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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도대체 내가 뭘 잘못했느냐고
2 지리한 수업 3 21세기 백일장 4 번데기 5 디퀘 외삼촌 6 문학 서바이벌 7 밀리언달러 스튜던트 8 나를 주인공으로 써라 9 네 적을 사랑하라 10 장애물 11 시간을 정복한 남자 12 치타와의 만남 13 가정방문의 날 14 사건들 15 이야기의 주인 16 백지수표 17 악마의 목소리 18 예약하지 않은 방문자 19 변비 예찬론자를 사랑하는 일 20 성공의 이미지를 그려라 21 팬에서 적으로 22 대단한 제안 23 가로수길 24 톨스토이의 사막 25 인터내셔널 호텔에서 걸려 온 전화 26 백 분 토론 27 순수한 상상력 28 천재 소녀 작가의 탄생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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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꿈이 뭔지 보여줄까?
김태희 (taengee@yes24.com)
하고 싶은 것이 많았던 10대 시절이 생각날 때가 있습니다. 이것도 한 번 해보고 싶고, 저것도 한 번 해보고 싶은데, 정작 내가 잘 할 수 있는 게 뭔지는 찾기가 왜이리 힘들었는지. '이렇게 한 번 해보면 어떻겠니' 라는 누군가의 조언보다는 우선 공부나 열심히 하라는 얘기를 더 많이 들어서였을까요. 내 꿈은 이거라고 얘기해볼 용기조차 없었던 것 같습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 그런 현실에 익숙해져 지금의 아이들에게 똑 같은 얘기를 하고 있지는 않은가 생각해보게 됩니다.
여기 아빠가 운영하는 삼겹살 집에서 일당 2만원을 받고 학교와 가게를 오가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정수선'이라는 아이가 있습니다. 학교 성적도 밑바닥인 데다, 친구도 별로 없지만 수선이에게 유일한 행복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소설을 쓰는 것이죠. 언젠가는 멋진 소설을 써서 이 답답한 삶을 벗어나 멋진 삶으로 날아오르길 꿈꾸고 있습니다. 가게에서 일하는 동안 아빠의 눈치를 보며 일수 광고용 메모지와 볼펜 한 자루를 앞치마에 넣고 틈틈이 아이디어를 적거나 화장실로가 벽에 대고 소설을 쓰기도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 게시판에서 우연히 한 대학에서 주최하는 백일장 공고문을 보게 됩니다. 그 순간 마음껏 쓰고 싶은 글을 쓰기 위해 소설을 써 문학특기자로 대학에 들어가리라 마음을 먹습니다. 문학 담당 교사인 허무식 선생님은 수선의 재능을 믿고 코치 역을 자청하며 수선에게 글쓰기 훈련을 시킵니다. 교사라고 보기엔 어딘가 불성실하지만 난생 처음 든든한 후원자가 생긴 것이죠. 제4회 블루픽션상은 수상한 『번데기 프로젝트』는 갑갑한 현실 속에서 더 이상 흐지부지하게 살지 않겠다고 외치며 '소설'로 꿈을 이루기 위해 일생일대의 승부를 펼치는 열여덟 소녀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작가의 실제 경험이 녹아있는 주인공 '정수선'의 캐릭터는 그래서 더욱 생동감을 느끼게 합니다. 허무식 선생과 같은 수선의 주변에 등장하는 코믹하고 미스터리한 인물들의 등장은 비극적일 수 있는 상황들을 유쾌하게 풀어내 소설의 재미를 더해줍니다. 성적보다는 허리라인이 중요하다며 바른 자세를 부르짖는가 하면, 마이클 잭슨 일주년 추모를 기린다며 수업 시간에 축 처진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수선에게는 공모에서 상금을 타면 이십 퍼센트는 자기 몫으로 떼어 달라는 말도 서슴지 않죠. 하지만 수선이 포기하려 할 때마다 누구보다 힘이 되어주며, 아픈 말로 현실을 직시할 수 있게 해주는 진정한 조력자이자 친구 같은 존재로, 누가 진정한 스승인지를 생각해보게 합니다. "선택은 네가 하는 거야. 난 자격이 없어. 그건 네 아버지도 아니고, 교장 선생님도, 그리고 나도 결정할 수 없는 문제야. 네 인생이니까. 정수선이라는, 장차 거대한 세계적인 기업이 될 수도 있고 아니면 그냥 조그마한 구멍가게가 될지도 모르는 한 가능성 있는 인재의 앞날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자신이라는 얘기다. 알겠냐?" 지금은 작고 초라한, 웅크리고 있는 번데기이지만 언젠가 날개를 펴고 날아오르기 위해 애쓰는 수선은 꿈을 꾸고 있는 그리고 멋지게 그 꿈을 펼칠 우리 십대들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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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날개를 달고, ‘내 의지대로’ 날아오르려는 청춘의 날갯짓
“으랏차차! 으랏차차! 얄라숑 얄라숑, 빠라빠빠, 빠라빠빠!” 수선의 일상은 일당 2만 원에 고되게 일해야 하는 삼겹살집과 별 의미 없는 학교생활로 점철되어 있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 모든 게 아빠가 외삼촌의 보증을 잘못 서는 바람에 벌어진 일이다. 학교가 끝나면 단체 손님이 몰려왔다고 ‘총알택시’를 부르짖는 아빠, 손님이 없을 땐 마늘을 까고 하루 종일 밀려드는 설거지감에 얼굴이 노랗게 질린 엄마, 동료애는커녕 부사장 노릇을 하며 나를 들들 볶아 대는 동생 뎀보. 이 모든 상황으로부터 수선은 그저 탈출하고 싶다. 학교 성적은 바닥을 기고, 학교에서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학생이지만, 수선은 이상하게 소설 쓸 때만은 묘한 해방감과 성취감을 느낀다. “내 몸에서도 커다란 나비 한 마리가 번데기처럼 웅크리고 있다가 폴폴 날아간 기분이었다.” 수선은 가게에서건 학교에서건, 틈틈이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끄적임’을 멈추지 않는다. 가게에서는 아빠 눈치를 보며, 일수 광고용 메모지와 모나미 볼펜 한 자루를 앞치마에 넣고 화장실로 가 벽에 대고 소설을 쓰기도 한다. 그리고 비록 지금은 머리를 사흘 안 감는 건 예사에, 교복 어깨엔 늘 비듬을 얹고 다닐지언정 유명한 소설가가 되면 섹시 스타처럼 멋지게 차려입을 거라고 열여덟 소녀다운 꿈을 꾸기도 한다. 내 의지와 상관없는 상황에 놓여 현재의 삶은 못나고 초라하지만, ‘내 의지대로’ 날아오르기 위해 애쓰는 수선의 모습은 어디선가 꿋꿋이 꿈꾸고 있을 우리 청춘의 한 단면일 것이다. 다양한 인물 유형이 펼치는 코미디와 미스터리의 향연 “진정한 작가가 되고 싶다면 미모는 포기해. 너 자신을 두꺼비라고 생각하란 말이야.” “두껍아, 인마.” 허무식 선생이 제자 정수선을 부르는 나름의 ‘애칭’이다. 수선의 ‘허 코치’가 되어 수선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허무식 선생은 교사라고 보기엔 어딘가 모르게 불성실하다. 성적보다는 허리 라인이 중요하다며 바른 자세를 부르짖는가 하면, 마이클 잭슨의 일주년 추모를 기린다며 수업 시간에 축 처진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수선에게는 공모에서 상금을 타면 이십 퍼센트를 떼어 달라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허무식은 수선의 유일한 조력자이자 친구 같은 존재다. ‘10등 밖은 버스도 태우지 않을 것 같은’ 담임에 비해, 틀에서 벗어난 듯한 허무식의 모습은 오히려 더 ‘스승’답게 느껴진다. 농담을 일삼으며 제자를 놀려 대면서도, 허무식은 수선이 포기하려 들 땐 누구보다 ‘어른’다운 모습으로 현실을 쿡쿡 찌르는 아픈 말을 하며 수선을 더 나아가라고 밀어 내기도 한다. “뭐하러 소설 쓰기 같은 골치 아픈 일을 하려고 해? 그냥 여기서 계속 일하면서 매니저 같은 거나 해라. 매니저 몇 년 하다 보면 아버지가 부사장 같은 것도 시켜 주고 하시겠지. (……) 뭐가 불만이야? 왜 그렇게 얼굴에 심술이 가득 차서 소설 쓰기 같은 음침한 일을 하려고 들어?” 이 밖에도 수선의 우상이었지만 그 이미지가 철저히 깨어지고 마는 이보험 작가, 수선에게 수상한 제안을 하며 주변을 서성거리는 치타 ‘추지행’까지 기존 청소년문학에서 보기 힘들었던 인물 유형이 등장해 끝까지 긴장감을 팽팽하게 유지시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