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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비앙, 1992년
1. 새로 뜨는 달 2. 초승달 3. 반달 4. 보름달 모르비앙, 2009년 옮긴이의 글_ 달이 꾸는 꿈 |
Julien Aran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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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운명은 이미 결정되어 있었다. 나는 비옥한 땅에 씨앗을 한 줌씩 뿌리고, 황금빛 이삭을 거두기 위해 허리를 숙이며 나를 낳은 사람의 인생행로를 그대로 따라갈 것이다. 그의 마음속에는 그 어떤 다른 길도 있을 수 없고, 그 어떤 다른 진로도 존재할 수 없다. --- p.21
나의 유년기는 암소 울음소리와 건초 냄새, 정원에 길게 뻗어나간 나무딸기 향기, 집에서 겨우 3, 4백 미터밖에 안 떨어진 브르타뉴 해안을 스쳐지나가는 짜디짠 물보라의 리듬에 맞추어 흘러갔다. 그것은 체험의 즐거움만이 나의 유일한 관심사였던 무사태평한 시절이요, 황금시대였다. --- p.23 끝없이 펼쳐진 쪽빛 하늘, 그리고 어둠이 내리면 그 하늘이 과감하게 드러내는 빛나는 점들의 휘장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렇지만 이 밤의 배경에서 나는 저 높은 곳 허공에 떠 있는 빛나는 조약돌 같은 것을 보고 저게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오랫동안 불안한 심정으로 그걸 유심히 살펴보았으나 그게 도대체 거기서 뭘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 p.25 난 나중에 뱃사람이 될 거야. 그들처럼. 입가에 바보 같은 미소를 띠고 먼 바다를 향해 날아올라 배의 갑판에서 산들거리는 바닷바람이 내 뺨을 어루만지도록 내버려둘 거야. --- p.31 인간들은 종종 아주 모순적이다. 그들은 두려움의 포로가 되어 두려움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그리고 그들 자신조차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일들을 하는 데 전력을 다한다. 하지만 나는 다른 방식으로 살아갈 것이다. --- p.82 나는 브르타뉴 지방에서 보낸 어린 시절과 밭일, 뱃사람이 되고 싶은 나의 꿈, 숲속 빈터에서의 독일군 장교와의 만남 그리고 그의 죽음, 그의 딸 사진을 발견한 일, 마틸드, 그녀와 함께 협만을 따라 걷는 산책에 관해 말해주었다. 그는 내가 어떤 부분에 대해서 더 자세히 설명할 수 있도록 이따금 질문을 던질 뿐 단 한 번도 내 말을 자르지 않고 귀를 기울였다. 이 지구상의 누군가가 내게 관심을 보이고 내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경험은 이때가 처음이어서,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정말 기뻤다. --- p.129 별은 과학자들이 설명하는 것과는 달리 태양이 폭발해서 생겨난 것이 아니다. 별은 저 높은 곳에서 만개하는 지나간 사랑의 화석이다. 별은 우리의 믿음이 부족하긴 하지만 어쨌든 이 아래 세상에서 중요한 것은 오직 한 가지, 영원히 반짝이며 인간을 구원하는 사랑뿐이라는 사실을 우리에게 상기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빛나고 있다. --- p.161 “베르튄, 인간은 잔인하고, 인생은 배가 고프면 자기 새끼들을 잡아먹는 개나 다름없네. 우리에게 선물 같은 건 하지 않고, 너그럽지도 않다네. 나처럼 되고 싶지 않거든 이 사실을 일찌감치 깨달아야 해. 베르튄, 나도 인생을 안 좋아하고 인생도 나를 안 좋아한다네.” “맞습니다, 선장님. 제가 인생과 화해할 수 있는 기회를 선장님께 드리겠습니다.” 그는 파이프를 입에서 빼내더니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눈썹을 찌푸렸다. “인생과 화해한다구?” “그렇습니다, 선장님. 젊은이가 선장님 안에서 다시 태어나게 하는 겁니다.” --- p.228 우리 모두는 누구나 언젠가는 어른이 되고 만다. 각자의 리듬에 맞추어. 나 역시 그녀 덕분에, 이 세상이 나의 형상을 본떠 그려진 것이 아니라 나의 형상이 이 세상의 그림에 맞춰져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던 바로 그날 성장했다. --- p.247 나는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카트린 샤페르가 당황해서 몸을 일으켰다. 그녀의 눈은 자기 아버지를 닮아 바닷물처럼 푸른색이었고 인정이 넘쳐 보였다. 그녀를 향해 다가가는 동안 나는 내 삶 전체가 때로는 어둡고 때로는 밝으며 내가 더 가까이서 바라보면 활짝 웃곤 하는 커다란 분화구투성이인 달의 순환주기와 흡사하다고 생각했다. --- p.37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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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 좇는 몽상가, 뱃사람 폴.
그의 일생에 걸쳐 펼쳐진 모험과 도전, 그리고 사랑에 관한 이야기 이제 내 운명을 만나러 떠날 시간이 된 것이다. 삶의 모험에 끝이란 없다. 새로 뜨고 다시 차오르길 반복하는 저 달의 주기처럼…. 늘 꿈꾸었던 사람이 되기 위해서, 자신이 처한 보잘것없는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폴 베르튄은 무슨 일이든지 다 할 각오가 되어 있다. 삶의 즐거움, 인간에 대한 신뢰를 거두지 않으면서 그는 수많은 장애에 맞서 자신의 운명을 헤쳐나간다. 오래 전부터 남몰래 좋아해 온 아름다운 마틸드에게 자신의 감정을 고백할 것인가? 그의 삶을 바꿔놓은 그 독일군 장교에게 했던 약속을 지킬 것인가? 폴은 어린 시절 품었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넓은 세상으로 나간다. 감성과 낙관주의로 가득 찬 이 작품은 화자의 삶에 리듬을 부여하는 달의 주기에 따라 프랑스에서 독일, 스페인을 거쳐 아르헨티나까지 우리를 1930년대에서 지금 현재의 시간 속으로 데려간다. 이 소설은 뱃사람을 꿈꾸는 몽상가 폴이 자신이 꿈꿔왔던 세계를 이뤄내고야 마는 기적을 그리고 있다. “길을 잃어야만 자신의 길을 찾을 수 있다네.” 삶은 이렇게 우연과 선택, 방향전환으로 이루어지는 법이다. “내가 사랑한다고… 카트린에게 전해줘.” 프랑스 브르타뉴의 어느 숲속 빈터에서 점령군이었던 독일군 장교를 만나는 그날, 폴 베르튄의 삶은 요동친다. 고향에 두고 온 딸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전해달라는 부탁을 남기고 죽음을 맞이한 독일군 장교, 그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어린 폴은 평생에 걸친 모험을 떠난다. 삶은 늘 예측불허의 방향으로 그를 이끌었지만, 끝내 단 한 번도 희망을 포기한 적 없었던 한 개인의 일생을 보여준다. 폴 베르튄의 전 생애에 걸쳐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월광」의 선율이 흐른다. 신비로운 고요한 달빛 아래 펼쳐지는 폴 베르튄의 삶! “나는 내 삶 전체가 때로는 어둡고 때로는 밝으며 내가 더 가까이서 바라보면 활짝 웃곤 하는 커다란 분화구투성이인 달의 순환주기와 흡사하다고 생각했다.” 제1부 「새로 뜨는 달」 : 막 떠올라 고요하고 잔잔하여 신비로운 달빛 속을 걷는 듯한 「월광」 1악장은 폴이 은밀한 사랑의 감정에 설레는 소년기를 그려내고 있다. 제2부 「초승달」 : 물줄기가 음악에 맞추어 춤추듯 발랄하고 생기 넘치는 「월광」 2악장은 폴의 군복무, 사랑하는 마틸다와의 결혼, 뱃사람이 될 때까지 그의 청년기를 그려내고 있다. 제3부 「반달」 : 폭풍이 몰아치듯 긴장으로 가득 찬 「월광」 3악장은 라스팔마스 도착-마리아와의 만남-보르도 입항-잔의 출생-난파, 그리고 마르탱의 죽음을 그려내고 있다. 제4부 「보름달」 : 폴 베르튄의 삶은 보름달처럼 꽉 차서 완결된다. 폴 베르튄의 삶은 그의 죽음으로 막을 내린 게 아니었다. 그의 삶은 손자의 글에 의해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달이 새로 떠올라 초승달이 되고, 반달이 되고, 다시 보름달이 되듯 그렇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