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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87년 부커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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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 소개 2

페닐로피 라이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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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elope Lively

1933년 이집트에서 태어났다. 1945년 영국에 정착했고, 옥스퍼드 대학 세인트 앤 칼리지에서 역사학으로 학위를 받았다. 성인을 위한 소설은 물론 아이들을 위한 동화책들도 다수 집필했으며 무수한 문학상들을 수상해 20세기 후반 영국 문단에 중요한 족적을 남긴 작가다. 데뷔작 『리치필드로 가는 길』과 『마가 가라사대』로 부커 상 후보에 이미 두 차례나 오른 바 있으며, 『시간 속의 실땀 하나』는 윗브레드 문학상을, 아동문학인 『토머스 켐프의 유령』은 카네기 메달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문타이거』는 페닐로피 라이블리의 문학인생을 결산하는 최고의 걸작으로 평단의 호평을 받았고, 마
1933년 이집트에서 태어났다. 1945년 영국에 정착했고, 옥스퍼드 대학 세인트 앤 칼리지에서 역사학으로 학위를 받았다. 성인을 위한 소설은 물론 아이들을 위한 동화책들도 다수 집필했으며 무수한 문학상들을 수상해 20세기 후반 영국 문단에 중요한 족적을 남긴 작가다. 데뷔작 『리치필드로 가는 길』과 『마가 가라사대』로 부커 상 후보에 이미 두 차례나 오른 바 있으며, 『시간 속의 실땀 하나』는 윗브레드 문학상을, 아동문학인 『토머스 켐프의 유령』은 카네기 메달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문타이거』는 페닐로피 라이블리의 문학인생을 결산하는 최고의 걸작으로 평단의 호평을 받았고, 마침내 독자들이 뽑은 그해의 맨 부커 상을 수상하며 윗브레드 상 최종후보에 지명되는 쾌거를 올린 작품이다.

지금도 꾸준히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집필활동을 하고 있는 라이블리의 최근작은 『꾸며 내기Making It Up』라는 흥미로운 실험이다. 작가 자신이 인생에서 하지 않았던 선택들을 가상으로 상상해 보는 과정을 통해, 실제로 일어났던 과거의 진실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는 픽션과 현실이 섞인 소설/회상록이다. 2차 대전 중 케이프타운으로 향한 선박 한 척, 1970년대의 고고학적 탐사 여행, 50년대 초반의 카이로 등등의 사건들이 실제와 가능성의 허구 속에서 재구성된다. 라이블리는 상상력과 이성, 픽션과 현실이 얽히면서 만들어내는 서사의 그물을 통해서만, 과거라든가 역사라는 진실을 나포할 수 있다고 믿는 듯하다. 한 사람의 추억, 혹은 기억이 지니는 허구성과 진실, 그 다면성은 작가로서 페닐로피 라이블리의 일생을 엮는 하나의 주제다.

라이블리의 이러한 관심사가 새로운 소설 양식의 실험으로서 만개하여 이룩해낸 라이블리 문학세계의 결정판이 바로 『문타이거』리고 할 수 있다. 이 소설은 역사가로서 과거의 사실적 기술에 대한 관심, 그리고 소설가로서 역사의 허구성에 대한 관심이라는 페닐로피 라이블리의 양대 관심사가 수많은 기억의 편린들과 파편적이고 사적인 경험들로 촘촘히 직조된 “서사”를 통해 화해하고 교차하며 “사실”이 아닌 “진실”을 담론으로 재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하는 실험의 결실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저자는 전 세계의 세계질서가 재편되는 20세기 초중반의 역사가 지니는 의미를, 역사의 휘몰아치는 현장에 자리했던 한 여인의 미시적 시선, 즉 개인적 삶의 체험과 주관적 사유를 통해 감히 포착하겠다고 나선다.
서울대학교에서 윌리엄 셰익스피어와 존 밀턴을 공부해 문학박사가 되었고, 영어권 문학을 연구, 강의, 번역한다. 메리 셸리, 수전 손택, 토니 모리슨, 비비언 고닉, 실비아 플라스, 매기 넬슨, 힐러리 맨틀, 시리 허스트베트,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존 디디온, 마거릿 애트우드, 루시 모드 몽고메리, 스콧 피츠제럴드, 카렐 차페크, 킹슬리 에이미스, 더글러스 애덤스 등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번역했다. 2010년 유영번역상을 수상했다. 2025년, 제인 오스틴 탄생 250주년을 기념하며 『오만과 편견』 『이성과 감성』을 새로 옮기고, 젊은 시절 제인 오스틴의 세계를 구석구석 포착한
서울대학교에서 윌리엄 셰익스피어와 존 밀턴을 공부해 문학박사가 되었고, 영어권 문학을 연구, 강의, 번역한다. 메리 셸리, 수전 손택, 토니 모리슨, 비비언 고닉, 실비아 플라스, 매기 넬슨, 힐러리 맨틀, 시리 허스트베트,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존 디디온, 마거릿 애트우드, 루시 모드 몽고메리, 스콧 피츠제럴드, 카렐 차페크, 킹슬리 에이미스, 더글러스 애덤스 등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번역했다. 2010년 유영번역상을 수상했다. 2025년, 제인 오스틴 탄생 250주년을 기념하며 『오만과 편견』 『이성과 감성』을 새로 옮기고, 젊은 시절 제인 오스틴의 세계를 구석구석 포착한 에세이 『디어 제인 오스틴: 젊은 소설가의 초상』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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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1년 04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400쪽 | 414g | 128*188*30mm
ISBN13
9788981339432

책 속으로

우리가 입을 열면 우리가 족보도 모르는 단어들이 쏟아져 나오지. 우리는 걸어 다니는 사전들인 셈이야. 한가로이 수다를떨 때 내뱉는 한 문장에서도 우리는 라틴어, 앵글로색슨어, 옛 스칸디나비아어를 보존하고 있거든. 우리는 머릿속에 박물관을 하나씩 가지고 다니면서 날마다 우리가 들어보지도 못한 종족들을 기념하고 있어. 심지어 우리는 엄청난 분량의 정보를 말하지 - 우리 언어는 우리가 읽어보지도 못한 모든 것들의 언어거든. 셰익스피어와 흠정 영역 성서가 슈퍼마켓에서, 버스에서, 라디오와 텔레비전의 수다에서 표면으로 떠오르곤 하거든. 난 이런 일들이 기적 같아. 늘 볼 때마다 경탄하게 돼. 낱말들이 세상 무엇보다 더 오래 간다는 게, 낱말들이 바람과 함께 불면서, 동면했다가 다시 깨어나고, 전혀 뜻밖의 숙주에 기생체로 붙어 은닉하고, 살아남고 살아남고 또 살아남는다는 게. --- p.80

죽음을 다루는 이동식 무기 몇 톤을 수줍게 위장한 말들인 “마틸다”며 “허니”들에 대한 간명한 수다, 그리고 폭격을 당했을 때 폭발하지 않는 (대신 탑승한 군인들은 산 채로 구워진다) 그런 걸 두고 “푹 익었다”고 표현하는 식의 귀여운 완곡어법. 아, 피크닉이라는 말도 있었다. 사람들은 죽는 게 아니라 ‘결국 해냈고’, 총에 맞는 게 아니라 ‘총알을 막았다’. 그런 게 얼마나 괴상한 말들이었는지, 그때는 전혀 몰랐다. 당시에는 그게 정상적이고, 심지어 용인할 수 있다고 여겨졌다. 낱말들은 내 직무였는데, 그때는 그 낱말들의 함의들을 정밀 분석할 만한 때가 아니었다. 아니 최소한 그런 종류의 분석은 할 수 없었다. 연합군 총사령부에서 나오는 코뮈니케들…… 공보 장교한테서 나오는 브리핑들…… 지금까지 갖고 있는 임페리얼 타자기로 정신없이 두들겨 작성한 나의 기사들. --- p.127

오래 전, 우리가 열세 살 열네 살이고 만사에 라이벌이던 시절, 우리는 어머니가 어느 여름 과외교사로 고용했던 젊은 청년의 관심을 끌기 위해 경쟁하고 있었어. 아마, 대학생이었을 거야. 열아홉이나 스물쯤 되었을까. 교실 밖에서 우리는 선생을 무시했지. 그러다가 뭔가 흥미로운 일이 일어났어. 어느 날 내가 교실에 들어갔더니 고든이 말콤과 단 둘이 베르길리우스를 공부하고 있었는데, 그때 나는 두 가지 사실을 눈치챘지. 고든이 공부를 즐기고 있다는 것과, 두 사람이 서로를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이었어. 허리를 굽혀 연습문제집을 바라보고 있는 말콤의 손이 고든의 어깨에 놓여 있었어. 나는 그 손을 보고 - 야윈 갈색 손이었지 - 짙은 눈썹과 갈색 눈으로 고든과 고든이 하는 말을 열중해서 듣고 있는 말콤의 얼굴을 바라보았어. 그러자 온몸이 뜨거운 질투로 가득 찼어. 그 손길이 내 어깨에 얹혀 있기를 바랐어. 나는 그 어른을, 남자를 원했고, 그러자 갑자기 무한하게 매혹적인 눈길이 나를 겨냥하더군.
나는 장미꽃밭 한가운데로 어머니를 찾으러 가서, 나도 라틴어를 배우고 싶다고 선언했어.
아마, 그로부터 몇 년 후, 내가 대학 입학시험을 그렇게 거뜬히 합격할 수 있었던 건, 처음으로 일깨워진 성적 욕망 때문이었다고 말해도 과언은 아닐 거야. --- p.50

이십대 후반이 될 때까지 난 고든만큼 내 흥미를 끄는 남자를 만나본 적이 없어. 그래서 우리 사이가 그랬던 것 같아. 만나는 남자마다 고든과 비교했고, 언제나 그들은 고든에게 못 미쳤어. 덜 지적이고, 덜 재치 있고, 덜 매력적이었지. 나는 고든을 볼 때마다 느껴지는 스릴에 맞춰 나 스스로를 시험했는데, 그런 건 세상에 없었어. 온 세상에 내 상대가 될 만한 남자가 친오빠밖에 없다는 건 심오하게 불행한 일처럼 느껴졌지.
근친상간은 나르시시즘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법이야. 고든과 내가 가장 자의식적이 되었을 때 - 늦은 사춘기의 섹슈얼리티와 이기주의로 불타고 있을 때 -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고 자기 자신이 전이된 모습을 보았지. 난 고든의 남성성에서 에로틱하게 깜박거리는 나 자신을 보았고, 고든이 나를 보는 눈빛에서 그 역시 뭔가 손짓하는 투영을 보았다는 걸 알 수 있었어. 우리는 거울처럼 서로 마주 보면서, 끝도 없이 물러서는 영상들을 던지고 받았어. 우리는 암호를 써서 서로 대화했어. 다른 사람들은, 한동안, 그러니까 경멸로 가득한 두 해 가량, 모두 프롤레타리아 계급이 되었어. 우리는 단 두 사람만의 귀족 계급이었지. --- p.252

“쓰레기 같은 소리!”
클라우디아가 말한다. 이만하면 충분히 격렬하게 들린다. 꼭 진심인 것처럼 들리다시피 하니까. 눈길이 고든의 시선과 마주쳤을 때, 그녀는 고든이 속지 않았다는 걸 눈치 챈다. 하지만 그는 말을 계속하고 그녀도 계속 얘기하면서 말허리를 뚝뚝 끊어먹는데, 사실은 지금 하고 있는 이야기 아래로 그들은 서로에게 전혀 다른 말을 전하고 있다.
사랑해, 라고 그녀는 생각한다. 늘 사랑했어. 그 누구를 사랑했던 것보다도 더, 딱 한 사람만 빼고. 그 단어는 너무 심하게 잡아 늘였어, 그 말 하나한테 그렇게 많은 다른 것들을 표현하라고 할 수는 없는 거잖아 “자식에 대한 사랑, 친구들에 대한 사랑, 신에 대한 사랑, 육체적 사랑과 물욕과 성자 같은 사랑. 나는 오빠한테 말할 필요 없지, 오빠가 나한테 굳이 말할 필요가 없는 것처럼. 심지어 그런 생각도 별로 해보지 않았어. 오빠는 내 분신이었고, 나 역시 오빠의 분신이었지. 그런데 이제 곧 나 밖에 남지 않을 거야,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지 난 몰라.
보니까 실비아가 또 흐느끼고 있다. 우는 소리가 꽤나 시끄럽다. 당신 당장 뚝 그치지 않으면, 하고 클라우디아가 생각한다. 내가 그냥 택시 밖으로 밀어버릴지도 몰라. --- p.340

그래서 결국, 우리는 이 모든 걸 따로 떨어져서, 수십 년의 세월을 떨어져서, 반추하게 되는군요. 우리는 더 이상 같은 이야기 속에 있지 않아요. 그래서 내가 당신이 쓴 글을 읽을 때면 당신이 모르는 모든 걸 생각한답니다. 당신은 다른 장소 다른 시간에 뒤처져 있고, 나는 이제 다른 사람이 되었어요. 당신이 생각했던 C, 당신이 기억했던 C.가 아니라, 상상도 할 수 없는 어떤 클로디아가 되어서, 당신이 보면 움찔할 지도 몰라요. 당신이 알아보지도 못할 세상에 살고 있는, 낯선 사람. 난 이런 생각을 하면 견디기 힘들어요.

--- p.377

출판사 리뷰

영연방 최고의 소설에 수여하는 부커 상 수상작

생의 마지막 날, 조용히 타오르는 첫사랑의 기억
생의 핵심을 향해 타오르는 나의 이야기, 혹은 당신의 이야기


“오 하나님 (…) 이 이야기가 해피엔딩으로 끝나게 해주세요. 제발 해피엔딩이 되게 해주세요.”
- 본문 속 클라우디아의 회상 중에서

지금은 잘 쓰지 않는 물건이지만, 혹시 동그란 모기향에 불을 붙여 본 적이 있는지? 주머니를 뒤지고, 성냥(혹은 라이터)을 찾아내어, 칙, 하고 불을 붙이면 가장자리부터 조금씩 검어지는 그 모습을 혹시 유심히 들여다본 적이 있는지? 일단 타들어가기 시작한 모기향은 처음에는 무척이나 심한 연기를 낸다. 그러다 끝에 작은 불꽃을 단 채 조금씩 타들어가고는 돌연 팟, 하는 느낌과 함께 곧 작고 붉은 자국만을 남기며 조용히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모기향의 중심, 언젠가 하얗게만 남아버릴 그곳을 향해.

암으로 임종을 앞둔 70세의 클라우디아 햄프턴이 런던 병원의 침대 위에 홀로 누워 있다. 대중의 인기를 한 몸에 모은 대중 역사가였지만 학계와는 언제나 불화를 유지했던 그녀의 의식은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듯 흐릿하기만 하다. 그리고 그녀의 주위로 하나 둘 모여드는 사람들……. 멀어져가는 기억, 끊어져가는 의식 속에서 그녀는 홀로 세계의 역사를 쓰는 것을 상상한다. 그리고 그와 함께 그녀 자신의 기억이 조용히 빛을 발한다. 모기향처럼, 마치 모기향처럼. 차마 잊을 수 없는 하나의 사건을 향해 조금씩, 조금씩 타들어간다.

만화경처럼 반짝이는,
나와 그녀의 세계사


“내 삶을 세계사와 병치하겠다고 하면 전형적으로 주제 넘는 짓이라고 손가락질을 할 사람들이 하고 많겠지. 맘대로들 하라지. (…) 난 늘 만화경 같은 시각이 훨씬 흥미로운 이단이 될 거라고 생각해왔는데. 유리관을 흔들고 뭐가 나오나 들여다보는 거지. 연대기는 짜증난다. 내 머릿속에 연대기는 없어. 나는 수면 위에 부서지는 햇살의 파편들처럼 빙글빙글 돌고 뒤섞이고 갈라지는 무수한 클라우디아들로 이루어진 존재거든.”- 본문 속 클라우디아의 독백 중에서

전직 프리랜서 종군 기자를 거쳐 지금은 일반인 대상의 대중 역사서로 큰 성공을 거둔 인기 작가 클라우디아 햄프턴에게 있어, 세계의 역사는 곧 개인의 역사이다. 그녀는 전쟁, 기근 같은 역사의 큰 사건보다는 그런 사건을 겪는 개인과 대중의 이야기를 더욱 부각하며 기존 사학자들과는 항상 대립하는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런 그녀가 생의 마지막에 와서 새로이 자신만의 “세계의 역사”를 쓰겠다고 나선다. 각자의 시선이 다르듯, 각자에게는 각자의 세계사가 있는 법이라며 자신의 개인사이자 세계사, 즉 자기 자신이 만나고 헤어지고 부대꼈던 사람들과의 기억 틈에서만 간간히 섞여 빛을 발하는 세계의 역사를 쓰겠다고 말이다. 그리고 그 역사는 책 제목의 의미인 모기향처럼 그녀가 태어나 살아간 시간대 속을 천천히 맴돌며 자신의 삶의 핵이자 기억의 중심, 그러니까 2차 대전 당시 종군 기자로서 만났던 군인인 톰과의 짧았던 만남과 사랑의 추억 속으로 조금씩, 조금씩 흘러들어간다. 간간히 꺼져 가는 그녀의 의식만큼이나 위태로우면서도 또 아련하게.
역사라는 진실과 개인의 기억이라는 현실에 대해, 우리가 쓰는 언어와 그 언어로 인해 우리가 오도하기 쉬운 감정에 대해, 혹은 우리와 우리, 나와 너가 재현해내는 기억이 지니는 다채로운 충돌에 관해 ‘첫사랑’이라는 보편적인 소재를 중심으로 간결하면서도 아름다운 문체로 그려냈다.

시대를 반영하는 인물들,
역사적이면서도 지극히 개인적인 사건들


“어느 시점이 되면 나는 이 이야기에서 의미를 찾아내고 싶어질 것이다. (…) 어쩌면 어느 날, 그녀는 내가 의미를 찾도록 도와줄지 모른다. 그녀는 어쨌든 역사책을 쓰고 싶어 하니까.” ― 본문 속 톰의 비망록 중에서

이 글의 주인공으로, 지적 허영심과 미모와 당돌함, 그리고 시대를 앞서가는 여성으로서 미혼모로 아기를 키운 화려한 편력의 소유자 클라우디아 햄프턴의 주위에는 당대의 역사를 각자 나름대로 껴안은 독특한 캐릭터들이 포진하고 있다. 재스퍼라는 섹시하고, 부정기적이고, 믿을 수 없는 연인은 클라우디아가 키우는 딸의 아버지이자 유럽 구 귀족의 상속자이다. 반면 특출한 부모의 전력을 버리고 그저 평범한 전업주부가 되어 살고 있는 클라우디아의 딸 리사의 의식은 어머니의 삶에 대한 심오한 반항심으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클라우디아의 평생 라이벌이자 영혼의 피붙이이자 지적 동반자로서 아슬아슬한 근친상간의 경계에 서는 천재 경제학자인 친오빠 고든. 이들과 지적으로 정서적으로 결코 교류할 수 없었던, 평범하고 고독하고 불행한 여인인 고든의 아내 실비아. 그리고 부다페스트 혁명으캷 인해 갑자기 클라우디아의 삶 속에 뛰어 들어온 화가 라즐로. 소설?서는 이들의 사연들이, 마치 만화경 통 속에 넣고 무작위로 뽑은 것처럼, 무작위로 뽑혀 나오는 퍼즐 조각처럼 하나씩 하나씩 펼쳐지고 밝혀진다.

이 소설을 매력적으로 만들어내는 건, 이 무수한 목소리들이 카드 패처럼 펼쳐지는 독특한 서술의 질감이다. 과거의 같은 장면이 서로 다른 사람들의 관점과 의식으로 몇 차례고 재구성된다. 클라우디아가 “역사”의 이름으로 끌어내는 수많은 화자들과 사연들은, 어디까지가 클라우디아의 상상이고 어디까지가 현실인지 파악하기 힘들 정도다. 이를테면 이야기 속 리사의 목소리는 실제 리사의 말일까, 아니면 딸에게 충분한 사랑을 쏟아주지 못한 클라우디아의 죄책감이 허구적으로 구성하는 리사의 내면일까. 하지만 결국 이런 의문은 답을 구하지 못해도 좋다. 이 소설은, 운명이라는 다른 이름을 지닌 역사 속에서 본의 아니게 사람과, 사람과, 또 사람이 얽히고야 마는 그 관계, 그 관계 속에서 불가피하게 쌓이는 정, 애착, 아니 그 깊고 깊은 쓸쓸함에 집중하고 마니까. 그래서 이 이야기 속에 연대기는 없을지 몰라도, 정서적 인과관계는 분명 존재한다. 세계의 역사도 사람의 역사도 허무하지 않을지언정 쓸쓸하다.

역사와 추억을 관통하는 이름, 사랑

“당신은 사십년의 역사, 사십년의 내 인생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잖아요. 마치 다른 세기의 사람처럼, 순진무구해 보이는군요. 하지만 당신은 또한, 이제, 내 일부분이에요.” - 본문 속, 클라우디아가 톰을 회고하며

하지만 놀랍게도, 이 이야기는 결국 사랑의 이야기다. 클라우디아의 무수한 기억과 상상력의 편린들 중에서도, 정체성의 핵심을 구성하는 기억/경험은 있다. 바로 사랑이다. 2차 대전의 전화가 몰아치는 이집트의 모래사막에서 만난 병사 톰 고든과의, 폭풍처럼 몰아쳤던 짧고 비극적인 사랑. 그에 관한 기억이 클라우디아의 사적/공적 역사를 모두 포괄하고 규정하는 것이다.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문타이거(Moon Tiger)”, 즉 달호랑이는 동그랗게 나사모양으로 말린 모기향을 일컫는 말이다. 모기향을, 달호랑이라고 부르다니. 시적인 이름의 모기향을 불태우며 사랑을 나누던 이집트의 밤, 그 기억들은 그 어떤 기억보다 더 선연하고 실체적이다. 그리고 이 실체적인 기억이 클로디아의 정체성의 핵을 구성한다.? 소설의 제목이자, 이야기 혹은 역사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는 모기향 속에서, 사랑을 하며 모기향을 태우던 기억이 다시 그 클라우디아 개인의 역사라는 모기향의 중심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을 향해 주인공 클라우디아의 사적인 경험이, 혹은 세계 역사의 거대한 수레바퀴가, 만나고 또 타들어간다.

이 소설은 시간에 대한 이야기이며, 역사에 대한 이야기이며, 또한 픽션에 대한 이야기이고,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며, 또 전쟁에 대한 이야기이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진실을 걸러낼 수 있는 언어의 그물, 그 언어의 그물이 지닌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이다.?사막에서의 불꽃같은 사랑, 사적인 삶과 대서사의 교차, 밝혀지지 않은 이야기들이 파편적으로 차츰차츰 조각을 맞춰간다는 점에서 이 소설은 마이클 온다체의 ??영국인 환자The English Patient??에 비견될 만한 소설이다.

서평

거부할 수 없을 만큼 감동적이며 아름다운 소설.
― 『보스턴 글로브』

최근 몇 년간 읽은 소설 중 최고의 소설……. ??문타이거??는 만화경이다. 클라우디아와 톰이 만들어내는 짧은 만남의 장면은, 동시대 모든 소설을 통틀어 최고다.
― 『런던 선데이 텔리그래프』

우리를 끌어당기고, 사로잡고 또 슬프게 한다. 예기치 못한 해학도 있다. 읽고 난 후에도 여운을 남긴다.
― 『뉴욕타임스 북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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