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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달라도 충분히 행복하게
대책 없이 시골로 간 패션에디터의 좌충우돌 정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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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들어가는 말
여기에 행복이 있냐고 묻지 마세요 4

PART 1 허물다
우리는 시골집을 샀다
우리의 집을 찾아서
시골집을 고치겠다고?
물건 다이어트의 시작
어떤 집에서 살고 싶나요?
뼈대만 남기다

PART 2 세우다
내 작은 부엌의 역사
자기만의 방
애서가를 위한 아지트
산책하는 집
보와 누마루가 있는 작은 집, 소보루
첫 겨울을 마중하는 길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페인트공 부부의 대활약
민트 숲의 탄생
마당 있는 집

PART 3 채우다
나의 즐거운 땅집 생활
나의 작은 냉장고 이야기
생긴 대로 산다
밥 먹고 삽니다
왕초보 운전 도전기
사색은 아무나 하나
습관과 잡초
천 원만 깎아주소
귀촌인을 조심하세요
깊은 산속 민박집 누가 와서 쉬나요

PART 4 가꾸다
어느 식물 살해 전과자의 고백 1
어느 식물 살해 전과자의 고백 2
나무가 내게 건네는 말
텃밭의 시작
가뭄 끝에 비가 내린다
봄여름 텃밭의 최후
친구들의 나무
소보루 식물도감

PART 5 보내다
시골의 계절
꽃놀이 유감
솎아내는 용기
웅이
이야기는 계속된다
여름날엔 숲으로
어느 가을날의 코미디
지리산에 오르다
생강청을 만드는 밤
돈에 관하여
한겨울의 마당

저자 소개 1

도시에서 나고 자랐다. 대학에서 의류학을 전공, 졸업 후 [엘르] [코스모폴리탄] 등 패션 매거진의 패션 에디터로 일했다. 시골살이를 시작하며 『조금은 달라도 충분히 행복하게』를 썼고, 밥을 스스로 지어 먹기 시작하며 이 책을 썼다. 요즘은 남몰래 초보운전 일기를 쓰고 있으니, 어쩌면 시작하는 마음에 관해 쓰기를 좋아하는 것인지도. 도시로 돌아와 [W Korea] 콘텐츠 디렉터로 일하고 있다. 띵 시리즈에는 ‘식탁 독립’으로 참여해 『부엌의 탄생』을 출간했다. ‘콩밥’을 싫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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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4월 04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484g | 165*210*20mm
ISBN13
9788925563466

책 속으로

우리는 늙어서도 할 수 있는 일, 즉 직장이 아닌 직업을 찾고 싶었다. 무엇보다 덜 일하고, 덜 벌고, 필요한 만큼만 소유하고, 적게 소비하는 삶을 원했다. 뭐랄까, 한 번쯤 인생의 판을 통째로 엎어보고 싶었달까. 남편과 내가 서로에게 던지던 사소한 질문들이 하나둘 모여 마침내 우리의 오랜 습관과 단조로운 생활 그리고 출퇴근이라는 견고한 성을 무너뜨렸다.
--- p.12~13

이처럼 나의 결심이란 참으로 연약하고, 변명은 다양하고, 단순하게 사는 길은 이토록 멀다. 그럼에도 이 집은 나를 바꿔갈 것이라 믿는다. 나를 바꾸는 건 나의 결심이 아니라 이 작은 집일 것이다. 윈스턴 처칠Winston Churchill은 말했다. “We shape our buildings and they shape us.” 곧 만들어질 우리의 집이 우리를 모양 지어 갈 것이다. 부디 우리의 삶이 단순하고 조용한 모양으로 빚어지기를. --- p.31

집 마당 곳곳을 둘러볼 때면 이 집의 전 주인과 전전 주인, 그 전 주인이 심은 것들과 내가 심은 것, 바람을 타고 날아와 우연히 자리 잡은 것 등 온갖 것들이 모여 하나의 세계를 이루었음을 깨닫는다. 내게 주어진 것은 이 집의 그 긴 역사 속에 있는 모든 것들이 자연스럽게 무르익어가도록 돕는 일, 그것이 아닐까 싶다. --- p.91

이 생활이 앞으로도 계속될지 아니면 긴 여행으로 끝날지는 알 수 없으나 나는 지금 여기에서 매일의 생을 경탄한다. 이 작은 땅집, 그리고 집의 안팎에서 살아가는 생명들에게서 인내를, 때를 기다리는 법을 배운다. 선택하여 일부만 취하는 법을, 형편껏 사는 법을, 체념하는 법을, 다시 일어서는 법을 배운다. --- p.102

떳떳한 돈을 조금 벌어 조금씩 쓰면서 사는 것. 대신 우리의 시간을 더 많이 갖는 것. ‘직장’이 아닌 ‘직업’을 갖게 되는 것. 도시든 시골이든 한국이든 외국이든, 세상 어디에 떨어뜨려 놓아도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 그것은 젊으니까 한 번쯤 해볼 수 있는 것. 일종의 실험이다. 자발적인 가난이다. --- p.118

살아 있는 고요한 것들, 즉 바다나 산, 매일 다른 모습으로 떴다가 매일 다른 색채를 품고 지는 해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자신도 모르게 고요해진다. 바다와 산과 하늘뿐이겠는가.
베란다에 놓인 작은 화분의 풀잎도 우리를 치유한다. 다만 그것을 바라볼 잠깐의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 p.128

패션 관련 일에 종사한다는 것의 의미를 잘 안다. 그것은 매순간 새로운 자극을 마주하는 흥분되는 일. 그런데 그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빨라 현기증이 나기도 하는 일이다. 매달 혹은 매 시즌 형언할 수 없는 성취감과 쾌감을 안겨주지만 허탈감도 만만치 않다. 이 일이 과연 이 지구에 옳은 일인가 하는 요상한 물음에 시달리기도 하고, 가끔은 허공에 대고 외치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다. 그 삶을, 속도를, 압박을 알기 때문에 더더욱 간절하게 바라게 된다. 당신은 그곳에서 힘을 내세요. 당신의 나무는 여기에서 이렇게 잘 지내고 있답니다, 하면서 말이다. --- p.184

시골에서는 모든 것이 소리 없이 오간다. 계절이, 비와 바람이, 꽃이, 열매가. 모든 생명이 소리도 없이 오고 또 간다. 그 모든 생명들 가운데 인간이 있다고 받아들이는 것, 자연이 하는 일은 과연 옳다고 여기는 것. 그 겸손과 체념을 배운다. --- p.209

지금의 이 생활이 행복한가 자문해본다면 글쎄, 염려가 멈추지 않고 허전한 구석은 물론 있지만 적어도 자신에게 떳떳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이것은 내가 이곳에서 배운 것 중 가장 중요한 것. 말이나 글로는 결코 배울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다. --- p.250

둥지를 떠나 새로운 삶을 꾸려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이 다리를 건너면 저 다리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나는 이곳에 와서 그것을 배웠다. 여기에서 이렇게 살아간다면 정말 행복하겠어요! 라며 부러워하는 방문자들을 향해 미소 지을 때마다 머릿속으론 그런 생각을 했다. 거기에서 행복하셔야 해요. 모두의 삶에는 각자 짊어져야 할 십자가가 있다는 것을, 그 모든 일들을 말없이 겪어야 한다는 것을 이곳에서 배웠다.

--- p.253

출판사 리뷰

대책 없는 하동행, 그리고 작은 삶으로의 전환

지금까지의 생활 패턴을 버리고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살아보겠다는 결정은 어쩌면 용기이자 어쩌면 실험이다. 이 책의 저자는 남들과는 다르게, 조금은 특별하게 살고 싶어 시골행을 택한 것이 아니라고 잘라 말한다. 치열한 도시 생활에 염증을 느꼈다거나 하던 일이 망해버려서, 혹은 대단히 큰 병에 걸려서도 아니었다. 그들은 “늙어서도 할 수 있는 일, 즉 직장이 아닌 직업을 찾고 싶었”다고 말한다. “도시든 시골이든 한국이든 외국이든, 세상 어디에 떨어뜨려 놓아도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었고, 그 일을 찾아 일종의 모험을 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덜 일하고, 덜 벌고, 필요한 만큼만 소유하고, 적게 소비하는 삶”으로의 전환은 말처럼 쉽지 않았다. 다 허물어져가는 70년 된 고택을 고치는 일에서부터 이방인에게 보이는 원주민들의 지나친 호기심과 관심은 그들을 힘들게 했고, 사고 싶은 것을 마음껏 사고 편리한 생활에 익숙해 있던 습관을 버리는 일은 어려웠다. 끝없이 집을 보수해야 하고 벌레가 출몰하는 땅집에서의 생활 또한 불편했다.

하지만 저자는 그 과정에서 예전과는 다른 기쁨을 찾아내고, 일상에 숨은 작은 행복을 발견하기 시작한다. 제철 식재료로 매 끼 밥을 지어 먹으면서, 식구들의 식탁을 책임졌던 엄마의 고단함과 현명함에 감동하고, 적은 생활비를 쪼개 쓰면서, 성실하고 정직했던 아버지의 돈벌이에 숙연해진다. 호미로 땅을 후비는 작은 노동을 통해 자연의 너그러움을 배우고, 꽃밭을 가꾸며 계절의 오고 감을 절실하게 체감한다. 계절뿐만 아니라 “비와 바람이, 꽃이, 열매가, 모든 생명이 소리도 없이 오고 또” 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그 모든 생명들 가운데 인간이 있다고 받아들이는 것, 자연이 하는 일은 과연 옳다고 여기는 것. 그 겸손과 체념을” 배운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행복하기

아무런 계획 없이 무작정 떠나온 시골에서의 삶은 분명 색다르고 흥미로운 경험이라고 저자는 고백한다. 책 곳곳에는 생소한 경험을 통해 그들이 발견했던 소소한 일상과 그로 인한 기쁨이 반짝반짝 빛난다. 하지만 이 방식으로 한평생을 살겠다는 단호한 다짐 같은 건 없다. 저자가 시골 생활을 통해 배운 것 중의 하나는 ‘각자가 딛고 선 자리에서 행복할 것’, ‘다른 이의 삶을 행복이라고 단언하지 말 것’이다. 시골에 집을 짓고 이렇게 호젓하게 살아가니 얼마나 행복하겠느냐고 부러워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저자는 생각한다. “당신이 선 그곳에서 행복해야 한다고. 모두의 삶에는 각자 짊어져야 할 십자가가 있으며, 그 모든 일들을 말없이 겪어야 한다”고.

누구나 한 번쯤은 인생의 판을 엎어보고 싶어 한다. 새로 짠 인생의 판에 지금과는 전혀 다른 인생이 있을 것 같은 기대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새로 짠 인생의 판에도 불안하고 초조하고 지루한 일상이 변함없이 흐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저자는 귀농이나 귀촌을 예찬하거나 권유하지 않는다. 다만 자신의 삶을 긍정하고,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해 정직하게 사는 삶의 태도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것은 화려하지 않은 것, 거대하지 않은 것, 보잘것없는 것에 대한 존중의 태도이기도 하다.

저자는 말한다. “이 생활이 앞으로도 계속될지 아니면 긴 여행으로 끝날지는 알 수 없으나 나는 지금 여기에서 매일의 생을 경탄한다”고. “이 작은 땅집, 그리고 집의 안팎에서 살아가는 생명들에게서 인내를, 때를 기다리는 법을” 배웠고, “선택하여 일부만 취하는 법을, 형편껏 사는 법을, 체념하는 법을, 다시 일어서는 법을” 알게 되었다고.

결국 저자가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건네고 싶은 말은 그것이다. “그곳이 어디든 생을 긍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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