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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판에 부쳐
말의 부적 뿌리를 찾는다 타는 돌 하늘의 사자 일의 의미 미지의 덕 쓸 수 없는 날들 쓰디쓴 말 말을 엮다 읽지 않는 책 미지의 아버지 고통의 의미 천명을 알다 살아져서 살다 색을 받다 일기일회 황금의 ‘말’ 형체 없는 벗 믿음과 앎 메로스의 회심 눈을 뜨다 자기 신뢰 피안의 말 말의 씨앗 후기 도서 목록 |
Eisuke Wakamatsu,わかまつ えいすけ,若松 英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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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글을 짓는 모습을 보면, 뭔가를 만들어낸다기보다는 숨어 있는 것을 찾아낸다고 하는 게 어울릴 듯하다. 글을 쓴다는 것은 단순히 기능을 향상시키는 게 아니다. 오히려 무수한 말이 자기 안에 잠들어 있음을 확인하는 행위라고도 할 수 있다. ---「말의 부적」중에서
인생의 스승은 흔히 시련을 동반하고 우리 앞에 나타난다. 오히려 그런 인생의 물음을 동반하고 모습을 드러내는 사람만이 스승이라 부르기에 적합할지도 모른다. 온몸을 걸고 맞설 것을 요구하는 그런 인생의 물음은 점차 살아가는 의미로 변해간다. ---「하늘의 사자」중에서 어떤 시기까지 인생은 묻기만 하는 엄격한 교사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좀 다르다. 모른다고 솔직히 생각하기만 하면, 인생은 희미한 빛으로 길을 비춰주는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빛은 소리 없는 소리로 이렇게 말을 건다. 너무 빨리 걸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을 놓친다. 네가 실패라 부르는 사건 속에 인생의 호소가 들어 있음을 듣지 못한다. ---「미지의 덕」중에서 뛰어나다고 느껴지는 글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것을 좀더 미세하게 다시 느껴보면, 거기에는 ‘뛰어나다’고만 말하고 끝내버릴 수 없는 뭔가가 있음을 깨닫게 된다. 다른 데서 볼 수 없는 둘도 없는 것일지도 모르고, 그윽하고 우아한 것일지도 모른다. (…) 우리가 쓰는 것 역시 ‘뛰어난’ 글이어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미(美)는 무수한 얼굴을 갖고 있다. ---「쓸 수 없는 날들」중에서 화려한 문장이나 유려한 문장을 쓰지 않아도 된다. 그것은 남을 놀라게 하지만 우리의 일상에는 다가오지 않는다. 언뜻 눈부시지만 생활의 장場을 숨 막히게 하기도 한다. 우리가 무슨 일이 있어도 찾아내야 하는 것은, 자신의 마음이 뒷받침된 낡았지만 진정한 말이다. (…) 사람이 뭔가를 말하고 싶다고 간절히 바라는 것은, 전하고 싶은 것이 있어서가 아니라, 다 전할 수 없는 뭔가가 있기 때문 아닐까. 간단히 쓸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오히려, 쓸 수 없음을 직면하지 않고 쓰인 말이 어떻게 타자의 마음속 깊은 곳에 호소할 수 있겠는가. ---「쓸 수 없는 날들」중에서 쓰는 행위는 절실한 사건을 말로 나타내려는 것이지만, 동시에 자신에게 무엇이 절실한지를 생각해내는 행위이기도 하다. 우리가 갈고닦아야 하는 것은 쓰는 기술이 아니라 일상에서 자신의 마음을 응시하는, 정적(靜寂)의 한때를 준비하는 일 아닐까. ---「말을 엮다」중에서 모순되는 것처럼 들릴지도 모르지만, 뭔가를 쓰고 싶다면 우선 말이 되지 않는 것을 마음에 깃들게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씨앗을 조용히 키워 마음속에서 싹트게 해야 한다. 쓴다는 것은, 말할 수 없는 것의 씨앗을 혼자 키워가는 일이라고도 할 수 있다. ---「말을 엮다」중에서 확실히 책은 읽는 사람을 위해서만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책은 그것을 읽어보고 싶어 하는 사람의 것이다. 통독해야 한다는 규칙도 없다. 책 자체를 사랑스럽게 느낄 수 있다면, 그리고 거기에서 하나의 말을 찾아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책을 손에 든 의미는 충분하다. ---「읽지 않는 책」중에서 우리의 인생에는 아무리 눈을 크게 떠도 보이지 않는 게 있다. 눈물은 보이지만 슬픔은 보이지 않는다. 신음하는 모습은 보이지만 괴로움은 보이지 않는다. 미소 띤 얼굴은 보이지만 거기 있는 사심 없는 애정은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우리에게는 항상 무언가 보이지 않는지도 모른다. 아마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해야 현실에 더 가까울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찾는 것이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있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눈을 뜨다」중에서 읽기가 여행이라는 것을 안다면, 올바른 여행이란 존재하지 않듯이 ‘올바른’ 독서라는 것도 없음을 금세 깨달을 것이다. 같은 곳을 가도 같은 여행이 없는 것처럼, 같은 책을 읽어도 같은 독서 경험을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손에 들어야 하는 건 세상에 널리 알려진 책이 아니다. ‘나’만 읽어낼 수 있는 세계에 단 한 권뿐인 책이다. ---「자기 신뢰」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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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하고 따뜻한 문장이 전하는 감동과 여운
언어에 대한 비평적 탐구라기보다 말이 인간의 삶과 일상에서 갖는 의미에 대한 차분한 사유가 담긴 이 책에서는 일본을 포함해 동서고금의 작가와 선철(先哲) 들의 말이 자주 소개된다. 미야자와 겐지, 다자이 오사무, 야나기 무네요시, 시몬 베유, 릴케, 에머슨, 플라톤, 키케로 등이 남긴 글과 사유의 흔적들이 저자 개인의 내밀한 고백과 함께 책의 풍미를 더한다. 특히 젊은 시절 만난 회사 상사와의 강렬한 일화를 담은 「하늘의 사자」, 책을 너무나 좋아했던 아버지를 회고하는 「읽지 않는 책」,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을 통해 인간 정신의 혁명성을 들여다본 「메로스의 회심」 같은 글이 주는 감동과 여운은 자못 인상 깊다. 사람은 언젠가 읽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읽을 수 없는 책에서도 영향을 받는다. 거기에 쓰인 내용이 아니라 그 존재로부터 영향을 받는 것이다. 우리는 읽을 수 없는 책과도 무언의 대화를 계속한다.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과 비슷하게, 그 존재를 멀리 느끼며 적절한 시기가 도래하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64쪽, 「읽지 않는 책」) 내면을 들여다보고 자기 마음에 귀 기울이는 글쓰기 한편 『말의 선물』은 한 권의 독특한 문장 작법서 혹은 글쓰기 책으로도 읽을 수 있다.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일 모두 ‘말’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저자는 이 책에서 글은 어떻게 써야 하는지, 좋은 글이란 어떤 글인지에 대해 여러 번 이야기한다. 실제로 그는 몇 년째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글쓰기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저자가 글쓰기를 배운 적이 없는 사람들의 글을 읽으며 얻은 깨달음과 비평가로서 얻은 글쓰기의 비밀을 이 책에서도 살짝 엿볼 수 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글쓰기의 비밀은 실용적인 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저자는 자신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는 글쓰기, 자기 마음에 귀 기울이려 노력하는 진지한 글쓰기에 대해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기법을 익혀 잘 쓰고 싶은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런 배움과 넓은 의미의 문학적 심화는 전혀 관계가 없다. 또한 말에 관해 말하자면, 기법을 익힌다고 해서 사람의 정신활동이 자유로워진다고 말할 수도 없다. ‘넓은 의미의’ 문학은 소설이나 시, 비평이라는 정해진 형식이 아니어도, 편지나 일기 또는 여백에 갈겨쓴 메모일지언정 거기에 새겨진 말이 살아 있으면 그걸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 기술은 미숙해도 문학은 생겨날 수 있다. 오히려 기법이 문학의 생명을 가두기도 한다. (57쪽, 「말을 엮다」) 자신의 말을 찾으려는 사람을 위한 선물 같은 책 관계에 지치고 일에 찌든 우리에게 『말의 선물』이 던지는 메시지는 일면 단순하다. 바로 자기 마음속 깊은 곳에 숨어 있어 잘 보이지 않는 자기만의 말을 찾으라는 것. 쉽게 찾을 수 없을 게 분명하기 때문에 노력하는 만큼 헤매게 될 테지만, 그것이야말로 우리의 삶에서 너무나 의미 있고 소중한 시간이라는 이야기다. 우리가 책을 읽거나 서투른 솜씨로나마 글을 써보는 이유 또한 모두 그러한 시간을 살아내는 과정이 아닐까. 『말의 선물』은 그런 과정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 주는 작은 선물 같은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