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제1부
제2부 제3부 작품 해설 작가 연보 |
Jane Austen
제인 오스틴의 다른 상품
이정아의 다른 상품
|
재산이 많은 독신 남자라면 신붓감을 구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통하는 진리다. 이런 남자가 동네에 처음 나타나면, 주변 집안들은 이와 같은 진리를 철석같이 믿고 있는 탓에 그의 감정이나 생각이 어떤지 알려진 바가 없는데도 그 남자는 동네 어느 집안 딸이 마땅히 취해야 할 재산으로 여겨진다.
--- p.8 “하지만 조심스러운 게 지나치다 보면 손해를 볼 때도 있어. 여자가 상대 남자한테까지 그렇게 감쪽같이 애정을 숨기면 그 사람을 사로잡을 기회마저 놓칠 수 있어. 그렇게 되면 세상 사람들이 그 상대와 똑같이 까맣게 모를 거라고 믿어본들 초라한 위안밖에 안 될 거야. 거의 모든 애정에는 고마운 마음이나 허영심이 크게 자리하고 있어서 어느 것이든 하나만 남게 하면 위험해. 시작은 누구나 거리낌 없이 할 수 있지. 약간의 호감이야 자연스럽게 생기는 거니까. 하지만 그런 좋아하는 감정을 북돋워주지 않아도 진짜 사랑에 빠질 만큼 강심장인 사람은 별로 없어. 열에 아홉은 여자가 실제의 감정 이상으로 애정을 표현하는 게 좋아. 빙리 씨가 제인을 좋아하는 건 틀림없어. 하지만 그런 호감이 애정으로 커질 수 있도록 제인이 그분을 도와주지 않는다면 빙리 씨는 제인을 좋아하기만 하다가 끝날 수도 있어.” --- p.34 “있는 힘을 다해봤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도저히 안 될 것 같습니다. 제 감정을 억누를 수가 없습니다. 제가 당신을 얼마나 열렬히 찬미하고 사랑하는지 고백할 수밖에 없습니다.” 엘리자베스는 너무 뜻밖이라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저 그를 빤히 쳐다보며 얼굴을 붉혔고, 믿기지 않아서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다아시는 이런 반응에 한껏 고무되어 그 순간은 물론 오래전부터 그녀에게 품어왔던 감정을 모두 털어놓았다. 고백의 말은 훌륭했지만 그에게는 가슴에 간직해왔던 감정 말고도 자세히 설명해야 할 감정이 또 있었다. 그는 애정 문제를 말할 때보다 자신의 자존심을 이야기할 때 더욱 설득력 있었다. 다아시는 그녀의 열등한 사회적 지위, 그로 인해 신분 하락과 불명예를 감수해야 한다는 것, 그녀의 가족이 보여주는 문제 때문에 지금까지 계속해서 이끌리는 감정을 이성으로 붙잡았다는 사실을 격렬한 어조로 전했다. 그런 흥분된 고백은 그가 스스로 자신의 지위에 흠집을 내고 있다는 사실 때문인 듯했지만, 어쨌건 청혼하는 입장에서 득이 될 리 없었다. --- p.258 엘리자베스는 점점 자신이 굉장히 부끄러워졌다. 다아시를 생각하든 위컴을 떠올리든 자신이 무지하고, 편파적이며, 편견에 사로잡혔고, 어리석었다는 자책밖에 들지 않았다. “어쩜 그렇게 덜떨어지게 굴었을까!” 그녀는 탄식했다. “분별력이 뛰어나다고 자부했던 내가! 능력자라고 잘난 척했던 내가! 마음이 넓고 솔직한 언니를 툭하면 무시하고, 남들을 쓸데없이 의심하면서 허영심을 채웠던 내가 이제야 진실을 알게 됐다니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그렇지만 열 번 백 번 부끄러워해야 하는 게 마땅하지! 사랑에 빠졌대도 이렇게까지 볼썽사납게 눈이 멀지 않았을 텐데. 하지만 나는 사랑이 아니라 허영심 때문에 바보짓을 한 거야. 처음 만났을 때 한 사람은 나를 좋아한다며 기뻐하고, 다른 한 사람은 나를 무시한다며 화가 났던 거야. 그래서 두 사람이 관련된 일을 접했을 때 편견과 무지에 빠져 이성을 몰아냈던 거야. 이 순간까지도 나는 나 자신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거야.” --- p.283 |
|
오만한 남자와 편견에 사로잡힌 여자가 보여주는
행복한 결혼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 『오만과 편견』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시골 소지주인 베넷 씨와 경박하고 수다스러운 베넷 부인 그리고 이들 부부의 다섯 딸로 이루어진 베넷 가를 배경으로 ‘결혼’이라는 당대 최고의 관심사를 경쾌하고 생동감 있게 풀어냈다. 또래 여느 아가씨들과 달리 주체적이고 영민한 둘째 딸 엘리자베스와 대지주 가문 출신의 다아시가 ‘오만’과 ‘편견’으로 대표되는 성격적 결함과 오해로 서로를 끊임없이 자극하고 비난하다가 어느새 사랑으로 발전해 자신들의 과오와 결점을 인식하고 변화되는 과정을 중심으로 다양한 이들의 결혼 이야기가 등장한다. 누구든 좋은 점만을 보는 착한 마음씨의 첫째 딸 제인과 겸손이 지나친 나머지 중요한 일을 결정할 때 자신의 판단보다 믿고 의지하는 친구의 의견을 전적으로 따르는 빙리의 결혼 이야기, 엘리자베스의 절친으로 신중하고 분별력이 뛰어난 샬럿 루커스가 전혀 어울리지 않고 마음에도 없는 남자 콜린스와 결혼하는 이야기, 본능에 충실하고 제멋대로인 베넷 가 막내딸 리디아가 빚에 쪼들려 함께 도망칠 사람이 필요했던 위컴과 사랑의 도피 행각을 벌여 집안을 발칵 뒤집어놓은 끝에 결혼하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재산이 많은 독신 남자라면 신붓감을 구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통하는 진리다”라는 첫 문장처럼 대놓고 결혼으로 시작해서 결혼으로 끝나는 단순한 이야기임에도 제인 오스틴 특유의 관찰력과 성격 묘사에 힘입어 등장인물들이 저마다 개성이 넘치고 감정이 풍부해 마치 눈앞에서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오만과 편견』은 말의 유희와 향연을 만끽할 수 있고, 행간에서 풍자와 위트를 끊임없이 발견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