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상 · 선생님과 나
중 · 부모님과 나 하 · 선생님과 유서 작품 해설 작가 연보 |
Natsume Soseki,なつめ そうせき,夏目 漱石,나츠메 긴노스케 夏目 金之助
나쓰메 소세키의 다른 상품
이은정의 다른 상품
|
나는 가끔 가벼운 실망감을 느꼈지만 그것 때문에 선생님으로부터 멀어지고 싶은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멀어질 것 같은 불안감에 흔들릴 때마다 더욱 가까이 다가가고 싶어졌다. 조금만 더 다가가면 내가 기대하는 것이 언젠가 눈앞에 만족스럽게 나타나리라 생각했다. 나는 젊었다. 하지만 젊은 피가 모든 인간에게 이처럼 순수하게 요동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왜 선생님에게만 이렇게 마음이 동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 이유를 선생님이 돌아가신 오늘에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선생님은 처음부터 나를 싫어하지 않았다. 선생님이 내게 가끔 보인 쌀쌀맞은 인사나 냉담한 행동은 나를 멀리하려는 불쾌감의 표현이 아니었다. 가엾은 선생님은 자신에게 다가오려 하는 인간에게, 나는 다가올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 아니니까 그만두라는 경고를 보냈던 것이다.
--- p.17 “나는 과거의 인과로 사람을 믿지 않는다네. 그러나 자네만은 의심하고 싶지 않아. 의심하기에는 너무 단순한 것 같으니까. 나는 죽기 전에 단 한 사람이라도 좋으니까 누군가를 믿고 싶네. 자네가 그 단 한 사람이 되어줄 수 있겠나? 그래주겠나? 자네는 진실한가?” “만약 제 생명이 진실한 것이라면 제가 지금 말씀드린 것도 진실입니다.” 내 목소리는 떨렸다. “알겠네.” 선생님이 말했다. “말해주지. 내 과거를 남김없이 자네에게 말해주겠네. 그 대신에……. 아니 상관없네. 그러나 내 과거가 자네에게 얼마나 유익할지는 모르겠네. 어쩌면 듣지 않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지. 그리고…… 지금은 얘기할 수 없으니까 이해해주게. 적당한 때가 되면 말해주겠네.” --- p.95 나는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 술렁이던 내 가슴이 얼어붙는 느낌이었다. 거꾸로 페이지를 넘겼다. 그리고 한 장에 한 문장씩 거꾸로 읽어갔다. 나는 눈 깜짝할 새에 내가 알아야 하는 것을 알고자 아물거리는 글자를 눈으로 꿰뚫으려고 했다. 내가 알고 싶은 것은 선생님의 안부밖에 없었다. 선생님의 과거, 예전에 선생님이 내게 말하겠다고 약속한 어두운 과거, 그런 것은 내게 전혀 쓸모없는 것이었다. 나는 거꾸로 페이지를 넘기면서 내가 알고 싶어하는 것을 좀처럼 주지 않는 긴 편지를 난폭하게 접었다. --- p.160 한창 더운 여름에 메이지 천황이 서거했네. 그때 나는 메이지 정신이 천황에게 시작되어 천황으로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네. 메이지의 영향을 가장 강하게 받은 우리가 천황의 서거 후에 살아남아 있는 것은 분명 시대 흐름을 거스르는 것이라는 느낌도 강하게 받았네. 나는 아내에게 분명히 그렇게 말했지. 아내는 웃으며 상대해주지 않았지만 갑자기 무슨 생각이 났는지 내게 순절이라도 하면 되잖아, 하고 놀리더군. --- p.308 |
|
인간의 본질에 대한 철저한 탐구를 통해
나의 본연을 발견하고 마주하게 하는 소설 ‘지난 천 년간 일본인이 가장 사랑한 작가’ 1위를 차지하며 지금도 독자들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나쓰메 소세키의 대표작으로, 작가는 발간사로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기 원하는 사람들에게, 인간의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이 작품을 권한다”라고 말하며 소설을 통해 격변하는 시대를 마주한 불안하고 나약한 인간을 구하려는 희망을 놓지 않았다. 『마음』은 총 3부로 「선생님과 나」 「부모님과 나」 「선생님과 유서」로 구성되어 있다. 화자인 ‘나’는 가마쿠라의 해수욕장에서 ‘선생님’을 처음 만난다. 당시 서양인과 함께였던 선생님에게 끌린 나는 도쿄에 돌아와서 자주 선생님 댁을 찾게 된다. 선생님은 이렇다 할 직업도 없이, 사교도 멀리하며, 아름다운 아내와 숨은 듯이 살아가면서 좀처럼 자신에 대해 입을 열지 않는다. 나는 일생을 고향에서 떠나지 않고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아가는 부모님과는 다른, 고고한 정신세계를 갖춘 지식인인 선생님을 존경하게 된다. 대학 졸업 후 아버지의 병세가 악화되어 고향을 떠나지 못하고 아버지를 간병하던 어느 날, 선생님의 편지가 도착한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훑어본 편지엔 불길한 예감이 묻어 있다. 다급해진 나는 위독한 아버지를 뒤로하고 무작정 기차에 올라타 도쿄로 향하면서 선생님의 유서를 읽는다. 화자인 ‘나’가 선생님에게 접근하고 종국에는 선생님이 스스로 껴안고 있는 어둠의 근원을 유서를 통해 밝히면서 이야기를 맺는 『마음』은 탐정 소설의 기법이 가미된 심리 소설로도 평가받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100년도 더 지난 메이지 시대 사람들의 이야기이지만,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은 시대를 초월해 인생의 미로 가운데 놓인 우리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한다. 인간의 본질에 대한 철저한 탐구를 통해 마음속 본연을 발견하고 마주하게 하는 그의 작품 세계는 지금 시대를 살고 있는 이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주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