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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여선 소설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소재는 술. 술을 마시며 이야기하는 인물들 속에서 같이 취하곤 했던 독자라면 반가울 산문집. 계절에 어울리는 음식과 안주을 소소하고 즐겁게 다뤄냈다. 중간 중간 있는 삽화와 함께 맛을 상상하다보면 어느 새 맥주 한 잔 걸치고 있을지도. -에세이MD 김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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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 술꾼들의 모국어
1부 봄: 청춘의 맛 라일락과 순대 만두다운 만두 김밥은 착하다 부침개꽃을 아시나요? 젓갈과 죽의 마리아주 2부 여름: 이열치열의 맛 여름의 면 물회, 그것도 특! 떙초의 계절 여름나기 밑반찬 열전 3부 가을: 다디단 맛 찬바람 불면 냄비국수 급식의 온도 가을무 삼단케이크 4부 겨울: 처음의 맛 그 국물 그 감자탕 솔푸드 꼬막조림 어묵 한 꼬치의 추억 집밥의 시대 5부 환절기 까칠한 오징어튀김 삐득삐득 고등어 콩가루의 명절상 졌다, 간짜장에게 |
Kwon Yeo-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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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꾼은 모든 음식을 안주로 일체화시킨다. (…) 내게도 모든 음식은 안주이니, 그 무의식은 심지어 책 제목에도 반영되어 소설집 『안녕 주정뱅이』를 줄이면 ‘안주’가 되는 수준이다. 이 책 제목인 『오늘 뭐 먹지?』에도 당연히 안주란 말이 생략되어 있다.
“오늘 안주 뭐 먹지?” 고작 두 글자 첨가했을 뿐인데 문장에 생기가 돌고 윤기가 흐르고 훅 치고 들어오는 힘이 느껴지지 않는가. ---「술꾼들의 모국어」중에서 친구의 증언에 의하면, 나는 벗들의 권유로 처음엔 오만상을 찡그리며 순대 하나를 먹었지만 오물오물 씹고 나더니 의외로 맛이 괜찮다며 또 하나를 먹었고, 급기야 나중에는 너무 맛있다며 순대를 마구 집어삼켰다는 것이었다. 믿을 수 없었지만 친구의 증언 외에 내 속에서 나온 강력한 물증까지 있으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 후로 나는 순대를 잘 먹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다소 역겨운 안주가 나와도 ‘에잇! 나는 순대도 먹은 년인데 이 정도야!’하는 정신력으로 눈 딱 감고 먹게 되었다. ---「라일락과 순대」중에서 비싼 백명란은 한 쌍씩 랩으로 곱게 싸서 유리그릇에 담아 냉동실에 넣었다 먹고 싶을 때 바로 꺼내 사각사각 썰어 다진 파와 참기름을 뿌려 구운 김에 싼 밥 위에 얹어 먹는다. 이때 밥은 아무리 여름이어도 따뜻해야 좋다. 따뜻한 밥 위에 셔벗처럼 섞이는 언 명란 맛이 기가 막히다. 저렴한 파지명란은 깨진 명란을 말하는데, 기왕 깨진 것 인정사정 볼 것 없이 다진 파에 매운 고추를 왕창 다져 넣고 야무지게 섞어놓는다. (…) 주로 파지명란은 반찬으로 먹고 백명란은 안주로 먹는다. 안주는 소중하니까. ---「여름나기 밑반찬 열전」중에서 오늘 밤 나는 심심하게 된장을 풀고 맛국물용 흑새우 몇 마리 넣고 아욱 넣고 두부 몇 점 넣어 된장국을 끓였다. 삐득삐득 고등어 중 한 마리는 바작바작 굽고 한 마리는 감자 깔고 땡초 넣은 양념에 맵게 조렸다. 생선을 말리면 살이 단단해지고 깊은 맛이 난다. 뜨거운 밥 한술에 구운 고등어 살을 뜯어 먹는 맛은 기름지고 고소하고, 소주 한 모금에 땡초 곁들여 조린 고등어 살을 먹는 맛은 배릿하고 칼칼하다. 고등어조림의 감자를 잘라 먹거나 아욱된장국을 떠먹으면 입안의 비린내가 싹 가신다. ---「삐득삐득 고등어」중에서 |