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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에 찾아온 우편배달부 6
손님 많은 황조반점 30 작아졌다가 커졌다가 58 어쩌다 코끼리를 만났을 때 84 나무야, 너는 알고 있니? 110 작가의 말__1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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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구리는 기분이 너무 좋았습니다. 양손으로 옥수수자루를 받쳐 든 채 어쩔 줄 몰라 했습니다. 그 바람에 누군가가 오솔길로 걸어오는 것도 몰랐습니다. 한참 우쭐거리며 좋아하다가 인기척에 뒤를 돌아보았지만 이미 때는 늦었습니다. 조그만 남자 아이가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거든요.
“이런 똥개 새끼. 내 옥수수를 먹고 있잖아!” 아이가 버럭 소리를 지르면서 너구리의 엉덩이를 냅다 걷어찼습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미처 피할 새도 없었습니다. “캥” 하는 외마디 소리가 절로 튀어나왔습니다. 너구리는 잽싸게 오솔길 옆 풀숲으로 뛰어들었습니다. (10쪽) 할머니는 짜장면 한 그릇을 금세 먹어치웠어요. “꺼억, 맛나게 잘 먹었구먼.” 주인아저씨는 신기하기만 했어요. 조금 전까지만 해도 분명히 새 모이 먹듯이 짜장면 가락을 콕콕 쪼아대는 것만 같았단 말이에요. ‘입맛에 맞지 않아 저러나?’ 해서 걱정이었는데, 그새 말끔히 먹어치우다니 놀랄 수밖에요. 그러고 보니 할머니 입이 꼭 새 부리처럼 뾰족하게 생긴 것 같기도 했어요. 주인아저씨는 혼자 피식 웃고 말았어요. (48쪽) “고마워. 근데 난 지금 시간이 없어. 얼른 학원에 가야 하거든.” 수지가 막 돌아서려는데 코끼리가 씨익 웃으며 수지를 붙잡았어요. “괜찮아, 걱정하지 마. 오늘은 그냥 신나게 노는 거야.” 코끼리 말이 무슨 뜻인지 몰라 수지는 멍한 얼굴로 코끼리를 올려다보았어요. 그러자 코끼리가 갑자기 긴 코로 수지의 몸을 스르륵 감싸 안았어요. 그러고는 수지를 번쩍 들어 올려 자신의 머리 위에 살며시 내려놓았어요. 수지는 깜짝 놀라 하마터면 으악 하고 비명을 지를 뻔했어요. 하지만 금세 마음이 놓였어요. 코끼리 미끄럼틀 위에 올라탔을 때하고 똑같은 기분이었거든요. (100쪽) :: 작가의 말 :: 그들의 이야기를 이 동화집에 담았습니다. 여러분에게도 이 친구들을 소개해 주고 싶었습니다. 동화 속 친구들이 마음을 다독여 주고 힘을 북돋아 줄 테니까요. 어쩌면 동화란 그런 건지도 모르지요. 허전한 마음속을 채워 주고, 외로움을 달래 주는 좋은 친구처럼 늘 함께 있어 줄 거예요. 지금도 너구리와 황조롱이와 코끼리가 내 귓가에 대고 이렇게 속닥거린답니다. “네 곁에 내가 있어!” 여러분에게도 해 주고 싶은 말인가 봅니다. 누군가 곁에서 너를 응원하고 있다고, 힘을 내라고 말입니다. 그런 말을 전해 달라고 자꾸 속닥거립니다. 여러분에게도 마법처럼 행복한 날들이 펼쳐지길 바란다고. ―「작가의 말」에서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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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마음을 다독이는 환상과 변신의 상상력
저학년동화 시리즈 [올챙이문고]의 22번째 작품인 『한밤중에 찾아온 우편배달부』가 출간되었다. 이 동화집은 동화작가이자 아동문학평론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조태봉 작가의 두 번째 동화집이다. 그동안 문예지에 발표한 단편동화를 다시 가다듬어 엮은 것이다. 다섯 편의 동화가 실린 이 동화집은 비현실적인 환상과 변신 모티프를 활용해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한마디로 동화의 특성인 낭만성과 상상력을 발휘해 현실 아이들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현대적인 느낌보다는 전통적인 동화의 미학이 물씬 풍기기도 한다. 최근의 동화가 더욱 소설에 가까워지고 있고, 삶에 대한 은유보다는 직설에 의존하는 경향으로 치닫고 있는 탓에 더욱 그렇게 느껴질 만하다. 그렇다고 해서 그의 동화가 현실로부터 유리된 공허한 상상의 세계를 그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들 동화에서 중심 모티프로 작용하고 있는 환상과 변신의 상상력은 현실 속 아이들이 감내하고 있는 삶의 문제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고, 그러한 삶의 문제를 인식하는 중심 요소라는 점에서 그 어떤 현실주의 못지않게 현실주의적이다. 너구리가 변신을 해 찾아오기도 하고, 놀이터의 미끄럼틀이 코끼리로 변해 마법을 부리기도 하고, 소심한 아이의 몸이 작아졌다가 커졌다가 하면서 소동을 일으키는 등의 환상적 요소가 현실에 대한 또 다른 각성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곧 여기서의 환상은 단순히 재미의 요소로 작용하는 게 아니라 좀 더 묵직한 메시지를 담아내고 있다. 환상은 비현실적이지만 아이들의 삶은 너무도 현실적인 탓에 환상과 현실의 교집합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아이들의 삶을 되짚어보게 하고 새로운 각성을 촉구하게 된다. 전편에 흐르는 애잔함은 그러한 현실 속 주인공에 대한 공감이자, 아이들의 마음을 다독이는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 탓이라 여겨진다. 표제작 「한밤중에 찾아온 우편배달부」는 조손가정 아이와 너구리 이야기다. 할머니와 살면서 엄마아빠의 소식을 기다리는 아이의 소망을 알게 된 너구리가 우편배달부로 변신해 자신이 대신 쓴 아빠의 편지를 아이에게 전해 주면서 아이의 상처를 위무한다. 「손님 많은 황조반점」은 잘 날지 못하는 아기새를 찾아다니는 황조롱이가 할머니로 변신해 중국음식점 황조반점에 왔다가 사람들과 교감하는 이야기다. 산중턱을 밀어붙여 음식점을 짓는 바람에 새들의 안식처를 파괴한 인간이지만, 그의 마음속에 남아 있는 자연친화적 순수함을 통해 할머니와 소통할 수 있었다. 더욱이 음식점 주인의 아이도 신체적 장애를 겪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깊이 교감하고 위로하게 된다. 이에 새들이 다시 찾아오기 시작하면서 자연과 인간이 서로 화합하는 결말을 보여 준다. 「작아졌다가 커졌다가」는 소심할 뿐만 아니라 학업에 시달리며 자존감을 잃은 아이가 등장하는데, 자신의 심리 상태에 따라 몸이 작아졌다 커졌다 하는 환각을 통해 자신감과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아무리 강한 사람일지라도 누구나 마음속 결핍은 있기 마련이고 이를 스스로 딛고 일어서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어쩌다 코끼리를 만났을 때」 역시 과중한 학업에 시달리는 요즘 아이들 이야기다. 아이들이 놀 시간이 없어진 탓에 외로운 처지가 된 놀이터 코끼리 미끄럼틀이 진짜 코끼리로 변신해 아이와 함께 외로움을 해소하게 된다. 아이 역시 코끼리가 만들어준 환상 놀이를 통해 학업의 스트레스를 풀고 삶의 의지를 재충전하게 된다. 「나무야, 너는 알고 있니?」는 고아 소녀가 자신의 외로움을, 역시 버려진 나무를 통해 스스로 위무하는 이야기다. 이 책에 실린 이러한 이야기들은 아이들에게 삶에 대한 위로는 물론 자신과 다른 처지의 아이들에 대해서도 이해와 공감이 한층 깊어질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