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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마음을 녹일 것처럼 007
제2장 손바닥숲 아래에서 077 제3장 백기사는 노래한다 123 제4장 마사, 빈집을 지키다 191 제5장 마사의 변명 303 |
Miyuki Miyabe,みやべ みゆき,宮部 みゆき,矢部 みゆき, 미미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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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소개가 늦었다. 내 이름은 마사. 하스미 탐정 사무소의 경호견이다.
백과사전적인 분류에 의하면 나를 가리켜 ‘저먼 셰퍼드’라고 하는데, 사전의 설명에 의하면 맹견猛犬으로 알려져 있다. ‘저먼’은 독일을 뜻하는 것 같은데 나는 그곳에 가본 적도 없거니와 앞으로도 갈 것 같지 않아 어떤 곳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이토코가 단골로 다니는 상점가의 빵집 중에 ‘저먼 베이커리’라는 가게가 있고 거기서 만드는 빵은 그녀의 말에 의하면 ‘무지막지하게 맛있고 싸다’고 하니까 ‘저먼’이라는 곳은 맛있는 빵을 구워 내고 용맹하고 충성심이 넘치는 개들이 사는 곳일 것이다. 바람직한 일이다. 하스미 탐정 사무소에서 나를 받아들여 주기 전에 나는 경찰과 한솥밥을 먹었다. 평화로운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텔레비전 뉴스에서나 봤을 ‘경찰견’이었다는 말이다. --- p.8 이튿날 아침에 나와 가요코가 산책을 나가려고 하는 참에 경찰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가요코와 후지미가 본 ‘사라진 시체’의 - 그냥 귀찮아서 일단 그렇게 부르기로 한다 - 신원이 밝혀진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밀고 전화가 있었대요.” 서둘러 준비를 하면서 가요코는 소장에게 설명했다. “어제 손바닥숲에서 사라진 남자의 시체는 이나미 히로시라는 사람이래요. 그리고 이나미 씨의 유류품이 버려져 있는 장소를 가르쳐줘서 그곳을 수색해보니 상의와 신발 그리고 시계가 나왔대요. 저와 후지미 씨에게 확인해달라는군요.” 여기서부터 ‘사라진 시체’ 사건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요코와 후지미 씨가 발견된 유류품이 그 ‘시체’의 것임을 확인한 것이다. 그러나 이나미라는 남자의 사진을 보여줬지만 그 ‘시체’의 얼굴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었다고 한다. --- p.94 “동화가 아니야. 그건 판타지야. 어른이 읽어야 진정한 재미를 알아.” 가요코는 ‘항복’의 뜻으로 두 손을 들었다. “알았어. 하지만 나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밖에 모르거든.” “그럼 내가 가르쳐줄게.” 이토코는 자세를 똑바로 하고 앉았다. “『거울 나라의 앨리스』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다음에 쓰인 작품이야. 앨리스는 체스 세계로 들어가서 마지막으로 하얀 여왕이 되는데 그녀를 거기까지 에스코트하는 것이 바로 백기사라는 거야.” “아아!” 납득하는 가요코. “그럼 캐릭터로서는 착한 나라 쪽이야?” “맞아. 『거울 나라의 앨리스』 안에서 앨리스에게 가장 친절하게 대하는 신사지. 그 이야기의 등장인물이니까 물론 별나긴 하지만. 자꾸만 말에서 떨어지고 자기 투구 안에 빠질 때도 있어. 잠깐만 기다려.” --- p.153 3박 4일의 대만 여행. 사립 탐정에게는 명절도 연휴도 사원 단합 여행도 없다. 나는 줄곧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더니 세상에 ‘절대 없는 일’은 없는 모양이다. 그렇다. 하스미 탐정 사무소 식구들이 사원 단합 여행을 떠나게 된 것이다. 가요코와 고등학교 시절부터 친하게 지내는 다카코라는 친구가 여행사에 근무하고 있는데, 추천할 만한 투어 상품이 나올 때마다 꼬박꼬박 정보를 보내준다는 것은 나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가요코는 탐정이라 보통 회사에 다니는 여자들처럼 황금연휴나 명절 휴가를 제대로 챙기는 처지가 아니다. 항상 보내주는 팸플릿을 한번 쭉 훑어보고 여기 참 좋겠다, 저기도 가보고 싶어, 라고 중얼거리다가 끝나는 식이었다. --- p.191 바스락바스락 소리가 났다. 문 너머에서 다가온 누군가가 사무소 문 앞에 뭔가를 놓고 있는 듯하다. 나는 얼른 뒷문 쪽으로 돌아갔다. 거기에는 문이 닫혀 있어도 드나들 수 있는 내 전용 쪽문이 있기 때문이다. 쪽문을 나온 나는 건물 옆에 세워져 있는 이토코의 자전거 옆을 돌아 정문이 있는 곳으로 달렸다. 문 바로 앞에 밀감 상자 정도 크기의 종이 상자 하나가 놓여 있는 게 보였다. 내가 한발 늦게 나오는 바람에 주위에는 아무도 없다. 둘러봐도 도망치는 뒷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옆구리에 ‘고랭지 양배추’라고 인쇄된 종이 상자였다. 상자는 위로 열게 되어 있었다. 테이프 같은 것으로 봉해 있지도 않았고 뚜껑 한쪽이 비스듬하게 열린 것이 신문 투입구 쪽으로 향해 있었다. 상자로 다가간 나는 그곳에서 짐승의 냄새를 맡았다. 나도 모르게 흠칫 놀라 귀가 점점 날카롭게 곧추섰다. --- p.183 그러나 유카리는 ‘토끼 살해 계획’에 관한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들은 건 아니었다. 두 소년의 대화 중간중간에 ‘제3초등학교’, ‘토끼’, ‘또 죽여’, ‘조만간’ 등의 단어가 섞여 있는 것을 단편적으로 흘려들었을 뿐이다. 그러나 단편적이라도 불온하고 위험한 단어임이 틀림없고 유카리가 걱정한 나머지 토끼를 몰래 갖고 나온 심정은 이해가 간다. 아이 나름대로 필사적인 방법이었다. --- p.217 어제도 말했지만 토끼도 여자아이도 찾지 않아. 그리고 지금 나는 그 아이가 어디의 누구인지도 알고 있어, 토끼를 지키기 위해 데리고 나갔다는 것도 안다고. 착한 아이야. 그 아이는 누군가가 토끼를 죽이려고 노리고 있다는 걸 알고 그 전에 구해주러 온 거야. 그리고 나는 토끼를 노린 그 녀석들이나 재작년에 토끼를 죽인 녀석들을 잡을 단서를 찾으러 여기 온 거야.” --- p.2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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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녹일 것처럼」 모로오카 신야는 3개월쯤 전에 친형을 잃는 사건으로 하스미 가요코·이토코 자매와 인연을 맺었고, 하스미가의 사람들은 아직 어린 그를 가족처럼 보살펴왔다. 어느 날 막 자정을 넘긴 시각, 사정이 있어 가요코 대신 이토코의 마중을 나가게 된 신야는 오토바이에 그녀를 태우고 집으로 돌아가는 도중 우연히 수상쩍은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초등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그 시각에 노상 주차한 차 트렁크를 열고 안으로 들어간 것. 유괴의 가능성을 떨칠 수 없었던 그 현장을 신야는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차 옆으로 다가가 조심스럽게 트렁크를 열었다. 그리고 그 여자아이는 뭐 하고 있느냐고 묻는 그를 보고 한껏 놀라며 예상치 못하는 말을 꺼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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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그 알 수 없는 천태만상의 피조물들이 사는 세상
-하지만 결국엔 사람에게 해답이 있다 미야베 미유키는『마음을 녹일 것처럼』에서 각 장마다 벌어지는 심각한 범죄보다는 등장인물들의 각양각색 사연들에 방점을 찍으며 이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객관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저자는 ‘마사’가 들여다본 세상을 참으로 ‘가관’으로 그리고 있다. ‘가지가지’한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곳이다. 누구는 외로움에 몸부림치다 바보 같은 짓을 저질렀고, 또 누구는 극복할 수 없는 열등감에 휩싸여 잔인한 짓을 벌였다. 어떤 이는 병적인 죄책감에 빠져 있었으며, 또 어떤 이는 돈이라면 못할 짓이 없을 정도다.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는 똑똑한 늙은 개는 주인 가요코와 함께 그들의 면면에 대해서 파헤쳐간다. 때로는 까마귀나 다른 개들의 도움을 받아 혼자 나서서 알아보기도 한다. 하지만 제아무리 글을 읽을 줄 알고 텔레비전도 혼자 켜고 볼 줄 아는 마사지만 인간 없이는 일련의 사건 해결은 불가능 했을 것이다. 작가는 소통이 단절된 시대, 윤리를 등한시하는 시대를 반영한 『마음을 녹일 것처럼』에서 결국에는 모든 해결책은 사람에게 있으며, 사람들은 소통해야 하고, 그를 통해 윤리를 회복해야 함을 에둘러 강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