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들어가며
소설 안─소설 쓰기 왜 나인가, 하필이면 나인가 젊은 날의 편지 희망이면서 절망인 데뷔작 쓰던 무렵 내 안에는 내가 얼마나 많은 걸까 / 상처와 각성 서자의 당당함 수첩 뒤지기 고독과 싸우다 가면을 쓴 자전소설 나는 왜 문학을 하는가 / 인생에 대한 복무 새벽 산책 골짜기에 빠진 세대의 소설 쓰기 대산문학상에 대한 기억 내 소설의 공간 단편소설 「샘섬」의 모티프 이야기의 미로, 문학의 광야 책의 죽음을 생각한다 나무들의 내면에는 무엇이 있나 소설, 무지로부터 위탁받은 열정 역사 속으로, 혹은 역사 위로 / 파리 인상기 민통선과 재두루미와 「재두루미」 7년 만의 장편 소설 밖─소설 읽기 카프카가 보낸 사신 오지 않는 애인을 기다리며 읽는 읽지 못하는 책 말 많은 세상에 대한 ‘침묵의 세계’ 프란츠 카프카의 ‘아버지께 드리는 편지’ 자작나무와 낙엽송 아래에서 책 읽기 카눈, 혹은 삶과 죽음의 문제를 다루는 특별한 방법 예찬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약한 자의 초상 내가 살아 있다는 루머 신 없는 인간의 자기 분열 아가페와 에로스의 부딪침 |
Lee Seung Woo,李承雨
이승우의 다른 상품
|
내가 질서 없이 읽어댄 책들 속에서 발췌한 이런저런 문장들이 내 가난하고 옹졸하며 편집적인 의식을 대변하기 위해 동원되곤 했다. 정서적으로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그 시기를 나는 그런 식으로 그녀에게의 편지 쓰기에 몰두함으로써 건너갔다. 그녀는 그런 점에서 은인이었다. ---「소설을 살다」중에서
글쓰기를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떤 작가 또는 어떤 작품과 결정적인 만남의 경험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그러한 만남이 한 꿈 많은 젊은이로 하여금 문학에 운명을 걸게 만든다. 그 빛나는 작품을 쓴 작가의 그림자 속으로 기꺼이 들어가려는 욕망, 대부분의 경우 그것이 한 사람의 작가를 탄생시킨다. ---「소설을 살다」중에서 데뷔작에 갇히는 작가는, 그 데뷔작이 아무리 뛰어난 작품이더라도, 다른 사람의 평가나 판단과는 상관없이, 늘 안타깝고 곤혹스러운 상태에 있기 마련이다. 성공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의 내 문학 이력은 어쩌면 데뷔작으로부터 달아나려는 몸짓이었는지 모른다. ---「소설을 살다」중에서 존재에 대한 결핍감이야말로 욕망의 원천이다. 결핍이 클수록 욕망도 커진다. 결핍에 대한 감각이 예민한 사람일수록 욕망에 대해서도 예민해진다. 내가 그런 사람이었던 것 같다. 객관적인 정황과 상관없이 나는 늘 무언가 결여되어 있다는 인식에 붙들려서 지냈다. ---「소설을 살다」중에서 수첩은 늘 몸에 지니고 다닌다. 외출할 때 호주머니에 넣거나 가방에 넣는다. 나는 신비주의자는 아니지만, 언제 그럴듯한 생각이나 이미지가 스쳐 지나갈지 모른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다. 그런 생각이나 이미지가 자주 출몰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런 것들은 대개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지나가는 것이다. 지나가는 시간이 정해진 것도 아니다. 지나가기 때문에 얼른 붙잡아야 한다. 붙잡지 않으면 어디론가 사라져버린다.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으니 다시 찾기도 어렵다. 그러니까 메모를 하는 것은 붙잡는 것이다. ---「소설을 살다」중에서 책 속에서 책이 나온다. 책을 읽다가 나는 아직 쓰이지 않은, 그러나 곧 쓰일 또 다른 책을 발견한다. 아직 쓰이지 않은, 곧 쓰일 그 책의 저자는, 내가 그 책의 불러일으킴에 제대로 반응한다면, 나다. 수없이 많은 작품이 실은 그렇게 태어난다. 그러니까 책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수없이 많은, 몇 권인지도 모를, 미래의 책들의 자궁이다. ---「소설을 살다」중에서 모든 이야기의 원형은 기억이다. 신화는 인류의 가장 오래된 기억이고 기억은 개인의 가장 은밀한 신화다. 신화는 인류 서사의 원형이고 기억은 개인 서사의 원형이다. ---「소설을 살다」중에서 |
|
쓴다는 것과 산다는 것의 의미
소설가 이승우의 창작 노트, 삶 쓰기 훌륭한 소설 작품은 정교한 기술의 산문이 아니고 심오한 정신의 산물이다. 문학작품의 가치를 결정하는 심미적 기준을 테크닉의 수준에 의해 좌우되는 것으로 인식하는 것은 오해다. (…) 이 세상에 태어나는 한 편의 소설은, 그 소설이 탄생하는 순간까지의 그 작가의 삶의 총체다. 안에 있는 것이 밖으로 나온다. 축적해놓은 것이 없으면 나올 것이 없다. 차면 넘치는 이치다. ─『당신은 이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179쪽 『당신은 이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와 『소설을 살다』의 초판은 각각 2006년과 2008년에 처음 출간됐다. 그의 작품이 독일과 프랑스 등 해외에 소개되기 시작한 지 10여 년 뒤, 그게 이문화에 대한 일시적인 호감 때문이 아니라 작품 자체의 동력 때문임을 입증하고 나서다. 작가로서 그만한 궤도에 오른 뒤에도 그는 글쓰기에 대한 고민을 게을리하지 않았고, 자신이 얻은 것을 나누는 데 인색하지 않았다. 이 두 산문집은 그가 삶에 복무하듯 글을 써오면서 깨달은 소설가의 기술과 태도를 따뜻하게 전한다. 두 책 모두 궁극적으로 소설 쓰기와 삶이라는 주제를 말하지만 방식은 서로 다르다. 『당신은 이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는 소설가이면서 문예창작학과 교수인 그가 1981년 등단한 뒤 오랫동안 소설을 써오며 쌓은 깊이 있는 노하우가 담긴 창작 노트다. 좋은 소설가는 소설가이기 이전에 좋은 독자라는 점, 낯익은 일상이 낯설게 보여야 한다는 점, 절실한 이야기는 그만큼 드러내기가 두려울 수밖에 없다는 점처럼 소설가의 태도와 관련된 이야기뿐 아니라 소설을 쓸 때 반드시 고민하게 되는 원칙과 요소 들을 오래도록 고민한 결과다. 실제로 작가를 지망하는 사람뿐 아니라 더 나은 글쓰기를 고민하는 누구에게나 참고가 될 이야기가 담겼다. 『당신은 이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가 소설의 이론이라면 『소설을 살다』는 소설가의 실제라고 부를 만한 산문이다. 무엇을 먹고 읽고 듣고 느끼고 배우는지, 또 그것이 어떻게 글이 되는지 보여줄 소설가 이승우의 내밀한 경험들이 담겼다. 고향과 화해하던 일화, 고민 많은 신학도에서 작가로의 각성, 습작 시절의 기억, 그의 여러 유명 작품이 나오게 된 배경, 작가로서 초대받아 간 파리의 인상, 그의 사고를 넓혀준 작가와 작품 들. 결핍감과 고독함과 창작의 벽에 갇힌 속에서도 쓰기를 멈출 수 없는, 멈추지 않는 사람으로 산다는 의미를 그의 정교한 통찰과 문장으로 곱씹을 수 있는 책이다. 내 소설들이 일종의 허족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을 한다. 가짜지만 그만큼 절실하다고 말하고 싶은데 그만큼 절실하지만 어쨌든 가짜나 다름없지 않느냐는 반문을 받는다고 해도 별로 할 말이 없다. 농담처럼 하는 말이지만 나는 절필할 계획이 없다. 소설이 나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소설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소설은 내가 만든 집이지만, 그래서 그렇게 허술하지만, 그러나 나를 살게 하는 집이기도 하다. 나는 내 소설 안에서, 소설과 함께 산다. ─『소설을 살다』 52-53쪽 이승우식 ‘젊은 예술가의 초상’ 소설을 쓰게 하는 모든 것 수첩은 늘 몸에 지니고 다닌다. 외출할 때 호주머니에 넣거나 가방에 넣는다. 나는 신비주의자는 아니지만, 언제 그럴듯한 생각이나 이미지가 스쳐 지나갈지 모른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다. 그런 생각이나 이미지가 자주 출몰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런 것들은 대개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지나가는 것이다. 지나가는 시간이 정해진 것도 아니다. 지나가기 때문에 얼른 붙잡아야 한다. 붙잡지 않으면 어디론가 사라져버린다.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으니 다시 찾기도 어렵다. 그러니까 메모를 하는 것은 붙잡는 것이다. ─『소설을 살다』 70쪽 『소설을 살다』는 소설가 이승우가 산문으로 쓴 ‘젊은 예술가의 초상’이라 할 만하다. 그가 작가로 발돋움하게 된 이야기들과 지금도 훗날에도 작가로서의 그를 지탱해줄 것들을 털어놓는다. “심각한 글도 있고 가벼운 글도 있다. 자의식이 지나쳐서 조금 불편한 글도 있고, 소설이 아닌데도 어쩐지 여전히 가면을 쓰고 있는 것 같은 글도 있다”(「들어가며」)라며 양해로 입을 떼듯, 그의 다양한 자아를 보여줄 은밀하고 은근한 이야기들을 담았다. 소설가의 삶은 다를 거라고, 다른 사람만이 소설가가 된다고 지레 선 긋는 사람들에게 안심이 되도록 『소설을 살다』는 그가 읽었던 책이며 좋아하는 작가, 만났던 사람, 가본 곳, 소설을 쓰게 된 배경, 습작 시절, 고향 등에 관한 이야기로 빼곡하다. 누군가를 소설가로 만드는 것은 별난 집필 습관이나 취미가 아니라, 조금 진지한 눈과 기억을 붙잡을 메모장 그리고 얼마간의 부지런함임을 그는 이야기한다. 『소설을 살다』는 약 20년에 걸쳐 쓴 원고들을 엮었다. 분량도 무게도 다 다르지만 큰 뭉치로서 이승우라는 한 작가의 섬세한 결을 보여준다. 그의 가장 변화 많고 역동적이던 때의 모습들로 한 소설가가 싹트고 완성돼가는 과정을 엿보고, 글쓰기가 삶에 어떤 의미를 부여해줄 수 있는지 돌아보게 한다. 글쓰기를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떤 작가 또는 어떤 작품과 결정적인 만남의 경험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그러한 만남이 한 꿈 많은 젊은이로 하여금 문학에 운명을 걸게 만든다. 그 빛나는 작품을 쓴 작가의 그림자 속으로 기꺼이 들어가려는 욕망, 대부분의 경우 그것이 한 사람의 작가를 탄생시킨다. ─『소설을 살다』 37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