원 채마밭 푸성귀 같은 향내가 난다’고 표현했다. 그의 글은 우리를 겸손하면서도 명랑하고, 관대하면서도 순결한 삶으로 인도한다. 그러나 그 과정은 어려운 이론이나 복잡한 증명을 통한 것이 아니다. 이해인 수녀는 사람들에게서 인정과 희망을 발견하고, 일상 속에선 기쁨을 발견하며 자연 속에서 겸허함을 배우는 법을 매일의 묵상과 수행을 통해 몸소 보여준다. 글을 읽다 보면, 나와는 무관하고 멀게 느껴지던 희망과 기쁨이란 단어가 잔잔히 내게 배어드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것이 이해인 수녀의 글을 오래도록 독자들이 찾는 이유일 것이다. 독서를 거쳐 결국 우리가 돌아가는 곳은 자신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언제나 읽는 이의 마음을 적시는 해인 수녀님의 글들은 고향 마을의 시냇물을 닮았다. 세상과 인간, 자연과 사물을 잔잔한 기쁨 속에 이해하고 사랑하게 만드는 아름다운 열정은 또한 고향집 누이를 닮았다. 그래서 그의 글들은 우리 영혼을 끝없는 향수에 젖게 한다.” ―조광호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