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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야봉에 뜬 달 …… 9
그대 원하는 그곳 …… 24 백지에 점찍기 …… 34 늙은 쥐 …… 51 조선의 아들인 너 …… 72 젊은 임금 …… 83 지지 않음과 이길 필요 …… 95 저마다의 등불 …… 105 이르게 핀 꽃 …… 144 대련유희對鍊遊戱 …… 155 세석평전의 안개비 …… 178 버드나무집 자식들 …… 197 감영 습격 …… 214 평양성에 바람 불어 …… 224 나침반 …… 237 보리아기 …… 272 마음이 비롯되는 곳 …… 304 꽃 한 송이의 긴 쓰임새 …… 341 산 자들 안에 귀신이 있어 …… 3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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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단사령 이록의 외동딸인 이온은 지리산 반야봉에서 만난 노인을 따라 화개 반반골 무녀인 중석을 만나게 된다. 이온은 중석에게 자신의 스승이 되어달라고 하지만 반야인 중석은 거절한다. 함양땅 함화루에서 시작된 만단사 을해년 대회에서 이온은 칠성부령이자 만단사 부사령에 오른다. 이록은 폐조 광해군의 오대손이다. 이록의 집안은 이록의 조부 이호 시절부터 약방거리에다 약방을 열고 팔도에 있는 보원약방을 통해 큰돈을 벌었다. 그 힘으로 만단사를 장악하고 사령이 된 이록은 조선의 임금 자리를 되찾기 위한 오랜 야망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평양의주 상단의 자식으로 입적되어 있던 강수와 심경은 김강하와 김경으로 불리며 자랐다. 한본은 유을해의 정인이었던 이한신의 막내아들 이극영으로 크고 있다. 을해년 무과에 장원급제한 강하는 세자익위사에 배속되고, 동마로에게 죽은 도고현령 김학주의 아들 김제교는 방안으로 급제하여 군기시에 입직한다. 뭇기를 지니고 태어난 산청 조엄의 고명딸 조이현은 올해 아홉 살이다. 반야는 처음 이현의 신기를 느꼈을 때 다음 대 칠요 재목이 나타난 게 아닌가, 몹시 설레었지만 아니었다. 사신계 현무부 열외 무진인 이무영은 반야의 정인이다. 이무영은 어영대장 이한신의 아들이며 그의 장인은 삼대 전 임금의 딸인 명윤공주의 아들이며 현직 좌의정이다. 김경은 평양유상에서 장사를 익혀가는 중 유릉원의 용담꽃밭에 찾아든 선신과 선해를 구해주며 운명적인 만남을 이어간다. 만단사령 이록의 보위인 정효맹이 은밀하게 키우던 비휴인 선해는 만단사를 버리고 사신계에 입계한다. 이온은 오래전 보리아기 시절 홍지문 밖 가마골 삼덕 무녀의 집에 살 때 강수를 기억하고 가마골을 찾아간다. 그곳에서 강수였던 김강하가 무과시 장원 급제한 중인 출신의 김강하임을 알고 연모의 정을 키운다. 그러나 강하가 온에게 내민 손은 잠시 일으켜 주려는 손일 뿐, 두 사람 모두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임을 안다. 정효맹은 선신과 선해가 사라진 사실을 사령에게 고하고, 비휴 둘을 잃어버린 문책으로 사령은 비휴를 선일에게 맡게 했다. 동시에 선일을 이온의 호위로 임명했다. 한편 문정헌 조엄이 사라진 딸아이의 행방을 찾기 위해 유수화려의 반야를 찾아온다. 아이가 사라진 지 달포째, 조엄은 딸아이가 이곳에 와 있을 것만 같아 찾아왔다. 함화루 이록이 이현의 뭇기를 탐낸다는 것은 조엄 스스로 이미 짐작했다. 무슨 수를 쓰든지 이현을 찾아오라는 칠요 반야가 호위들에게 단호한 명을 내리기는 처음이다. 반야의 명을 받은 칠요의 호위들이 상림으로 가 조엄의 딸 이현을 찾아내며 여덟이나 되는 이록의 수하를 죽이지만 이미 목숨이 경각에 달해 있던 이현은 돌아오는 길에 죽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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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야가 꿈꾸는 세상은 더불어 함께 아름다이 사는 세상!
대하소설 『반야』는 조선중기 영·정조 시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역사 소설의 면모보다는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인간살이의 궁극적인 면을 보여 주는 소설이다. 신분의 차이가 엄혹했던 시절, 가장 천한 계층이었던 무녀 ‘반야’를 주인공으로 한 이 소설은 특정 시대의 이야기였음을 짐작하게 하는 사건들이 등장하지만 이것 또한 철저하게 작가적 상상력으로 재창조된 또 다른 세계이다. 소설 속 반야는 사람들의 멸시와 천대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던 천한 무녀이지만, 타고난 재주로 자신의 신분적 한계를 뛰어넘는다. 그리고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보듬고, 엄격한 현실 사회 속에서 모든 사람의 목숨 값이 같은 새로운 이상 세계를 이루어 나가고자 치열하게 싸워 나가는 모습을 보여 준다. 대하소설 『반야』 속에는 주인공 ‘반야’ 외에 또 다른 주인공들이 존재한다. ‘세상의 모든 사람은 평등하며 자신의 의지에 따라 자유롭게 세상을 살아가고, 자신의 삶에 대한 권리를 지닌다(凡人은 有同等自由而以己志로 享生底權利)’라는 평등사상을 강령으로 이상 세계를 이루어 나가고자 하는 ‘사신계’와 자신이 세상의 주인이 되고자 하는 ‘만단사萬旦嗣’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사람들과, 현실 세상의 권력자들 등이다. 그 세 축의 세력 사이에 치명적인 전쟁이 시작된다. 오랜 세월 동떨어져 있던 사신계와 만단사 사이에 신출한 무녀 반야가 등장하면서부터다. 조선 후기 영·정조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부친인 영조와 끊임없이 갈등하며 광인처럼 살아가는 사도세자와 어린 시절부터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불화를 지켜보며 극도의 불안감에 하루하루를 보내는 세손 이산을 중심으로 한 축이 형성된다. 반야는 조선 21대 왕 영조가 즉위하던 해에 무녀 유을해에게서 태어났다. 영조의 큰아들 효장 세자의 병증이 심해 무녀들이 푸닥거리를 하러 입궐하기로 된 아침, 다섯 살 반야는 무녀인 어머니와 할머니 앞에서 세자가 죽으리라고 예시한다. “제석님도 못 보고 쫓겨날 건데 대궐 가면 뭐하우?” 유을해는 어린 딸의 난데없는 입방정에 낯빛이 핼쑥해질 정도로 놀랐다. 아이가 하품을 하고 나서 다시 종알댔다. “제석님이 대궐 말고 딴 데 가신댔어. 세자님은 칠성님이 데려가신대.” 반야의 능력은 우연한 것이 아니었다. 반야는 사신계 중심에 있는 ‘칠성부’ 무녀들이 빚어낸 특별한 존재였다. 일곱 살 때부터 점사를 보다 스무 살이 된 반야는 사신계로 들어가 그 세상의 한 중심인 ‘칠요’가 되어 왕실과 인연을 맺게 된다. 사신계四神界는 현실 세상에 살면서도 현실 밖에 존재하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조직이며 먼 옛날부터 존재해 온 세상 속의 다른 세계다. 하늘 아래 모든 목숨의 값이 같은 세계요, 그와 같은 세상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모여 움직이는 세상이다. 사신계는 사람들의 고통이 모여 짠 그물이고 꿈으로 잣은 비단이다. 장구한 세월 따라 숱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존재 양상이 변해 온 사신계는 신화시대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을 만큼 긴 연원을 지녔다. 사신계가 그처럼 오랜 세월 지속될 수 있었던 까닭은 사람살이의 핍진함에 있었다. 역사에 기록되지 못한 숱한 사람들의 곤고함이 사신계의 자양분이다. 유사 이래 무당이 존재했고 존재해야 할 이유와 같다. 만단사萬旦嗣는 세상의 모든 아침을 잇는 사람들이다. 만단사의 연원은 사신계와 같다. 두 조직은 원래 하나였던 사령계四靈界로부터 비롯되었다. 사령계는 조선 건국 당시에 조직원의 팔 할을 잃고 와해 위기에 처했지만 살아남은 자들이 따로 뭉치면서 사신계와 만단사로 갈라졌다. 사신계는 현실의 이면 깊숙이 숨어들었고, 계원들을 보호하면서 세상을 변화시키려 노력해 왔다. 반면에 만단사는 근본이념과는 달리 개인의 사욕을 채우기 위해 세상의 중심이 되려는 방향으로 움직여 왔다. 권력의 중심으로 들어가 은밀하게 자신들의 세력을 키우며 궁극으로는 왕이 되려고 현실 정치에 수시로 관여하면서 현재의 사령 이록에 이르렀다. 엄격한 신분 사회에서 억압당하며, 핍진하고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가야만 했던 모든 사람들에게 꿈같이 먼 이야기이지만 이것을 현실 속에 실현해 나가고자 꿈꾸는 조직이 사신계이다. 작가는 사신계와 끊임없이 반목하며 자신들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만단사와, 반야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모든 사건과, 사람과 사람 간의 인연과, 그들의 삶에 대한 한과 설움, 꿈과 희망, 웃음과 울음을 보여 준다. 결국 소설 자체가 꿈과 현실이 어우러진, 눈물과 웃음이 한 장단을 타고 쏟아지는 해원解寃과 비원悲願의 굿판인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