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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kihiko Renjo,れんじょう みきひこ,連城 三紀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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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버지 게이조의 고향은 니가타 현의 나가오카 시였는데, 출정하는 날 밤에 나가오카 역까지 배웅을 나온 전처가 남편이 너무도 끈덕지게 딸아이를 부디부디 잘 부탁한다고 말하자 아주 지긋지긋하다는 표정으로, “그렇게 걱정할 거 없어. 얘는 당신 아이가 아니니까”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시아버지가 기차에 타기 직전에 새들새들 웃는 얼굴로?.
“그 시절에 전쟁텅 나간다는 건 곧 죽으러 간다는 뜻이었잖니. 하칠 출정 열차를 타고 떠나는 날에 그런 말을 하다니, 너무 잔인한 짓이었지 뭐야. 저 사람에게는 그 일이 평생 상처로 남은 것 같아.---p.30 아내가 문제의 시각에 대학생과 한 침대에 있었다는 게 확실해진 이상, 나오코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게 그 두 사람이라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 된 겁니다. 두 사람이 침대에서 서로의 몸을 탐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리바이랍시고 당당히 주장한 것은 내게는 그 두 사람이 나오코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죄를 큰소리로 인정한 것과 마찬가지였습니다. 예전에도 아내는 똑같은 죄를 범해서 한 남자를 죽음으로 몰아넣을 뻔한 적이 있습니다. 앞에서 2시 41분이라는 시각에 대해 말했지만, 그건 6년 전 어느 날, 한 남자가……, 다름 아닌 내가 미타카 역 플랫폼을 통과하는 열차에……, 신혼 초의 아내가 다른 남자와 함께 타고 있던 열차에 몸을 던지려고 했던 시각입니다. ---p.55 내 손보다 히라타의 몸이 먼저 움직였다. 나를 침대에 쓰러뜨리고, 그 순간 지독히 차가운 눈으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그 눈밑은 명백하게 이런 말을 하고 있었다. -죽인 건 너야. 내가 다 알아……. 지난 한 달 동안, 나를 가장 괴롭힌 것은 그 눈빛이었다. 다케히코의 눈도 언니의 눈도 아니고, 히라타의 그 눈이었다. 왜냐하면 나오코를 죽인 건 바로 나였기 때문이다. 그날, 호텔 방에 들어가기 전부터 나는 뭔가 큰일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 때문에 지독히 불안했지만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왜냐하면 그 사건을 일으킨 건 바로 나였으니까. 그렇다 그날 나는 분명 내 딸을 죽이려고 했다. ---p.1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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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평범한 샐러리맨 가족의 아침 풍경에서부터 시작된다. 치매를 앓고 있는 시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가정주부 사토코.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그녀에게 한 가지 고민이 있다. 바로 여동생 유키코가 문화센터에 다닌다며 조카를 봐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사치스러운 것을 좋아하고 마음 내키는 대로 살아가는 여동생에게 휘둘려온 사토코는 내심 그녀를 귀찮아한다. 무엇보다 유키코의 남편에게서 그녀가 문화센터에서 만난 대학생과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더욱 더 조카를 맡는 게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사토코는 마음속에 감춰둔 ‘어둠’을 입 밖에 내거나 여동생의 부탁을 거절하는 대신 조용히 조카를 맡아주기로 한다. 마침 그날은 딸을 데리고 치과에 가야 하는 날이었는지라 사토코는 어린 조카 나오코와 치매인 시아버지만을 남겨놓고 치과에 간다. 하지만 치과에서 돌아와 보니 나오코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 사토코는 백방으로 아이를 찾아보지만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그때 정신이 온전치 않은 시아버지가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린다. “아이는 죽어서 능소화나무 아래에 묻혀 있다”고……. 그리고 그날 나오코는 이모 집 안마당에서 능소화나무 밑에 파묻힌 시체로 발견된다.
나오코의 죽음에 관련해 사토코를 비롯한 일곱 명의 등장인물이 번갈아 자신의 속마음을 고백하고, 결국 일가족의 뒤편에 숨겨져 있던 음울한 진실들이 하나둘 밝혀진다. 과연 어린 소녀를 죽인 사람은 누구인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독자를 후려치는 섬뜩한 반전, 렌조 미키히코만의 최고의 미스터리가 펼쳐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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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전쟁터로 떠나는 남편에게
아내는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부정을 고백한다. “이 아이는 당신 딸이 아니야.” 모든 죄와의 악연은 거기서부터 시작되었다. 인간의 심리를 꿰뚫는 독백, 완벽한 트릭과 상상을 초월하는 반전의 대가 렌조 미키히코 추리소설의 백미! 대담한 설정과 서정성 넘치는 문체로 나오키 상, 시바타 렌자부로 상,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상 등 굵직한 문학상을 휩쓴 렌조 미키히코. 그의 장편소설 『백광』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폴라북스에서 출간되었다. 무고한 어린 소녀의 죽음을 불러온 등장인물들의 내면에 감춰진 어두운 일면을 독백으로 풀어낸 이 작품은 섬세한 심리 묘사와 상상을 초월하는 대담한 설정, 그리고 서정성 넘치는 문체까지 렌조 미키히코 문학세계의 진수를 보여준다. 『백광』은 흡입력 강한 치밀한 서술트릭을 구사하면서도 문학적 품위와 격조를 잃지 않고 차원 높게 보여주는 미스터리 소설이다. 이제 오락성과 문학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렌조 미스터리’의 세계가 펼쳐진다. ■ 이 책은 … 거듭되는 반전으로 독자의 허를 찌르는 ‘렌조 미스터리’의 걸작 치매 증세의 시아버지를 모시는 성실한 가정주부 사토코의 집 안마당에서 네 살 난 조카딸의 사체가 발견된다. 그리고 그녀를 비롯한 일곱 명의 등장인물이 번갈아 자신의 속마음을 고백하면서 숨겨져 있던 내밀한 진실들이 하나둘 밝혀진다. 등장인물들이 각자 마음속 깊은 곳을 자기만의 진실을 주장하는 방식으로 드러내는 만큼, 그것을 바탕으로 범인이 누구인지 추리하게 하는 이들의 고백은 그저 작가의 트릭을 보여주는 환기장치일 뿐이다. 그리고 이런 반전의 의외성은 고백이라는 충격적인 토로 행위를 통해 또 다른 사람의 고백으로 이어지며, 반전의 충격은 심화된다. 바로 진실게임이라는 고백의 형식을 빌린 ‘서술敍述 트릭’을 한 치의 빈틈도 없이 짜내려간 ‘렌조 미스터리’의 세계다. 이런 추리소설을 읽고 싶었다! 렌조 미키히코는 고백이나 독백을 교묘하게 활용하여 독자를 속이고 플롯 전체에 엄청난 함정을 숨겨두는 것으로 유명하다. 작중 화자가 고의로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닌데도, 마지막 순간에 지금껏 옳다고 믿었던 사실을 가차 없이 뒤집어버리는 작가의 기교는 『회귀천 정사』 등의 초기작품에서부터 이미 정평이 나 있다. 『백광』은 이렇듯 여러 명의 등장인물의 독백 구조를 통해 여러 개의 복선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다. 뜻밖의 진상을 파헤치는 기법, 불륜 의혹을 주축으로 진행되는 치정 문제, 인간의 어두운 일면을 부각시킨 심리 묘사 등, ‘렌조 미스터리’의 중요한 요소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그래서 『백광』은 렌조 미키히코의 작품을 처음 만나는 독자에서부터 그의 오래된 팬까지 고루 만족할 수 있는 작품이다. 작가는 각 등장인물의 고백을 정확히 배치하여 마지막까지 범인을 감춰두면서, “범인은 대체 누구인가?”라는 의문으로 끊임없이 독자들을 유도한다. 때문에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난 뒤에 이 작가가 얼마나 독자를 조종하고 쉴 새 없이 자극하는 주재자였는지 실감하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