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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제1장 섹스 거대한 여인 | 선택의 불안 | 열락은 두렵다 |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상대가 바람을 피운다면 | 닿지 못한다면 제2장 이별 황량한 시간 속의 연인 | 죽음과 여인 | 해변의 이별과 우울 사랑의 행로 | 재와 같은 사랑 | 사라진 광채 제3장 노쇠 영원한 생명이냐 영원한 젊음이냐 | 인생의 단계 | 남성의 노년 시간은 남고 나는 흘러간다 | 최초의 노년, 영원한 노년 제4장 종말 죽음의 징조 | 어떻게든 실현되는 예언 | 모든 것이 결정되어 있다면 종말의 그림 | 돌고 도는 달력 제5장 기다림 잘못된 스타트 | 기다리는 사람들 | 편지를 쓰는 사람, 전하는 사람 결투 | 고백과 기다림 | 예감 없는 기다림 제6장 공간 거리의 우울과 신비 | 떠나는 자, 지나가는 자 | 기댈 곳은 이 방뿐 옆구리의 흰 연기 | 표정 없는 세상의 두려움 | 공간의 주인 | 어디에도 없는 곳 제7장 작가 걷는 자리, 앉는 자리 | 가치가 있을까 | 시작할 수 있을까 영감이냐 습관이냐 | 끝낼 수 있을까 | 파리의 카페에서 |
LEE, Yeon-Sik,李連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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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크의 그림에서 남성은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모습을 취한 적이 거의 없다. 이런 남성은 여성을 원망하고 매사에 징징대지만 그럼에도 매력적이다. 신뢰할 수 없는 존재일수록 더 자주 선택받는다. 사랑받을 자격 같은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선택을 받느냐, 받지 못하느냐에 따라 처지가 결정적으로 갈리는데, 선택을 받거나 받지 않는 이유를 당사자는 잘 모르고, 알더라도 대개는 어찌해볼 수 없다. 하지만 당사자는 어느 시점부터, 자신이 선택받는 자라는 이유로, 혹은 선택받지 못한다는 이유로 스스로에 대해 가치를 매기게 된다.
-22~23쪽 하지만 뒤러는 보편적인 고통에 가려진 개별적인 고통과, 이를 차분하게 감당해온 한 사람을 보여준다. 뒤러가 이 그림을 그린 지 겨우 수 주 뒤, 어머니는 세상을 떠났다. 그림의 여백에 뒤러가 써 놓은 내용이 그것이다. 이때 뒤러는 사십 대 중반이었다. 뒤러는 화가로서의 길에 막 접어들었을 때 어머니를 그린 적이 있다. 이 두 그림을 함께 놓고 보면 전율이 느껴진다. 단지 어머니가 많이 늙어 보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어머니와 함께 나이를 먹어가며, 어머니와 같은 길에 서 있는 화가의 모습이 비치기 때문이다. -107쪽 〈편지를 쓰는 여인과 하녀〉는 편지의 수신인과 메신저의 관계를 흥미롭게 보여준다. 잘 차려입은 여인이 탁자 앞에 앉아 편지를 쓰고 있고, 곁에서는 아마도 편지를 다 쓰기를 기다리는 듯, 하녀가 창문 쪽을 흘깃거리며 ‘해찰’을 하고 있다. 페르메이르는 자신의 다른 그림에서도 종종 그랬듯 여기서도 ‘그림 속 그림’을 통해 그림의 의미를 더욱 미묘하게 만들었다. 두 인물의 뒤에 걸린 그림은 구약성경의 《탈출기》를 그린 것으로, 나일강에 버려진 모세를 이집트 왕녀가 발견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모세가 구원을 받았으니 긍정적인 의미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지만, 대개는 부정적인 의미를 읽었다. 몰래 강에 버려진 아기는 ‘남에게 알려지면 안 되는 사랑’의 결과물인 것으로, 불륜을 암시한다. -182~184쪽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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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지 않은 오늘,
미술 속 불안을 탐하다 불안은 작품 속에서 언뜻 드러나며 불투명하기도 하고 예술가 본인을 둘러싼 사정을 통해, 다른 작품과의 관계를 통해 드러나기도 한다. 불안의 미술관을 통해 미술 속 불안에 휘둘리는 영혼의 모습을 보고 공감함으로써, 불안 그 자체에 대해 생각함으로써 불안의 무게를 조금이나마 덜 수 있을 것이다. 경험과 상상이 빚어낸 불안이라는 감정 미술은 불안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불안은 인간이 자연스럽게 느끼는 여러 감정 중 하나다. 언제고 닥칠지 모르는 위험을 대비하게 해주는 방어기제이며,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안전장치다. 하지만 우리는 스스로 제어할 수 없는 불안이라는 감정에 두려움을 느낀다. 두려움은 또 다른 불안을 낳고 새로운 불안, 새로운 공포를 불러온다. 떨쳐내려고 하면 할수록 더욱더 깊이 빠져드는 감정, 온갖 경험에 상상이 덧입혀진 불안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예술가들은 오랫동안 자신의 문제를, 자신이 속한 시대의 불안을 작품에 표현하면서 불완전한 인간의 존재를 필사적으로 감내해왔다. 작품에는 예술가가 보고 느끼고 생각한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설령 예술가가 의도적으로 그것을 가렸거나 슬쩍 내비치기만 했더라도, 인간이 표정과 몸짓으로 자신의 감정을 완전하게 감출 수 없듯이 작품에는 예술가가 삶에서 경험한 감정이 오롯하게 드러나 있다. 그렇다면 내 안에도 있는 그것을, 무엇하러 굳이 밖으로 찾아나서는 걸까? 우리는 미술작품에 무엇을 기대하는 걸까? 불안하다고 두려워하지 마라, 불안하고 불안하여라 그리하여 온전히 불안에서 자유로워져라 인간은 다변하는 사회에서 어쩌면 불안한 것이 당연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비극이기에 더욱 희극적인 삶은 어느 누구에게도 녹록지 않고, 어느 누구의 삶도 같지 않다. 태어나서 죽기까지의 과정은 같으면서 다르고, 다르면서 같다. 거기에서 나와 너 사이의 틈이 생기고, 우리는 그 틈을 메우려고 몸부림친다. 채워지지 않을 것이기에 부질없지만 죽을 것을 알고도 불꽃에 달려드는 불나방처럼 그것이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인지도 모른다. 이 책은 섹스, 이별, 노쇠, 공간 등의 주제 아래 인간이 느끼는 불안을 미술 속에서 들여다보고 작가 개인, 작가를 둘러싼 세상, 다른 작품과의 관계까지도 살펴본다. 저자는 글 속에 수많은 물음을 남겨두었다. 우리는 불안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일까? 불안에 더욱 빠져들고 싶은 것일까? 불안에 이르는 그림을 보며 각기 다른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