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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리고 맺히는 …… 9
요대문양腰帶紋樣 …… 20 꽃맞이굿 …… 32 화마火魔를 입다 …… 57 오령 회합五令 會合 …… 68 바람이 지난 잎과 풀 속의 우는 짐승 …… 94 떠나야 할 때 …… 109 지옥에 갇힌 …… 126 왕세자 …… 141 스스로 울리는 방울, 자명령自鳴鈴 …… 156 봄이 왔네 …… 176 파란波瀾 …… 192 소소원昭疏院 사람들 …… 227 폭설 …… 248 바람이 분다 …… 258 아침 꽃 같은 …… 279 오래 전의 함정 …… 301 정월 만월 …… 337 여기서 가장 먼 곳 …… 3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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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가마골의 소소원으로 일부 거처를 옮긴 반야는 중궁전의 부름을 받아 입궐한다. 궁궐에서는 세자가 부왕과의 기세 다툼으로 심화를 겪고 있다. 그대로 두면 죽을 수밖에 없는 경각지경의 세자와 맞닥뜨린 반야는 세자의 화마를 다스리다 급격히 쇠약해진다. 반야를 만나고자 미타원을 여러 차례 찾던 김근휘는 미타원을 지키던 동마로의 처 새임을 소실로 삼아 떠난다. 가마골의 소소원에서 궁을 드나들며 지내던 반야는 미타원에 계신 어머니에게 좋지 않은 일이 닥쳤음을 감지한다. 한양에서 벼슬을 하다 심리사로 되돌아온 김학주가 미타원을 도적 떼의 소굴로 몰아 유을해와 식구 몇을 잡아 가두고 미타원에 불을 질러 버린 것이다. 이를 수습하러 간 동마로는 도고 관아에 침입하여 김학주를 죽이지만, 관군들에 의해 유을해와 동마로, 꽃님이 등 반야의 가족들은 목숨을 잃고 만다. 뒤늦게 당도한 반야는 사신계원들이 시신을 거두어 마련한 무덤 앞에서 명복을 비는 경문을 외다 그 자리에서 쓰러지고, 육안마저 잃는다. 육안을 잃은 반야는 거처를 세검정의 소소원으로 옮긴 후 강수와 심경, 한본 등의 아우들을 자식으로 키우며 여러 해 동안 점사를 보게 된다. 소소원은 칠성부의 본원이기도 하다. 그때 열댓 살은 됐을 법한 처자가 소소원 입구에 버려져 있었다. 타고 난 천치가 아니었다. 그저 텅 비어 있었다. 반야는 그 처자를 보리아기라 부르며 살펴보라 이른다. 보리아기가 정신을 차린 후 자신의 집을 찾아가는데 허원정 이록의 딸이었다. 세검정 소경 무녀가 이름이 높다는 소문을 듣게 된 김근휘는 소소원을 찾아 반야를 만난다. 반야는 과거의 사람을 멀리하라 이르고 온화한 듯 차가운 태도로 김근휘를 돌려보낸다. 한편 도적 패거리의 일원이 된 임인은 도성을 칠 계획으로 무리를 이끌고 나왔다가 반야를 찾아가지만, 반야는 임인도 역시 차갑게 대하면서 도망갈 경로를 일러준다. 김근휘는 임인 일당을 잡으려 했지만 어디선가 나타난 정체 모를 사람들에 의해 김근휘와 수하들 모두가 사라지게 된다. 부적을 만들어 세자 내외에게 2세가 태어날 방책을 썼던 반야는 입궁하여 세자빈의 회임을 확인하고 중전과 세자 내외에게 하직 인사를 올린다. 궁에서 나오는 길에 반야는 주위에서 자신을 겨누는 살기를 느낀다. 반야를 죽이려던 무리가 호위들에게 죽임을 당하고 반야는 한양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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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야가 꿈꾸는 세상은 더불어 함께 아름다이 사는 세상!
대하소설 『반야』는 조선중기 영·정조 시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역사 소설의 면모보다는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인간살이의 궁극적인 면을 보여 주는 소설이다. 신분의 차이가 엄혹했던 시절, 가장 천한 계층이었던 무녀 ‘반야’를 주인공으로 한 이 소설은 특정 시대의 이야기였음을 짐작하게 하는 사건들이 등장하지만 이것 또한 철저하게 작가적 상상력으로 재창조된 또 다른 세계이다. 소설 속 반야는 사람들의 멸시와 천대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던 천한 무녀이지만, 타고난 재주로 자신의 신분적 한계를 뛰어넘는다. 그리고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보듬고, 엄격한 현실 사회 속에서 모든 사람의 목숨 값이 같은 새로운 이상 세계를 이루어 나가고자 치열하게 싸워 나가는 모습을 보여 준다. 대하소설 『반야』 속에는 주인공 ‘반야’ 외에 또 다른 주인공들이 존재한다. ‘세상의 모든 사람은 평등하며 자신의 의지에 따라 자유롭게 세상을 살아가고, 자신의 삶에 대한 권리를 지닌다(凡人은 有同等自由而以己志로 享生底權利)’라는 평등사상을 강령으로 이상 세계를 이루어 나가고자 하는 ‘사신계’와 자신이 세상의 주인이 되고자 하는 ‘만단사萬旦嗣’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사람들과, 현실 세상의 권력자들 등이다. 그 세 축의 세력 사이에 치명적인 전쟁이 시작된다. 오랜 세월 동떨어져 있던 사신계와 만단사 사이에 신출한 무녀 반야가 등장하면서부터다. 조선 후기 영·정조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부친인 영조와 끊임없이 갈등하며 광인처럼 살아가는 사도세자와 어린 시절부터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불화를 지켜보며 극도의 불안감에 하루하루를 보내는 세손 이산을 중심으로 한 축이 형성된다. 반야는 조선 21대 왕 영조가 즉위하던 해에 무녀 유을해에게서 태어났다. 영조의 큰아들 효장 세자의 병증이 심해 무녀들이 푸닥거리를 하러 입궐하기로 된 아침, 다섯 살 반야는 무녀인 어머니와 할머니 앞에서 세자가 죽으리라고 예시한다. “제석님도 못 보고 쫓겨날 건데 대궐 가면 뭐하우?” 유을해는 어린 딸의 난데없는 입방정에 낯빛이 핼쑥해질 정도로 놀랐다. 아이가 하품을 하고 나서 다시 종알댔다. “제석님이 대궐 말고 딴 데 가신댔어. 세자님은 칠성님이 데려가신대.” 반야의 능력은 우연한 것이 아니었다. 반야는 사신계 중심에 있는 ‘칠성부’ 무녀들이 빚어낸 특별한 존재였다. 일곱 살 때부터 점사를 보다 스무 살이 된 반야는 사신계로 들어가 그 세상의 한 중심인 ‘칠요’가 되어 왕실과 인연을 맺게 된다. 사신계四神界는 현실 세상에 살면서도 현실 밖에 존재하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조직이며 먼 옛날부터 존재해 온 세상 속의 다른 세계다. 하늘 아래 모든 목숨의 값이 같은 세계요, 그와 같은 세상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모여 움직이는 세상이다. 사신계는 사람들의 고통이 모여 짠 그물이고 꿈으로 잣은 비단이다. 장구한 세월 따라 숱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존재 양상이 변해 온 사신계는 신화시대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을 만큼 긴 연원을 지녔다. 사신계가 그처럼 오랜 세월 지속될 수 있었던 까닭은 사람살이의 핍진함에 있었다. 역사에 기록되지 못한 숱한 사람들의 곤고함이 사신계의 자양분이다. 유사 이래 무당이 존재했고 존재해야 할 이유와 같다. 만단사萬旦嗣는 세상의 모든 아침을 잇는 사람들이다. 만단사의 연원은 사신계와 같다. 두 조직은 원래 하나였던 사령계四靈界로부터 비롯되었다. 사령계는 조선 건국 당시에 조직원의 팔 할을 잃고 와해 위기에 처했지만 살아남은 자들이 따로 뭉치면서 사신계와 만단사로 갈라졌다. 사신계는 현실의 이면 깊숙이 숨어들었고, 계원들을 보호하면서 세상을 변화시키려 노력해 왔다. 반면에 만단사는 근본이념과는 달리 개인의 사욕을 채우기 위해 세상의 중심이 되려는 방향으로 움직여 왔다. 권력의 중심으로 들어가 은밀하게 자신들의 세력을 키우며 궁극으로는 왕이 되려고 현실 정치에 수시로 관여하면서 현재의 사령 이록에 이르렀다. 엄격한 신분 사회에서 억압당하며, 핍진하고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가야만 했던 모든 사람들에게 꿈같이 먼 이야기이지만 이것을 현실 속에 실현해 나가고자 꿈꾸는 조직이 사신계이다. 작가는 사신계와 끊임없이 반목하며 자신들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만단사와, 반야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모든 사건과, 사람과 사람 간의 인연과, 그들의 삶에 대한 한과 설움, 꿈과 희망, 웃음과 울음을 보여 준다. 결국 소설 자체가 꿈과 현실이 어우러진, 눈물과 웃음이 한 장단을 타고 쏟아지는 해원解寃과 비원悲願의 굿판인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