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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ta Kinoshita ,きのした はんた,木下 半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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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피우던 여성에게 실연당한 아버지를 위로하기 위해 이바라키에 있는 일본에서 가장 긴 미끄럼대를 타러 가자’고 가족여행을 떠나는 가족이 있다. 운전을 하는 건 어머니 치사토, 조수석에는 술과 여자에 맥을 못 추는 아버지 겐타. 스물한 살의 나이에 세 번이나 결혼한 경력이 있는 유비코. 입시 공부에 여념이 없어야 할 고등학생이지만 공부는 뒷전이고 영어 가정교사인 한나와 침대에서 이상한 걸 공부하느라 여념이 없는 아유무. 그리고 가정교사인 한나. 이 다섯 명이 이 말도 안 되는 취지의 가족여행의 동승자이다.
우선 어머니 치사토는 이 말도 안 되는 여행에 왜 생글거리는 표정으로 동행했을까. 겐타와 이혼을 했어도 백 번은 했어야 할 그녀가. 이유는 하나 시아버지가 엄청난 땅부자이기 때문이다. 남편에 대한 애정은 당연히 이미 사라진 지 오래. 하지만 맨몸으로 이 집안을 나갈 수는 없다. 쌩쌩한 시아버지가 죽어 유산을 분배받기까지는 계속 참는 거다. 그녀는 살고 있는 동네에서 ‘마더 테레사’라는 평판을 얻을 정도로 선행을 쌓고 있다. 그 이유는 나중에 유산 분배 때 그녀에 대한 평판이 그녀의 몫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애정 없는 가정에서 방황을 일삼던 문제 소녀 유비코는 아버지 겐키를 죽이고 싶도록 미워한다. 남자와의 헤어짐이 있을 때마다 무신경한 겐키의 말이 그녀의 속을 뒤집어 놓았기 때문이다. 아이를 유산했을 때 아버지는 ‘그런 쓰레기 같은 자식의 아이 못 낳게 되어 다행이다’라는 식으로 말을 해 그녀를 화나게 했고 대놓고 바람을 피우는 아버지의 행실도 밉살스럽기 짝이 없다. 그녀는 이번 여행에서 야쿠자 출신의 전 남편을 사주해 아버지를 혼내주라고 지시해 놓은 상태다. 유비코에게 이 여행은 아버지에게 복수하는 여행이다. 그리고 이 까끌까끌한 가족여행에 불청객처럼 끼어 몸 둘 바를 몰라 하는 한나. 겐키가 술집에서 알게 되어 혼혈이라는 이유로 아유무의 영어 가정교사로 데리고 온 글래머 여인. 한나는 겐키를 좋아했다. 허무적이고 쓸쓸한 그의 분위기에 취해 사랑에 빠져 그의 집에 가정교사로까지 오게 되었다. 그런데 한참 혈기왕성한 아유무가 그녀와 정신없이 사랑에 빠져 그 아이의 욕구를 처리하고 제어하느라 바쁘다. 그리고 치사토와 유비코의 눈빛도 신경이 쓰인다. 그리고 만사가 귀찮다는 듯 심드렁하게 앉아 있는 아버지 겐키. 얼핏 보면 있는 집 자식의 무책임한 가장으로 술과 여자를 탐닉하는 것 같지만 사실 그는 사는 게 귀찮다. 고속도로를 달리던 이 폭주 가족을 실은 차는 고속도로에서 거대한 탱크로리와 부딪치는 사고를 만난다. 그리고 이 사고로 딸은 납치되고 온가족은 합심하여 납치된 딸을 구하러 도쿄로 출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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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계 최고의 폭주가족이 펼치는 태양보다도 뜨거운 가족애
바람피우다가 여자한테 차인 아버지가 있다. 가장이 실연의 상처에 빠져 있는데 가족들이 편할 수는 없는 일. 그런 아버지를 위해 가족들은 뭘 해줘야 할까? 가족들은 상의해서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어디로? ‘이바라키 현에 있는 일본에서 제일 긴 미끄럼대를 타고 내려오며 실연의 상처를 달래고 싶다’고 말하는 아버지. 그럼 출발! 가장의 희망사항을 가족 중 그 누가 반대하랴. 온가족이 한마음이 되어 고속도로를 달리는 즐거운 가족여행이 시작되었다. 운전은 어머니가 하고 조수석에는 아버지. 그리고 뒷좌리에는 아들과 딸, 그리고 왠지 납득하기 힘든 이 여행의 취지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끼어 앉아 있는 아들의 왕가슴 영어 과외 선생님. 휴게소에 들러 점심도 먹고 지인들에게 선물할 기념품도 사고 화목한 가족여행의 분위기를 살리고 살리고~ 누구도 납득하기 힘든 취지의 가족여행이라는 황당한 설정으로 소설은 시작되지만 이 가족들 왠지 수상하다. 가족들의 속마음은 전부 딴 데 가 있는 듯하다. 가족여행이라는 화목한 가정의 분위기 연출에 참여는 하지만 이 여행에서 얻고자 하는 것은 단순히 재미있게 미끄럼대에 오르는 것에 있지 않은 것 같다. 숨쉬기도 불편한 차 안의 이상한 분위기 속에서 서로의 눈초리를 살피며 암중모색하고 각자의 고민에 빠져 심드렁한 표정으로 차창 밖의 풍경에만 눈을 준다. 그런데 이 가족을 뒤따르던 거대한 트럭이 있다. 이 트럭 너무 달라붙더니 결국 고속도로 위에서 대형사고가 일어난다. 이 여행은 어떻게 되는 걸까. 아버지의 실연의 상처는 어떻게 달래나. 그리고 아직 피어보지도 못한 막내아들은 이런 황당무계한 여행 중에 인생 종치는 걸까. 이 가족은 미끄럼대를 즐겁게 내려오며 서로에 대한 불신과 반목을 날려버릴 수 있을 것인가. 「「폭주가족 미끄럼대에 오르다」」는 「악몽」 시리즈로 유명한 일본 소설계의 이단아 기노시타 한타가 새롭게 선보이는 한 폭주가족의 좌충우돌 이야기이다. 스피디한 이야기 전개와 감각적이고 쉬운 대사, 그리고 황당무계한 스토리 뒤에 숨은 반전까지! 역자의 말처럼 「「폭주가족 미끄럼대에 오르다」」는 ‘첫 부분만 읽고 덮어버릴 수 있는 책이 아니다. 페이소스가 있는 코믹 영화를 한 편 본 느낌인데 소설의 속도가 영화만큼이나 빠르다.’ 이야기 자체의 재미에 오롯이 빠질 수 있을 만큼 이 소설의 이야기는 ‘엉뚱하고도 힘이 세다.’ 가볍고 톡톡 튀는 재기가 소설 전편에 살아 있는 이 소설은 상당히 감각적이다. 그러면서도 이 소설의 스토리텔링 기법에는 일본 소설의 전통이 잘 녹아 있다. 구로사와 아키라가 영화로 만들어 베네치아 영화제 그랑프리를 타면서 일본 영화를 세계에 알린 영화 「라쇼몽」은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아쿠타가와의 단편 「덤불 속」이 원작이다. 하나의 살인 사건을 진술하는 여러 사람의 증언이 일치하지 않는 상황을 가감 없이 보여주면서 인간사에서 객관적인 진실이란 것이 존재하는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이 소설은 던지고 있는데 「「폭주가족 미끄럼대에 오르다」」 또한 각각의 등장인물들이 전반 도입부의 소설 속 똑같은 상황을 각자의 시선에 따라 서술하고 있다. 한 사람의 입장에서 이야기되는 거짓과 얼버무림이 다른 사람의 이야기 속에서는 하품도 안 나오는 새빨간 거짓말로 간파되는 희한한 재미와 긴장이 화자의 시선이 바뀔 때마다 유발되는데 이러한 스토리텔링 기법은 아쿠타가와의 기법을 현대에 맞게 창조적으로 계승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과거의 소설이 이뤘던 성과를 도입하면서 「「폭주가족 미끄럼대에 오르다」」는 새로운 세대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독특한 스토리텔링을 성공적으로 보여준다. 황당무계한 취지의 가족여행은 롤러코스터처럼 어지러운 반전을 거듭하지만 결국 이 이야기는 가족 간의 관계 회복에 관한 이야기이다. 사고 이후 후반부에 펼쳐지는 이야기 전개에서 특히 두드러지지만 얼핏 보기에는 엽기적이기까지 한 이 가족 구성원들이 각자의 마음속에 품고 있는 생각들이 밝혀지면서 이 소설은 가족을 지키기 위한 눈물겨운 분투기로 이어진다. 이 가족이 겪고 있는 위기에는 지금 현재 우리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세계 경제 위기의 한 여파가 반전으로 암시된다. 가벼움을 추구하지만 그 가벼움 속에서도 현재의 상황에 대한 풍자와 해학을 보여줌으로써 이 소설은 단순한 읽을거리 이상으로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풍성한 식탁을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디저트처럼 짧게 덧붙여진 에필로그는 숨가쁘게 이 소설의 스토리를 따라온 독자에게 흐뭇하고 산뜻한 여운을 전해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