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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량한 나의 고향
제 1부 사선(射線) 아버지 말 잘 들어 뉴욕 여행 웰컴 투 아메리카 불량소년들 미국 남동생 제임스 얼 존의 쌍둥이 검은 손 체사레 쿠초푸오티의 새 신발 비타 M.의 사례 선물 사라지지 않는 레몬 냄새 본조르노 형제들 램프 하얀 별 제 2부 집으로 가는 길 나무 부인의 아들 아버지 말 잘 들어 제 3부 흘수선 워터보이 행복할 권리 철도 노동자들 아믈레토 아토니토의 망설임 오하이오로 가는 기차표 실종된 이탈리아 소녀 53번째 폭탄 뉴욕에서 온 엽서 꿈의 세계 침몰하는 리퍼블릭호 네가 한 번도 와본 적이 없는 곳에서 네게 편지를 쓴다 남은 것 황량한 나의 고향 구조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
Melania Gaia Mazzuc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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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스턴 너머의 사람들은 이탈리아인들이 눈에 띄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현관문에는 “개, 흑인, 이탈리아인 출입 금지”라고 적혀 있었다. 디아만테는 온갖 욕을 얻어먹고 쥐어박히기도 했다. 이제 디아만테는 거칠게 들리는 소리가 무슨 뜻인지 알게 되었다. 그들은 “왑”이라고 했는데 그건 이탈리아인을 뜻했다. 이탈리아인이라는 말은 욕이었다. 또 다른 욕으로 “데이고”가 있었는데, 그것도 이탈리아인을 의미했다. 누군가에게 데이고라고 말하면 그것은 그 사람을 ‘설사병 걸린 말’보다 못하게 생각한다는 뜻이었다.---p.91
머리에는 면으로 된 베레모를 쓰고 축 늘어진 멜빵을 맨 채 장난꾸러기 같은 미소를 지으며 선술집이나 싸구려 식당에 들어가서 오싹한 미국의 범죄, 살인자를 처형하는 전기의자, 사형집행인의 비밀, 검은 손의 가장 최신 잔혹 범죄... 등을 소리쳐 외쳤다. 디아만테는 신문을 팔기 위해 사실을 과장하고 뉴스를 확대하는 법을 배웠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도 신문을 찾지 않았다. 객차 탈선은 철도 참변이 되었다. 이탈리아 왕비가 감기만 걸려도 이탈리아 왕비 사망!으로 변했다. 그는 살인, 시체, 토막 살인을 맑고 우렁찬 목소리로 외쳤다. 마법의 말이었다. “야, 여기, 신문 한 장 만 줘라.”---p.95 “영어 배우면 나 좀 가르쳐줄래?” 느닷없이 디아만테가 물었다. “그 대신 뭘 해줄 건데?” 디아만테가 자신의 불행에 공감을 하지 않아서 실망한 비타가 물었다. “용장들 이야기 해줄게.” 디아만테가 제안했다. “벌써 다 아는 이야기야.” 비타가 말했다. “키스.” 비타가 갑자기 말했다. “무슨 말이야?” 디아만테가 당황했다. 비타는 앞치마에 두 손을 닦았다. 아녤로가 레나 위에 올라가서 하는 그런 키스라고 좀 더 자세히 설명을 했다. 디아만테가 고개를 흔들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그건 못된 행동이며 씻을 수 없는 죄를 저지르는 일이라고 말했지만 비타는 확고하게 다시 말했다. “한 마디마다 키스해줘.”---p.155 “디아만테, 누구 죽였지, 그래서 달아난 거지?” 비타가 이렇게 말을 시작하자 디아만테가 그 말을 가로 막았다. “쉿, 우리 영어로 말하자.” “왜, 대체 무슨 생각하는 거야?” “미국인인 척 하자, 비타.” 디아만테가 모자 가장자리를 만지작거리면서 소곤거렸다. “다른 사람들하고 똑같이. 오늘 밤은 즐기자. 아이 필 소 해피I feel so happy.” 그가 말을 시작했다. 비타는 알아듣지 못한 표정으로 그를 보았다. “네가 가르쳐 줬잖아, 기억 나? 난 행복해.” “나도 행복해. 해피Happy.” 디아만테가 계속 말했다. “디아만테, 뭐라고 하든, 해피happy.”---p.247 “괜찮아?” “뭐가?” “손잡아도 괜찮아?” “응.” 디아만테가 비타의 손을 가슴에 올려놓았다. 가슴이 미친 듯이 뛰었다. 이렇게 쉬고 있는데 가슴이 뛰다니 이상한 일이었다. 하루 종일 그를 괴롭혔던 피로와 두려움과 불안감이 모래 위의 바닷물처럼 그에게서 빠져나갔다. 기분 좋은 나른함이 그들을 휘감았다. 서두를 게 없었다. 그들 앞에 무한한 시간이 있었다. 수많은 밤과 낮과 여러 해들이. 두 사람은 손을 잡았다. 잠시 별들을 가리다가 동쪽으로 달려가는 길고 엷은 구름을 바라보았다. 동쪽에서는 밝은 반사광이 밤을 환히 밝혀 주었다. 그쪽에 이탈리아가 있었다. ---p.26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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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토 에코를 잇는 천재적 기예의 이탈리아 작가 멜라니아 마추코의 최고 걸작
삶의 그 모든 복잡성과 충만, 상실과 희망, 열정과 배반에 관한 치열한 서사! 이탈리아 최고 권위의 문학상 ‘스트레가상’의 2003년 수상작 『비타』가 이탈리아 정부 수여의 번역가상을 받은 이현경 교수의 정확하고 유려한 번역을 통해 랜덤하우스코리아에서 출간되었다. 작가 멜라니아 마추코는 알렉산드로 만초니, 움베르트 에코에 이어 이탈리아 당대 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연 천재 작가로 평가받으며 각종 문학상을 휩쓸어 평단의 인정을 받았고, 발표된 두 작품이 연이어 영화화되면서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세 번째 소설 『그렇게 사랑받던 그녀 Lei cosi amata』로 나폴리문학상과 비토리니문학상을, 네 번째 소설 『비타』로 스트레가상을 수상하면서 자국내 20만 부 판매 돌파 및 17개국어로 번역 출간되는 영예를 안았으며, 『어느 완벽한 하루 Un giorno perfetto』가 영화로 제작되어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고, 『비타』또한 이탈리아 거장 파올로 비르지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어 발표하는 작품마다 주목받는 국민작가로 발돋움했다. 마추코에게 커다란 명성을 가져다준 작품 『비타』는 20세기 초 이탈리아 시골 출신 소녀와 소년이 아메리칸 드림을 품고 미국에 정착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치열하고 격렬한 서사로 한 편의 영화처럼 흡인력 있게 전개한 작품이다. 1900년대 초반 뉴욕 뒷골목의 격동하는 풍경과 이민자들의 신산한 삶을 생생하게 재현한 이 작품에는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마추코만의 문학적 내공이 서려 있다. 한 세기 전 이민자들의 삶에 대한 묘사는 기억 속에서 방금 끄집어낸 듯 생명력 있는 목소리로 전달되는데, 사실 그러한 배경에는 작가의 할아버지인 ‘디아만테’를 모델로 할아버지의 실제 이민 경험을 모티프 삼은 사연이 있다. 자라면서 누누이 들었던 할아버지의 파란만장한 이민정착 이야기의 단편적인 조각을 맞추며 마추코 가문의 내력을 재구성하는 가운데 디아만테의 운명이었던 한 소녀 ‘비타’와의 동화 같은 사랑 이야기를 풍부한 작가적 상상력으로 재현했다. 한편 너무 비참해서 때로 읽어내기 힘든 비통한 회상을 통해 작가는 이민자들의 정체성, 삶을 지속시키려는 의지, 삶과 꿈에 대해 진지한 성찰을 담아 사랑과 구원의 이야기로 승화시켰다. 한 소녀와 한 소년의 잔혹하고도 비극적인 운명과 사랑, 그 속에서 도도히 넘실대는 생의 물결과 눈부시게 반짝이는 희망! 1903년 이탈리아 남부 마을 항구에 도착한, 가난한 석공의 넷째 아들 ‘디아만테’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터키석 같은 파란 눈에 영민함과 호기심을 잔뜩 품은 열한 살 소년은 먹을 게 없어 교회 벽의 석회를 먹고 배가 터져 죽은 동생들에 대한 아픈 기억을 뒤로하고 ‘기회의 땅’ 미국으로 떠난다. 소년은 혼자가 아니다. 곁에는 아홉 살짜리 소녀가 있다. 지저분한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기운 양말에 여기저기 구멍 난 숄을 둘렀지만 누구보다 빛나는 아이 ?비타?. 비타는 얼굴도 모르는 아버지의 초청을 받아 원치 않은 이민 길에 오른다.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긴 항해 끝에 도착한 곳은 매일 1만 2천 명의 이민자들이 배에서 내리는 도시 ‘뉴욕’의 앨리스 섬이다. 그곳에서 디아만테와 비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지독한 가난과 차별, 학대, 범죄로 가득 찬 어두운 나날들이다. 비타의 아버지 아녤로가 운영하는 초라한 하숙집에서 시작되는 어린 이민자의 하루하루는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며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고달프지만, 그 속에서 각자의 삶을 꾸려나가는 법을 배운다. 척박한 뒷골목과 하숙집 옥상이 그들에게는 소통과 위로의 공간이 되어주고, 미래를 향한 꿈, 결코 꺾이지 않는 의지, 탁월한 용서의 능력이 소녀와 소년을 성장시킨다. 그리고 비극적인 상황에서 서로에 대한 맹목적인 의지가 사랑의 감정으로 번져 비타와 디아만테는 조숙하면서도 설익은 사랑을 시작한다. 비타와 함께할 미래를 상상하며, 그리고 이탈리아에 있는 부모님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굳은 의지로 디아만테는 돈이 되는 일이면 무엇이든 달려들어 신문팔이, 넝마주이, 장의사 일꾼, 철도 공사장의 심부름꾼 등을 전전하고 신장이 망가질 정도로 일을 한다. 거친 환경 속에서도 꿈꾸기를 포기하지 않은 디아만테는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유혹을 뿌리치며 타락한 세상에 물들지 않고 오히려 주위의 모든 것을 자양분 삼아 성장한다. 특유의 활력과 솔직한 성격, 비타를 향한 순수한 사랑을 통해 넘어질 때마다 다시 힘차게 일어선다. 그러나 감성적이고 즉흥적이고 다혈질인 비타에게 디아만테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현재?의 삶이다. 연약하고 몽상적인 듯한 비타는 이성적이고 현잽적인 디아만테보다 훨씬 더 강하고 현실적인 어른으로 성장한다. 디아만테가 철도 공사장으로 떠나 있는 동안 남들의 눈에 어떻게 보이든 자신의 삶을 충실하게 살아내면서 미국에 탄탄한 뿌리를 내리는 비타는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며 두 사람의 엇갈린 운명을 예고한다. 현실과 판타지 사이를 오가며 팩트와 픽션을 절묘하게 결합한 격정적 대서사시 그리움, 치유되지 않는 고통의 이야기 사이로 피어오르는 강렬한 생의 에너지! 실존 인물들과 장소들을 되살려 역사 속 이야기를 소설화한 『비타』는 여러 가지 독립적인 이야기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전형적인 피카레스크 구성을 띠고 있다. 인간미와 부성애를 찾아볼 수 없는 가혹한 아버지 아녤로, 가족 하나 없이 떠돌다 아녤로와 동거하며 폭력과 노동에 시달리는 레나, 비타의 오빠지만 틈만 나면 비타를 추행하려드는 니콜라, 어린 나이에 벌써 범죄의 세계에 깊숙이 들어간 로코, 착실하고 부지런하지만 늘 행운이 따라주지 않는 제레미아 등 뉴욕 이민사에서 명멸했을 다양한 군상을 등장시켜 작가는 고민과 번뇌, 과거의 상처와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버거워하는 이민자들의 삶을 밀도 있게 그린다. 여기에는 20세기 초 뉴욕 이탈리아인들을 떨게 한 ‘검은 손’이라든가 본조르노 형제들 같은 마피아, 유명한 성악가 엔리코 카루소, 찰리 채플린 등 당대를 풍미한 실존 인물까지 등장해 읽는 재미를 더한다. 가슴 저미게 처참한 동시에 감동적인 이민자들의 강퍅한 정착기를 복원하는 과정에서 작가는 이름도 없이 파묻힌 역사의 인물들을 인터뷰하고 자료를 조사하고 사진을 수집할 뿐만 아니라 직접 그 현장을 답사한다. 이처럼 현실과 판타지 사이를 오가며 팩트와 픽션을 절묘하게 결합한 작업이 완성도 높은 대서사시를 직조했다. 자의로든 타의로든 고향을 떠난 이민자들의 삶과 결코 채워지지 않는 그리움, 치유되지 않는 고통의 이야기를 그리는 가운데 어른들도 견디기 힘든 비극적인 상황에서 두 어린 영혼이 고립되거나 표류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며 강렬한 생의 에너지를 보여준다. 탄탄한 플롯과 사실적이고도 환상적인 묘사, 독자의 심리를 쥐고 흔드는 흡인력 강한 문체로 영상 미학을 선사하는 이 작품을 읽다 보면 때로는 슬픔과 애잔한 감동이, 때로는 신랄한 조소가, 때로는 숨 막히는 갈등과 분노가 마음에 깊은 파문을 새긴다. 그 속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간다는 것, 생존 이상의 의미를 추구하며 산다는 것의 의미를 새삼 곱씹어보게 한다. 멜라니아 마추코의 천재적 걸작인 『비타』는 각자의 다양한 이유로 뿌리 뽑힌 삶을 살아가는 이 시대 군상에게 좀처럼 가시지 않는 여운을 남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